한북정맥 12구간
*정맥구간:우이령-노고산-숫돌고개
*산행일자:2008. 9. 21일(일)
*소재지 :경기 양주 및 고양/서울
*산높이 :상장봉534m, 노고산496m
*산행코스:우이동-상장봉-솔고개-노고산-349번도로-숫돌고개
*산행시간:8시32분-18시13분(9시간41분)
*동행 :경동동문산악회 회원17명
(24기이규성회장, 김남진/김양미, 김주홍/김경옥, 서중원, 이기후, 이명재
정준식, 우명길, 29기정병기/김의정, 유한준, 김정호, 오창환, 30기박승욱,
초대손님 박현출)
언제 끝날지 끝이 보이지 않아 불안한 것은 미국 발 금융위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벌써 끝났어야 할 여름더위가 추분을 이틀 앞둔 어제도 여전해 찜통더위 속의 장시간 산행에 익숙지 않은 대원들이 9시간 넘게 걸린 한북정맥 종주산행에 엄청 힘들어했습니다. 날씨가 선선해져 모기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난 지 한 달이 다되어가도 계속되는 폭염으로 돌아간 입이 다시 원상복귀 됐는지 밤만 되면 윙윙거리며 공격해와 잠을 설치기 일쑤인데도 기상청은 이 더위가 언제 끝날지 딱 부러지게 얘기를 못해주고 있습니다.
하늘도 증시만큼이나 변수가 많아 기상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 비싼 슈퍼컴퓨터를 사들이고도 일기예보가 맞지 않는다고 비난을 퍼붓는 사람들도 그 엄청난 사교육비를 쏟아 부으며 키우는 자식들이 어떻게 커나갈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예측이란 어떤 것이든 쉬운 일이 아니기에 하루 앞의 예측도 틀려나가기가 일쑤입니다. 내놓으라 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증시의 앞날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듯이 기상청의 전문가들도 하늘의 표정을 읽는데 틀릴 수도 있거늘 언제고 물매를 맞는 것은 그래도 적중률이 높다는 기상청인 것 같아 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북정맥 종주길이 무사할 수 있도록 매번 하느님께 빌면서도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점검하는 것 또한 빼놓지 않는 것은 그래도 날씨변화를 알아맞히는 일은 하느님보다 기상청이 더 잘할 것 같아서입니다. 어제도 집 나서기 바로 전에 인터넷에서 날씨를 알아보았습니다. 오후에는 비올 확률이 60%가 된다하여 비가 안 오면 구름이라도 낄 것이기에 폭염에 시달리는 것은 면할 수 있겠다 했는데 하루 종일 햇빛이 쨍쨍 비췄으니 결과적으로 예보는 틀린 셈입니다. 그래도 기상청을 믿고자 하는 것은 그러지 않고서는 이 나라에 과학이 발을 붙이지 못해 소고기파동 같은 비과학적 풍문들이 풍미할 까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아침8시32분 우이동 그린파크 앞 지구대를 출발했습니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우이령이 개방되었다는 기사가 나 기대를 했었는데 이는 오보였으며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여전히 출입을 막고 있음을 전해 듣고 적지 아니 실망했습니다.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입산을 막는 비법정도로가 또 하나 있었으니 육모정고개에서 솔고개에 이르는 상장능선으로 이번에 통과해야할 코스여서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통과할 뜻으로 부지런히 올라 산행시작 반시간이 조금 지나서 육모정고개에 다다랐습니다. 아침 이른 시각이어서인지 단속 나온 직원들이 보이지 않아 재빨리 오른 쪽의 상장능선으로 올라섰습니다.
똑 같은 국립공원인데도 지리산과 덕유산을 지나는 백두대간 길은 모두 열려 있는데 설악산 구간은 비법정코스가 너무 많아 백두대간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법을 어기지 않을 수 없는 형편입니다. 범인을 잡고자 잠복근무에 들어간 형사들처럼 비법정코스를 산행하는 백두대간 종주꾼들을 단속하고자 길목을 지키고 있는 공원직원들의 모습도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고, 온갖 지혜를 다 짜내 몰래 이 길목을 지나는 종주꾼들의 발버둥도 너무 애처롭게 보여 이건 아니다 싶은 데 달리 묘안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백두대간의 보존이 길을 막을 정도로 중요하다면 전 구간을 막아버리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국가에서 그리하지 않는 것이 보존만큼 등산도 중요하기 때문이라면 지리산과 덕유산은 되는데 설악산은 안 된다는 논리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일반등산객들이 주로 다니는 천불동 길 같은 유명코스는 손상이 되도 무방하고 황철봉 같은 손상될 리가 전혀 없는 너덜겅 길을 밟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유관기관과 단체들이 중지를 모아 국립공원 북한산에 산재한 추모비들을 거두어 무당골 한곳에 안치했듯이 대간 길도 완전히 막을 것이 아니라 국립공원 측과 산악회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적정통행인원을 산정해 제한적으로 통행을 허용하는 방안이 하루 빨리 모색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11시 정각에 해발545m의 상장2봉에 올라섰습니다.
상장능선은 그 길을 활짝 열어놓아도 이 능선을 찾는 사람들은 북한산의 다른 능선들에 비해 훨씬 적을 것입니다. 북한산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교통편이 불편하고 최고봉의 산 높이도 565m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데다 몇몇 암봉을 빼고는 암릉길을 릿지산행하는 맛도 덜할 것 같아서입니다. 정작 상장능선이 매력적인 것은 상장능선 자체에 있지 않고 상장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에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왼쪽 멀리로 인수봉과 백운대 그리고 숨은벽이 깔끔하게 조망되고 오른 쪽으로는 오봉을 비롯한 도봉산 외에 챌봉에서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 길이 한 눈에 들어와 북한산과 도봉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지이기 때문입니다. 이 능선에서 릿지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암봉이 상장2봉이어서 이 봉우리만은 우회하지 않고 꼭대기를 올랐습니다. 오름 길이 짜릿한 2봉에서 내려와 얼마를 진행하다 몇몇 산객들로부터 솔고개 들머리에서 입산을 막는 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나자 어떻게 상장능선을 빠져나가나 은근히 걱정됐습니다.
12시16분 솔고개를 지나는 63번 도로를 건넜습니다.
상장1봉을 지나 한참동안 내려섰다가 폐타이어 봉을 올랐습니다. 이곳에서 땀을 식힌 후 오른 쪽으로 내려가다가 밭에 이르기 직전에 왼쪽으로 꺾어 능선 길을 따라 내려가 한 음식점 앞마당에 이르렀습니다. 상장2봉을 우회해 한발 앞서가다 왼쪽 계곡으로 잘 못 내려간 몇몇이 복귀하기를 기다리는 사이에 어떤 친구는 길바닥에 떨어진 밤을 주워 일당을 단단히 챙겼다는 후문입니다. 솔고개 앞 차도를 건너 오른 쪽으로 조금 내려가다 왼쪽으로 꺾어 심요마을로 향했습니다. 7-8분가량 걸어가다가 왼쪽 큰 길로 들어섰으나 이내 길이 막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원 위치한 후 2-3분을 더 걸었습니다. 전봇대 바로 앞에서 표지기를 보고 왼쪽 길로 들어서자 하얀 풀꽃이 흐드러지게 핀 공터가 나타났습니다. 군부대 울타리 바로 아래 공터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319봉에 올라서기까지 오름 길이 가팔라 많이들 힘들어했습니다. 319봉에서 왼쪽으로 꺾어 군부대 울타리를 따라 내려가다가 군부대후문과 청룡사 표지판이 있는 시멘트 길의 깊숙한 안부 바로 위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13시50분 점심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안부사거리에서 급경사 길을 따라가 365봉에 올라 솔고개에서 벗어난 정맥 길에 합류했습니다. 365봉에서 15분가량 내려가 다다른 군사도로에서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노고산으로 향했습니다. 4년 전에는 비를 만나 몰랐었는데 햇빛을 가릴만한 그늘이 거의 없는 땡볕 길을 걷는다는 것이 이리도 짜증스러운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이제껏 잘 지켜온 50분간 걷고 10분 동안 쉬는 룰이 깨진 것은 산행시작 30분이 조금 더 지나 다다른 그늘진 길에서 대원들 대부분이 퍼져 앉았기 때문입니다. 이리 자주 쉬다가는 해떨어지기 전에 목적지인 숫돌고개까지 진행하는 것이 어렵겠다 싶어 같이 쉬지 못하고 땡볕 길을 계속 걸어 올랐습니다. 복더위에 탈진할까봐 8월 산행을 쉬었는데 그 보람도 없이 추분을 이틀 앞둔 9월의 종주산행을 8월보다 조금도 덜하지 않은 더위 속에 치러야 했습니다.
하루에 8-10시간을 내달리는 종주산행에서는 휴식시간과 횟수를 얼마로 하느냐가 원활한 산행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산행종료시간과 목적지를 알려주면 나머지는 거의 다가 각자 알아서 산행하는 전문산악회와는 달리 저희들은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친목모임이어서 힘들어할 때 마다 쉬어버리면 종주산행 자체가 어렵게 되어 대략 50분 간 걷고 10분을 쉬는 산행을 해왔습니다. 30분 만 걸으면 갈지자로 퍼지곤 했던 한 친구도 3-4회 고생을 하다가 그 후로는 이 묵언의 룰에 잘 적응해 이제는 선두에 설만큼 지구력과 주력이 다 좋아졌습니다. 이제껏 코스가 힘들면 조금 천천히 걷더라도 이 규칙만은 성실히 지켜온 편인데 이번 산행코스는 그리 힘든 길이 아닌데도 뜻하지 않은 늦더위로 잘 지켜온 룰이 깨진 것 같아 안타까웠고 또 앞으로의 산행이 걱정됐습니다.
14시44분 해발496m의 노고산 바로 아래 첫 번째 헬기장에 도착했습니다.
군사도로를 따라 십 여분 걸어올라 길 왼쪽으로 여러 개가 매달려 있는 표지기가 유난히 눈에 띈 것은 4년 전 이곳에서 교통호를 따라 노고산 정상을 왼쪽으로 에돌면서 가시 풀숲 길을 헤쳐 나가느라 엄청 고생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그 고생을 다시 해야 하나싶어 잔뜩 긴장했었는데 바로 앞에 표지기 하나가 보여, 아니면 돌아올 생각으로 도로를 따라 군부대 정문 바로 앞까지 올라갔습니다. 다행히도 왼쪽으로 길이 나 있어 철조망을 넘어 4년 전보다 훨씬 짧은 길로 군부대를 우회하느라 생고생을 면했습니다. 군부대를 에돌아 다다른 헬기장은 북한산의 북사면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지였습니다. 영봉, 인수봉, 숨은벽이 왼쪽으로 그리고 만경봉과 노적봉이 오른 쪽으로 포진해 받들고 있는 백운대는 북한산의 최고봉답게 늠름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16시5분 9번 송전탑을 조금 지난 사거리에서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쉬었습니다.
첫 번째 헬기장 아래 그늘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후미의 합류를 확인 한 후 삼하리 갈림길로 내려섰다가 조금 올라가 두 번째 헬기장을 지났습니다. 얼마 후 다다른 세 번째 헬기장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마루금을 이어가 350봉에 도착했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조금 내려가 전망바위를 지나며 4년 전 이곳에서 쉬면서 물에 흥건히 젖은 양말을 짜서 신은 생각이 났습니다. 8번 송전탑은 언제 지났는지 모른 채 지나서 사거리에 다다랐습니다. 사거리에서 똑바로 진행해 무명봉에 올라섰는데 이봉우리에서 이어지는 정맥 길은 양쪽이 계곡인데다 길이 좁아 이 낮은 산에도 이런 길이 있나 싶어 느낌이 색달랐습니다. 흥국사 갈림길에서 사격장 방향으로 진행해 절골 갈림길을 지났고 이내 만난 9번 송전탑을 조금 지나 10분여 쉬었습니다.
16시58분 349번 도로로 내려서서 20분 가까이 쉬면서 대오를 정비했습니다.
송전탑 밑에서 조금 올라가 만난 182봉에는 윗부분이 부러진 삼각점 같은 것과 수색정찰안내판이 서 있었습니다. 이쯤이면 끝나려니 했던 길이 좀처럼 끝나지 않고 나지막한 봉우리가 심심찮게 나타나 더위에 지친 저희들을 시험하곤 했습니다. 182봉에서 왼쪽으로 3-4분 내려가 북한산온천가는 길이 왼쪽으로 갈리는 임도삼거리를 만났습니다. 북한산에도 온천이 있다니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205봉에 올라 4년 전에 초병이 길을 막을까 싶어 서둘러 지난 군부대 초소를 만났습니다. 이번 산행 중 마지막으로 본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오른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마지막 봉우리는 175봉으로 이봉우리에 들어선 헬기장의 H자가 앞서 지나온 어는 헬기장보다 선명했습니다. 175봉에서 내려가 다다른 절개지 꼭지점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349번 국도에 도착했습니다. 차도 건너 길가에서 후미를 기다리느라 20분 가까이 기다렸다가 17시17분에 숫돌고개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18시13분 1번 국도가 지나는 숫돌고개에 도착해 12구간 종주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349번 도로에서 배반고개까지 50분 가까운 코스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환상적인 길이었습니다. 해발고도가 100m내외인 정맥 길은 임도 수준의 넓은 길로 오르내림이 거의 없고 햇빛도 피할 수 있는 그늘길이며 곳곳에 운동시설과 쉼터가 있어 노부부가 두 손잡고 산책을 나서도 좋을 만큼 쾌적한 길이었습니다. 간간히 비치는 석양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것도 이 길에로의 저녁 산책을 유혹하는 듯 했습니다. 349번 도로에서 구간을 자르지 않은 것은 숫돌고개까지 1시간 남짓한 거리인데다 지친 몸을 이끌고도 충분히 걸을 수 있는 편안한 코스여서였습니다. 배반고개에서 숫돌고개까지 십 수 분이 풀숲 길을 지나야 해 마지막 고비라 생각했는데 4년 전보다 길이 훨씬 잘 나있어 전혀 고생되지 않았습니다. 길 건너 부대 앞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불광동 행 버스를 탔습니다.
저희들의 이번 산행이 유독 힘들었던 것은 땡볕 더위 때문이라면, 4백여 년 전에 숫돌고개를 넘어 몽진 길에 나선 선조임금께서 힘들었던 것은 이반된 민심과 주룩주룩 쏟아지는 빗줄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고 자기 좋아서 하는 종주산행도 날씨가 좀 덥다고 이렇게 힘드는데 선조임금을 따라 나선 신하들은 날씨도 궂었지만 상황을 악화시킨 임금을 원망하면서 걷느라 더욱 힘들었을 것입니다. 제가 산행을 잘 못 이끌어 이번 산행이 더 힘든 것은 아니었는지 더듬어보면서 귀가 길 전철 안에서 한북정맥 종주를 매듭지으면 이제는 후배들에 이 일을 넘겨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습니다.
안타깝게도 우이동을 같이 출발한 한 대원이 육모정 고개를 조금 지나서 포기하고 하산했습니다.
중도 포기한 이 친구도 힘들었고, 9시간 넘게 더위와 싸워 목적지인 숫돌고개까지 완주한 다른 친구들도 힘들었습니다. 먼저 하산한 친구에게는 기다렸다가 같이 산행하지 못해 미안하고, 긴 시간 같이 종주해 숫돌고개에 이른 친구들에 고마움을 표합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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