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13구간
*정맥구간:숫돌고개-현달산-잣골고개
*산행일자:2008. 10. 19일(일)
*소재지 :경기고양
*산높이 :현달산138m
*산행코스:숫돌고개-농협대 앞 허브농장-39번도로-탄약부대초소
-2차선포장도로-현달산-문봉동재-예빛교회입구-잣골고개
*산행시간:9시53분-16시18분(6시간25분)
*동행 :경동동문산악회원 18명
(이규성회장, 24기김남진/김양미, 김주홍/김경옥, 백인목, 서중원,
이달헌, 이명재, 이기후, 우명길, 29기정병기/김의정, 김정호, 유한준,
오창환, 박승욱, 초대손님 박현출)
대간과 정맥을 종주하노라면 몇 번은 비산비야(非山非野)를 만나게 됩니다.
백두대간의 비산비야 길은 그래도 대간답게 해발고도 600m 대인 고지대의 차도를 지나지만, 정맥들은 바짝 키를 낮추어 마루금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숨어들기도 합니다. 산줄기를 주관하시는 산신령께서 잠시 환속하셔서 속세의 인간들이 짓고 까불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두루 살피는 코스가 비산비야의 마루금이라 생각하면 마음 편히 산줄기를 이어 밟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면 각종 개발로 여기저기 끊긴 머루금을 이어가기가 너무 어렵고 짜증스럽습니다. 그동안 높은 산위에서 산신령의 도움으로 무탈하게 마루금을 이어온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처럼 도시로 나들이를 나선 산신령께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우미로 나서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그 분에 대한 예의일 것입니다.
한북정맥을 종주하며 만나는 비산비야의 산행구간은 모두 세 곳입니다.
한창 아파트를 짓고 있는 양주시의 고읍단지는 지난 6월 우중에 지났고, 이번에는 숫돌고개에서 잣골고개에 이르는 고양시의 덕양구를 지났습니다. 이번 덕양구 일대의 구간산행을 깔끔하게 마쳤다 해서 비산비야 길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고양시의 일산지대와 파주시 교하지구의 비산비야길이 마지막으로 저희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북정맥에서 비산비야의 결정판은 이 정맥의 서쪽 끝 점에 있는 장명산입니다. 원래 높이도 해발104m 밖에 안 되는 야산인데도 이것도 높다 하며 불도저로 깎아내어 그 몰골이 흉물스럽기 짝이 없다하니 한북정맥을 완주하는 기쁨이 반감될 것이 분명합니다. 비산비야로 산책 나오신 산신령을 모시는 길안내도 장명산이 보이지 않는 적당한 곳에서 끝내고 장명산은 속세의 저희들만 가야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백두대간의 식개산 분기점에서 이 먼 곳까지 산줄기를 이어주신 산신령께 못 볼 것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아침9시50분 숫돌고개 남쪽 아래 육교 앞에서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구파발 전철역에서 만나 문산가는 버스를 타고 출발지로 옮겼습니다. 산행시작 전에 이번 산행구간은 군부대 울타리를 끼고 도는 풀숲 길이 여러 곳 있고 비산비야의 길이어서 자주 마루금을 벗어나며 종종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두라고 일행들에 일러주었습니다. 2004년 8월 군부대가 점하고 있는 능선 길에 바로 붙지 못하고 일단 삼송리로 내려갔다가 고양초교에서 다시 올라가 군부대 울타리로 바짝 붙어 왼쪽으로 진행하며 가시덤불 길을 지나느라 팔다리 여기저기가 심하게 찔리고 긁혀 엄청 고생을 했던 길이라서 은근히 걱정됐습니다. 골목 길 몇 곳을 들락거리며 울타리 쪽으로 진입해보려다 길이 보이지 않아 결국은 포기하고 고양종고 쪽으로 옮겨 넓은 길로 들어섰습니다. 3-4분을 걸어 올라가 저희들이 통과했어야 할 군부대 철조망을 보고나자 마루금에서 크게 벗어난 길로 이곳까지 편하게 왔다 싶어 조금은 찜찜했습니다.
11시17분 농협대학에서 조금 떨어진 허브랜드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고양종고 뒤쪽으로 난 농협대학 가는 길은 산책로여서 많은 인원이 배낭을 메고 한 줄로 산행하는 것이 이 길로 산책 나온 한 분에는 이상하게 보였는지 북한산 가는 길을 잘 못 든 것이 아니냐고 물으셨습니다. 97.1봉으로 보이는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는 봉우리삼거리에서 첫 쉼을 가졌습니다. 산행 중 지난 것으로 기억하는 천관약수터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이 갈림길에 다다르기 직전 갈림길에서 그 때는 왼쪽으로 내려가 샘터에서 쉬고 갔는데 이번에는 오른 쪽으로 꺾어 마루금을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그 때 길을 잃고 헤매다 철조망을 두 번 넘어 간신히 농협대학을 찾은 것도 샘터로 내려가 마루금을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봉우리삼거리에서 개구멍을 빠져나가 오른 쪽 능선 길로 진행했습니다. 차가 지나는 안부로 내려선 후 왼쪽 방향으로 7-8분을 걸어 허브랜드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12시55분 도시외곽순환도로가 머리 위로 가로지르는 39번도로를 건넜습니다.
허브랜드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은 좁은 찻길이어서 여러 명이 같이 걷기에 불편했습니다. 마루금이 남서쪽의 한양컨트리클럽 안으로 들어가버려 따라가지 못하고 별 수 없이 차도를 따라 걸어야 했습니다. 한국스카우트연맹 중앙훈련원의 표지석이 서있는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조금 더 가 골프장이 끝나는 곳에서 왼쪽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시간은 좀 이르지만 더 걸으면 찻길에서 점심을 들을지도 모른다 싶어 11시40분에 묘지 위 능선에 넓게 자리를 잡고 모두 한 자리에 둘러앉아 점심을 들었습니다. 반주를 곁들인 점심시간이 50분 가까이 계속된 것은 저 빼놓고는 알뜰히도 음식을 챙겨와 먹을 거리가 충분해서였습니다.12시48분에 자리에서 일어나 몇 분간 산길을 걸은 후 39번 도로로 내려서는 중 뭔가가 후다닥 튀는 소리가 나 쳐다보니 고라니가 밭을 가로지르고 있었습니다. 너무 급히 달리다 밭가에 설치된 야생동물접근방지 망에 걸려 발버둥을 치다 간신히 빠져나가 39번차도를 건너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참으로 다행이다 했다가 철도를 건너고 차도를 또 한 번 건너 산속으로 들어가야 몸을 숨길만하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다시 걱정이 됐습니다.
대간과 정맥을 종주하며 산 속에서 여러 번 고라니를 보았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쏜살같이 도망가는 바람에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지만 멧돼지처럼 공포의 대상이 아닌데다 생김새도 귀엽고 날렵해 산에서 만나면 늘 반갑고 그 날 하루 산행이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소목 사슴과의 고라니가 우리나라에 많다 했는데 알고보니 이 짐승의 원산지가 바로 우리나라와 중국이입니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사람들과 꽤 친근한 동물일 텐데 수난을 당하는 것은 왜일까 궁금했습니다. 경북영양군에서는 11월부터 4개월간 총3천만원의 포상금을 걸고 고라니사냥에 나선다는데 개체수가 너무 많아 농가피해가 크다는 것이 그 이유라 합니다. 고라니의 주 서식처가 늪과 들, 그리고 산기슭이라는데 농가와 너무 가까이 살고 있다는 것이 수난을 당하는 직접적인 원인인 것입니다. 아예 산 속 깊이 살고 있으면 좋으련만 한창 개발 중인 비산비야를 주 무대로 삼고 있으니 한 시라도 마음편히 보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14시37분 해발 139m의 현달산에 올랐습니다.
서삼릉 입구의 39번국도를 건너 오른 쪽 아래에 석공예품이 전시된 집 위길로 들어섰습니다. 이내 만난 철로를 건너 차도를 또 건넜습니다. 탄약중대 정문으로 향하는 군용도로를 따라 가다가 정문 앞에 조금 못 미친 곳에서 오른 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왼쪽 봉우리에서 묘지를 따라 내려가다가 만난 나일론 망 울타리를 만나 왼쪽으로 꺾어 이 울타리를 따라갔습니다. 얼마 후 큰 길을 만나 능선으로 올라서니 부대정문이 바로 앞에 보였습니다. 군부대 철조망 울타리에 붙어 오른 쪽으로 이동하는 길이 4년 전 지날 때는 한 여름이어서 우거진 풀숲길을 헤쳐 나가느라 진이 빠졌는데 이번에는 풀들을 깎아 한결 수월했습니다. 초소가 있는 80봉에서 얼마동안 쉰 후 다시 철조망에 붙어 계속 진행했습니다. 부대후문에서 오른 쪽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만난 2차선 포장도로를 건넜습니다. 나지막한 산길을 따라가다 오른 쪽의 광목장 문을 지나 이번 산행에서 가장 높은 산인 현달산에 이르렀습니다. 도시에서 가까운 야산이어서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일 뿐 전망은 별로였습니다. 삼각점이 서있는 현달산 정상에서 몇 m 도로 내려가 북서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미끄러워 마치 경사가 급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삼거리고개인 문봉동재에서 찻길을 건너 동국대/풍산동 방향의 차도를 걷기 시작한 시각이 14시54분이었습니다.
16시18분 잣골고개에 도착해 13차 한북정맥 종주산행을 끝냈습니다.
문봉동재 삼거리에서 예빛교회로 가는 차도는 길은 좁은데 덤프트럭이 끊임없이 오가 차도를 따라 걷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케어베드와 신원기업 정문을 지나서도 한참을 더 걸어 예빛교회가 보이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차도를 따라 걸었습니다. 안산마을을 지나 부대후문 앞에 다다랐고 잠시 후 왼쪽 철조망 쪽으로 바짝 붙어 오른 쪽으로 계속 진행했습니다. 후미에서 따라오는 한 친구가 군부대 울타리 옆 땅에 박힌 쇠에 걸려 앞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얼굴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마침 같이 가던 일행이 응급치료를 해주어 피가 흐르는 것을 우선 막아주었습니다. 해발 천 m가 넘는 산줄기와 8백m대의 암릉길을 한 겨울에 지났어도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는데 백m도 못되는 곳에서 사고가 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십 수 분을 쉰 후 다시 일어나 남은 구간을 같이 마친 친구에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부대울타리를 따라 가다가 지나친 것을 확인하고 망루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 북서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이내 도착한 잣골고개에서 오른 쪽으로 조금 내려가 반시간 가까이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삼송리를 거쳐 불광동터미널까지 45분가량 걸린 것 같습니다. 모처럼 같이한 이달헌 동문이 불광동 맛집으로 안내해 중국음식으로 포식했습니다.
산도 아니고 그렇다고 들도 아닌 곳을 비산비야로 부른다 합니다.
이번 비산비야의 산행은 제 경우 4년 전에 길도 두 곳에서 크게 잃었고 부대 울타리 밑으로 따라 걷느라 가시풀숲에 팔다리가 심하게 긁히고 찔렸는데 이번에는 숫돌고개부대 길을 밑으로 우회하고 길을 잃지 않아 한결 편했습니다. 힘든 것은 저희들이 아니고 고라니였습니다. 사람들이 고라니 같은 산식구들을 배려하지 않고 개발의 수혜만 �는다면 산을 비롯한 자연은 반드시 보복해올 것입니다. 보복을 피할 뜻이라면 비산비야를 과다하게 개발하는 것을 중지해야 합니다. 비산비야는 산의 짐승들과 들의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것을 막아주는 완충지이기 때문입니다. 지혜를 모으면 사람과 짐승의 공존이 가능할 것 같아 한 낮에 고생한 고라니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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