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산림청선정 명산100산/명산100산 탐방기

20.운장산 산행기(1-3)

시인마뇽 2007. 1. 2. 18:43
                                                  운장산(3)

 

 

                                                  *산행일자:2018. 4. 28()

                                                  *소재지 :전북 진안/완주

                                                  *산높이 :해발1,126m

                                                  *산행코스:피암목재-활목재-서봉-운장산

                                                                     -동봉-내처사동 주차장

                                                  *산행시간:118-1610(5시간2)

                                                  *동행 :경동24기 명백회 회원 등




   

  이번 산행에서도 주황색의 표지목에 적혀 있는 국가지점번호를 여러 곳에서 보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고유한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듯이, 이 나라 국토에는 국가지점번호가 부여됩니다. 국가지점번호란 국토와 인접해양을 격자형으로 구분해 지점마다 부여한 제도를 일컫습니다. 이 제도는 산악이나 해안 등 사람들이 살지 않아 주소가 없는 비거주지역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위치표시체계로 긴급구조 등의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위치를 알리는 번호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간 소방서, 해양경찰, 국립공원, 한국전력 등 각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표시해왔는데, 표시내용이 같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이들을 통합해 국가지정번호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으로,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실시된 지 45년만의 일입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국가지점번호가 무엇을 뜻하는지 이제껏 모르고 산행했습니다. 요 몇 년 사이 국가지점번호가 부쩍 많이 보였고, 기존의 표시물들은 그 수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 더 이상 국가지점번호를 외면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 글은 Daum에서 찾아낸 국가지점번호에 관한 정보를 옮겨놓은 것입니다

 

 

   국가지점번호는 전국을 100kmx100km 단위의 격자로 구분한다. 최소 단위는 10mx10m. 각 구역은 문자와 숫자를 조합해 표기한다. 100km 단위는 문자로 표기하며 10km·1km·100m·10m는 숫자로 표기한다. 문자의 경우 기준점부터 동쪽과 북쪽으로 각각 가나다순으로 표기한다. 기준점부터 100km마다 격자로 , , , 의 순서로 구역이 나뉘며 그 안에서 숫자로 세부 구역이 표기된다. 최동단 지역인 독도(동도) 독립문 바위 지점은 가로 8787’, 세로 2465’마사 8787 2465’의 형식으로 표기한다. 국가지점번호를 표기하는 지역은 건물이 없는데 도로에서 100m 이상 떨어졌거나 철탑, 수문, 방파제 등 시설물이 있는 곳이다. 인명피해 등 사고 발생 빈도가 높거나 시·도지사가 위치 표시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곳도 국가지점번호 설정 지역에 속한다. 국가지점번호의 기준점은 UTM-K원점(지도제작 등을 위한 단일투영원점)에서 남쪽으로 7Km, 서쪽으로 3Km 지점으로, 최남단의 이어도해양종합기지, 최서단의 가거초해양과학기지를 포함합니다.



   오전 118분 피암목재를 출발했습니다. 상춘객들을 실어 나르는 차량들로 고속도로가 몇 곳에서 붐벼, 서울의 사당역에서 피암목재까지 안내산악회 버스로 이동하는데 3시간 40분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11년 전 이 길로 운장산을 오를 때는 미세먼지가 온 주위를 뒤 덮었는데, 이번에는 날씨가 쾌청해 시야가 탁 트였습니다. 피암목재에서 얼마 오르지 않아 국가지점번호 다마 8632 6983’, 즉 기준점에서 동쪽으로 286Km320m, 북쪽으로 469Km830m 떨어진 지점에 이르렀습니다. 이 지점을 지나자 경사가 조금씩 가팔라지고 고풍어린 소나무들이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1213분 활목재를 지났습니다. 꾸준히 고도를 높여 840m봉을 넘고 산죽 길을 지나 외로워 보이는 소나무 한그루가 서있는 암봉인 880m봉에 올랐습니다. 오른 쪽으로 연석산이 분명하게 보이는 880m봉에서 비탈길을 따라 내려선 안부사거리 활목재는 그 고도가 해발860m나 되는 제법 높은 곳인데도 묘지와 묘비가 있어 그 사연이 궁금했습니다. 활목재에서 서봉에 이르려면 가파른 비알 길로 고도를 260m 가량 높여야 해 단단히 각오를 했습니다. 십 수분을 오르자 넓적바위(?)에 먼저 오른 일행들이 점심을 들고 있어 저도 합류했습니다. 조금 뒤에 도착한

김종화 동문이 싸온 점심을 맛있게 든 후 걸음이 느린 저는 일행보다 먼저 일어나 서봉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된비알 길을 천천히 걸어 서봉 왼쪽 아래 고개목에 올랐고, 뒤따라온 일행들은 고개목을 거쳐 오른 쪽 서봉으로 올라갔습니다. 옛날에 서봉은 한번 오른 일이 있어 이번에는 들르지 않고 곧바로 이 산 최고봉인 운장대로 향했습니다.


 

   1339분 해발1,126m의 운장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서봉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동쪽으로 나 있었습니다. 아직은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질 정도여서 햇볕을 가릴 그늘이 없는 길인데도 더운 줄 모르고 걸었습니다. 서봉 고개목에서 데크 계단을 내려가 동쪽으로 진행하면서 상여바위를 오른 쪽 아래로 지났습니다. 고개목 출발 반시간이 조금 못되어 삼각점과 정상석이 나란히 서 있는 운장산 정상에 올라서자 좌우로 고만고만한 고봉을 거느리고 있는 것 같아 어깨가 으쓱여졌습니다. 서봉은 해발고도가 1,123m이고 동봉은 1,124m여서 정상봉인 운장대와 2-3m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떨어진 거리도 1Km가 안 되어 지도를 보지 않는다면 어느 봉우리가 상봉인지 가름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1431분 국가지점번호 다마 8758 6898 지점을 지났습니다. 운장대에서 동봉으로 가는 길도 오르내림이 별로 없는 평탄한 길이어서 모처럼 여유를 갖고 걸었습니다. 노란 색의 양지꽃, 하얀 색의 바람꽃과 연청색의 현호색 꽃을 한꺼번에 본 곳도 이 길이어서 잠시 멈춰 사진도 찍곤 했습니다. 동봉의 표지석에 해발고도가 1,133m로 적혀 있어, 지도에 나와 있는 1,124m와 차이가 났습니다. 같이 오른 일행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동쪽으로 조금 진행하자 직진하면 구봉산에 이르는 길이 이어지는 능선삼거리가 나타났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왼쪽 아래로 나 있는 길이 이번 산행의 끝점인 내처사동으로 내려가는 길로, 얼레지 꽃이 떼를 지어 자라고 있는 군락지여서 가던 길을 멈추고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10분가량 걸어 내려가 만난 국가지점번호는 다마 8758 6898, 이 번호를 통해 이 지점이 기준점에서 동쪽으로 287Km580m, 북쪽으로 468Km980m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1610분 내처사동 주차장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국가지점번호 다마 8758 6898 지점에서 내처사동으로 내려가는 능선 길도 경사가 가팔라 이 길로 정상을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푹 파인 나무 계단 길이 발걸음을 더디게 했지만, 나뭇가지에서 새롭게 움튼 연초록 잎들에서 새 생명의 약동이 느껴져 역시 봄이다 했습니다. 운장대에서

2.7Km를 내려가 다다른 능선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얼마간 내려가자 계곡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취형의 다리가 놓인 계곡에서 발을 닦으면서 조선의 사대부들이 산에 들어 계곡에서 즐겼다는 탁족(濯足), 거풍(擧風)과 즐풍(櫛風)을 떠올렸습니다. 내처사동에서 산행을 마치고 귀경버스에 올랐습니다.


 

   저는 국가지점번호의 기준점을 정하는데 응용되는 UTM-K원점(지도제작 등을 위한 단일투영원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릅니다. 또 국가지점번호가 제공하는 정보가 어느 지점의 위치정보에 불과하다면 왜 만국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경도와 위도를 쓰지 않고 별도로 기준점을 정해 측정해야하는지 그 이유도 알고 있지 못합니다. 이렇듯 아는 바가 충분하지도, 또 정확하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글을 써 겸연쩍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기왕에 위치정보를 가르쳐줄 양이면 고도정보와 거리정보도 함께 알려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한 것은 국가지점번호가 구조에 꼭 필요한 위치정보만 제공할 뿐 산행에 도움이 되는 고도정보는 아예 없고 두 국가지점간의 거리는 제곱근을 계산해야 구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10년 전 저는 강원도 춘천의 용화산을 오르다가 바위 길에서 추락해 119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119에서 조난된 지점을 알려달라고 해, 마침 산행기를 쓰려고 지나간 주요지점을 메모해놓은 것이 있어 그것을 불러주었고, 덕분에 신속히 구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가 생각나 안 가본 산을 혼자 오를 때에는 국가지점번호를 사진 찍곤 했습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긴요하게 쓰일 국가지점번호가 마치 암호같이 여러 개의 문자와 숫자로 되어 있어 일일이 암기하기가 지난합니다. 그렇다면 좀 번거롭더라도 유비무환의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산행사진> 





   



                                                       운장산(2)


                 *산행일자:2007. 4. 1일

                 *소재지  :전북진안/완주

                 *산높이  :운장산1,126미터/서봉1,123미터/연석산925미터

                 *산행코스:외처사동-피암목재-활목재-서봉-운장산

                           -서봉-늦은목재-연석산-연동계곡-연동마을

                 *산행시간:12시37분-17시47분(5시간10분)

                 *동행    :나홀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통제되지 않는 광란으로 4년 만의 운장산 산행이 짜증스러웠습니다.

금남정맥 종주 길에 마루금에서 동쪽으로 500미터 비껴서있어 전북의 명소 운일암 반일암 계곡에 물을 대는 운장산을 우정 들러 올랐어도 다른 분들이 보았다는 진안의 마이산은 뒤통수조차 보지 못했고 맑은 날이라면 손안에 잡힐 듯한 지척의 동봉도 흐릿해 제대로 눈인사를 나눌 수 없었습니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한반도를 내습하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 황사가 중국의 경제발전과 궤를 같이 하며 해마다 극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1970년대만 해도 황사는 미세먼지가 호흡기질환을 일으키고 아프로톡신이라는 발암물질이 들어 있어 해롭기는 하나 이 땅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고마운 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요즈음은 중국의 굴뚝경제가 내버리는 온갖 중금속의 미세가루가 잔뜩 들어있어 오랫동안 마시면 심장질환까지 일으켜 사람 몸에 극히 해로울 뿐만 아니라 정밀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에도 치명타를 입혀 백해무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황사특보가 발동된 상태에서 얌전히 집안에 들어 있지 못하고 고집 쓰고 운장산을 올랐으니 밤에 목구멍이 칼칼해진 정도를 갖고 불평할 일은 못되지만 희뿌연 배경으로 볼품없어진 사진을 보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광란에 심히 짜증이 났습니다.


  주천을 출발한 시내버스가 운일암반일암을 거쳐 열흘 전에 내려와서 묵었던 무릉리를 들러 외처사동에 도착한 시각은 주천 출발 28분 후인 12시시38분으로 버스는 내처사동으로 들어가고 저는 정맥 종주 출발점인 피암목재로 향해 아스팔트 차도를 따라 부지런히 걸어 올랐습니다.


  12시57분 진안군과 완주군을 가르는 피암목재에서 정맥종주를 시작했습니다.

황사주의보가 발동되어서인지 일요일인데도 피암목재에 주차한 차들이 몇 대 안됐습니다. 주차장 남쪽 끝에 설치해 놓은 계단길 들머리를 지나 가파른 길을 계속 오르는 중 연분홍의 진달래꽃과 샛노란 생강나무 꽃을 만나 반갑게 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잎이 돋아나기 전에 꽃을 피우는 봄꽃들은 황사가 불러온 미세한 중금속 가루에 온몸이 노출되어도 다른 꽃들처럼 잎의 보호를 전혀 받을 수 없어 화무십일홍의 열흘을 다 채우기가  꽤나 힘들 것 같았습니다. 피암목재에서 22분을 걸어 구릉같은 무명봉에 올라서기까지 경사가 가팔라 힘들었습니다. 무명봉에서 왼쪽으로 난 능선 길은 초반에는 경사가 완만한 흙길이어서 한껏 편안했는데 얼마 후 진달래꽃을 다시 만나 사진을 찍고 나서부터는 돌가닥 길과 암릉 길이 840봉 암봉까지 계속됐습니다.



  14시6분 안부삼거리인 활목재에 다다라 김밥을 들면서 15분을 쉬었습니다.

날씨만 좋다면 더할 수 없는 전망대였을 840봉에 올랐어도 희뿌연 황사로 운장산 정상은 물론 가까이에 있는 서봉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답답했지만 그래도 왼쪽 아래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스레 잘 들렸습니다.  840봉에서 조금 내려섰다가 작은 소나무들이 들어선 암릉길을 거쳐 산죽 길과 낙엽 길을 차례로 지나 소나무가 서있는 880봉 암봉에 올랐습니다. 880봉에 올라 숨을 돌리는 한 젊은 여성분에 소나무가 외롭게 서있는 암봉 사진을 찍겠으니 잠시 자리를 비켜 주십사하고 부탁드리기가 뭣해 아무 말도 않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 여성분도 함께 렌즈에 잡혀 본의 아니게 도둑사진을 찍은 결과가 되어버려 죄송했습니다. 880봉 출발 4-5분 후 비탈길을 따라 내려선 묘지 옆의 삼거리 안부가 바로 4년 전에 서봉에서 연석산 가는 길을 잘 못 들어 내려섰다가 되돌아 간 눈에 익은 활목재여서 반가웠습니다. 묘지가 들어선 활목재에서 왼쪽의 갈림길은 운장산유스호스텔로 내려서는 길 같고 마루금은 산죽을 베어내고 낸 서봉으로 오르는 직등 길로 이어졌습니다.


  15시12분 해발 1,126미터의 운장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활목재에서 13분을 걸어 넙적 바위에 오르자 서봉을 오른 쪽으로 크게 에돌아 연석산으로 가는 길과 합류하는 갈림길이 나 있었습니다. 질펀한 흙길을 따라 걷느라 서봉 왼쪽 아래 고개 목에 오르자 그새 바지가랑이가 흙 범벅이 되어버렸습니다. 서봉 고개 목에서 정맥 길을 벗어나서 20분을 동진했습니다. 운장산 정상에 도착해 사방을 휘둘러봤어도 동봉과 서봉만 흐릿하게 보였을 뿐 먼저 오른 분들이 보았다는 마이산은 황사 속에 몸을 숨기고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지척의 동봉까지 마저 올라 삼형제봉을 모두 밟고 싶었지만 연석사 앞길에서 전주로 가는 저녁 6시차를 타야했기에  삼각점 앞에 배낭을 세워놓고 후다닥 사진을 박은 후 서둘러 정상을 떴습니다.


  16시 정각 산죽이 무성한 삼거리안부에 도착해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나무의자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정상을 출발한지 15분이 조금 넘어 정맥 길로 되돌아왔습니다. 되돌아온 서봉의 암봉에는 정상에도 없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 대신 삼각점이 없어 정상봉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칫 모자를 날릴 뻔한 강풍이 서봉에서 사과를 까먹으며 오래 쉬고자 했던 저를 연석산가는 길로 밀어냈습니다. 서봉을 내려서서 삼거리안부에 다다르기까지 내림 길이 이번 산행에서 가장 험로였습니다. 몇 곳의 바위 길에 줄이 늘어져 있어 크게 도움이 되었는데 한 겨울에 눈길을 헤치며 내려왔을 선등자분들에는 쉽지 않은 길이었겠다 싶었습니다.


  16시47분 해발 925미터의 연석산을 올랐습니다.

산죽 길 삼거리안부에서 조금 올라서서부터 이어지는 정맥 길은 서봉에서 안부로 내려서는 동안 치렀던 수고에 보답하고도 남을 만큼 부드러운 길이어서 이 길을 걸으며 잃었던 여유를 되찾았습니다. 지나온 삼거리안부에서 다음 안부인 늦은목까지 대략 중간쯤에 위치한 평평한 암릉 위에 소나무 서너 그루가 왼쪽 아래 천길 낭떠러지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서있는 모습이 너무도 의연해보여 카메라에 옮겨 담아 왔습니다. 880봉과 854봉을 차례로 지나 서봉 출발 1시간이 채 못 되어 왼쪽으로 궁항리길이 갈리는 늦은목에 도착해서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늦은 목에서 연석산으로 오르는 20분 동안이 마지막으로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가파른 길을 올라 큰 바위를 지나자 까마귀 몇 마리가 까옥까옥 울어대며 저를 반겼습니다. 큰 바위를 지나고 나서는 경사가 조금 완만해져 오를 만 했습니다. 정상에 올라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았지만 아무래도 황사가 이 산에서 하룻밤을 묵을 듯이 진을 치고 있어 서봉과 운장산의 모습이 선명하지 못했습니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2백m를 진행하다가 남진하는 마루금과 헤어지고 오른 쪽으로 꺾어 연동 길로 들어섰습니다.


  17시47분 연동마을에 도착해 한나절 산행을 마감했습니다.

연석산 정상에서 연동마을까지 하산 길이 2.5Km여서 저녁6시에 연동마을을 지나는 버스를 타는 데는 문제없겠다 싶었지만 긴장을 풀지 않고 부지런히 하산했습니다. 정맥 길에서 벗어나 연동계곡을 만나기까지 약 반시간 동안의 하산 길이 경사가 급했습니다. 진달래꽃이 더러 눈에 띈 것을 빼 놓고는 아직은 이렇다하게 봄 색깔을 찾아 볼 수 없는 고산에서 얼음장 밑으로 숨을 죽이며 소리 없이 흘렀던 계곡 물만은 겨울의 잔재를 다 털어버리고 완전히 봄을 찾은 듯 그 소리가 웅장하고 힘찼습니다. 바윗장을 에돌며 밑으로 떨어져 소를 만드는 크고 작은 폭포가 하얀 포말을 만드는 모습도 능선 길만을 오르내리는 종주등반에서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습니다. 합수점을 지나 만난 산객 한 분이 왜 혼자 내려오느냐고 묻기에  혼자 산을 와서 혼자 내려온다고 답을 하자 알겠다는 듯이 더 이상 물어오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현문에 우답이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징검다리를 건너 계곡과 헤어지고 넓은 임도로 들어서자 4년 전 이 길을 함께 걸은 한 분이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온 황대권 님의 수필집 “야생초 편지”가 생각났습니다. 시국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하면서 애정을 쏟았던 야생초에 관한 이야기들을 실은 이 책이 저로 하여금 들풀들에 더욱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연석가든 앞에서 기다리는 버스가 이곳을 지나는 시각이 저녁 6시가 아니고 6시 반이라고 해 맥빠져하는 저에게 전북토요산악회의 카페지기를 한다는 젊은 분이 차를 타라고 권해왔습니다. 종주산행을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면 몸에서 땀 냄새가 진동해 제가 먼저 동승을 부탁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도 차를 멈추고 어서 타라고 하는 고마운 분들을 여러분 만났습니다. 배낭을 메고 터벅터벅 걷는 제 앞에 차를 세우고 동승을 권하는 사람들은 열이면 열 모두 다가 산을 좋아하는 산객 분들이었습니다. 이래서 공자께서 인자는 산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광란의 황사가 이 땅에서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냉대를 받듯이 산을 오른답시고 조금이라도 이 산을 괴롭힌다면 저 역시 황사처럼 이 산하로부터 배척을 당할 것입니다. 어진 이들이 산을 좋아한다는 것은 분명 참이지만 퇴계 이 황 선생께서 산을 좀 오른다고 어진 척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듯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어질다는 명제도 참이 되기 위해서는 이분처럼 어질음을 몸소 실천해야 할 것 같았고, 이제껏 그리하지 못한 제가 새삼 부끄러웠습니다.    

 

 

 

                                                         <산행사진>

 

 


 

 

 

                                         운장산(1)


                     *산행일자:2003. 9. 7일

                     *소재지  :전북 진안

                     *산높이  :운장산1,126미터/연석산925미터

                     *산행코스:내처사동-운장산-연석산-연석사-연석가든앞

                     *산행시간:10시40분-17시20분(6시간40분)

                                           

  어제는 과천시 산악연맹을 따라 전북 완주군과 진안군을 경계짓는 운장산을  올랐습니다.

운장산 또한 높고 깊었습니다.  그만큼 오르기도 힘들고 하산 길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올 한해 1,000미터 이상의 산을 오른 횟수가 그 이하의 산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만으로 쉽게 오를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잘못입니다. 힘들기는 마찬가지인 듯 싶고, 다만 내성이 생겨 더 오래 참아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산행은 고행입니다.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고행이기에 자신과의 싸움이자 자기극복의 과정입니다. 

 

  10시40분 내처사동을 출발했습니다.

동봉을 거쳐 2시간 가까이 올라 해발 1,126미터의 운장산 정상에 섰습니다.  동봉에 도착하기까지 30여분간은 질펀한 길을 거의 수직으로 올라 힘든 산행을 했습니다. 산밑에서 보면 분명 적란운이었을 구름의 다이나믹한 몸놀림을 정상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은 산악인들만이 만끽할 수 있는 특혜입니다. 동봉-정상-서봉의 연봉은 모두 있어야 할 자리에 터 잡은 형제 봉들 같았는데, 이 형제 봉들을 타게되어 종주등반의 맛과 멋이 더해졌습니다. 

 

  서봉에서 서두른 하산이 화근이었습니다. 

활목재까지 30분 가까이 내려간 길을 20여분간 되짚어 올라와 지형을 관찰한 후, 다시 서봉을 우측으로 끼고 도는 중, 길을 잃고 헤맸습니다. 다행히도 산행대장의 "과천" "과천"하는 연호를 듣고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 곧바로 나아가 30여분 후에  서봉-연석산 의 주능을 발견하고서야 안심이 됐습니다. 부지런히 올라 저보다 연상이신 몇 분들을 앞질러 해발 925미터의 연석산에 올랐습니다. 연석산 정상을 4-500미터 앞둔 곳에서부터 오름 새가 만만치 않아 마지막 남은 힘을 보태야 했습니다.

 

  활목재에서 되 돌아와 길을 찾느라 진을 빼  연석산 정상에서 비교적 긴 시간을  쉬었습니다. 그래서 하산 길에 후미를 섰습니다. 다른 분에 민폐를 끼칠까 염려되어 산행을 서두르는 편이였는데 뜻하지 않은 알바(길을 잃고 헤맴을 의미)로 후미에 서게된 것입니다. 덕분에 뒤쳐진 또 다른 분과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혼자 걷는 길보다 같이 하는 하산길이 훨씬 힘이 덜 든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우쳤습니다.  계곡을 내닫는 물소리가 웅장한 교향곡처럼 들려오고 , 길섶의 들국화가 청초한 모습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모두가 꼴찌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입니다.

 

17시40분 연석가든에 꼴찌로 도착해 저녁을 들었습니다.

손 두부에 더해진 파전은 꼴찌에게만 주어진 성찬이었습니다. 그 동안 선두자리를 뺏기지 않으려고 치열한 삶을 살아 왔기에 꼴찌가 거꾸로 첫 번째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제라도 꼴찌에 박수를 보내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다음에는 연석산-운장산-구봉산을 연이어 종주할 생각입니다. 

그 때는 운장산도 고행하는 제 모습을 보고자 어제처럼 구름 뒤에 숨어서 노는 숨바꼭질은 

더 이상 아니할 것으로 생각되어, 서둘러 다시 오르고자 합니다.


  벌써부터 제 나름대로 산을 오르내리면서 보고 느낀 것을 메모하여 산행기로 남기고 싶었는데, 마침 과천시 산악연맹에서 홈페이지를 개설해 어제 오른 운장산의 산행기를 이렇게 올립니다. 앞으로도 가능한 한 월 1회는 제가 몸담고 있는 과천시 산악연맹의 정기산행에 참여해 산행기를 올릴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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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재약산 산행기(1-2)  (0) 2007.01.02
18.황석산 산행기  (0) 2007.01.02
17.신불산 산행기(1-3)  (0) 2007.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