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항산(3)
*산행일자:2013. 10. 13일(일)
*소재지 :강원삼척/태백
*산높이 :덕항산1,071m. 환선봉1,079m
*산행코스:하사미교-예수원-덕항산-환선봉-자암재
-환선굴-대이리버스종점
*산행시간:10시53분-17시23분(6시간30분)
*동행:경동고24회 명백회원 12명
두 달 전 내연산을 오를 때 동행한 두 친구가 더위를 먹어 엄청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탕발림용 한 마디에 더 이상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내년이면 상당수가 ‘지공’의 나이가 되는 고교동창들과 한 달 걸러 한 번씩 오르는 명산 100산의 산행을 책임지고 있는 제가 그간 새까맣게 잊어버린 것은 우리 몸이 나이를 따라 늙어간다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한 낮의 기온이 섭씨37도를 웃돌아 폭염주의보가 발해졌는데도 산행코스를 짧게 잡지 않고 8시간이 넘게 걸린 내연계곡의 긴 코스를 택해 하마터면 큰 화를 부를 뻔 했습니다.
이번 산행의 목적지인 덕항산을 내륙 쪽의 하사미동에서 올라간 것은 반대편 동쪽의 대기리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이 엄청 가팔라서였습니다. 옛날 같으면 별반 신경 쓰지 않고 올랐을 길을 이번에 극구 피한 것은 지난 번 내연산 산행에서 혼쭐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산행에 관해 전권을 위임받아 길안내를 해온 저는 웬만한 코스는 회원들 모두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 7-8시간 걸리는 산행코스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만, 지난 번에 혼이나 이번에는 오름 길도 짧고 내려가는 길도 길지 않아 6시간이면 충분히 산행을 마칠만한 비교적 편안한 길로 코스를 잡았습니다. 하산해서 모두가 산행코스를 잘 잡았다고 만족해하는 것으로 보아, 그동안 말은 하지 못했어도 실인즉 꽤나 벅찼었구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전10시53분 하사미다리를 건넜습니다. 대절 버스에서 하차해 산행채비를 마친 후 비포장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20분 남짓 걸어 예수원 앞에 이르렀습니다. 들머리를 바로 찾지 못해 10분가량 까먹은 후 예수원에서 구시부령방향으로 7-8분가량 올라가 11시29분 길 왼쪽의 나무다리를 건너 본격적인 산 오름을 시작했습니다. 한 여름이라면 물이 흘렀을 희미한 계곡 오른쪽으로 난 길은 어디 이런 편한 길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경사가 완만해 터골재에 오르기까지 전혀 힘든 줄 몰랐습니다. 오름 길에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는데 백두대간이 지나는 안부 터골재에 이르자 이 산에서 가을을 즐기려는 등산객들로 시끌벅적했습니다.
12시13분 해발1,071m의 덕항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터골재에서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백두대간을 따라 걸었습니다. 10분도 채 못 걸어 올라선 덕항산 정상에 정상석이 서 있어 이를 배경삼아 기념사진을 찍은 후 사방을 휘 둘러보았습니다. 8년 전 백두대간 종주 길에 덕항산을 올랐을 때는 이 봉우리도 다른 봉우리와 마찬가지로 한낱 경유지일 뿐이어서 오래 머무를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목적지여서 마음 편히 느긋하게 주변 경관과 먼발치의 동해바다를 완상할 수 있었습니다. 산천은 그때와 다름없는데 한 가지 새로운 것은 북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여러 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것입니다. 올라온 길로 되 내려가 터골재에다 자리를 잡고 빙 둘러안자아 점심을 같이 들었습니다.
12시57분 터골재를 출발했습니다. 북쪽으로 뻗어나가는 대간 길을 따라 걸으며 오른 쪽의 동쪽 사면이 거의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른 것을 보자 저 아래 자리 잡은 엄청난 깊이의 협곡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아직 가을이 절정을 이룬 것은 아니어서 만산홍엽이랄 수는 없지만, 가을을 느끼기에는 별반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단풍이 곱게 든 데다 맑은 하늘에 날씨까지 선선해 산행하기에 딱 좋았습니다. 터골재를 출발한지 반시간이 조금 지나 해발1,079m의 환선봉에 올랐습니다. 덕항산 정상보다 8m가 높고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여 조망하기에 최적지인 환선봉이 덕항산의 정상봉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왜인지 궁금했습니다.
14시25분 자암재에 도착했습니다. 환선봉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다 1066m봉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갔습니다. 백두대간 종주 시 이 길을 지났을 때가 10월이었는데도 조금 더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상사미동의 건의령에서 시작해 이 산을 거쳐 댓재에 이르는 9시간 반에 이르는 긴 코스여서 이 악물고 걸었습니다. 그래도 힘든지 몰랐던 것은 멀지 않아 대망의 백두대간 종주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자암재에서 대간 길은 북쪽으로 이어졌고 우리 일행은 잠시 숨을 고른 후 오른쪽으로 꺾어 동쪽 사면을 타고 내려갔습니다. 지그재그로 길이 나있지 않았다면 결코 쉽지 않았을 급경사 길을 따라 조심해서 내려가다 촛대봉이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전망대에 이르러 쉬어갔습니다. 이산의 명품인 촛대바위보다 더욱 제 눈을 끈 것은 덕항산이 꽤 깊숙히 감춰둔 협곡이었습니다. 협곡으로 가는 길이 나있지 않아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언뜻 보아도 통인의 미인폭포를 둘러싼 협곡보다 훨씬 깊고 그윽해 보였습니다.
15시57분 환선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깊숙한 산 속에서 얼마간 가을에 취할 수 있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기에 전망대에서 오래 쉬며 가을의 풍광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냉기가 엄습하는 통천문을 지나 얼마 후 환선굴로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다다랐습니다. 대간을 종주할 때 덕항산을 지나면서도 환선굴을 가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3년 후 다시 찾아왔지만 안내산악회에서 제게 허여해준 시간이 넉넉지 못해 주마간산 격으로 둘러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조금 올라가 환선굴 안으로 들어서자 별천지가 펼쳐졌습니다. 하느님이 이 구석까지 찾아와 이 아름다운 동굴을 만들만큼 한가하신 분이 아니시라면 이 굴은 억겁의 시간이 창조해낸 걸작품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입니다.
바다에서 수 천만 년 동안 퇴적된 석회암층이 육지로 융기된 것은 2억-1.5억만 년 전의 일이고 약2,500만 년 전인 신생대 때 경동성요곡운동으로 강원도 남부와 충북 북동부지역이 높이 솟아올라 석회암 산지가 형성되었다 하니 이번에 걸은 대간의 산줄기도 이 때 만들어 진 것입니다. 지하로 스며든 지하수가 석회암을 녹여 동굴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저 아래 환선굴이 만들어 진 것은 당연이 이 후의 일입니다. 석회암이 세월의 힘을 빌려 덕항산을 비롯한 강원도 남부와 충북의 단양과 제천, 그리고 경북의 문경 등지에 석회동굴을 만든 것은 그 한참 후의 일로 여기 환선굴도 수백만 년 - 수십만 년 전에 형성되었다는 것이 동굴지질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인 듯합니다. 동굴의 규모도 규모려니와 그 형상의 다양함과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콸콸 흐르는 물소리도 교향악처럼 들렸습니다. (이 단락의 상당 내용은 졸고인 2008년도 덕항산 산행기에서 따 왔습니다.)
17시25분 대기리 버스종점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한 시간 넘게 환선굴을 둘러보고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시멘트길을 따라 대기리의 버스정류장까지 걸어내려 갔습니다. 자암재에서 환선굴에 이르기까지 가파른 길을 빼고는 경사진 데가 없어 산행이 편해서인지 상가를 조금 못가 자리한 길 옆의 너와집 지붕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나무껍질로 지붕을 해 댄 너와집이 과연 보온은 잘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볏짚을 구할 수 없는 산골에서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이 것 밖에 없어 나무껍질로 지붕을 이었을 것입니다. 버스에 올라 자리를 옮긴 곳은 바닷가 음식점으로 지난번 내연산에서 고전한 한 친구가 거금을 보내와 싱싱한 회로 저녁을 맛있게 들었습니다.
지난 8월 내연산 산행 이후 방송대 공부에 쫓겨 높은 산을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간 계절도 가을로 바뀌어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고 오름길을 편안한 코스로 잡아 이번에는 내연산보다 훨씬 높은 산을 올랐어도 정말 힘들지 않았습니다. 산마다 같지 않아 앞으로 계속해서 이번처럼 편안한 길을 찾을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가능하면 편안하고 짧은 코스로 산행을 안내해 더해가는 나이가 부담스럽지 않도록 해 볼 뜻입니다. 그리해야 명산100산 산행을 팔 십 가까이 끌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우리의 실버산행이 자연에의 도전과 순응 속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산행사진>
덕항산(2)
*산행일자:2008. 9. 16일(화)
*소재지 :강원삼척/태백
*산높이 :덕항산1,071m, 지각산(환선봉)1,080m
*산행코스:대이리주차장-동산고뎅이-덕항산-지각산-자암재
-환선굴-대이리주차장
*산행시간:11시20분-16시55분(5시간35분)
*동행 :은하수산악회 회원
산림청에서 선정한 명산100산 중 백두대간 종주 길에 처음 오른 명산이 몇 곳 있습니다.
김천의 황악산, 문경의 희양산, 황장산과 대야산, 삼척의 덕항산과 두타산, 인제의 점봉산 이 그런 산들입니다. 마루금을 따라 능선 길을 걷는 종주 산행으로는 이러한 명산들을 개관할 수는 있으나 이 산들이 품고 있는 사찰이나 계곡에 다가설 수 없기에 이 산들의 속살을 어루만지며 살가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어제 다시 찾은 덕항산만 해도 그렇습니다. 3년 전 대간 종주 시 처음 올랐을 때는 능선 길을 그냥 지나간 것이어서 전설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환선굴이나 촉대봉은 물론 몇 채 안남은 너와집이나 굴피집 등을 직접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어제 안내산악회를 따라 강원도 삼척의 덕항산을 다시 오른 것은 이 산의 속살인 석회동굴을 찾아 고생대에로의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어서였습니다. 가장 보고 싶었고 또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환선굴을 하산 길에 들르느라 시간에 쫓겨 주마간산 격으로 훑어볼 수밖에 없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오며가며 바라다 본 일망무제의 동해바다가 참으로 광활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이 동해바다에 환선굴과 대금굴을 한데 엮어 다시 찾아볼 생각을 하자 벌써부터 가슴이 뛰었습니다.
오전11시20분 대이리주차장을 출발했습니다.
산본을 떠난 지 거의 5시간이 다 되어 도착한 대이리주차장에서 박쥐모양의 매표소를 거쳐 왼쪽 계곡을 가로 지르는 작은 다리 앞에 다다랐습니다. 환선굴은 바로 가려면 직진하면 되지만 이번산행에서는 하산 길에 들르도록 되어 있어 다리를 건너 왼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숲속에 들어서고 나서야 비로소 섭씨30도를 오르내리는 땡볕 더위를 피할 수 있었기에 가파른 길을 걸어 능선삼거리에 올랐어도 평탄한 차도를 걷는 것보다 한결 난 듯했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오른 쪽의 동산고뎅이로 이어지는 오름길이 가팔랐습니다. 두 발로 걸어올라 고도를 800m 이상 높이지 않고는 해발 1,071m의 덕항산을 오를 수 없기에 된비알 길이라고 투덜대 보았자 부질없는 일이다 싶어 그저 묵묵히 능선 길을 올랐습니다.
12시25분 동산고뎅이를 지났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20여분을 걸어 쇠 계단을 만나기까지 해발고도를 150m 가량 높였을 정도로 오름길이 가팔랐지만, 길옆으로 밧줄을 쳐 놓아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7-8계단으로 끝나는 아주 짧은 쇠 계단을 올라서자 오른 쪽 아래 계곡 건너로 환선굴 입구가 보였습니다. 철봉 가드가 설치된 길옆에 “위험 급경사” 안내판이 놓여 있을 정도로 길이 더 가팔라졌습니다. 첫 번째 철판 계단을 걸어올라 만난 동산고뎅이의 안내판에 출발지인 골말까지의 거리를 4km로 표기된 것은 이제껏 걸어온 산행시간으로 보아 아무래도 과장된 것 같았습니다. 석회암이 대부분인 이 산에서 규암인 차돌을 보자 반가운 마음이 일어 해맑은 차돌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동산고뎅이에서 0.5Km 떨어진 장암목을 오르는데 반시간이 걸렸습니다. 고도를 높일수록 협곡은 깊어가고 깎아지른 암봉은 높아지는 것 같아 환선굴이 아니더라도 오른 쪽 아래 지암골은 역시 비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3시30분 해발1,071m의 덕항산을 올랐습니다.
앞서 지나온 두 번의 가파른 철판계단은 맛보기였고 본격적인 계단 길은 장암목에서 시작됐습니다. “장암목 926계단”의 이정표를 보고 무릎에 무리가 갈까 염려되어 아주 천천히 올랐습니다. 총 계단 수는 830개 정도였고 이 중 300개 정도가 평평하거나 내려가는 것이어서 오름길의 계단은 다 해봐야 500개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다 길도 아름답고 주변 경관도 빼어나서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습니다. 계단 길이 끝나고 조금 더 올라 다다른 터골재 안부에서 왼쪽으로 10분 가까이 걸어 산불감시초소가 세워진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동쪽 방향으로만 시야가 트인 좁은 공터의 정상에 오르자 머리 위로 남중한 태양이 목덜미를 내리쬐어 후딱 삼각점을 사진 찍은 후 곧바로 그늘 길로 옮겼습니다. 점심을 들면서 20분여 쉬는 동안 투구 꽃등 야생화 몇 종을 보았습니다.
15시10분 안부삼거리 자암재에 도착했습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10분을 걸어 터골재로 되 내려갔습니다. 왼쪽 아래로 예수원 길이 갈리는 안부 사거리 터골재 쉼터에서 봉우리를 넘어 해발1,080m의 지각산을 오른 시각이 14시35분이었습니다. 길 가에 로프 줄을 쳐 놓아 안전사고를 막아야 할 만큼 오른 쪽 사면이 절애의 낭떠러지인 것은 이 산줄기가 바다가 융기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안부와 봉우리의 고도차가 70-80m에 불과해 오르내리기는 힘들지 않았으나 저 아래 환선굴에서 환생했다는 선녀가 이름이 지각산으로 바뀐 것을 모르고 여기 환선봉을 찾아 오르다가 헤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덕항산에서 1.4 Km를 걸어 다다른 지각산에서 다시 1.6Km를 걸으면 자암재에 닿게 되는데 덕항산에서 자암재에 이르는 3Km의 백두대간 길이 이번 산행에서 가장 편안하고 푸근했습니다. 덕항산 정상에서 표지석 뒤에 숨어 꽃을 피운 구절초가 환선봉에 오르기 직전의 풀밭에도 만개했고 환선봉 너머 헬기장도 환히 밝혔습니다. 낙엽송림 숲길을 걸으며 바닷바람에 시원해 했는데, 이 숲속의 새들은 감미로운 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오수에 빠졌는지 입을 다물고 있어 온 산이 조용했습니다. 북동쪽 멀리로 간간히 보이는 동해바다와 동해시, 그리고 이들보다 훨씬 선명한 모습의 고랭지채소 밭 모두가 대간 종주 시에 보았던 풍경이어서 반갑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덕항산-환선봉-자암재의 백두대간 길을 걸은 1시간10분 동안 내친 김에 저는 아주 먼 옛날로 시간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저를 태운 타임머신이 기착한 곳은 5억-4억 년 전 고생대의 바다로 산호와 조류 및 패류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껍질이나 골격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석회암이 세월의 힘을 빌려 덕항산을 비롯한 강원도 남부와 충북의 단양과 제천, 그리고 경북의 문경 등지에 석회동굴을 만든 것은 그 한참 후의 일로 저 아래 환선굴도 수백만 년 - 수십만 년 전에 형성되었다는 것이 동굴지질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인 듯합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한반도가 고생대에는 적도부근에 위치했고 약 2억 년 전인 중생대 쥐라기에 현재의 북반구 중위도로 자리를 잡았다 합니다. 바다에서 수 천만 년 동안 퇴적된 석회암층이 육지로 융기된 것은 2억-1.5억 년 전의 일이고 약2,500만 년 전인 신생대 때 경동성요곡운동으로 강원도 남부와 충북 북동부지역이 높이 솟아올라 석회암 산지가 형성되었다 하니 이번에 걸은 대간의 산줄기도 이 때 만들어 진 것입니다. 지하로 스며든 지하수가 석회암을 녹여 동굴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저 아래 환선굴이 만들어 진 것은 당연이 이 후의 일로 안내판에 적힌 대로 5.3억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은 환선굴이 아니고 환선굴을 배태하고 있는 석회암층이라는 것을 이번 시간여행을 통해 배웠습니다. ( 이 부분 이우평님이 지은 “한국지형산책”에서 많이 따왔습니다.)
15시46분 천연동굴을 지났습니다.
자암재에서 왼쪽으로 꺾어 환선굴로 내려가는 1.4Km의 내림 길은 경사가 너무 가팔라 거의 다가 지그재그로 이어졌습니다. 15분을 채 못 걸어 오른 쪽으로 조금 떨어진 약수터를 들렀습니다. 수량도 풍부했고 물도 엄청 차가워 우선 한껏 들이 마신 후 가져간 물을 버리고 이 샘물로 페트병을 가득 채웠습니다. 원위치한 삼거리에서 4-5분을 내려가 만난 첫 번째 만난 전망대가 제2전망대로 깊숙한 협곡과 절애의 암벽에다 홀로 송곳처럼 곧추선 암봉이 더해져 이 정도의 비경이라면 명을 다한 선녀도 환생할 만하다는 찬사가 절로 튀어나왔습니다. 제1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이 제 2전망대보다 못하다고 느껴진 것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때문이라 생각한 것은 통천문(?)을 지나는 의식이 없었다면 천연동굴 전망대의 조망도 별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송곳처럼 곧추선 암봉이 촛대봉이고 암굴을 지나 통과한 문이 금강문이라는 것은 하산 후에 알았습니다.
16시55분 대이리주차장으로 돌아와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천연동굴 전망대에서 촛대봉이 보이지 않아 혹시 이 동굴 위 암봉이 촛대봉이 아닌 가 생각했는데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너덜 길을 지나고 지계곡을 가로 지르는 철제다리를 건너 다다른 삼거리에서 시간이 촉박한데도 환선굴로 향한 것은 지상의 산들과는 또 다른 지하세계를 보여주는 동굴을 탐방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주차장에서 식사하는 일행들에 마냥 기다리게 할 수 없어 1시간 걸린다는 코스를 뛰어가며 관람해 20분 만에 마쳤습니다. 동굴 안에서 발했던 찬탄을 기록으로 남기려하면 아무래도 다시 한 번 찾아와야 할 것 같았고 그 때 대금굴도 같이 들러 석회동굴탐방기를 별도로 써 볼 생각입니다. 다시 돌아온 삼거리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정신없이 내달려 17시 전에 주차장에 도착해 그나마 다른 분들에 미안함을 얼마고 덜 수 있었습니다.
매초 30만 Km로 내달리는 빛에게는 눈 깜박할 사이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이 시간이면 빛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은 아주 먼 곳으로 옮겨 갑니다. 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면 결과보다 원인을 먼저 볼 수 있어 과거에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할 것입니다. 공룡을 화석으로 만나보는 것이 아니고 살아 움직이는 실체로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스토리가 있는 여행이어서 단순히 하늘을 나는 우주여행보다 훨씬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이것이 불가능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래서 사람들은 상상을 꽃 필 수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상상은 생각하는 동물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특권입니다. 시간에 쫓겨 동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고생대에로의 시간여행을 떠나지 못했지만 이 굴의 일생을 머릿속에 그리며 상상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귀가 길 버스 안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산행사진>
덕항산(1)
*산행일자:2005. 10. 9일
*소재지 :태백시/삼척시
*산높이 :1,071미터
*산행코스:상사미동-건의령-구부시령-덕항산-환선봉-큰재-황장산-댓재
*산행시간:6시50분-16시23분(9시간33분)
이 산하의 가을 유혹에 못 이겨 단풍나들이를 나선 분들로 모처럼 대간 길이 붐볐습니다.
한 여름에는 일요일에도 하루 종일 아무도 만나보지 못한 채 종주산행을 마친 적이 몇 차례 있었는데 어제는 대간 종주 후 처음으로 많은 분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느라 바빴습니다. 대간 길을 다듬고자 나무토막을 지고 산을 오르는 몇 분들을 만났고, 새벽같이 댓재를 출발해 피재로 내닫는 한 산악회의 많은 회원들도 만났습니다. 아침 일찍 댓재를 향해 피재를 출발한 몇몇 대간꾼들이 덕항산에서 저를 따라 잡았고, 환선봉으로 이어지는 대간 길이 환선굴에서 올라온 등산객들로 붐벼 활기가 가득 차 보였습니다. 이 많은 분들이 가을의 진수를 제대로 맛보고 돌아갈 수 있도록 단풍 세레머니를 펼쳐 준 우리의 산하가 고맙고 또 고마웠으며 큰 잔치를 치른 대간 길의 산들이 지금쯤 몸살이나 앓고 있지 않는지 궁금했습니다.
새벽2시반경 태백 역에 도착해 역 밖으로 나서자 부슬부슬 비가 내려 두 주전에 묵었던 인근의 여인숙에 들러 잠자리에 들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못했습니다. 3시간가량의 단잠에서 깨어나 산행준비를 마치고 집밖으로 나서자 다행히도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셨고 내리던 비가 멈춰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았는데 이에 더하여 기사식당에서 사 들은 백반이 하도 맛있어 하루 종일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논 뜰에 세워진 허수아비의 도움으로 참새에 쪼임을 당하지 않고 제대로 영글은 벼를 제때에 베어내서 탈곡한 다음 햇볕에 충분히 말렸다 찧은 햅쌀에 적량의 물을 넣어 전기밥솥으로 갓 지어 내놓은 찰기가 사르르 도는 쌀밥을 한 숟가락 들자 입안에서 절로 녹는 듯해 묵은 쌀을 찌어서 내놓는 일반 음식점의 쌀밥에 익숙해진 제 입에서 웬 떡인가 싶어 군침이 계속해 흘렀습니다.
아침 6시50분 상사미동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6시10분에 태백을 출발한 첫 버스가 오지의 시골마을 두 곳을 들렀다가 나오느라 20분 걸리는 길을 40분 만에 상사미동에 도착해 6시40분에 건의령을 출발하겠다는 제 계산이 빗나갔지만, 15분을 걸어올라 다다른 건의령에서 짬을 내어 지난번에 카메라를 집에 두고 와 못 찍은 사진을 몇 커트 찍었습니다.
7시4분 800미터대의 건의령에서 푯대봉으로 오르는 들머리로 들어서 산 오름을 시작했습니다. 들머리에 세워진 안내판에서 약 14키로의 대간 길을 정비하고 있다는 안내문을 보고나자 이번 산행에서는 길을 잘 못 들어 고생할 일은 없겠다 싶어 안심이 됐습니다. 아직 산속에는 안개가 드리워 있었고 햇살이 비치지 않아 어둠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멧돼지(?)의 발자국을 보자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지만 구절초의 청아한 함박웃음과 부지런한 몇 몇 새들의 기지개 펴는 소리가 바로 이 스산한 느낌을 지워버렸습니다. 건의령 출발 24분 후에 올라선 해발 1,010미터의 푯대봉에서 대간 길은 온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른 쪽으로 확 꺾어 내림 길로 이어졌습니다. 푯대봉에서 1,162봉에 이르기 까지 고만고만한 3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고산의 아침정취를 즐겼습니다. 곧게 뻗은 훤칠한 적송들과 아름드리 참나무 군락지를 지나면서 강원도의 힘을 읽었습니다. 나뭇잎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길을 비치는 아침햇살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의 색상을 더욱 밝게 했고 잔잔하게 나무 잎을 스쳐가는 바람소리와 황적색 무늬의 까치만한 새들이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 다니는 소리도 고즈넉한 가을 산속의 분위기를 돋우었습니다. 대간 길에 나무계단을 만드느라 고생하는 몇 분들을 만나기까지 얼마동안은 한 무더기의 똥을 싸놓아 흔적을 남긴 멧돼지(?)를 맞닥뜨릴까 보아 긴장되었습니다.
8시38분 1162봉에서 첫 번째 쉼을 가졌습니다.
오른쪽 산 밑의 골짜기를 가득 메운 운해가 햇살에 밀려 서서히 사라지는 아침 정경을 지켜보며 10분 가까이 쉬다가 골바람의 냉기가 차갑게 느껴져 자리에서 일어나 산행을 계속했습니다. 잡목지대에서 싸리나무 숲을 지나느라 바지가랑이와 등산화는 물론 상의남방도 이슬에 다 젖었지만, 그래도 997봉에서 1055봉에 이르는 길은 제게는 평화의 길이었습니다. 가파른 1055봉에 올라 한참동안 숨을 골라야 했지만 조용한 아침 산길을 걸으며 감기가 폐렴으로 악화되어 한 달여 고생하고 있는 한 분이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아 다시 가게 문을 열 수 있도록 보살펴달라고 간절히 빌었습니다.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자비를 전해주는 듯싶었고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평화로 충만한 길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시9분 해발900미터대의 구부시령을 지났습니다.
오른 쪽 산 밑의 대기리에서 한 여인이 지아비들의 요절로 먼저 가 평생 동안 9명의 지아비를 섬기며 살았다 해서 붙여진 구부시령의 유래를 전해 듣고 혹시나 이 여인도 자식을 낳기 위해 수절하지 못하고 계속해 지아비를 바꿔가며 섬길 수밖에 없었던 인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또 다른 희생양이 아니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가 구부시령이고 왼쪽 길로 내려서면 예수원에 간다고 적혀 있는 비닐 안내판을 너무 높은 나무 가지에 걸어 놓아 그 속의 안내문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성황당의 돌무덤이 이곳이 고개 마루임을 알려주었습니다.
10시43분 해발1,071미터의 덕항산 정상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산불감시초소가 세워진 정상에 접는 쇠 의자 한 개가 놓여있어 편하게 앉아 식사를 마치자 아침5시 반에 피재를 출발했다는 삼척의 사십대의 두 분이 당도해 인사를 나누었고 그 분들로부터 오른 쪽 한시 방향으로 먼발치의 아파트단지가 자리 잡은 곳이 동해시이고 그 너머가 동해바다임을 확인했습니다. 정상에서 10분가량 내려서자 환선굴에서 올라오는 계단 길이 나타났고, 환선봉이 1.4키로 남았다는 표지판이 세워진 바로 아래 안부의 쉼터에서 두 달 전 산행을 시작했다는 한분 및 그 친구 분을 만나 함께 환선봉을 올랐습니다. 멋모르고 이 산길이 바다가 융기해서 만들어졌다며 두타산의 석회석을 예를 들어 설명했는데 나중에 이분들이 시멘트회사에 다닌 다는 말씀을 듣고 공자님 앞에서 문자를 쓴 격이 되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습니다.
12시24분 장암재에서 짐을 풀고 목을 축였습니다.
반시간 전에 오른 해발 1,080미터의 환선봉에서 좌우 양쪽을 돌아보며 까까비탈의 암벽과 산들을 붉게 물들인 단풍들을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바로 밑으로 환선굴 입구의 주차장이 보였고 그 옆을 지나는 계곡과 나란한 찻길이 분명하게 눈에 잡혔습니다. 환선봉에서 울창한 낙엽송 숲을 지나 내려선 안부에 풀들로 가려진 넓은 헬기장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헬기장에서 한 봉우리를 넘어 다다른 장암재에서 환선굴에서 올라 온 많은 분들이 숨을 고루고 있었습니다. 환선봉에서 1.6키로를 걸어 도착한 장암재에서 댓재까지 8.5키로 남아 있다하니 4시간이면 종주를 끝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놓였습니다. 건의령에서 댓재까지 지도상에 8시간 반가량 걸리는 것으로 적혀있어 해떨어지기 전에 산행을 마치기가 어렵겠다고 판단되어 산행을 서둘렀는데, 이제부터 좀 느긋하게 산행을 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장암재를 출발해 27분 후 고랭지채소단지를 지나기 까지 대간 길을 걸으며 더 이상 걷지 않고 주저앉고 싶었던 것은 환선굴에서 올라온 등산객들 모두가 환선봉으로 향해 댓재로 이어지는 대간 길은 다시 고요를 되찾았고 한창 가을이 무르익은 강원도의 산들을 뒤로 하고 하산하기가 너무도 아쉬울 것 같아서였습니다.
12시59분 고랭지채소밭에 발을 들인 후 채소밭을 관통하기도 하고 밭길 옆으로 난 산길을 지나면서 50분 가까이 채소밭 일원을 걸었습니다. 가능하면 마루금을 놓치지 않고자 때로는 밭을 관통해야 하는 대간 꾼들과 채소밭을 밟지 말고 좀 벗어나더라도 경운기 길을 따라 걸어가 주었으면 하는 농민들과는 분명 갈등관계에 있지만 앞으로는 저도 북한산님의 글대로 채소경작을 생업으로 하는 그들을 위해 마루금을 벗어나더라도 농로를 택해 걷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광동댐 건설로 이곳으로 이주해온 농민들이 산을 일구어 밭을 개간하느라 힘들었겠다 싶은 것은 아직도 밭에는 돌이 많이 있어 옛날처럼 쟁기로 밭을 간다면 보습께나 잡아먹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농로를 걷던 중 붉은 기가 살짝 도는 석회암인 듯한 수려한 돌무더기를 만나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광활한 채소밭이 끝나는 곳에서 큰길로 내려서자 바로 삼거리 큰재에 닿았습니다.
13시53분 해발 1,062미터의 큰재에서 사과로 요기를 했습니다.
왼쪽 큰 길은 하장으로 난 길인 듯싶고 대간 길은 똑 바로 낙엽송 숲 속으로 이어졌는데 댓재까지 5키로가 남아 있는 것으로 표지판에 안내되었습니다. 10여분을 쉬자 등골이 써늘해와 짐을 챙겨 황장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산딸기가지들이 진행을 더디게 하는 잡목지대를 반시간 가까이 걸어 다다른 1059봉에서 안부로 내려서다 지난 5월 선달산에서 만나 본 수피가 불그스레한 자작나무과의 훤칠한 거제수 한그루를 다시 만나보게 되자 반가웠습니다.
14시55분 1105봉에 올라섰습니다.
GPS 수신을 돕기 위해 국립지리원에서 정상의 나무들을 베어내 전망이 좋았습니다. 덕항산에서 동해시를 확인해준 두 분을 다시 만나 더 가까이에서 동해바다를 확인했습니다. 20여분을 더 걸어 다다른 무명봉에서 잠시 짐을 풀고 8분을 쉬는 동안 한분이 건네준 옥수수로 빈 배를 달랬습니다.
16시6분 해발1,060미터의 황장산에 다다르자 댓재 건너편에 우뚝 서있는 두타산의 위용이 만군의 바위를 거느리는 장군 같았고 두타산에서 청옥산으로 이어지는 대간 길을 물들인 단풍라인이 저녁 햇살에 더욱 붉게 보였습니다. 이산의 적송들도 황장목으로 불리는지 알 수 없으나 문경시 황장산의 황장목보다는 덜 실해 보였습니다. 댓재로 하산하는 중 고개이름 그대로 산죽들이 군락을 이루어 시원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6시23분 해발 810미터의 댓재로 내려서 종주산행을 마무리졌습니다.
기다리는 삼척 행 버스가 18시40분에 이곳을 지난다고 해, 17시10분 거꾸로 삼척을 출발한 버스에 올라타 하장으로 갔습니다. 하장에서 17시40분에 출발하는 버스로 태백시로 나가서, 18시17분발 무궁화호 열차에 올라타 22시50분에 청량리역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나홀로 대간 종주를 마감 짓고자 합니다.
이번 종주로 천왕봉에서 이기령까지 전 구간을 빼놓지 않고 마쳤기에 해가 짧아져 해안에 산행을 마치기가 쉽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나머지 구간은 산악회와 함께 하고자 합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열차 안에서 하장버스터미널에서 삼척 분으로부터 건네받은 옥수수를 맛있게 들면서 강원도사람들의 훈훈한 인심에 마냥 고마워했습니다.
IMF사태 이후 살아가기가 힘들어서인지 버스나 기차 안에서 술주정을 부리는 연세든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어제도 그러했습니다. 하장-태백 구간의 버스와 태백 -청량리간의 열차에서 술에 취한 노인들이 소리를 질러대고 아무에게나 시비를 거는 모습을 보고 곱게 늙어 가는 것이 오래 사는 것 보다 더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나이 좀 들었다고 추한 모습을 너무 쉽게 보이는 저 분들이 결코 저의 자화상이 되어서는 안 되겠고 결심하고 사시사철 어느 때고 변화된 모습을 보이면서도 제 자리를 지켜가며 품위를 잃지 않는 저 산들을 닮아가고자 노력하겠다고 마음을 다져 먹었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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