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산림청선정 명산100산/명산100산 탐방기

27.희양산 산행기

시인마뇽 2007. 1. 2. 21:27
 

                                    희양산

 

          *산행일자:2005. 6. 25일

          *소재지  :경북문경/충북괴산

          *산높이  :998미터

          *산행코스:이화령-황학산-백화산-이만봉-사선봉-희양산성-

                    희양산-지름티재-은티마을

          *산행시간:5시34분-16시14분(10시간40분)

          *동행      :나홀로

 


 

  요즈음 들어 나약해지고 무기력해진 제 자신을 채찍질하고자 어제는 특별히 힘이 들 만한 구간을 골라 백두대간을 종주했습니다. 작년11월 주력이 달려 완주하지 못하고 지름티재에서 은티마을로 하산했고 그 다음 구간은 일이 있어 산악회의 종주산행에 참여하지 못하여 그 동안 지름티재-백화산-이화령 구간을 건너 뛴 채 백두대간 종주를 이어왔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라도 짬을 내어 이 구간을 다녀와야겠다고 꿈꾸어오다 어제 회사를 하루 쉬고 11시간 가까이 걸어 별러오던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새벽3시에 과천 집을 나서 이화령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여주에서 내륙고속도로 접어들어 여명을 가르며 충주휴게소까지 질주했습니다. 커피1잔을 사 마셔 졸음을 쫓고 나서  다시 내륙고속도로를 달리다 연풍IC로 빠져나와 옛길로 들어서 해발549미터의 이화령 고개마루에 도착해 차를 주차시켰습니다.


  아침5시34분 고개 마루에서 문경 쪽으로 조금 내려가  남동쪽의 백화산으로 이어지는 들머리를 찾아 들었습니다. 이화령에서 택시로 은티마을로 옮겨 지름티재에서 대간종주를 시작할 뜻이었으나 너무 일러서인지 택시기사가 전화를 받지 않아 별수 없이 지름티재를 향해 이화령을 출발했기에, 지름티재-백화산-이화령구간을 먼저 오른 분들의 산행기가 역방향으로 종주를 하는 제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어제는 다른 날보다 길 찾기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무단출입을 금한다는 경고판이 세워진 들머리의 돌계단을 따라 오르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산중턱에 난 길로 봉우리를 옆 질러 나아가 출발 18분 만에 주 능선에 올랐습니다.


  6시33분 조봉에서 잠시 짐을 풀고 산중의 아침을 맞았습니다.

주능선을 올라서자 헬기장을 지나 조봉까지 이어지는 대간 길은 조금씩 고도가 높아졌으나 부드러운 흙길이어서 걷기가 편했습니다. 6시가 넘어서자 많은 새들이 아침을 맞고자 노래를 불렀는데 그 중 홀딱벗고 새의 노래가 가장 크고 분명하게 들렸습니다. 조봉에서 맞은 아침 해는 희뿌연 안개에 가려 보잘 것 없었습니다. 조봉을 출발한지 얼마 후 5-6분 사이로 2개의 헬기장을 지나자 뒤 이어 늪지대가 나타났습니다. 큰 나무 두 그루가 가운데 들어 서있는 작은 연못이 이 높은 대간의 마루 금에 자리 잡고 있음을 보고 자연의 무궁한 신비에 감탄했습니다.


  7시48분 해발912미터의 황학산을 올랐습니다.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이나 표지목이 서있지 않아 이곳이 정확히 황학산인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시계가 보여주는 고도나 지도상의 위치추적 결과로 보아 이곳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황학산에 다다르기 35분전에 전망대 바위를 들러 문경 쪽을 내려다보았으나 골짜기를 덮고 있는 안개가 아직도 가시지 않아 아무것도 조망되지 않았습니다. 김천소년교도소의 대간 팀이 전망대를 지났음을 알리는 표지리봉이 나무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소년범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화프로그램의 하나로 대간종주를 집어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들 중 상당수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고통을 참지 못해서였다면 대간종주는 그들에게 끈기를 심어줄 것이고 또 자연의 위대함 앞에 우리 인간들이 더욱 겸손해야 함을 가르쳐줄 것이기에 대간종주가 이들의 교화에 딱 알맞은 프로그램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백화산봉우리가 시원스레 눈에 잡히는 제 4헬기장을 지나며 백화산의 정상 사진 몇 커트를 찍고 나자 바로 바테리가 소진돼버려 아쉬웠습니다.


  8시54분 다섯 번째 헬기장을 막지나 해발1,064미터의 백화산에 올라섰습니다.

경북문경과 충북괴산을 경계 짓는 백화산정상의 좌표는 동경128-04-05/북위36-42-17 입니다. 날줄과 씨줄만으로 지구상의 위치를 나타낸 지리학자들의 피나는 노고가 결실을 맺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지도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기에 그대간종주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화산 정상에 올랐어도 나뭇잎들이 시야를 차단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남사면의 절벽을 확인하지 못했고 먼발치의 주흘산과 조령산도 조감하지 못했습니다. 이화령에서 주능선에 올라선 후 백화산에 이르기 까지 대체로 경사가 완만한 흙길이었습니다만 정상을 10여분 앞두고 돌길이 이 흙길을 뒤이었습니다.


  9시2분 백화산에서 방향을 북서쪽으로 크게 틀어 이만봉으로 향했습니다.

이화령-백화산의 구간이 오르내림이 완만한 육산의 길이라면 백화산에서 이만봉에 이르는 산길은 오르내림이 심한 암릉 길이어서 생각보다 산행속도가 나지 않았습니다. 오른 쪽의 분지 안말로 갈리는 평전티까지는 그런대로 바람이 불곤 해 그리 더운 줄 몰랐는데 그 후 바람이 뚝 그치자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습니다.


  10시8분 1012봉과 평전티를 지나 뇌정산으로 갈라지는 981봉에 조금 못 미친 능선의 숲 속에서 짐을 풀고 점심을 들었습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아침을 들은 터라 시장도 했고 몇 개의 연봉들을 오르내리느라 힘도 빠져 김밥을 꺼내 들며 장장 15분간을 푹 쉬고 난 후 10시 23분 다시 일어나 이만봉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내리 쬐는 햇볕을 가릴 나무들이 별로 없는 암릉 길을 오르내리느라  땀을 많이 흘렸지만 이번 산행은 고행과 극기가 주목적이었던 만큼 힘들다거나 위험하다고 투정부릴 계제가 아니었습니다. 981봉을 출발해 3개의 봉우리를 40분간 오르내려 오른쪽 산 밑의 안말로 내려서는 사다리재 안부에 도착,  아침6시에 이화령을 출발해 이곳에서 점심을 들고 있는 한 종주 팀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산행 중 처음 만난 이들이 혼자서 대간 길을 뛰는 저를 격려해줘 쉬지 않고 곰틀봉으로 내달렸습니다.


  11시30분 곰틀봉을 오르자마자 짐을 내려놓고 목을 축였습니다.

981봉에서 사다리재에 이르는 길은 그래도 참을 만 했는데 사다리재에서 곰틀봉으로 오르는 길은 자신을 채찍질하고자 산행에 나선 저를 시험하는 듯 힘든 코스였습니다. 이미 5시간 반 동안 대간 길을 걷고 또 걸어온 제게 사다리재에서 반시간 가까이 계속된 무더위의 오름길은 벅찼지만 악으로 그리고 깡으로 버티며 산 오름을 계속해 곰틀봉에 올라섰습니다. 희양산 정상에 서기까지 계속될 이 고행은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고 제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기꺼이 참고 견뎌냈습니다. 곰틀봉에서 이만봉에 이르는 능선 길도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만 길섶의 산딸기를 따먹는 재미도 솔솔했습니다. 12시 정각에 해발 990미터의 이만봉에 올라 그동안 밟은 연봉들을 뒤돌아보자 4.7키로 떨어진 백화산이 바로 앞의 곰틀봉 뒤로 숨어 자취를 감춰버려 아쉬웠습니다. 괴산군 연풍면의 분지리로 내려서는 이만이골 갈림길을 막 지나 만난 부부 한 팀에 희양산 가는 길을 물어 확인했습니다.


  12시 47분  해발 964미터의 희양산 사선봉에 올라 15분 가까운 긴 시간을 쉬었습니다.

이만봉에서 2.7키로 떨어진 시루봉으로 갈리는 배너미 평전을 지나 7-8분 후에 다다른 사선봉에서 떡과 과일을 들어 희양산 등정을 준비했습니다. 나뭇잎에 가려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희양산 사선봉”이라는 안내판이 희양산 정상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듯해 얼마고 안도가 됐습니다.


  14시 19분 희양산성에 걸터앉아 시원한 골바람을 맞으며 몇 개의 봉우리를 정신없이 오르내리느라 흘린 땀을 식혔습니다. 이화령-백화산의 연봉들에 수많이 걸려있던 표지리봉이 백화산-사선봉의 능선에서는 간간히 눈에 띄었다가 사선봉을 지나자 그나마 사라져 과연 제대로 길을 들어선 것인가 해서 불안했습니다. 중간에 두 번을 쉬며 지도를 보고 또 나침판으로 방향을 확인해가며 산행을 계속하다 희양산성에 조금 못 미친 곳에서 백두대간 길을 알리는 표지리봉을 발견하자 뛸 듯이 기뻤습니다.


  14시40분 희양산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산 중턱에 진을 친 스님 4분을 만났습니다.

이 젊은 스님들이 희양산 정상 행을 만류해 결국 오르지 못하고 지름티재로 내려섰습니다. 다시 희양산성으로 되돌아가 은티마을로 하산하라는 스님들에 희양산 정상은 막더라도 대간 길은 열어달라고 간청해 간신히 지름티재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희양산 정상을 눈앞에 두고 물러서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언제 다시 이곳을 찾아 오를 일인지 알 수 없어 더욱 속이 상했습니다만 산림청에서 산림법67조에 의거 산림유전 자연보호림으로 지정, 희양산   전 지역을 입산금지구역으로 묶어 놓아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지름티재로 내려서는 하산 길은 이번 산행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코스였습니다. 하산 길에 걸리적대지 않도록 스틱을 배낭에 집어넣고 거의 수직에 가까운 된비알의 내리막길을 로프를 잡고 내려오느라 팔에 힘이 많이 부쳤습니다.


  15시23분 지름티재를 지키는 스님들이 대간 종주를 축하하는 인사를 건네 왔습니다.

이화령에서 시작된 대간 종주는 여기 지름티재에서 끝내고 오른 쪽으로 내려서 은티마을로 향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도  구정봉에서 지름티재로 내려서 시간이 늦어 희양산을 오르지 못하고 바로 은티마을로 내려섰었습니다.


  16시14분 은티마을에 도착, 10시간 40분간의 긴 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맥주생각이 간절했음에도 차를 몰고 과천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참고 백두쉼터가게에서 콜라를 시켜들은 후 택시를 불러 이화령으로 옮겼습니다. 15시 정각 이화령을 출발해 연풍IC로 들어서 고속도로를 내달려 19시20분에 과천 집으로 되돌아 하루 고행을 끝냈습니다.


  최근 들어 나태하고 나약해진 저 자신을 담금질하고자 나선 종주산행을 성공리에 마치고 나자 제 스스로가 강해진 듯해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11시간 가까운 산행 중 경사가 급한 산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인생도 이처럼 오르내림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된비알의 산길을 올라야 대간을 종주할 수 있듯이 아무리 어려운 역경도 극복해가야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종주산행을 통해 배웠음을 저 자신은 물론 자식들에도 일러줄 뜻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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