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기5(중재-육십령)

시인마뇽 2007. 1. 3. 08:36
                                              백두대간 종주기5

 

                            *대간구간:중재-백운산-영취산-깃대봉-육십령

                            *산행일자:2005. 8. 27일

                            *소재지  :전북장수/경남함양/경남거창

                            *산높이  :백운산1,279미터/영취산1,076미터/깃대봉1,015미터

                            *산행코스:중기마을-중재-백운산-영취산-민령-깃대봉-육십령

                            *산행시간:5시18분-16시30분(11시간12분)

                            *동행       :나홀로

 


 

  이 여름이 가기 전에 가장 긴 대간 길을 밟아보고자 중재-백운산-영취사-육십령 구간을  종주했습니다. 이 구간을 종주하는데 지도상에 9시간 20분 걸리는 것으로 나와 있어 휴식시간을 감안하면 제 걸음으로는 12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아 해가 긴 여름날이 아니고는 당일 종주가 도저히 불가능해 서둘러 어제 종주 길에 나선 것입니다. 1시간 반 동안 길이 잘 보이지 않는 풀숲 길을 저 혼자 헤쳐 가며 걷는 동안 제가 왜 “나홀로종주”에 미쳐 이 짓을 하는 가 자문도 해 보았습니다만 우리나라 한반도의 등뼈인 대간 길을 밟는 동안 저도 모르게 가슴이 뿌듯해져 이 감동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나홀로종주” 길을 멈출 수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새벽 1시반 경 안의의 광풍루 앞에서 하차하여 인근 여관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4시 반에 택시를 불러 중기마을로 옮겼습니다. 전날 밤 교대역 근처에서 서울대AFB회원들과 맥주를 마신 덕에 버스에서 단잠에 빠지느라 서상을 지나쳐 안의에서 묵었는데 안의에서 중기마을까지 택시비가 2만2천원으로 서상에서 출발하는 것 보다 7천원이나 비싸 아까웠습니다.


  아침5시18분 중기마을을 출발, 다리를 건너 임도를 따라 중재로 향했습니다.

올 들어 처음으로 헤드랜턴으로 길을 밝히며 어둠 속에서 산행을 했는데 이것도 잠시였습니다. 15분가량 지나자 어둠이 가시고 날이 밝아 랜턴 불을 끄고  아침을 맞았습니다.


  5시49분 해발650미터의 중재 고개마루에 다다랐습니다.

길섶의 풀 위에 내려앉은 이슬로 구두가 젖어들기 시작해 비닐봉지로 양말을 씌운 후 오른쪽으로 난 들머리로 올라섰습니다. 동네에서 한참 떨어진 고개마루 근처에 민가가 있는지 이른 아침부터 개들이 짖어대 산중의 정적을 깼습니다. 개 짖는 소리에 잠을 깨 덩달아 울어대기 시작한 새들이  개 짓는 소리가 멈추자 다시 잠을 이어가는지 쥐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고요한 아침에 오르내림이 완만한 산길을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무한한 감사를 느꼈습니다.


  7시8분 작은바위에 걸터앉아  떡을 들어 아침의 공복을 깼습니다.

영어로 아침을 breakfast라 하는데 이는 “깨다”의 break와 “공복”의 fast의 합성어로  뭔가를 먹어 공복상태를 깨는 것이 아침의 참 뜻이라 합니다. 25분전에 지난 해발 755미터의 중고개재가 해발 1,279미터의 백운산을 오르는 본격적인 출발점이어서 이곳에서부터 오름길이 조금씩 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산 밑에서 환송하는 까치보다 산속에서 환영 나온 까마귀가 제게는 더 고마운데 오랜만에 이 산속에서 까마귀를 만나 반가웠습니다. 13분을 쉬고 다시 35분을 올라 다다른 전망바위에서 짐을 내려놓고 산 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중재너머 월경산까지의 분명한  대간 길과 골짜기를 가득 메운 운해의 장관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8시38분 해발 1,279미터의 백운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전망바위를 출발해 35분간 간간히 바위 길도 오르고 봉우리를 옆 질러 백운산에 다다르니 바로 밑에 헬기장이 있어 조망하기 좋았고 마침 날씨가 쾌청해 동남쪽 멀리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펼쳐진 지리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잡혔습니다. 작년 8월 무박으로 천왕봉-노고단의 백두대간의 첫 구간을 종주했는데 이렇게 먼발치서 관중석에 앉아 주능을 조감해보니 다시 한번 지리산의 아늑함과 웅장함이 가슴속 깊이 느껴졌습니다. 목뒤로 햇살이 와 닿았지만 이미 한 여름의 햇살이 아니었기에 그리 따갑지 않았고 견딜 만 했습니다.


  10시6분 1066봉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정상출발 30분 후에 다다른 암봉에서 백운산이 한눈에 들어와 카메라에 옮겨 실은 후 잠시 무릎을 쉬게 한 것은 이제껏 무릎의 통증을 모르고 잘 걸어 왔는데 올 여름 조금 과다하게 종주를 해서인지 정상에서 안부로 내려서는 동안 통증을 느껴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백운산에서 1066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키를 넘는 산죽사이로도 나 있고 억새풀과 싸리나무가 숲을 이룬 풀숲 속으로도 나있어 헤쳐 나가기가 조금은 불편한 곳이 몇 군데 있었지만 대체로 무난했습니다. 마침 토요일 주말이라서인지 이번 산행에서는 대간을 종주하는 몇 분들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그 중 7시 반에 중재를 출발했다는 젊은 한분이 5시57분에 출발한 저를 9시 반에 앞질러 그의 빠른 주력에 절로 혀가 내둘러졌습니다.


  10시31분 금남호남정맥이 갈리는 해발 1,076미터의 영취산에 올랐습니다.

1066봉에서 선비위고개로 내려서자 왼쪽으로 무령고개 길이 나있고 앞쪽으로 영취산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길이 나있었습니다. 산죽사이로 난 나무계단을 올라 얼마 후 철쭉나무 길을 지나 영취산에 올라서자 왼쪽으로 무령고개의  팔각정이 선명하게 보였고 장안산이 나무  잎 사이로 눈 빠끔히 보였습니다. 중재에서 8키로를 걸어 다다른 영취산에서 육십령까지 11키로를 더 가야한다니 이번 산행의 총 거리는 19키로가 되는 셈으로 결코 짧지 않은 코스이기에 돌탑을 보고 무사산행을 빌은 후 10시45분 깃대봉으로 향했습니다.


  11시40분 전망바위에서 백운산과 영취산을 잇는 대간 길과 제가 서 있는 낭떠러지 암벽과 암벽 끝의 암봉 위에 자리 잡은 멋들어지게 휘어져 있는 소나무를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지난 8월 초 카메라를 갈령계곡에 놓고 와 한동안 사진을 찍지 못했었는데 어제는 4년 전에 샀다가 너무 크고 무거워 장롱 속에 쳐 박아 두었던 탱크 같은 디지털 카메라를 다시 꺼내 들고 산을 올랐기에 모처럼 마음먹고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얼마 전 지나온 공터에서 억새꽃과 이 풀 사이로 비집고 꽃을 피운 이름 모르는 흰색, 자주색 그리고 노랑색의 야생화들도 모두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12시46분 또 다른 전망바위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아침과 점심을 모두 절편으로 해결하자 입안이 심심하고 맹맹해져 육십령에 닿으면 매콤한 라면 한 그릇을 사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측으로 가릴 것이 없어 전망이 좋은 암릉 길을 지나 산죽을 헤치고 나아가다 한 봉우리를 오른 쪽으로 우회하자 다시 키가 저보다 크고 줄기가 굵고 잎이 넓어 우량종으로 보이는 산죽사이로 난 길이 얼마고 계속되었습니다. 함백산의 싸리재까지 대간 길을 걷는 동안 이번 산행에서 가장 긴 산죽 길을 지났고 산죽 또한 가장 크고 실했습니다. 한낮의 햇살은 아침과는 달리 제법 따가웠고 햇볕을 피해 숲 속으로 숨어든 새들과 매미들이 한껏 목청을 높여 노래했습니다.


  14시11분 자갈밭의 민령고개로 내려서 짐을 풀고 남은 떡을 마저 들었습니다. 30분전에 지나온 북바위는 전망이 일품이었습니다. 북서쪽으로 오동저수지가 물을 담고 있었고 앞쪽으로 깃대봉으로 보이는 높은 봉이 서 있었습니다. 북바위에서 밀령으로 내려서기 까지 억새풀과 싸리나무가 길을 덮어 진행이 어려웠는데 이 길은 맛보기에 불과했습니다. 깃대봉을 지나 다음의 봉우리에 이르기까지 1시간 반가량 계속된 억새풀숲 길은 대간 산행 중 만난 풀숲 길 중 가장 긴 길이어서 이번 산행 중 북바위에서 깃대봉까지의 구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간간이 싸리나무 대신에 억새 풀밭에 들어선 보리수나무에 열매가 열렸다면 따먹는 재미로 덜 힘들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해 더 힘들었습니다.


  15시 정각에 해발 1,015미터의 깃대봉을 올랐습니다.

육십령 너머 북쪽 대간 길에 앞쪽으로 할미봉이 좌정을 했고 그 뒤 왼쪽으로 장수덕유산이 오른쪽으로 남덕유산이 도열해 서 있어 작년 9월에 비를 맞고 오른 저를 반기는 듯했습니다. 이 깃대봉 밑으로 난 대전-진주 고속도로의 턴넬을 지나면 전북에서 경남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삼각점을 확인하고 왼쪽 공터로 내려서 2.5키로 남은 육십령으로 내다르다가 그 지겹던 1시간 반 거리의 풀숲 길이 끝나 짐을 내려놓고 공터에서 깃대봉까지 펼쳐진 억새풀밭을 카메라에 옮겨 놓았습니다. 


  15시32분 깃대봉 샘터에서 페트병 2그릇을 약수로 가득 채웠습니다.

얼마 전 산본으로 이사 온 후 지하수를 길어 먹지 못해 아쉬웠던 터에 약수를 보니 반가웠습니다. 이곳에서 대전에서 오셨다는 부부를 뵈었는데 아침 9시 반경 저를 앞지른 젊은 분을 2시간 전쯤 깃대봉을 오르다 만났다하니 저보다 1시간 반을 늦게 출발해 2시간을 앞서 3시간 반을 빨리 걸은 셈입니다. 하산 길은 흙길이어서 그동안 고생한 제 두 발이 즐거워했습니다.


  16시30분 육십령에 도착했습니다.

총 11시간 12분을 걸어 중재- 육십령 구간의 길고 긴 대간 종주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정자에 올라 걸어온 길을 조감하는 중 부산에서 오셨다는 부부 두 분이 버스를 기다리는 저에게 함양까지 태워주겠다고 먼저 말씀해 와 정말 고마웠습니다. 덕유산 북쪽에 자리한 적상산을 올랐다 가는 길에 육십령에 들렀다는 이 분들 덕분에 함양에서 저녁 6시 반에 출발하는 수원행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연초만 해도 꿈에도 생각 못했던 “나홀로종주”가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 있습니다.

올 들어 모두 25번을 대간 길을 종주했는데  그 중 16번이 “나홀로종주”였습니다. 이제 빼재-덕산재 와 매요마을-중재의 2구간만 마치면 다시 안내산악회와 함께 북진해야 하는 데 “나홀로종주”에 맛을 들여 얼마간은 산악회원들과 함께 산행하기가 서먹서먹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동안 “나홀로종주”를 통해 두려움을 많이 극복했습니다. 아직도 하루 종일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는 오지의 대간 길을 혼자 걷기가 무섭기도 합니다. 멧돼지와 뱀은 항상 저의 잠재적 적인데 잘못해 이 적들의 성질을 건드려 덤벼들까보아 산행 중 항상 긴장이 됩니다. 확실한 것은 제가 해할 뜻이 없음이 그들에게 정확히 전달만 된다면 그들 또한 저를 해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는데 언어를 갖지 못한 그들에 정확하게 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하기는 훌륭한 언어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오해를 풀지 못해 서로 싸우고 그래서 소위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만 함께 일하고자 하는데 멧돼지와 뱀에게 제 뜻을 정확히 읽어달라고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입니다. 닥치면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나홀로종주”길에 나서곤 했고 앞으로도 종종 나설 뜻인 것은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는 제 삶의 주체는 바로 저 혼자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산행사진>

 

 

 

 

 

 

 

 

 

 

 

 

 

 

 

                                             

                                          

                                           *산행일자:2006. 10. 1일

                                           *산행코스:영취산-깃대봉-육십령

                                           *동행      :송백산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