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종주기19
*정맥구간:냉정고개-황새봉-망천고개
*산행일자:2011. 3. 27일(일)
*소재지 :경남김해
*산높이 :황새봉393m, 금음산376m
*산행코스:냉정고개-불티재-황새봉-금음산-낙원공원묘지
-망천고개
*산행시간:8시8분-16시14분(8시간6분)
*동행 :나홀로
추모공원에도 봄이 찾아왔습니다. 공원의 개나리들이 이제 막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며 벌들을 불러들이고 있었습니다. 빽빽이 들어선 묘지 앞에 놓인 꽃들도 비록 조화이긴 하지만 따사로운 춘광을 맞아서인지 꽃 색깔이 더욱 선명했습니다. 한식에 앞서 가족들과 함께 미리 추모공원을 찾은 분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겨우 내내 썰렁했을 추모공원이 활기를 띄기 시작한 것은 사람들 가슴 속에 봄이 자리하고 있어서일 것입니다.
소생의 계절 봄을 맞아 추억도 함께 소생합니다. 봄을 맞는 추모공원을 걷노라면 가버린 이들이 기억납니다. 암으로 2년여 고생하다 11년 전 이맘때 제 곁을 떠난 집사람은 공원묘지가 아닌 선산에 묻혀 있습니다. 구정 때 다녀왔을 때는 봉분에 소북이 쌓인 눈이 하도 소담스러워 그 안에서 편안히 쉬고 있으리라는 믿음이 절로 갔습니다. 아무려면 혹한의 냉기가 저 눈을 뚫고 땅 속 깊이 전해지랴 싶어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번 낙남정맥 종주 길에 둘러본 공원묘지들은 그 규모가 매우 컸습니다. 김해시 인구가 이제 막 50만 명을 넘어서는데 두 곳의 공원묘지가 하도 커 인근의 타 시군에서 같이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아무도 찾아오는 이들이 없어 썰렁했을 한 겨울에도 공원묘지에 모셔진 분들은 살아생전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많은 혼백들이 가까이 있어 두렵거나 외롭지 않았을 것입니다. 낮은 평수 아파트들이 꽉 들어찬 서민아파트단지처럼 여기 두 곳의 공원묘지도 작은 규모의 봉분들이 빽빽하게 들어 차있었습니다. 선산에 묻힌 집사람은 비교적 묘지를 넓게 잡아 답답하지는 않겠지만 공원묘지에 묻힌 분들보다 더 외로울 것입니다. 손자들을 길러주신 어머니의 묘가 같은 곳에 있어 그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도 퍽이나 다행입니다.
아침8시8분 냉정고개를 출발했습니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7시15분발 김해행 직행버스를 타고 장유로 가서 택시로 바꿔탔습니다. 전번에 종주산행을 마친 냉정고개의 2502전투경찰대 안내판 앞에서 도로확장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어수선한 차도를 건너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송전탑을 지나 나지막한 139.9m봉에 이르기까지는 수월하게 길을 찾았습니다. 이봉우리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정맥 길의 허리를 잘라낸 남해고속도로의 절개지를 바로 오를 수 없어 마루금에서 왼쪽으로 비껴갔습니다. 희미한 길을 따라 내려가 아래쪽 지하도로 고속도로를 건넌 다음 오른쪽으로 시멘트 길을 따라가다가 경전선 철도가 지나는 냉정터널 앞에서 왼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왼쪽 롯데스카이힐 김해CC 위 능선을 따라 올라가 마루금으로 복귀한 시각이 냉정고개출발 꼭 한 시간 후인 9시8분이었으며 이곳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진행하다가 왼쪽 아래 골프장 위 차도로 내려갔습니다.
9시43분 “황새봉4.0Km/국악원1.0Km"의 표지봉이 세워진 삼거리를 지났습니다. 3-4분가량 골프장 위 차도를 따라 걷다가 오른 쪽 산길로 올라가 40-50m 가량 진행하자 주차장이 나타났고 바로 위로 골프장 안에 자리한 작은 터널이 보였습니다. 다시 내려가 터널 앞으로 가서 터널오른쪽으로 가파른 길을 올라 산길로 들어서고 나자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진 것은 누가 뭐라 하지는 않지만 사유지인 골프장 길을 걷는 것이 눈치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골프장을 벗어나 송전탑 2곳을 지나도록 표지기가 보이지 않아 은근히 신경이 쓰였는데 오른 쪽으로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황새봉4.0Km/국악원1.0Km"의 표지봉이 보여 반가웠습니다. 삼거리에서 조금 비껴선 곳에 수많은 표지기들이 걸려 있는 것을 보자 저보다 먼저 이 길을 걸은 분들도 저와 똑같이 반가워 한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거리에서 직진해 남북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건넜고 4-5분 후 봉우리 삼거리에 다다라 왼쪽으로 내려가 앞서 본 임도를 다시 만났습니다.
10시37분 불티고개를 지났습니다. 오른 쪽 아래가 양동공원묘지인 임도를 따라 시멘트 길과 비포장 흙길을 번갈아 걸으며 북진햇습니다. 경사가 완만하고 바람도 잦아져 걷기에 딱 좋은 임도를 따라 올랐습니다. 오른쪽으로 보현원 길이 갈리는 능선사거리를 지나 얼마 후 오른쪽으로 갈리는 임도를 벗어나 운동시설이 들어선 338m봉에 올랐습니다. 오른쪽으로 양동산성 길이 갈리는 338m봉에서 왼쪽으로 조금 내려가 불티고개로 내려섰습니다. 왼쪽 아래로 미륵암(단암) 길이 갈리는 안부삼거리에서 2.2Km 남은 황새봉을 향해 가파른 능선을 따라 올라선 봉우리가 이번 구간 최고봉인 396m봉이었습니다. 바로 아래에서 쉬는 중 주민 한 분이 데리고 올라온 9살 박이 진돗개를 만났습니다. 처음 볼 때는 덩치가 커 위협감이 느껴졌으나 금세 친해져 사진 모델이 되어준 진돗개가 참새를 잡아먹는다는 주인의 이야기를 듣고 머리 좋고 충성스럽기로 이름 난 진돗개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방울만한 새를 잡다니 진도개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1시42분 해발393m의 황새봉에 올라섰습니다. 396봉에서 15분 남짓 쉰 후 조금 내려가 낙엽 쌓인 평탄한 길을 아무런 생각 없이 따라 걸으며 그저 행복에 겨워했습니다. 길가 노란 생강나무 꽃을 찾아 날아든 벌들이 내는 윙윙거리는 소리와 잠시 길안내를 맡은 범나비의 나풀거리는 날개 짓에 봄이 오는 길목이 부산했습니다. 송전탑 바로 앞의 나지막한 333m봉을 넘어 오른쪽으로 내삼저수지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곧바로 올라 황새봉에 이르렀습니다. 삼각점이 서 있는 황새봉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참나무로 만든 평형봉과 돈들인 체육시설의 쉼터를 차례로 지나 오른쪽으로 덕암길이 갈리는 능선삼거리에 다다랐습니다. “고령마을0.4Km/황새봉1.1Km/추모공원0.8Km" 표지목에서 조금 더 가 앞에 보이는 나지막한 봉우리를 우회하고자 오른쪽으로 확 꺾어 추모공원 앞 아스팔트길로 내려갔습니다. 이 차도를 따라 올라 김해추모의 집 앞을 지난 시각이 12시38분이었습니다.
13시8분 해발376m의 금음산에 올랐습니다. 정맥길 좌측사면에 넓게 자리 잡은 김해추모공원이 형형색색의 꽃들로 화사하다 했는데 이 모두가 향이 없는 조화들이었습니다. 작은 평수의 아파트들이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밀집단지를 연상시키는 추모공원의 작은 봉분들이 저마다 사연을 남기고 떠난 분들의 편안한 안식처가 되기를 기원하며 추모공원 위 능선으로 올라갔습니다. 골프장 너머 먼발치의 불모산에서 왼쪽으로 뻗어나가는 낙동강둘레산줄기가 한 눈에 잡히는 공원 위 354m봉에서 대단위 묘지밀집단지를 사진 찍은 후 능선을 따라 십 수분 더 진행해 왼쪽 아래로 금음마을 길이 갈리는 삼각점 봉우리인 금음산에 올랐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몇 걸음 옮겨 햇빛을 가릴 만한 곳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식사 후 조금 더 진행하자 쇠금산 표지석이 보였습니다. 다른 분들 산행기에 이 봉우리가 금음산으로 적혀 있어 혼란스럽다 한 것은 우선 지형도에 나와 있는 삼각점이 보이지 않았고 해발고도가 표지석에 376m가 아닌 350.8m로 적혀있었으며 제 고도계에 앞서 금음산으로 알고 오른 봉우리보다 쇠금산이 낮게 나타나 쇠금산을 금음산으로 주장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해서였습니다.
14시57분 성원ENT 앞에 도착했습니다. 쇠금산에서 남동쪽으로 진행하며 왼쪽으로 신천마을 길이 갈리는 까막골고개로 내려서는 길에 양지바른 곳에서 샛노란 꽃을 피운 양지꽃을 보자 반가운 마음이 일어 다소곳한 자태를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대단위 공원단지인 낙원공원 안으로 내려섰다가 가파른 길을 올라 삼각점이 박혀 있는 271.9m봉에 올라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271.9m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다 왼쪽으로 꺾어 진행하는 중 고라니(?)를 쫓는 사냥개 두 마리를 만나 깜짝 놀랐습니다. 왼쪽 아래로 짐승이 후다닥 지나가는 소리가 나 반사적으로 스틱 두 개를 맞부딪쳐 소리를 내자 오른 쪽 가까이에 헐레벌떡 뒤쫓아 온 큰 덩치의 백구 두 마리가 이 소리를 듣고 바로 내 앞에서 멈춰 섰다가 이내 뒤로 물러나 안도했습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후 왼쪽으로 내려가자 산허리에 넓은 길이 보여 이 길을 따라 내려가 아스팔트길로 내려선 후 오른 쪽 고개 마루 쪽으로 옮겨 폐기물처리장으로 보이는 성원ENT 앞에 다다랐습니다.
덤프트럭이 쉼 없이 드나드는 성원ENT 안으로 산허리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폐기물 때문에 마루금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복사해간 산행기에 나와 있는 대로 북쪽으로 다시 내려가 성원ENT울타리가 끝나는 곳에서 길 건너 오른쪽 산으로 붙어 묘지로 올라섰는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습니다. 급경사 길을 내려가서 성원ENT 울타리와 그 아래 건물 사이를 지나 오른 쪽 산길로 올라서야 하는데 길도 엄청 위험해 보이고 사람 다닌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아 난감했습니다. 얼마간 내려갔다가 다시 묘지로 올라 길이 어디로 나 있을까 찬찬히 따져보다가 고개 마루에 아주 가까이 자리한 성원ENT 정문 앞 날머리에 많이 걸린 표지기들이 생각났습니다. 고개마루에 표지기가 걸려 있다는 것은 들머리가 그 근처를 뜻하는 것으로 판단해 성원ENT 앞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고개를 막 넘어 삼거리에 이르자 왼쪽 신일화공쪽 길에 표지기가 걸려 있어 이제야 제 길을 찾았다 했습니다.
16시18분 망천고개에 도착해 19구간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꼭 반시간 동안 헤맨 끝에 찾아낸 길을 따라 신일화공 안쪽으로 들어가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올랐습니다. 신일화공의 개장에 매 놓은 여러 마리 개들이 발광을 하고 짖어대는 것이 제가 낯선 사람이어서인지 아니면 목줄을 풀어달라는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으나 아무 쓸 데 없는 일에 저렇게 열을 내서야 제 명을 다할 수 있겠나 싶어 측은지심이 들었습니다. 임도 따라 올라가다가 표지기가 걸린 곳에서 왼쪽으로 올라가 다다른 정맥길에서 오른 쪽으로 진행해 237m봉에 올랐습니다. 생강나무 여러 그루가 노랑꽃을 활짝 피운 이 봉우리를 지키고 있는 진회색 바위에 걸터앉아 쉬면서 망천고개 쪽에서 나는 차 소리를 듣고 나자 이제 다 왔다 싶었습니다. 망천고개로 이어지는 길이 급경사 길이어서 조심해서 내려갔습니다. 14번 도로가 지나는 망천고개에 내려서서 도착시간을 점검하고 왼쪽 아래 주유소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길 건너로 자이안트가구백화점이 보이는 14번 도로를 따라 내려가 다다른 버스정류장에서 김해로 들어가는 14번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고대시가(古代詩歌)의 하나인 “구지가(龜知歌)”를 낳은 구지봉(龜知峰)을 다녀왔습니다. 구지봉은 해발고도가 100m도 채 안 되는 나지막한 구릉으로 김해 시내에 자리한 수로왕비릉에 인접해 있습니다. 김해지방을 지배하고 있던 구간이 여기 구지봉에 올라 하늘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고 꼭대기의 땅을 파면서 부른 노래가 구지가로 구간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가락국을 열 김수로왕을 맞습니다.
龜何龜何 거북아, 거북아,
首其現也 머리를 내어라
若不現也 내어놓지 않으면
燔灼而喫也 구워서 먹으리.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전하는 바와 같이 거북이를 겁주어 머리를 내어놓게 했는바 이러한 “머리 내놓기”를 한자로 표현하면 바로 김수로왕(金首露王)의 首露가 됩니다. 여기서 거북은 지모신(地母神)을 뜻하며 머리를 내놓는 것은 출산(出産)을 의미한다 합니다.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은 서기42년 이렇게 태어나서 158세를 살다 서기 199년에 세상을 떠나 우리나라 역사상 단군 다음으로 오래 산 왕으로 기록됩니다.
김해의 구간들이 하늘에서 부르는 소리를 나지막한 구지봉에서 들었기 망정이지 동쪽 가까이 자리한 분성산에서 들었다면 꼼짝없이 해발376m의 가파른 고산을 오를 뻔 했습니다. 그랬다면 인근 주민들도 쉽게 오르지 못해 소생의 계절 봄을 맞아도 구지봉의 썰렁함이 한 겨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오르는 것은 이 봉우리가 공원으로 조성되어 접근이 편하고 고도가 낮아 오르내림이 별반 힘들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다른 유적지보다 누구나 쉽게 올라 구지가를 읊조릴 수 있도록 만든 김해시의 배려가 더 돋보였습니다.
묘지는 그 자리가 어디든 관계없이 산자와 죽은 자들이 대화를 하는 곳입니다. 살아생전의 모습과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한 것은 그들간의 대화는 묵언의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기왕이면 소생의 계절인 봄을 맞아 성묘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살아생전의 모습과 더불어 함께한 추억들도 쉽게 되살아날 것 같아서입니다. 한식이 멀지 않습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선산을 찾아볼 뜻입니다.
<산행사진>
<김수로왕릉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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