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더위 유감
언제 끝날지 끝이 보이지 않아 불안한 것은 미국 발 금융위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벌써 끝났어야 할 여
름더위가 추분을 이틀 앞둔 어제도 여전해, 찜통더위 속의 장시간 산행에 익숙지 않은 대원들이 9시간 넘게
걸린 한북정맥 종주산행에 엄청 힘들어했습니다. 날씨가 선선해져 모기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난 지
한 달이 다되어가도 계속되는 폭염으로 돌아간 입이 다시 원상복귀 됐는지 밤만 되면 윙윙거리며 공격해와
잠을 설치기 일쑤인데도 기상청은 이 더위가 언제 끝날지 딱 부러지게 얘기를 못해주고 있습니다.
하늘도 증시만큼이나 변수가 많아 기상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 비싼 슈퍼컴퓨터
를 사들이고도 일기예보가 맞지 않는다고 비난을 퍼붓는 사람들도 그 엄청난 사교육비를 쏟아 부으며 키우
는 자식들이 어떻게 커나갈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예측이란 어떤 것이든 쉬운 일이 아니기에 하루 앞
의 예측도 틀려나가기가 일쑤입니다. 내로라 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증시의 앞날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
듯이 기상청의 전문가들도 하늘의 표정을 읽는데 틀릴 수도 있거늘 언제고 물매를 맞는 것은 그래도 적중률
이 높다는 기상청인 것 같아 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북정맥 종주길이 무사할 수 있도록 매번 하느님께 빌면서도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점검하는 것 또한 빼놓
지 않는 것은 그래도 날씨변화를 알아맞히는 일은 하느님보다 기상청이 더 잘할 것 같아서입니다. 어제도 집
나서기 바로 전에 인터넷에서 날씨를 알아보았습니다. 오후에는 비올 확률이 60%가 된다하여 비가 안 오면
구름이라도 낄 것이기에 폭염에 시달리는 것은 면할 수 있겠다 했는데 하루 종일 햇빛이 쨍쨍 비췄으니 결과
적으로 예보는 틀린 셈입니다. 그래도 기상청을 믿고자 하는 것은 그러지 않고서는 이 나라에 과학이 발을
붙이지 못해 소고기파동 같은 비과학적 풍문들이 풍미할 까 염려되어서입니다.
안타깝게도 우이동을 같이 출발한 한 대원이 육모정 고개를 조금 지나서 중도 포기하고 하산했습니다. 중
도 포기한 이 친구도 힘들었고, 9시간 넘게 더위와 싸워 목적지인 숫돌고개까지 완주한 다른 친구들도 힘들
었습니다. 다가오는 가을에 쫓기듯 밀려날 수는 없다는 마지막 여름더위의 심술이 이 정도일 줄 진작 알았다
면 산행구간을 좀 짧게 잡았을 텐데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너무 믿다 그리하지 못해 생고생을 했습니다.
숫돌고개에서 산행을 마친 이번 종주가 유독 힘들었던 것은 땡볕 더위 때문이었습니다. 선조임금께서 4백
여 년 전에 이 고개를 넘어 몽진 길에 나섰을 때 힘들어 했던 것은 주룩주룩 쏟아지는 빗줄기와 이반된 민심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고 자기 좋아서 하는 산행도 날씨가 좀 덥다고 이렇게 힘
이 드는데 선조임금을 따라 나선 신하들은 궂은 날씨에 상황을 악화시킨 임금을 원망하면서 걷느라 더욱 힘
들었을 것입니다. 제가 산행을 잘 못 이끌어 대원들이 더 힘들어 한 것은 아니었는지 이번 산행을 되돌아보
고 제가 내린 결론은 대장이 무능해 고생한다는 대원들의 푸념이 나오지 않도록 매듭지으면 다음 종주 산행
부터는 후배들에 길 안내를 넘겨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2008. 9. 21일 한북정맥의 12번째 구간종주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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