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명소탐방기3(주상절리)
*탐방일자:2012. 8. 4일(토)
*탐방지 :경북 경주시양남면읍천리 소재 주상절리
*동행 :나홀로
얼마 전 저는 인터넷에서 경주의 주상절리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껏 보아온 수많은 주상절리가 곧추서있는 것과는 달리 이 주상절리는 부채꼴 모양을 하고 누워있었습니다. 강원도 매봉산의 천의봉에서 부산의 몰운대를 잇는 큰 산줄기인 낙동정맥을 종주하느라 작년에 경주를 들른 것은 모두 여섯 차례였습니다. 그 참에 문무대왕릉 등 경주의 여러 명소를 탐방했는데 주상절리를 빼먹은 것은 경주의 문화관광안내팜플렛에 실려 있지 않아 몰라서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동해안에 면해 있는 경주의 주상절리 일대에 군부대가 주둔해 시민들의 출입을 금해오다가 3년 전에 군부대가 철수하고 작년에야 비로소 시민들에 개방되었다니 말입니다.
지난 8월 4일 저 혼자서 경주주상절리를 다녀왔습니다. 전날 낙동정맥의 한 구간을 울진의 백운산에서 마치고 백운온천으로 내려가 평해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지난 달 평해에서 시작해 고성의 청간정까지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면서 관동팔경을 탐방한바 있어, 언제고 기회되면 평해에서 남하하면서 동해안의 명소를 둘러보겠다는 생각을 해오다가 낙동정맥 종주 차 백운산을 올랐다가 백운온천 쪽으로 하산해야하는 이번이 바로 그때다 싶어 한 달도 채 못 되어 평해를 다시 찾은 것입니다. 아침6시에 평해를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가 영덕시내에서 하차해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제 생애 처음으로 영덕시내에 발을 들인 것이어서 시내 몇 곳을 사진 찍고 경주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경주역 앞에서 하차해 양남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1시간 넘게 달려 읍천항에서 하차했습니다. 역전에서 봉길해수욕장까지는 작년 가을 문무대왕릉 탐방 때 와본 길이었고, 나머지 월성원자력 발전소 단지를 지나 읍천에 이르는 길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11시20분경에 다다른 읍천리에서 하차해 아스팔트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다 쿠페모텔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주상절리의 현장에 다가갔습니다. 복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것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것은 눈앞에 전개된 바다였습니다. 산줄기를 이어가는 종주산행에 빠져 산과는 매우 가깝게 지내지만, 바다는 좀처럼 찾아갈 일이 없어 가슴에만 품고 살아가기에 어쩌다 시야가 탁 트인 바다를 보노라면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동해는 남해처럼 올망졸망한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아니어서 동해안에서 바라다보는 바다는 언제나 앞이 탁 티어 저의 시선은 항상 저만치 물러서있는 수평선에 이르러서야 머무르곤 합니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우리 두 눈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수평선까지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습니다. 중간에 가릴 만한 것이 없을 때에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시달거리(視達距離)는 간단한 공식으로 계산됩니다. 노계현님은 그의 저서 “조선의 영토”에서 시달거리는 물체의 해면상의 높이의 제곱근 값과 눈높이의 제곱근 값을 더 한 값에 2.09를 곱해 나온 값이라 햇습니다. . 이때 높이는 단위가 미터(m)이고, 시달거리는 마일(mile)이므로 킬로미터(Km)로 환산하려면 2.09대신 3.36을 곱하면 됩니다. 제가 서있는 해안단구의 높이를 5m로 추정하면 수평선의 높이는 0이고 눈높이는 6.6m정도 되므로 시달거리는 약5.4마일 또는 약 8.6Km가 되고, 해변으로 내려가 바닷가에서 본다면 수평선까지의 거리는 더욱 짧아져 3Km가 채 안됩니다. 우리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공간의 거리가 3Km도 안되는데 육지에서 이런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가슴이 답답할 때는 바다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해안으로 내려가 여러 모양으로 누워 있는 주상절리를 사진 찍었습니다. 시꺼먼 바위들이 기둥모양을 하고 있는 모습은 여느 주상절리와 다를 바 없었지만 여기 주상절리는 직립한 것이 아니고 부채꼴 모양으로 누워있었습니다. 주상절리에 관한 설명은 안내판에 비교적 자세히 나와 있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어 만들어진 것으로 대개가 육각기둥모양을 하고 있는데 박종관 교수가 지은 “Let's go 지리여행”에 따르면 아직도 학자들이 왜 육각형의 주상절리가 형성되는지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고, 용암이 수축하면서 원형에 가까운 육각형 모양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뿐이라 합니다. 여기 주상절리가 곧바로 서있지 못하고 누워 있는 현상을 안내판의 설명만으로는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주상절리의 방향은 냉각이 진행되는 방향과 일치한다 합니다. 뜨거운 용암이 지표로 분출하여 빠르게 냉각될 때 아래로는 지표면과, 위로는 공기가 접촉하여 냉각되므로 대체로 수직방향으로 절리가 발달되어 주상절리가 만들어 지는데 여기 주상절리는 신생대말기에 이곳에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에서 발달한 주상절리로 수평으로 누워있다고 설명하고 있어 결과론적 이야기일 뿐 왜에 대한 설명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경주주상절리처럼 부채꼴 모양으로 누워있는 주상절리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이고 국내에서는 최초라 하니, 관광지로 개발하기 앞서 원형보존에 힘쓰고 학술연구도 뒤따라야할 것 같습니다. 주상절리 바위위에 흰 페인트로 미역을 따지 말라든지 ‘4번’이라는 글을 써놓은 것이 눈에 좀 거슬리지만 그래도 이나마 보존된 것은 군부대가 들어서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는 개방되어 저 또한 해안으로 내려가 육각형의 주상절리를 안아도 보고 쓰다듬기도 했습니다. 무등산에서 직립한 주상절리를 아주 가까이서 보았지만 이렇게 직접 만져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조금 떨어져 있는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를 보고 감탄한 것은 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 모습이 마치 한 송이 해국이 바다위에 곱게 핀 것처럼 보여 ‘동해의 꽃’이라 불린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고 또 KBS에서 방영되는 주말역사드라마 ‘대왕’에서 비형랑과 김유신이 만나는 비밀리에 만나는 장소로 촬영되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읍촌항 어촌마을은 우리나라 최고의 벽화마을이라 하는데 사전에 알지를 못해 둘러보지 못했습니다. 읍촌항과 하서항간 1.5Km의 ‘파도소리’길을 다 걷지 못하고 주상절리 길만 걸었습니다. 해안가 부채꼴 주상절리를 내려가 보고 다시 올라와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 주상절리테마파크(?)에 세워진 조망대에서 10분여 쉬면서 동해를 바라보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니 눈에 보이는 해안가의 주상절리가 전부는 아니고 물에 잠긴 주상절리도 있다하니 여기 경주주상절리는 가히 주상절리의 자연박물관이라 부를 만합니다. 1시간가량 둘러본 후 차도로 나가 남쪽으로 1km 가량 걷자 버스정류장이 나타나 그곳에서 1시간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울산으로 향했습니다.
본다고 다 보이는 것이 아니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경주주상절리를 사전지식 없이 다녀와 탐방기를 남기기가 많이 주저됩니다. 탐방기를 제대로 쓰려면 다녀온 명소에 관련한 전설, 신화 또는 민담과 같은 이야기를 찾아보고 또 명소로 불릴만한 자연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하나는 전혀 들은 바가 없고 또 하나도 제가 찾아낸 자료가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구가 공들여 만든 경주주상절리에 미안하고 또 미안한 일입니다.
<탐방사진>
1)경북 평해/영덕
2)경북 경주 주상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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