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강기맥 종주기

한강기맥 종주기2(말머리봉-유명산-배너미고개)

시인마뇽 2013. 4. 1. 07:02

 

                                                           한강기맥종주기2

 

 

 

                                          *기맥구간:말머리봉-유명산-배너미고개

                                          *산행일자:2013. 3. 31일(일)

                                          *소재지   :경기양평

                                          *산높이   :옥산578m, 소구니산800m, 유명산862m

                                          *산행코스:양평한화리조트-말머리봉-옥산-농다치고개-유명산

                                                         -배너미고개-용천3리마을회관

                                          *산행시간:10시27분-18시7분(7시간40분)

                                          *동행 :나홀로

 

 

  한강기맥을 종주하는 길에 유명산에서 하늘을 나는 패러그라이더들을 보았습니다.  이산 정상부의 평원에 말을 방목해 길렀던 마유산이 유명산으로 이름을 바꾸고 나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말들이 아니고 패러글라이더들입니다. 패러글라이더들의 비상을 보면서 말들이 어깨 죽지에서 날개가 돋아나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이산의 원래 이름인 마유산(馬遊山)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패러글라이더는 아버지와 함께 탈옥해 하늘을 난 이카루스입니다.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밀랍으로 날개를 붙여 주고 등을 떠밀어 하늘을 날게된 이카루스는 너무 높이 날면 밀랍이 태양열에 녹아 추락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하늘 높이 날다가 밀랍이 녹아 바다로 추락해 죽는 어리석은(?) 인물입니다. 인류 최초로 하늘을 난 이카루스는 이문열의 소설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음을 죽음으로 보여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은 누가나 갖고 있는 본능적인 것이기에 우리 인류는 이카루스의 무모함을 비난하지 않고 그 용기를 높이 사 비행기를 만들었고 우주선도 개발했습니다.

 

 

 

  오전 10시27분 양평한화리조트에서 하루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2구간은 1구간의 끝점인 옥산의 말머리봉에서 용문산의 배너미고개까지로 그 전장이 10km가 채 안될 정도로 짧은 거리여서 모처럼 종주산행이 여유로웠습니다. 10시7분 경 양평극장 앞에서 셔틀버스에 올라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한화리조트로 이동했습니다. 여인의 나신을 주제로 한 조각품들을 전시한 한화리조트 야외공원 입구에서 산행채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습니다. 가파른 길을 걸어 오르는 제게 활짝 웃으며 봄소식을 전해주는 샛노란 생강나무 꽃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들의 함박웃음을 카메라에 옮겨 실었습니다.

 

 

 

 

  11시30분 한강기맥 2구간의 출발점인 말머리봉에 올랐습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이 조금 더 되어 말머리봉에 오르자 저보다 먼저 오른 몇 분들이 보였습니다. 용문산 일원을 지나는 이번 구간에서 꽤 여러분들을 만난 것은 이번 산행이 주말의 근교산행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말머리봉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내려가 송전탑 앞에 도착해 지난번에 오른 우뚝 솟은 청계산을 뒤돌아보았습니다. 걸어온 산을 뒤돌아보며 지나온 인생을 되뇌기 시작한 것은 60대 중반에 접어들고 나서인데, 저 먼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는 자신감 덕분인지 앞으로 걸어갈 길도, 그것이 산이든 인생이든, 해볼 만할 것 같았습니다. 완만한 길을 걸어 올라선 옥산에서 노루목으로 내려가는 길에 수원국유림관리소에서 세운 한강기맥안내 표지목을 보았습니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관광객에 공원 내 여러 길을 개방하면서도 산을 보호 한다는 이유로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 대간 길을 막아버린 국립공원의 처사가 새삼 속 좁아보였습니다.

 

 

 

  12시42분 농다치고개에 내려섰습니다. 옥산에서 얼마간 고도를 낮추어 도착한 노루목에서 다시 봉우리로 올랐다가 오른 쪽 아래 농다치 고개로 내려섰습니다. 시집가는 딸자식의 농을 지고 이 고개를 넘는 중 길이 하도 좁아 농이 부딪혀 상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이 고개는 지금은 길도 넓어졌고 고갯마루도 극히 낮아 얼핏 보아서는 한강기맥이 지나는 고갯마루인지 가름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 고개를 지나는 37번 차도를 건너 데크 계단길로 들어섰습니다. 높고도 가파른 데크 계단 길을 지나 도착한 헬기장에서 20분간 첫 쉼을 쉬며 점심을 들었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잠시 쉬는 동안 햇살이 따사롭고 바람이 잦아들자 눈꺼풀이 내려앉기 시작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14시21분 해발800m의 소구니산에 도착했습니다. 헬기장에서 소구니산으로 오르며 몇 번이고 능선 양쪽을 내려다 본 것은 제가 지금 한강기맥을 걷고 있음을 의식해서입니다. 이 길이 한강기맥 길임을 알고 난 후에도 몇 번을 걸었지만, 한강기맥종주를 표방하고 걷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인지 전에 보지 못한 골짜기들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서너치고개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에서 오른 쪽으로 몇 분을 더 걸어 소구니산 정상에 도착하자 용문산 정상이 한 눈에 잡혔습니다. 먼저 온 분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어 표지석만 사진 찍고 곧바로 가파른 길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15시4분 해발862m의 유명산에 올라섰습니다. 소구니산 정상에서 70m가량 고도를 낮추어 내려선 안부를 지나 암릉 길을 오른 쪽으로 에돈 후 다시 고도를 높여갔습니다. 북사면에 남아 있는 잔설을 사진 찍으면서 만발한 생강나무 꽃이 이 산을 접수해 더 이상 겨울이 몸을 숨길 만한 곳이라고는 저 눈밭 말고 달리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동 쪽의 용문산 정상을 가운데 두고 북동쪽으로 장락산이, 남서쪽으로 백운봉을 잇는 늠름한 산줄기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와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수차례 이 산 정상을 올랐으면서도 이번에야 비로소 어비산과 유명산을 바로 있는 산줄기가 따로 없고 용문산 정상 부근에서 발원한 물이 이 두산 사이를 흐르며 가일계곡을 만들었음을 알았습니다.

 

 

 

  16시28분 배너미고개에서 2구간 종주를 마무리하고 용천리로 하산했습니다. 유명산 정상에서 배너미고개에 이르는 길은 차들이 다닐 정도로 넓었습니다. 옛날에 말들을 몰고 올라 다녔을 넓은 이 길을 따라 뻔질나게 오르내리는 것은 활공장을 오가는 트럭과 4륜의 ATV 이었습니다. 먼지를 펄펄 날리며 달리는 트럭이나 엄청 시끄러운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ATV 모두에 최고의 오프로드인 유명산의 차도는 주말에 걷기에는 오가는 차량들로 신경이 많이 쓰이는 길입니다. 해발고도 600-800m대에 낸 길이 북사면을 지날 때는 언 땅이 갓 녹고 눈이 녹아 질펀했습니다. 대부산 갈림길 직전에 산길로 들어서야 할 것을 편한 큰 길을 따라가느라 이런 곳을 꽤 여러 번 지나게 되어 짜증스럽고 지루하다 했는데 어느새 배너미고개에 도착해 2구간 종주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18시7분 용천리마을회관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하루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시간이 넉넉해 일단 버스종점까지 걸어 내려갔습니다. 이 길 또한 2008년에 한 번 걸어 내려간 길인데 아주 낯설어 보이는 것은 그 때는 포장이 되지 않아 차들이 다닐 수 없는 꼬부랑 고갯길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1시간 넘게 걸어 내려가 도착한 첫 번째 용천3리의 인가에서 버스시간을 물었지만 버스 대신 자기 차를 주로 이용해 버스시간을 잘 모른다는 답을 들어 계속해 내려갔습니다. 용천3리 마을회관에서 20분가량 기다렸다가 양평시내 행 시내버스에 올라 상당금액의 택시비를 절감했습니다. 다음 구간이 배너미고개에서 용문산 너머 한참 아래 비슬고개까지로 8-9시간이 족히 걸릴 것 같아 이번에 아껴 둔 돈으로 양평역에사 배너미고개까지 택시타고 갈 뜻입니다.

 

 

 

  저도 딱 두 번 패러글라이드를 타 본 적이 있습니다. 초보 중의 왕 초보여서 밀랍이 녹아 없어질 만큼 하늘을 높이 나는 것은 꿈도 꿔보지 못했습니다. 파주에 사는 제 조카는 이 분야에 프로급이어서 한창 패러글라이딩에 미쳐 있을 때 이곳 유명산까지 원정을 자주 왔다 합니다. 저야 해발고도 70m 지점의 활공장에서 이륙한 것이 전부이지만, 제 조카는 활공장의 높이가 10배는 족히 되는 여기 유명산에서 하늘을 날며 저 아래 한강 위를 선회하곤 했다하니 그 기분이 정말 짱이었을 것입니다. 제 조카정도라면 밀랍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그러하지 않고 욕심을 너무 내어 너무 높이, 그리고 너무 멀리 날아간다면 적당한 지점을 찾아 착륙하거나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카루스의 날개에서 밀랍을 녹인 것은 태양열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제되지 않은 인간의 욕망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더할 수 없이 유용한 에너지 소스(Energy Source)이지만, 어느 선에서 자제되어야하는 관리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에 철저하지 못한 분들이 재상 반열에 오르려다 청문회에서 망신을 당하고 낙마하는 것이 요즘의 정치풍속도인 것 같습니다. 이들보다 지위가 낮거나 재산이 적은 사람들은 누구라도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다면 아직도 돌을 집어들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들보다 욕심을 덜 낸 사람만이 돌을 던지라 한다면 동시대를 살아온 저를 포함한 동년배 중에는 돌을 들고 나설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한반도의 주요 산줄기를 모두 종주해보겠다고 꿈을 꾸는 것은 두 발을 땅에 딛고 내는 욕심이기에 밀랍이 녹아 없어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만간 아무 걱정 하지 않고 한강기맥 3구간 종주에 나서고자 합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