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기맥 종주기4
*기맥구간:비슬고개-송이재봉-신당고개
*산행일자:2014. 9. 14일(일)
*산높이 :송이재봉670m, 소리봉658m
*소재지 :경기 양평/강원 홍천
*산행코스:비슬고개-소리봉-밭배고개-통골고개-신당고개
*산행시간:9시36분-18시26분(8시간50분)
*동행 :나홀로
매달 두 서너 번은 대간과 정맥을 종주해온 제가 작년7월 1대간9정맥 종주를 모두 마치고나서 오랫동안 쉰 것은 말없이 참아온 제 몸의 각 부위가 반기를 들어서였습니다. 작년하반기에는 귀속의 이명이 균형을 잡지 못해 산행 중 머리가 어질어질한 적이 몇 번 있었고, 그때마다 나무를 붙잡고 한참동안 쉬어갔습니다. 올 3월에는 척추협착증으로 왼쪽 다리가 심하게 당겨 달 반 동안 산행을 쉬었으며, 5월에는 부정맥 현상으로 하루 동안 입원한 적이 있어 장시간 산행을 피해왔습니다.
최근 몇 달 동안 몸 관리를 잘해 8시간에 걸친 화악산 산행을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화악산을 다녀온 후 두 주 내내 기맥종주를 놓고 끌탕을 하다가 어제야 비로소 큰 맘 먹고 제 걸음으로 9시간을 걸어야하는 한강기맥의 ‘비슬고개-송이재봉-신당고개’ 구간종주에 나섰습니다. 산행 내내 척추협착증이 재발되지 않을까 마음 졸였는데 다행히도 해 떨어지기 전에 무탈하게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그동안 종주산행을 하지 못해 뭔가 모르게 몸이 개운치 못했고 때때로 가볍게 우울한 기분도 들었지만 성공적으로 마치고나자 한꺼번에 모두 사라져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왔다 했습니다.
9시36분 비슬고개를 출발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오른 쪽 목재계단 길로 들어섰습니다. 계단 길을 지나 본격적으로 산행채비를 하느라 잠시 멈춰서 있는 동안 중년의 부부 한 쌍이 소리산을 오른다며 앞서갔습니다. 지난2월 이 구간을 종주하려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소리봉에서 되돌아간 일이 있어 소리봉까지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임도를 지나 주능선으로 올라선 다음 오른 쪽으로 기맥 길을 이어갔습니다. 비슬고개 출발 1시간 만에 올라선 해발656m의 소리봉에서 부부 두 분을 다시 만나 지도를 펴 보이며 소리산의 위치를 알려주면서 길이 제대로 나있지 않아 산행이 무리임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숨을 돌린 후 오른 쪽으로 내려가다 567m봉을 넘어 오른 쪽 아래로 임도로 내려서는 길이 희미하게 나있는 안부에 다다른 시각이 11시6분이었습니다.
11시35분 해발670m의 송이재봉에 올라섰습니다. 안부에서 송이재봉으로 이어지는 오름 길은 경사가 급한데다 표고차가 170m가량 나서 한 숨에 오르기가 벅찼습니다. 절기상으로는 여름이 벌서 끝났지만 이제껏 그래왔듯이 그리 쉽게 물러날 여름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몸소 익혀온 터라 이번에도 여름옷을 입고 왔는데 그리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여전히 무더웠습니다. 1/5만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송이재봉의 이름을 안 것은 이 봉우리에 세워진 표지목 덕분인데 친절하게도 위도와 고도가 함께 표시되어 있습니다. 산행시작 처음으로 배낭을 내려놓고 10분가량 쉬면서 비슬고개-송이재봉 구간의 산행속도를 점검했습니다. 이런 속도로는 목적지인 신당고개에 어둡기 전에 도착한다는 것이 쉽지 않겠다 싶었지만 일단 밭배고개까지 가서 산행계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경사가 제법 급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 해발고도가 600m가 더되는 봉우리 3개(?)를 오르내렸습니다.
14시 정각 밭배고개로 내려섰습니다. 송이재봉에서 1시간을 조금 못 걸어 다다른 562m봉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차가운 맥주가 꿀맛인 것은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아서인데 그늘에서 오래 앉아 쉬자 등 뒤가 서늘한데다 매미소리는 나지 않고 그 대신 풀벌레 소리가 들려와 가을이 성큼 다가온다 했습니다. 562m봉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비알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낮은 구릉 하나를 넘는 것도 힘이 든 것은 1년 넘게 종주산행을 쉬었기 때문입니다. 562m봉을 출발해 칡넝쿨 등 잡초들이 무성한 284번 송전탑을 지나서 밭배고개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안내판이 세워진 밭배고개 임도에서 다시 한 번 산행속도를 점검했습니다. 산행시작 4시간 반이 다되도록 걸은 길이 6.8Km인데 신당고개까지 남은 거리가 8.7 Km여서 5시간 반은 족히 걸릴 터인데 그리되면 야간산행이 불기피해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편히 쉬었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먼저 오른 진혁진님의 산행기를 꺼내보다가 지나온 비슬고개-밭배고개 구간과 가야할 밭배고개-신당고개 구간의 산행시간이 같다는 것을 알아내고 곧바로 일어서 내달렸습니다.
16시11분 398.3m봉에 올랐습니다. 넓은 임도를 따라 내달리다가 오른 쪽 산길로 들어서자 하얀 텐트가 보였고 철조망 울타리를 왼쪽으로 끼고 오르는 길은 한동안 경사가 완만했습니다. 451.4m봉에서 왼쪽으로 꺾어 다소 경사진 비알길을 따라 내려가 임도로 내려선 다음 4-5분가량 더 걸어 통골고개에 이른 시각이 15시8분입니다. 2Km 거리의 밭배고개-통골고개 구간을 56분에 주파해 이 정도 속도라면 해떨어지기 전에 신당고개에 이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임도를 따라 20분 가까이 걸어 다다른 홍천용씨 묘지에서 오른 쪽 산길로 들어섰다가 277번 송전탑이 세워진 410m봉에 이르자 서쪽 멀리로 용문산과 그 말산들이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송전탑을 에돌아 내려선 임도를 따라 진행하다가 신당고개 5.0Km 지점에서 다시 왼쪽 산길로 올라가 삼각점이 박혀 있는 398.3m봉에 올랐습니다. 신당고개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선명하게 보이는 이봉우리에서 동쪽으로 내닫는 기맥 길을 이어가다 올라선 400m대의 무명봉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무명봉을 출발해 봉우리를 넘어 올라선 갈림길에서 왼쪽 능선을 타고 내려가 273번 철탑에 이르렀습니다. 빽빽이 들어선 키가 작은 소나무 숲을 뚫고 나가 임도로 내려섰다가 얼마 후 다시 산길로 들어서기를 몇 번 반복해 17시20분에 ‘신당고개 2Km’ 지점을 지났습니다.
18시26분 신당고개에 도착했습니다. ‘신당고개 2Km’지점에서 다시 올라선 408.9m봉에 삼각점이 박혀 있어 지도상의 위치확인이 용이했습니다. 408.9m봉에서 직진해 내려가다 간벌 차 베어낸 나무들이 길을 막은 곳에 이르러 오른 쪽 아래 임도로 내려섰습니다. 임도 따라 진행하더라도 신당고개에 다다를 것 같아 마루금을 버리고 임도 따라 갔는데 이내 길이 막혀 되돌아가 능선 길로 올라갔습니다. 바로 올라선 봉우리에서 끊어진 임도와 같은 방향으로 마루금이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기맥 길은 왼쪽으로 뻗어나갔습니다. 직전의 임도길이 끊어졌기 망정이지 그대로 이어졌다면 틀림없이 그 임도로 따라가다 알바를 크게 할 뻔 했습니다. 왼쪽으로 뻗어나간 기맥 길은 얼마 후 다시 오른 쪽으로 꺾여 신당고개로 이어졌는데 이 길이 엄청 가팔라 도저히 빨리 내려갈 수 없었습니다. 스틱으로 제동을 걸며 천천히 내려가 엉덩방아를 찧는 것은 면했지만 두 다리에 힘이 너무 들어가 다시 왼쪽 다리에 협착증이 재발해 댕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44번 국도가 바로 아래 보이는 데도 내려가는 길을 찾지 못해 잠시 머뭇거리다 수로를 찾아 안전하게 신당고개로 내려가 한강기맥의 제4구간 종주산행을 성공리에 마무리했습니다.
어둡기 전에 끝내려고 정신없이 내달리는 바람에 저의 종주 재개를 축하하고자 함박 웃음을 웃어보인 야생화들에 고맙다는 눈인사를 재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집근처 산본의 수리산에서는 보이지 않는 투구꽃이 반가웠던 것은 2003년 8월 백두산을 오를 때 처음 본 쌍투구꽃이 생각나서 였습니다. 구절초(?)도 반갑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꽃이 아니어도 반가운 것은 버섯이였습니다. 돔형의 새하얀 갓이 도톨도톨한 이름 모르는 버섯도 그동안 여러 번 보아와 반갑기가 여전했습니다. 또 하나 고마운 것은 송전탑이었습니다. 곳곳에서 길을 안내해준 송전탑은 엄청 큰 이정표로, 이 탑을 사진 찍다 눈안에 들어온 하늘에 간간히 새털구름이 깔려 있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귀가 길은 멀었지만 해냈다는 기쁨에 먼 귀가 길이 아주 짧게 느껴졌습니다. 신당고개에서 44번 국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15분가량 내려가 차차 휴게소를 들렀습니다. 캔 맥주로 자축한 후 택시를 불러 서울 가는 고속버스가 멈추는 용두리로 이동했습니다. 용두리 정류장에서 반시간 가까이 기다려 고속버스에 올랐다가 용문에서 하차해 전철로 갈아탔습니다.
자정 넘어 산본 집에 도착해 다음 구간 종주산행을 머릿속에 그리노라 바로 잠자리에 들지 못했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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