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기맥 종주기6
*기맥구간:발귀현-금물산-상창고개
*산행일자:2014. 10. 4일(토)
*산높이 :금물산776m
*소재지 :경기양평/강원홍천 및 횡성
*산행코스:발귀현-시루봉-금물산-781m봉-난터골 정류장
*산행시간:9시50분-17시5분(7시간15분)
*동행 :나 홀로
금물산을 오르내리며 같은 뿌리에서 돋아난 여러 줄기가 서로 뒤엉키지 않고 올곧게 자라고 있는 참나무를 보았습니다. 줄기의 굵기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각 줄기들은 거의 같은 시기에 돋아나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이런 참나무를 보자 여러 식구들이 한 집에 같이 살던 옛날의 대가족이 생각났습니다.
지금의 핵가족에 대비되는 대가족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산업화가 본격화되는 1970년대 중반부터일 것입니다. 저희 집도 부모님과 홀로 되신 큰 형수님과 딸 셋, 작은 형님 내외 및 아들 둘, 그리고 저 해서 모두 11명이 방 3개를 쓰면서 한 집에 산 것이 1970년대 중반까지였습니다. 그 후 40년이 지난 오늘 그 때의 식구들은 다 성장해 각각 일가를 이루었는데 오늘 현재 어느 집도 식구가 3명을 넘지 않습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광고와 자식이 둘은 되어야 협동정신도 배우고 순서도 알게 된다는 광고는 서로 시대적 배경을 달리하지만 소구하는 것은 모두 둘을 낳아 잘 기르자는 것입니다. 앞의 둘은 둘로 줄이자는 쪽이고 뒤의 둘은 둘로 늘이자는 것이니 결코 같은 둘이 아닙니다만, 어찌되든 자식은 둘을 넘지 않습니다. 설사 광고대로 된다고 해도 자식을 포함해 4명을 넘지 않으니 결코 대가족이 될 수 없습니다.
나무들은 한 뿌리에 한 줄기가 자라는 핵가족이 거의 다입니다. 어제 본 참나무는 한 뿌리에 줄기가 9개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대가족입니다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나무들은 사람들과 달리 뿔뿔이 흩어져 살지 않고 가까운 곳에 모여 군락을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무를 부러워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일 것입니다. 자식얼굴조차 제대로 못 보고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같은 수종끼리 옹기종기 모여 몇 대가 함께 사는 나무들을 보고 무슨 수로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오전9시50분 발귀현을 출발했습니다. 용문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홍천행 버스에 오른 시각은 아침9시가 막 지나서입니다. 반시간 가까이 달려 다다른 양덕원에서 하차해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발귀현까지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햇살이 퍼진지 한참 지났는데도 남아 있는 이슬이 바짓가랑이를 적셨습니다. 발귀현 출발 얼마 후 묘지를 지나 내려선 임도삼거리에서 10분가량 왼쪽 임도로 따라가다가 오른 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7-8분을 올라가 마루금에 다시 합류하고 나서 한동안 잡풀에 가린 희미한 길을 찾아가느라 진행이 더뎠습니다. 발귀현에서 남진을 계속해 다다른 해발390m(?) 대의 무명봉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동쪽으로 진행했습니다.
11시23분 해발504m의 시루봉을 올랐습니다. 산행하기 딱 좋은 선선한 날씨 덕분에 쉬지 않고 걸어도 등 뒤에 땀이 나지 않아 좋았습니다. 무명봉에서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희미한 동진 길이 비교적 선명해진 것은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산길로 다시 들어선 후입니다. 칡밭을 지나 된비알길이 시작되자 비로소 오름 길이 분명히 보였습니다.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올라 다다른 봉우리에 삼각점 안내판이 세워져 이 봉우리가 해발 504m인 시루봉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쪽 먼발치로 용문산을 바라보며 숨 좀 돌린 후 쉬지 않고 금물산으로 향했습니다. 시루봉에서 60m가량 고도를 낮추었다가 다시 오르는 길에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해 다시 오른 암봉이 전망바위로 금물산과 성지봉은 물론 용문산도 잘 보였습니다.
13시15분 해발776m의 금물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전망바위에서 안부로 이어지는 길이 경사가 급해 조심해서 내려갔습니다. 40m가량 고도를 낮추어 내려선 안부에서 나지막한 봉우리 하나를 넘어 만난 암봉을 왼쪽으로 에돌아 올랐습니다. 태양전지판이 세워진 능선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뻗어나가는 한강성지지맥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진행해 금물산에 이르렀습니다. 정상석이 없는 금물산정상에 “776.0m”라고 적힌 비닐표지물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어 이 산의 고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산림청에서 세운 표지목에 삼마치까지 거리가 9.58km로 적혀 있었는데 이번산행은 삼마치를 한참 못간 상창고개에서 마칠 계획이어서 해지기 전에는 충분히 다다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금물산 정상에서 점심 식사를 하느라 15분가량 머물다 13시30분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14시50분 782.9m봉에 다다랐습니다. 금물산 정상에서 조금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는 길이 평탄해 스쳐가는 바람결에서 가을을 감지해낼 수 있을 정도로 편했습니다. 금물산에서 0.51Km를 걸어 다다른 봉우리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 682m봉을 넘었습니다. 이내 73번 송전탑을 지나 된비알 길을 따라 올랐습니다. 표지목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조금 내려갔다가 급경사 길을 올라 시야가 탁 트인 바위에 다다랐습니다. 생각만큼 위험하거나 까다롭지 않은 암릉길을 천천히 통과해 이번 구간 최고봉인 782.9m봉에 올랐습니다. 삼각점이 박혀 있는 이 봉우리에서 10여분을 쉬면서 원기를 되찾은 후 북쪽으로 이어지는 급경사 길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급경사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이어진 암릉 길은 비교적 짧고 안전해 쓸데없이 마음을 조렸다싶기도 했습니다. 암릉 길이 끝나자 다시 급경사 길이 이어졌습니다. 얼마 후 다다른 “금물산 3.07Km/삼마치6.13Km” 표지목 앞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 또한 경사가 급한 길로 밧줄을 잡고 임도삼거리로 내려선 시각이 15시43분이었습니다.
17시10분 난터골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임도삼거리에서 길 건너 산길로 다시 들어섰습니다. 능선을 가운데 두고 좌측사면에 잣나무가, 우측사면에 자작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저녁 햇살이 비비고 들어갈 틈바구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419m봉을 넘어 직진하면서 그새 제 몸이 한강기맥에 잘 적응해서인지 7시간 가까이 걸었어도 힘들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이번 구간도 알바 없이 가뿐하게 끝낸다했는데 날머리인 상창고개를 얼마 앞두고 오른 쪽으로 꺾어 내려가야 할 것을 희멀건 수피의 자작나무에 정신이 뺏겨 그대로 직진하다가 마루금에서 벗어난 것을 몇 분 지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마침 앞에 묘지가 보여 이 길을 조금 더 따라가면 마을이 나올 것이 분명해 그대로 내려갔습니다. 밭을 건너 내려선 차도를 따라 5-6분을 걸어 나가 도착한 494번 도로변의 난터골 버스정류장은 상창고개에서 서쪽으로 조금 비껴난 곳이지만, 이만하면 됐다 싶어 종주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뛰어야 살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옛날처럼 이 땅에서 온 식구가 같이 살기를 희망하는 것은 과욕입니다. 나무처럼 붙어 살 수 없는 이유이자 나무가 부러운 이유입니다. 그나마 참으로 다행인 것은 물리적인 거리를 심리적으로 엄청 줄일 수 있는 보배가 새로 생겼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바로 그것입니다. 떨어져 사는 손자를 자주 보러 가지 못해 매일 사진과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직접 만나보는 기쁨을 상당 부분 대신하고 있습니다. 나무들이야 모두 근거리에 살아 하고 싶은 말을 스쳐가는 바람에 얹혀 전할 수 있다지만 그리할 수 없는 사람들에 스마트폰은 더 할 수 없이 고마운 이 시대의 총아입니다. 저는 이 분야 세계최고의 나라가 대한민국이고 최고의 기업이 우리 기업이라는데 상당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다음 산행 때는 나무들에 실컷 우리나라 스마트폰 자랑해볼 생각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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