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강기맥 종주기

한강기맥 종주기8(전신주1-44번앞 임도-만대산-새목이갈림길)

시인마뇽 2015. 6. 30. 13:52

                                                                  한강기맥 종주기8

 

 

                                                        *기맥구간:전신주1-44번앞 임도-만대산-새목이갈림길

                                                        *산행일자:2015. 6. 18()

                                                        *소재지   :강원횡성/홍천

                                                        *산 높이  :만대산670m, 응곡산604m, 덕구산670m

                                                        *산행코스:전신주1-44번앞 임도-작은삼마치-만대산

                                                                            -응곡산-덕구산-새목이갈림길-새목이버스정류장

                                                        *산행시간:930-1852(9시간22)

                                                        *동행      :나 홀로

 

 

 

   여덟 달만에 한강기맥 종주에 다시 나섰습니다. 작년 10월 강원도 횡성의 어둔리에서 7구간 종주를 마친 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기맥 종주를 이어가지 못한 것은 바위공포증 때문이었습니다. 7년 전 춘천의 용화산 암릉 길에서 10m 넘게 굴러 떨어졌다가 119에 의해 구조되어 헬기로 이송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생긴 바위공포증이 좀처럼 가시지 않아 지금도 암릉 길을 지날 때면 머리가 쭈뼛하곤 합니다. 막상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닌 길이다 하면서도 미쳐 안 가본 산의 산행기를 읽다가 암릉 길이 나오면 걱정부터 앞서니 가히 바위증후군이라 부를 만합니다.

 

   이번 종주 길에 통과해야 하는 급경사 내리막의 암릉 길이 우천 시에는 위험하니 조심해야 한다는 산행기와 암릉 사진을 보고나서 엄청 신경이 쓰였습니다. 결국 눈이 완전히 녹기를 기다렸다가 종주를 하겠다며 몇 달을 그냥 보내고  6월이 되어서도 끝내 나서지를 못했습니다. 이러다가는 영영 한강기맥 종주를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을 다부져 잡고 다른 분들의 산행기를 읽어나가다 문제의 암릉길에 새롭게 로프 줄이 쳐져 있는 사진을 보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하면서 곧 바로 한강기맥 종주를 재개한 것이 이번 8구간 종주산행으로 혹시나 해서 20m보조자일은 가져갔습니다.

 

 

 

   오전 930분 오음산 임도의 전신주1-44번 앞에서 8구간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아침650분에 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한 버스가 횡성에 이르기까지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날 통화한 기사분이 터미널에서 기다려 곧 바로 오음산으로 향했습니다. 어둔리 분교마을에서 이번 산행 들머리까지는 오음산에 자리한 군부대로 이어지는 임도로 도로상태가 좋지 않아 올라가는데 추가로 택시비를 더 내 횡성터미널에서 들머리까지 총35천원이 들었습니다. 터미널 출발 반시간이 채 안 걸려 도착한 임도에서 하차해 전신주1-44번를 확인 한 후 산행채비를 했습니다. 전신주 뒤로 난 산길로 들어선 후 급경사 비알 길을 올랐습니다. 표고를 40m가량 높여 도착한 무명봉에서 남쪽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제 길이 아닌 것을 알고 되올라가느라 10분여 까먹은 것이 이번 산행의 유일한 알바입니다. 되돌아간 무명봉에서 동쪽으로 나 있는 지맥 길을 따라 급경사 길을 내려가 안부에 도착했습니다. 다시 된비알 길을 따라 올라 표고차가 60m가량 되는 봉우리를 넘어 산행시작 1시간 만에 557m봉에 이르자 바로 아래 중앙고속도로의 삼마치 터널을 지나는 차 소리가 꽤 가깝게 들렸습니다.

 

   1057분 작은삼마치를 지났습니다. 557m봉에서 조금 북진하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화생방표지석을 지나고부터 작은 삼마치로 내려가는 길이 경사가 급했습니다. 조심해 내려선 작은삼마치는 횡성군 공근면의 어둔리와 홍천군 동면의 어둔리를 이어주는 임도가 지났습니다. 이 임도는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무성하게 자란 잡초 숲을 뚫고 월운리나 어둔리로 하산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고 해 지난 번 오음산 구간을 종주할 때 여기 작은삼마치까지 오지 못하고 오음산 임도의 전신주1-44번 앞에서 어둔리로 하산했습니다. “소삼마치/197411월 개통/1107 야전공병단의 표지석이 세워진 작은 삼마치에서 억새가 무성하게 자란 임도를 따라 오른 쪽으로 조금 내려가 왼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된비알 길을 따라 오르다가 커다란 바위를 왼쪽으로 에돌아 무명봉에 다다른 시각이 1129분이었습니다.

 

 

   1233741.1m봉을 지났습니다. 산행 시작 2시간 만에 올라선 무명봉에서 떡을 꺼내 들며 10분여 쉬었습니다. 마음 편히 쉬는 짬에 새들의 구슬 같은 노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미처 듣지 못한 새소리가 저를 경계해서 내는 신호음인 콜(call)이 아니고 반가워 소리 내는 화음(song)임을 알아차린 것은 순전히 오래된 제 종주 경험 덕분입니다. 한 여름 홀로 하는 종주산행에서 빼놓지 않는 것은 바지를 내리고 사타구니에 바람이 통하도록 하는 거풍인데 실로 오랜만에 거풍을 즐겼습니다. 무명봉에서 조금 내려가 암릉 길을 걸으며 커다란 바위를 오른 쪽으로 우회해 안부로 내려갔습니다. 오른 쪽 사면이 벌목지여서 잡목이 우거진 능선 길을 오르며 좌우를 둘러보자 서쪽 가까이로 오음산이 선명하게 보였고 남쪽 멀리로 용문산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이 능선을 따라 걸어 삼각점이 박혀 있는 741.1m봉에 올라섰습니다. 이번 구간 최고봉인 741.1m봉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왼쪽 길로 내려갔습니다.

 

 

   1339분 해발670m의 만대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741.1m봉에서 만대산으로 가는 길에 위험한 암릉 길이 있다는 것을 산행기를 읽어 이미 알고 있는 터라 단단히 각오를 했습니다. 첫 번 째 하강 길은 엉덩이를 바위에 붙이면  내려갈 만해 큰 어려움 없이 해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두 번째 하강 길은 로프가 매여 있지 않았다면 제가 과연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암릉 길이 길고 가팔랐습니다. 가지고 간 20m 보조자일을 꺼내 쓰지 않았지만 꺼냈더라도 길이가 짧아 쓰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별반 어려워 보이지 않는 세 번째 하강 길을 쉽게 끝낸 후에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 것은 아직도 제가 바위공포증을 벗어나지 못해서일 것입니다. 위험해 보이는 하강 길이 끝나는 곳에서 만대봉으로 이어지는 지맥 길에 650-700m대의 봉우리가 여럿 있어 하나 하나 넘느라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 봉우리들을 넘는 중 저만치서 들려오는 멧돼지의 포효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 저를 쫓아오는 것이 아닌가하다가 한 봉우리를 넘자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아 조금 떨어진 만대봉에서 안심하고 쉬었습니다. 표지석이나 삼각점은 없지만 해발670m의 표지판이 나무에 걸린 만대봉에서 10분 넘게 쉬면서 남은 코스를 셈해본 즉 이번 산행의 끝점인 화방고개에서 19시에 좌운리를 출발하는 홍천행 버스를 잡아타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 마음 다져먹고 제 나름 최대로 산행속도를 높였습니다.

 

 

   1534분 해발604m의 응곡산을 올랐습니다. 만대봉에서 임도로 내려가는 길을 서두르다가 자칫 길을 잘 못 들 뻔했습니다. 정말 다행이다 싶은 것은 8개월 만에 종주 길에 나섰는데도 제 길을 찾아가는 길 감각이 거의 100% 회복되어 알바를 피한 것입니다. 아쉽게도 아직 몸이 예전의 산행리듬을 찾지 못해 생각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이 또한 몇 번 더 종주를 하면 완전히 되찾으리라 믿어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해발505m대의 임도를 지나 올라선 나지막한 봉우리에서 오르내림이 그다지 심하지 않은 비교적 편안한 길을 내달려 578m봉에 이르는 동안 묘지 두 곳을 지났습니다. 묘지 가에 주홍색 꽃을 피운 산나리가 저를 멈춰 세워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그 단아한 자태를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578m봉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갔다가 안부에서 오른 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 응곡산에 올랐습니다. 만대봉에서 응곡산까지 산행을 서두른 결과 1시간 44분이 걸려 제가 복사해간 산행기의 주인보다 단 12분밖에 더 걸리지 않아 이 속도라면 잘하면 19시 안에 화방재까지 진출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응곡산에서 갯고개로 내려가는 길을 고사목이 여러 곳을 가로 막아 갈 길이 바쁜 저를 마음 조리게 했습니다. 왼쪽 아래로 노천리 길이 갈리는 안부 갯고개에서 조금 올라가 다다른 산불감시탑에서 배낭을 벗고 다시 쉰 것은 그새 몸이 지쳐서입니다.

 

 

   188분 해발670m의 덕구산에서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떡과 도마토를 꺼내 먹어 얼마간 원기를 회복한 후 산불감시탑을 출발해 동쪽으로 진행했습니다. 왼쪽 사면이 벌목지여서 국수나무와 산딸기가 길을 덮은 풀숲 능선을 지나느라 양 팔이 산딸기 가시에 찔렸습니다. 이어 만난 군부대 울타리는 오른 쪽으로 풀을 모두 베어내고 길을 내 표고차가 100m를 넘는 오름 길이지만 걷기에 오히려 편했습니다. 군부대울타리가 왼쪽으로 휘어지는 곳에서 산길로 들어가 올라선 제법 넓은 해발630m대의 헬기장에 이런 저런 꽃들이 피어 있어 잠시 머물러 눈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헬기장을 똑바로 가로 질러 다시 숲길로 들어가 비슷한 높이의 올망졸망한 봉우리 세 개를 넘어 덕구산에 이르자 몸이 많이 지쳐 다시 쉬면서 물을 꺼내 마셨습니다.

 

 

   1840분 새목이 갈림길에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덕구산에서 화방고개에 이르기까지 중간에 달리 탈출할 곳이 없어 다시 속도를 내려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버스는 포기할 수밖에 없어 화방재에서 택시를 부를 셈으로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걸으면서 동진을 계속했습니다. 왼쪽 사면이 벌목지인 능선 길을 벌목지에서 베어낸 나무들이 가로 막아 이를 피해 가느라 발걸음이 더욱 더뎌 해떨어지기 전에 화방고개에 도착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벌목지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왼쪽 아래로 버스길이 보여 시계를 본 즉 18시 반이 조금 지났습니다. 안부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홍천시내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 조금 아래 새목이 갈림길 안부에서 8구간종주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1852분 새목이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하루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새목이 갈림길에서 버스정류장으로 내려가는 길 또한 벌목지를 지나 하산 길이 훤히 잘 보였습니다. 7-8분을 내려가 만난 한 분에 버스 시간을 물었지만 버스를 이용하지 않아 잘 모른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버스가 아닌 자가용을 이용한다는 이야기인데 국가가 이런 높은 생활수준의 농민들에 각종 지원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한참 동안 기다렸다가 1910분 경 버스에 올라 택시비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비록 목적했던 화방고개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중간에 탈출로를 찾아 해지기 전에 산행을 마친 것은 잘한 일이다 싶습니다. 다음 종주산행은 새목이 갈림길에서 시작해 대학산 안부까지만 가고 부목재로 빠질 뜻이어서 그리 고되지 않을 것입니다.

 

 

   70세를 두 해 앞둔 제가 한강기맥 종주를 혼자 해내고 있다는데 상당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바위공포증이 있어 매번 고민을 거듭하다 종주 길에 나서지만 끝내고나면 나이는 새까맣게 잊고 다음 구간 산행을 머릿속에 그립니다. 그래도 나이를 속일 수 없다 하는 것은 걱정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산행속도가 점점 느려져서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종주산행은 거의다가 제가 안 가본 산길을 혼자 처음 걷는 것이어서 제게는 항상 새로움에 대한 도전인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익숙해진 도전이 다른 분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제게는 종주산행이 더욱 소중합니다. 제가 도전해보고 싶은 것은 조선 선비들의 산행을 상세히 알아보는 것입니다. 유산기를 찾아 모으고 이것들을 해석하고 당시의 산행을 복원해 오늘과 비교해보면 나름 의미 있는 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요즘 한문공부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