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기맥 종주기9
*기맥구간:새목리갈림길-대학산-대학산 안부
*산행일자:2015. 6. 21일(일)
*소재지 :강원홍천/횡성
*산 높이 :대학산 876m
*산행코스:새목리 버스정류장-새목리 갈림길-화방고개-진지리고개
-대학산-대학산 안부-부목재
*산행시간:11시25분-17시58분(6시간33분)
*동행 :나 홀로
제가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 것은 대학3학년 때인 1970년입니다. 그해 3월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의 OB산악회에 가입해 서울근교 산에서 암벽등반(Rock Climbing)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암벽등반에서 종주산행으로 산행방식을 바꾸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것은 한 번 바위에 빠지면 쉽게 중독되어 좀처럼 빠져나갈 수가 없는 암벽등반 특유의 마력때문이었습니다. 바위를 계속 타다가는 졸업이 멀지않은데도 취업준비에 소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중독성이 훨씬 약한 종주산행으로 바꾸었습니다. 덕분에 1970년부터 3년간 매 여름방학마다 지리산을 올라 천황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주능선을 종주할 수 있었습니다.
2004년 백두대간에서 시작한 1대간9정맥 종주는 2013년 여름에 마쳤습니다. 그해 봄 남한강 둘레산줄기를 모두 돌아보자고 한강기맥에 발을 들였는데 그간 몇 번 몸이 탈 난데다 의욕도 줄어들어 그동안 진행이 부진했었습니다. 사흘 전 서둘러 한강기맥종주를 재개한 것은 저와 반대방향으로 이 기맥을 종주해온 경동동문산악회의 후배들이 오늘 먼드래재-화방고개 구간을 종주한다는 소식을 듣고나서입니다. 작년 가을 오음산 임도에서 7구간 종주산행을 마쳐 먼드래재-화방고개 구간에서 후배들을 만나려면 미리 한 구간을 진행해야 했기에 부랴부랴 종주 길에 올라 화방고개를 얼마 앞둔 새목리 갈림길까지 진출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경동동문산악회에서 종주산행을 한 것은 2007년에 발을 들인 한북천마지맥이 처음으로 제가 주선했습니다. 뒤이어 한북정맥 종주까지 제가 길안내를 맡았고, 2009년부터 후배들이 맡아 한북정맥에서 분기된 9지맥과 한남정맥 종주를 성공리에 마치고 요즘은 한강기맥을 종주 중입니다. 후배들과 산행을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여전해 틈나는 대로 홈피에 들러 후배들이 올린 종주산기를 찾아 읽곤 합니다.
오전 11시25분 노천2리의 새목리 버스정류장을 출발했습니다. 제 주력으로 먼드래재까지 진행하기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 이번에는 대학산 아래 안부까지만 가고 부목재로 빠지는 것으로 산행코스를 짧게 잡았습니다. 덕분에 모처럼 종주산행이 마냥 느긋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8시30분에 홍천터미널을 출발하는 노천리 버스를 타지 않고 그 다음 11시 버스를 탄 것도 그리 시간을 늦추어야 산행 중에 후배들을 만날 수 있겠다 싶어서였습니다. 444번도로에서 오른 쪽으로 난 길을 따라 새목리 갈림길 안부로 향했습니다. 시멘트 길이 끝나는 곳에서 안부까지 나무그늘이 전혀 없는 벌목지를 오르는 동안 손수건으로 목덜미를 가려야 할 정도로 햇살이 따가웠습니다.
11시48분 새목리 갈림길에서 9구간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갈림길 안부에서 왼쪽으로 오르는 길이 잠시 가팔랐지만 때마침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무명봉에 오르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 무명봉에서 능선을 따라 편안한 길을 걷다가 경사진 길을 따라 내려가 깊숙한 안부에 도착했습니다. 왼쪽 아래로 새목리로 이어지는 길이 나있는 안부에서 다시 올라가 다다른 봉우리가 469m봉 같았습니다. 화방고개에 이르는 이 능선에 진드기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들은 것이어서 이번에는 신경 쓰지 않고 지났습니다만 진작 알았더라면 수건으로 목덜미를 가렸을 걸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2시25분 화방고개를 지났습니다. 489m봉에서 조금 더 진행하자 화방고개를 넘는 차들이 내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습니다.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생각보다 된비알 길이어서 조심해서 내려갔습니다. 화방고개 오른 쪽 바로 아래 약수터가 있다는 것은 산행기에서 본 적이 있지만 물을 충분히 갖고 가 그냥 지났습니다. 화방고개 차도를 건너 묘지 뒤편으로 난 희미한 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546m봉을 향해 북쪽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을 따라 오르는 중 바로 앞서 지난 화방고개로 내려가는 여러 분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주말산행이라서 이렇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선 무명봉에서 뒤를 돌아보자 지난 번 서둘러 올랐던 덕구산이 아주 가깝게 보였습니다. 무명봉에서 조금 내려갔다가 바위봉을 왼쪽으로 우회한 후 묘지를 지나 546m봉에 이르렀습니다.
13시25분 진지리고개로 내려섰습니다. 546m봉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갔다 다시 오른 무명봉을 조금 지나 나무 그늘아래에서 점심을 꺼내 들었습니다. 산행시작 2시간 만에 갖는 15분간의 첫 쉼이 꿀 같았던 것은 윙윙대는 파리소리를 압도할 만한 새들의 합창과 바람소리가 서로 아울러 낸 화음 덕분입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비교적 평평한 길을 따라 걷다가 밑동을 베어낸 나무그루터기에 돌을 올려놓은 나무돌탑에 이르렀습니다. 이곳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가 북쪽으로 노천리물골마을, 북동쪽으로 부목재, 남동쪽으로 발교산, 그리고 남서쪽으로 화방고개 행 길이 갈리는 임도사거리인 진지리 고개에 닿았습니다. 진저리고개에서 부목재 쪽 임도를 따라 걷다가 오른 쪽 산길로 올라서기가 쉽지 않았던 것은 절개면이 미끄러워서였습니다. 절개면을 따라 오르다가 2-3m 아래로 미끄러져 다른 길을 찾아 올랐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야 물이 흐를 만한 흐릿한 길 (?)을 따라 능선에 이르기까지 엄청 힘들었습니다. 힘들게 올라선 능선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599m봉으로 오르는 능선 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14시34분에 도착한 599m봉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방울토마토를 꺼내 먹으며 15분 넘게 푹 쉬자 어느 정도 원기가 회복된 듯 했습니다.
15시45분 해발876m의 대학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599m봉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대학산 가는 길도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표고차가 300m도 나지 않는데 대학산 정상이 엄청 높아 보이는 것은 엄청 힘들여 올라온 599m봉이 진지리고개보다 불과 100m 밖에 높지 않음을 온 몸으로 확인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599m봉에서 조금 내려갔다가 가파르게 올라선 능선갈림길에서 오른 쪽 능선을 따라 한참 동안 올라가 헬기장에 이르자 이제 대학산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싶어 반가웠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른 후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나지막한 봉우리 3개를 더 넘어서야 대학산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안착을 알리고자 경동동문산악회 팀에 전화를 걸었지만 수신 상태가 좋지 않아 대략 900m대의 능선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하고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16시35분 대학산 안부에서 9구간 종주를 마쳤습니다. 대학산 정상에서 오른 쪽으로 조금 진행하다가 아무래도 길이 아닌 것 같아 되돌아가자 왼쪽으로 표지리본이 걸린 길이 보였습니다. 이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 사진으로 본 큰 규모의 ‘호랑이굴’을 만나 그 위로 난 바위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어 왔습니다. 급경사 길을 걸어 내려가는 중 경동동문산악회의 오창환 동문이 전화를 걸어왔는데 잡혔다 안 잡혔다 하다 결국 통화에 실패했습니다. `정상에서 안부로 내려가는 길이 경사는 급했지만 먼 길이 아니어서 정상 출발 반시간 가량 후 안부로 내려섰습니다. 정상보다 훨씬 낮은 곳의 안부 역시 통화권이탈지역으로 뜻 한대로 산길에서 후배들을 만나려면 오로지 이곳에서 그들이 오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15분 여 기다리다가 진지리고개에서 길이 아닌 길로 해서 599m봉으로 오르는 중 후배들이 지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럴 리는 없다하면서도 마냥 넋 놓고 기다릴 수 없어 나뭇가지에 하산을 알리는 메모지를 꽂아 놓고 부목재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18시58분 부목재에서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안부에서 왼쪽 아래로 난 희미한 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을 잎이 무성한 여러해살이 풀들과 잡목이 덮어 밤에 찾아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15분 넘게 풀숲을 헤치고 내려가 닿은 부목재-진머리재 임도에서 주변을 사진 찍은 것은 다음에 들머리를 쉽게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안부에서 내려선 임도에서 오른 쪽으로 난 임도가 부목재까지 이어졌는데 오르내림이 없는 평탄한 길이어서 모처럼 1시간 가까이 편한 길을 느긋하게 걸었습니다. 경동동문산악회의 한강기맥 종주가 보다 수월한 것은 당신 차로 들머리와 날머리를 오가며 후배들을 실어 나르는 선배 한분의 헌신 덕분입니다. 부목재에 도착해 선배분을 만났고 이 차로 후배들의 하산예정지인 화방고개로 이동해 그냥 지나친 약수터를 들렀습니다. 얼마 안 있어 너무 늦어 화방고개까지 가지 못하고 부목재로 하산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부목재로 이동했습니다. 후배들이 캄캄한 산길을 걸어 부목재에 이른 시각이 대략 8시 반 경으로 반갑게 해후했지만 너무 늦어 곧바로 귀가 길에 올랐습니다. 중간에 화로구이 마을 둘러 다 같이 저녁을 맛있게 드느라 귀경이 더욱 늦어졌습니다. 선배분이 당신 차로 산본 집 앞에까지 태워주어 고맙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흔히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 합니다. 사람들을 서로 엮는 인연 중에서 학연의 힘이 절대로 약하지 않은 것은 혈연이나 지연만으로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절대 필요한 외연확장을 기대하기 힘들어서일 것입니다. 제 경우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고향에서 졸업해 학연과 지연이 겹칩니다. 대학교는 같은 과 학생이 20명에 불과해 본격적인 외연 확대는 아무래도 고교동문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1968년도에 졸업한 경동고교는 지금과는 달리 전국에서 나름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들어 지역적으로 외연을 넓히는데 안성맞춤입니다. 취미활동을 통해 외연을 넓히는데 산악회 활동만큼 적절한 것이 흔치 않은 것은 무엇보다 오랜 시간 같이 땀을 흘려서입니다. 꼭 외연을 넓힐 목적이 아니더라도 터놓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크나큰 기쁨입니다. 그 기쁨을 47년 간 이어왔기에 제 삶이 기쁠 수 있었고 또 앞으로도 계속되어 기쁘고 또 기쁠 것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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