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강기맥 종주기

한강기맥 종주기11(먼드래재-운무산-원넘이재)

시인마뇽 2015. 8. 7. 00:12

                                                      한강기맥 종주기11

 

 

                                                  *기맥구간:먼드래재-운무산-원넘이재

                                                  *산행일자:2015. 7. 11()

                                                  *소재지 :강원 홍천/횡성

                                                  *산 높이 :운무산 980m

                                                  *산행코스:먼드래재-능현사갈림길-운무산-원넘이재

                                                                     -청량리버스정류장

                                                  *산행시간:910-1830(9시간20)

                                                  *동행 :경동고 24회 김주홍/이기후 동문

 

 

 

 

    사람의 일생이란 몇 마디로 요약하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가다 죽음을 맞는 것입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의 기능이 점점 퇴화되는 노화를 뜻합니다. 성장의 출발점이 태어남이라면 노화의 종점은 죽음입니다. 요즘 평균수명을 80세로 본다면 그 3/46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늙어가다 죽음을 맞는 것이 우리들의 일생입니다. 이렇듯 우리 일생에서 가장 긴 기간을 차지하는 것은 노화과정이기에 우리 삶이 얼마나 행복하냐는 얼마나 잘 늙어가는 가에 달려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잘 늙어가는 데는 반려자가 꼭 필요합니다. 수명이 늘어날수록 늙어가는 길이 점점 멀어져 혼자 걸어가기가 벅차서입니다. 노화의 기간이 40년을 넘지 못한 얼마 전만해도 반려자는 배우자로 족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못합니다. 노화기간이 60년을 넘게 되면 배우자 없이 홀로 늙어가야 하는 확률이 그만큼 커집니다. 인생의 반려자로 같이 늙어갈 친구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경험을 공유하고 취미를 같이할 수 있다면 친구들은 같이 늙어가는 데 더할 나위 없는 반려자가 될 것입니다. 제게도 이런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산을 같이 다니는 고교동창들입니다. 1960년대 후반 3년 동안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한 교정에서 같이 뛰어놀고 공부했으며 졸업 후 다시 만나 장장 160Km의 한북정맥을 종주하며 우의를 다져왔습니다. 요즘은 이 친구들과 명산100산을 같이 탐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강기맥종주 길에 참여해 강원도 홍천의 운무산을 같이 오른 일행 두 명도 다름 아닌 이 친구들입니다.

 

 

 

   오전910분 먼드래재에서 한강기맥의 11구간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아침640분 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한 버스가 홍천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은 평소보다 15분가량 늦은 755분경으로 8시에 출발하는 서석행 버스를 놓치지 않을까 마음 조렸습니다. 850분 원주행 버스가 서석을 출발한지 10분쯤 되어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먼드래재에 도착해 하차했습니다. 같이 하차한 혼성팀 세 분은 먼드래재-원넘이재-구목령을 한 구간으로 잡아 서둘러 출발했고, 구목령까지 반도 안 되는 먼드래재-원넘이재를 종주코스로 짧게 잡은 저희는 시간이 넉넉해 두 친구와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해발466m의 먼드래재를 출발해 절개면을 오르는 십 수분 동안 경사가 가팔랐지만 꼭지점에 이른 후 부터는 길이 완만해 첫 번째 봉우리에 오르기까지 얼마간은 걸을 만 했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갔다가 로프가 쳐진 가파른 길을 올라 다다른 무명봉에서 첫 쉼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산행시간을 넉넉히 잡아놓아서였습니다.

 

 

 

   1130분 운무산 2.30Km/먼드래재 2.96Km의 암봉에 이르렀습니다. 먼드래재에서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기맥 길은 첫 쉼을 가진 무명봉에서 암봉에 오르기 바로 전의 안부까지 편안한 길이어서 한강기맥의 한 구간은 우정산행을 하겠다며 따라 나선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다른 해 같으면 벌써 형형색색의 여러 자태를 선보였을 버섯들이 오랜 가뭄으로 전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산나리가 주홍색 꽃을 피워 초록색 산길의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717.6m봉을 지나 내려선 내촌고개에서 암봉으로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팔랐습니다. 첫 번째 암봉에서 두 번째 암봉으로 연결되는 길에 발을 내딛을 철심이 박혀 있어 난코스를 어렵지 않게 통과했습니다. 운무산 정상을 2.30Km 남겨 놓은 두 번째 암봉은 그늘이 지고 나무의자도 세워져 있어 오랜 시간 쉬어가기에 딱 좋아 마음 편히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1249분 능현사 갈림길을 지났습니다.1시간 이상 걸린 점심 식사를 마치고 1233분에야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이번에 모처럼 느긋하게 산행할 수 있었던 것은 산행코스가 워낙 짧아서인데 두 친구들도 이런 여유로운 산행이 싫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60대 나이로 아예 산행을 접을 생각이라면 조금 무리한 산행도 마다않겠지만, 70세를 넘어서도 계속할 뜻이기에 가능하다면 산행속도를 줄여 무릎을 보호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오후 산행을 다시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커다란 암봉을 왼쪽 아래로 에도는 길에 오른 쪽 아래로 능현사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났습니다. 804m봉을 지나 오른 쪽으로 100m 가량 떨어져 보이는 851m봉으로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확 꺾어 내려가다 그늘진 곳에서 다시 20분 가까이 쉬었습니다. 조금 내려가다 다시 올라가 다다른 고개에서 급경사 길을 내려가 돌탑을 지난 후 760m대의 안부에 도착한 시각이 1354분이었습니다.

 

 

 

   1528분 해발980m의 운무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안부에서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돌길을 따라 반시간 가량 올라 해발875m봉의 헬기장에 이르렀습니다. 이 산 정상은 헬기장은 1Km만 더 걸어 표고를 105m만 높이면 오를 수 있는 지근거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느 때라면 중간에 쉬지 않고 단숨에 올랐을 테지만, 이번에는 강원도 내륙의 수려한 산줄기를 카메라에 담아보고자 중간에 몇 번을 쉬어가느라 1시간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표지석이 세워진 정상 봉우리가 비좁고 햇빛이 가려지지 않아 잠시 머물며 사방을 둘러본 후 조금 내려가 쉬었습니다. 운무산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태기산이 선명하게 보이리라 생각했는데 여러 봉우리 중에서 태기산이 어느 봉인지 가늠하지 못했습니다. 오른 쪽으로 보이는 풍력발전기가 혹시 태기산에 세워진 것이 아닌가 했다가, 2007년 이 산을 오를 때 군사기지가 있어 정상을 오르지 못한 것이 기억나 그도 아니다 싶었습니다.

 

 

 

   1648분 원넘이재에 내려섰습니다. 제가 종주산행 시 주로 참고하는 것은 1/5만 지형도와 개념도, 그리고 산행기입니다. 한강기맥 종주에 소용되는 개념도와 산행기로 진혁진님이 작성한 것을 복사해 쓰는 것은 정보가 정확하고 자세할 뿐 아니라 진행방향이 같아서입니다. 이분은 한강기맥 전구간 중 최고의 난코스로 운무산 구간을 들었는데 주된 이유는 정상에서 원넘이재로 내려가는 경사진 바위길 때문이라 했습니다. 이 분은 이 구간을 밧줄이 없던 2007년에 지났고, 저는 밧줄의 도움을 받아 내려가는 것이어서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닌데도 은근히 신경이 쓰인 것은 7년 전 춘천의 용화산에서 추락사고를 당한 기억 때문입니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조금 진행해 만난 암릉 길은 가느다란 로프를 잡고 내려섰고,  이어지는 긴 암릉 길은 보다 굵은 로프를 잡고 천천히 내려섰습니다. 바위 길이 끝나고 통나무 계단 길을 따라 내려가 다다른 안부가 해발696m의 원넘이재로, 어느 고을 원님이 횡성의 속실리에서 이 고개를 넘어 서석으로 넘어와 삼년을 기거했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합니다.

 

 

 

   1830분 청량리버스 정류장에서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횡성의 속실리와 홍천의 삼년대를 가르는 원넘이재에서 20분 가량 쉰 후 왼쪽 삼년대 마을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정상에서 원넘이재로 내려오는 된비알 길과 달리 경사가 완만하고 더러 더러 야생화들도 피어 있어 마음 편히 천천히 걸었습니다. 한참 동안 걸어 내려선 임도에서 지도를 잘 못 읽어 왔다 갔다 하느라 반시간 넘게 허비한 것 같습니다. 임도에 내려선 후 임도 따라 오른 쪽으로 내려가다가 지도를 보고 왼쪽으로 길이 나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앞서 간 친구를 전화로 불러 다시 올라오도록 해 왼쪽으로 진행했습니다. 지도상으로는 10분도 안 걸려 청경지 저수지에 닿게 되는데 계속 올라가는 길로 저수지가 나타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다시 돌아 내려가다가 삼년대 마을로 내려가는 산길을 찾아 북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삼년대 마을에 도착해서야 중간에 만난 임도는 이 지도에 나와 있지 않았고 임도로 알았던 길은 동네 어귀 시멘트 길임을 알았습니다.  이는 임도가 지도가 출간된 2006년 이후에 만들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정류장 앞 개천에서 땀으로 범벅된 몸을 씻어낸 후 1850분에 출발하는 서석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번에 정말 놀란 것은 시골버스도 운행시간을 아주 정확히 지킨다는 것입니다. 홍천과 서석, 삼년대와 다시 서석과 홍천 등 5번을 갈아탔는데 어느 한 곳에서도 정시에 도착하고 출발하지 않은 버스가 없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버스시간을 검색해 산행계획을 짜면서 혹시라도 버스가 늦게 도착해 연계 버스를 못타는 것이 아닌 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루에 두서너 번 운행하는 시골버스를 제때 타지 못하면 아예 종주산행이 불가능해 더욱 그랬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약속시간을 잘 안 지켜 코리안 타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어 다녔는데 이제 까마득한 옛날 얘기가 된 것은 높아진 약속준수의식과 IT산업발달, 그리고 지방자치의 정착 덕분일 것입니다. 이제 안심하고 지방자치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버스시간표를 확인하고 그에 기초해 운행계획을 짤 수 있다 싶어 지방자치체의 교통행정에 믿음이 갔습니다

 

 

 

   잘은 몰라도 국가의 시스템이 이정도로 잘 작동되는 나라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대다수의 언론들이 우리나라를 너무 자주 비하해 바깥에 온통 문제투성이의 나라로 비쳐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메르스도 초기 대응은 잘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잘 대처했기에 사망자수와 사망률을 언론이 예측한 것보다 대폭 줄일 수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잘 못한 것은 당연히 고쳐나가야겠지만, 요소요소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 덕분에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고마워하는 것도 도리일 듯 싶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