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강기맥 종주기

한강기맥 종주기13(구목령-장곡현-불발현)

시인마뇽 2015. 9. 2. 12:53

                                                     

                                                              한강기맥 종주기13

 

 

                                                       *기맥구간:구목령-장곡현-불발현

                                                       *산행일자:2015. 8. 16()

                                                       *산높이   :청량봉 1,052m

                                                       *소재지   :강원 홍천/평창

                                                       *산행코스:구목령-조망암-1181m-장곡현-청량봉-불곡현

                                                       *산행시간:750-1430(6시간40)

                                                       *동행      :나 홀로

 

 

 

 

   산길에서 매미소리를 들으면서 여름이 선선히 물러서기에는 아직은 때가 이르다 했습니다. 1대간9정맥을 종주하면서 매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한계고도가 해발900m라고 저 나름 경험칙으로 정리했는데, 올 여름 비가 덜 내리고 더워서인지 해발 1,000m가 넘는 한강기맥 길에서 매미소리를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지식이 이처럼 정확하지 못한 것을 깨달은 것이 이번 산행의 큰 수확으로 알고 일단, 한계고도를 일단  해발 900m에서

1,100m로 수정하고자 합니다.

 

 

 

   한강기맥에서 여름을 붙잡아 놓는 것은 매미만이 아니었습니다. 한 달 전 운무산 구간을 종주할 때 거의 보지 못한 버섯이 여기저기서 형형색색으로 치장을 하고 인사를 해와 광복절을 즈음해 여름이 한풀 꺾인다는 제 경험칙도 잘 들어맞는 것이 아니다 했습니다. 한 여름 우기를 만나 우후죽순처럼 들고 일어나는 버섯을 보노라면 저처럼 예쁘장한 버섯이 그 속에 독을 품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잘은 몰라도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독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버섯이 미생물에 포함된다는 것을 확실히 안 것은 5년 전 제 친구인 이상훈교수가 지은 그러자 나무는 꽃을 피웠다를 읽고 나서입니다. 학교에서 미생물은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 볼 수 없다고 배웠는데 버섯이 어찌 미생물로 분류되는지 그 까닭을 저는 아직도 확실히 모릅니다. 미생물이 지구 상에 처음 나타난 것은 약30억 년 전이라 합니다. 바다에서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미생물이 등장한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인데도 미생물이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아무도 모른다 합니다. 미생물은 하나의 세포 또는 균사로 이루어져 있고, 생물로서의 최소 생활단위라 말할 수 있으며, 세균, 진드기, 곰팡이, 사상균, 조류(藻類), 바이러스, 그리고 버섯 등이 모두 미생물로 생물종의 60%가 미생물로 분류된다고 이 책은 적고 있습니다. 그 이름들을 언뜻 보아도 미생물이 우리 몸에 모두가 해로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균만 해도 유산균처럼 우리 몸에 이로운 균이 있습니다. 버섯이라고 모두 독버섯은 아니기에 송이버섯이 비싸게 팔리는 것입니다. 푸른곰팡이가 없었다면 페니실린을 만들지 못해 2차 대전을 영국의 승리로 이끄는데 크게 공헌한 처칠을 살려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침750분 구목령에서 한강기맥의 13구간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6시경 민박집 차편으로 생곡리의 피리골을 출발해 전날 차를 타고 내려간 임도를 거꾸로 올랐습니다. 6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차를 타고 올라 간 것은 이번 종주산행의 기맥거리는 10Km 정도로 짧지만, 생곡리에서 구목령을 오르고 불발현에서 자운리로 내려가는 접근로와 이탈로를 합치면 이 또한 10Km가 훨씬 넘어 자칫 중간에 알바라도 하면 자운리를 저녁 7시에 지나는 막 버스를 놓칠 수 있겠다 싶어서였습니다. 해발900m대의 구목령에 도착하자 공기가 냉랭해 윈드자켓을 꺼내 입었습니다. 차를 보내고 왼쪽 산길로 들어서자 아직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을 혼자서 걷는다는 두려움과 설렘으로 가슴이 뛰었습니다. 정북방향으로 이어지는 종주 길이 된비알 길이어서 출발 몇 분후 자켓을 벗었습니다. 헬기장에 이르자 그새 아침이슬에 등산화와 바짓가랑이가 다 젖어 축축했습니다.

 

 

 

 

   934분 조망바위에 올라섰습니다. 여름 꽃들이 가득히 피어 있는 헬기장은 마치 자그마한 산상의 꽃밭 같았습니다. 표지목이 머리만 보일 정도로 잡초가 무성한 헬기장에서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오름 길을 따라 걸어 1142m봉에 올라선 시각이 836분이었습니다. 1142m봉을 지나 얼마간은 고도차가 별로 나지 않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걸을 만 했습니다. 혼자 걷는 길이 보기만큼 외롭지 않는 것은 종종 이런 좋은 길을 먼저 간 집사람이 같이 걸어주어서입니다. 무성한 나뭇잎이 눈을 가려 답답한 능선 길을 걷다가 밧줄을 잡고 조망바위에 올라서자 시야가 탁 트여 남서쪽 멀리로 오음산(?)이 보였고 이제껏 걸어온 산줄기도 선명하게 잡혔습니다. 몇 분후 삼각점이 박혀 있는 1191m봉에 올라섰지만 바람이 통하지 않아 4-5m 더 가서 쉬었습니다.

 

 

 

 

   1110불발현5.2Km/구목령4.14Km"지점의 무명봉에 이르렀습니다. 1191m봉에서 북동쪽의 1181m봉으로 가는 길에 로프를 잡고 오르내리는 암릉 구간이 있어 조심해서 진행했습니다. 안부에 내려섰다가 다시 오른 무명봉에 불발현6.19Km/구목령3.16Km"의 표지목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1181m봉으로 보이는 이봉우리에서 북동쪽으로 얼마간 내려갔다가 앞서 오른 봉우리와 해발고도가 거의 같은 무명봉에 올라서는 길에 멧돼지가 분탕질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보였습니다. 무명봉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는 중 비가 오기 시작해 이 더위에 비옷을 꺼내 입어야하나 걱정했는데 이내 비가 그쳤습니다. 멧돼지 흔적이 계속 보이는 길을 걸어 불발현5.2Km/구목령4.14Km"의 표지목이 서 있는 봉우리에 올랐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조금 내려갔다가 다시 오른 무명봉이 1098m봉인 것 같았습니다.

 

 

   1257분 장곡현에 도착했습니다. 1098m(?)에서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른 봉우리삼거리에 거리표시판이 없는 표지목이 서 있었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선 안부에서 불발현3.9Km/구목령

5.44Km"의 표지목이 서 있는 무명봉으로 오르는 길 가로 로프를 쳐놓을 만큼 된비알 길이었지만 이런 저런 버섯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무명봉에서 130m가량 고도를 낮추어 950m대의 안부로 내려갔다가 불발현을 3.3Km 남겨놓은 970m대의 봉우리에 올라선 시각이 1222분으로, 이 봉우리에서 점심을 들면서 15분 가깝게 푹 쉬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왼쪽으로 조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 계속해서 북동쪽으로 진행했습니다. 반시간을 조금 못 걸어 왼쪽 아래 임도로 내려선 다음 몇 분을 더 걸어 올라가 임도삼거리인 해발 950m대의 장곡현에 이르렀습니다.   

 

 

 

 

   1430분 불발현에 도착해 기맥종주를 마쳤습니다. 땡볕을 피할 데가 없는 장곡현에서 곧바로 나무계단을 올라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몇 분 안 걸어 내려선 임도 끝점에서 다시 들어선 산길이 청량봉으로 이어지는 길로 나지막한 960m-980m대의 봉우리 몇 개를 오르내리다 로프가 쳐진 급경사의 나무계단 길을 따라 내려가 거목이 쓰러져 길을 막은 안부로 내려섰습니다. 두 개의 거리표지판을 따로 달아놓은 거목을 넘어 가파른 길을 따라 60m-70m 가량 고도를 높이자 비로소 평탄한 길이 이어졌습니다. 1350분에 해발1,052m의 청량봉에 올라서서 정 북쪽으로 갈라지는 춘천지맥 길을 확인한 후 오른 쪽으로 확 꺾어 한강기맥 길을 이어갔습니다. 헬기장을 지나 참으로 오랜 만에 진초록의 속새를 만나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1021m봉을 넘어 내려선 임도가 이번 산행의 끝점인 불발현으로 정자에 앉아 물을 마시며 쉬었습니다.

 

 

 

 

   얼마 안 있어 운두령-보래봉-불발현 구간을 종주한 몇 분이 불발현에 도착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4시간 50분이 걸렸다는 이분들이 저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여 이분들 주력이 보통이 아니다 했습니다. 마침 친구 분들과 차를 끌고 올라와 바람 쐬고 내려간다는 다른 분들이 저를 태워주어 생각지 않게 하산 길이 편했습니다. 임도가 끝나는 자운리 마을을 지나 율전삼거리에서 하차하면서 고맙고 또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율전 삼거리에서 50분 넘게 기다렸다가 내면에서 나오는 버스를 탈 즈음 후두두 떨어지기 시작한 비가 서석을 거쳐 홍천터미널에서 하차하기까지 줄기차게 내려 한 낮의 여름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했습니다.

 

 

 

 

   천 미터가 넘는 산길에서 매미 소리를 듣고 이런저런 버섯을 보고나서 그동안 제가 알아온 것이 얼마나 엉성한가를 새삼 느꼈습니다. 뭣 좀 안다고 함부로 나대다가는 개망신을 당할 수 있겠다 싶어 앞으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뒤늦게나마 공부를 더 하고 싶은 것도 제 엉성한 앎을 바로 잡고 부족한 앎을 채워보고 싶어서입니다. 이리 생각하니 매미와 버섯이 고맙기 이를 데 없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