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기맥 종주기12
*기맥구간:원넘이재-덕고산-구목령
*산행일자:2015. 8. 15일(토)
*산높이 :덕고산 1,125m
*소재지 :강원홍천/횡성 및 평창
*산행코스:삼년대마을-원넘이재-덕고산-삼계봉-구목령
*산행시간:9시11분-18시28분(9시간16분)
*동행 :나홀로
다섯 주 만에 다시 한강기맥 종주에 나섰습니다. 제게는 가장 긴 산행이 될 운두령-계방산-오대산 구간을 그래도 낮이 밤보다 긴 9월 중에 종주하려면 이달이 가기 전에 운두령까지 진출해야해 광복절 연휴기간을 맞아 눈 딱 감고 종주산행에 나섰습니다. 지난 달 산행을 마친 원넘이재에서 운두령까지는 도상거리가 32Km 가량 됩니다. 어디서 구간을 끊을까 적지 아니 고심하다가 한 여름에 산행코스를 길게 잡는 것이 아무래도 무리다 싶어 원넘이재-구목령, 구목령-불발현, 불발현-보래령과 보래령-운두령의 4구간으로 잘게 나눈 후, 이번에 두 구간을 연이어 종주해 불발현까지 진출했습니다.
지난 7월11일 먼드래재-운무산-원넘이재 구간을 마친 후 오랜 만에 다시 기맥 종주에 나선 것은 그간 주말에 몇 번 비가 내려서만은 아닙니다. 중간에 적당한 곳이 없어 만부득이 구목령과 불발현에서 구간을 끊기는 했지만, 이 두 고개에서 버스정류장까지 7-8Km를 걸어 내려갔다가 다음에 다시 고개로 올라와야 하는 이 두 구간을 복더위에 해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광복절을 즈음해 더위가 한풀 꺾이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어 일단 미루어놓았다가 이번 연휴를 놓치지 않고 종주산행에 나선 것입니다.
전날 밤을 홍천의 찜질방에서 묵은 후 홍천터미널에서 아침7시10분 발 서석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시간을 잘못 알아 6시45분에 출발하는 서석행 첫차를 놓친 것이 실수였습니다. 서석에서 7시40분에 떠나는 청량리행 첫 버스를 5분 사이로 타지 못하고 1시간가까이 기다렸다가 그 다음 8시40분 버스에 올라야 했습니다. 예정보다 산행시작 시간이 한 시간 가량 늦어져 이를 보충하노라 제 나름 서둘렀지만 마음만 급했지 몸이 따르지 못했습니다. 청량리버스정류장을 출발해 덕고산에 도착하기까지 6시간 남짓한 산행이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해발고도를 700m가량 높여야 덕고산에 오를 수 있어서도 그랬겠지만 그보다는 전날 밤 찜질방에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것이 주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틀 연속 종주산행에 필요한 먹을 것과 옷가지를 챙겨 배낭의 무게가 여느 산행시보다 무거운 것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9시11분 청량리 버스정류장을 출발했습니다. 서석에서 10분가량 달려 도착한 청량리에서 하차해 잠시 채비를 한 후 이번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삼년대마을과 밭을 지나 산길로 들어서자 덜 마른 아침이슬로 바짓가랑이가 다 젖었습니다. 십 수 분 후 다다른 임도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길 건너 잘 나있는 산길을 따라 올랐습니다.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오름 길이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산행시작 50여분 후 도착한 원넘이재에서 17분간 푹 쉬었는데도 몸이 개운하지 않아 해지기 전에 산행을 마칠 수 있을지 걱정됐습니다.
10시20분 원넘이재에서 기맥 종주를 이어갔습니다. 원넘이재에서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은 777m봉에 이르기까지 경사가 급했습니다. 80m가량 고도를 높여 만난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했습니다. 오르내리기를 2번 반복해 만난 거암을 왼쪽으로 270도 가량 돌아 남쪽으로 내려가 안부사거리에 내려선 시각이 11시15분으로 이곳에서 다시 18분을 쉬었습니다. 안부에서 959m봉으로 오르는 중 약초를 캐는 한 분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분은 제가 오늘 구목령까지 진출하는 것이 무리라고 얘기하지만,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어본즉 여기 산에 대해 잘 아는 분 같지 않아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았습니다.
12시32분 959m봉을 올랐습니다. 사거리안부에서 959m봉으로 오르는 길이 비교적 완만한데다 간간히 바람이 불어와 걸어오를 만 했습니다. “덕고산3.15Km/운무산3.19Km”의 표지목이 서있는 959m봉에 도착해 잠시 숨을 돌린 후 평탄한 길을 따라 계속 진행하다 왼쪽으로 꺾어 다시 올라 “덕고산2.55Km/운무산3.79Km" 지점의 무명봉에 올랐습니다. 조금 내려갔다가 산죽나무 숲길을 따라 걸어 1031m봉에 다다른 시각이 13시25분이었습니다. 오른쪽으로 봉복산 길이 갈리는 1031m봉에서 직진해 완만한 길을 걷다가 마지막 얼마간을 된비알 길을 걸어 봉우리가 1090m대의 무명봉이었습니다.
14시17분 1094.2m봉을 지났습니다. 무명봉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진행해 삼각점이 박혀 있는 1094.2m봉에 올라 저처럼 혼자서 한강기맥을 종주하는 한 분을 만났습니다. 왼쪽으로 방향을 바꿔 진행하다 만난 거암을 우회하느라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진혁진님의 개념도에 나오는 바위지대를 지나 안부로 내려섰다가 덕고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로프가 내려진 암릉길을 오르느라 애를 먹었는데, 이는 해가 갈수록 체력은 떨어지는데 몸무게가 줄지 않아 로프를 잡고 83kg의 제 몸을 끌어올리기가 만만치 않아서였습니다.
15시34분 해발1,125m의 덕고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1094.2m봉에서 덕고산 정상에 이르는 동안 구목령을 츨발해 먼드래재로 향하는 종주팀을 만나 길을 비켜주기도 하고 인사를 주고받기도 했는데 선두와 후미의 거리차가 많이 나 후미들이 꽤나 힘들 것 같았습니다. 저 또한 2004-2006년 중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 주력이 딸려 항상 후미로 쳐져 헉헉거리고 따라가기에 급급했었기에 9정맥 종주는 아예 저 혼자 했습니다. 바위지대를 통과해 힘들게 올라선 덕고산 정상에서 쉬면서 잠시 고민한 것은 구목령에서 생곡리민박집까지 어떻게 내려갈 것인 가였습니다. 예정보다 늦은 시간에 구목령에 도착해 8Km가량 되는 임도를 캄캄한 밤에 걸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6만원의 차비가 아깝기는 했지만 차를 타고 내려가기로 마음먹고 민박집에 전화를 걸어 저녁7시반까지 구목령에 차를 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17시42분 1031m봉을 지났습니다. 덕고산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기맥 길이 앞서 지나온 길보다 훨씬 평탄했습니다. 홍천군과 횡성군, 그리고 평창군이 만나는 삼계봉에서 영월지맥은 오른 쪽으로 갈리고 기맥 길은 왼쪽으로 확 꺾여 뻗어나갔습니다. 얼마 안가서 만난 1070m봉에서 기맥 길은 다시 오른쪽으로 꺾여 동쪽으로 이어졌습니다. 1075m봉과 1100m봉을 차례로 지나자 본격적인 산죽지대가 나타났습니다. 산죽의 키가 더러 어깨를 넘거나 키를 넘기도 했지만 대개가 허리 높이여서 걷는데 지장을 받지는 않았습니다만, 1시간 넘게 산죽길이 계속되어 지루하고 짜증이 났습니다. 덕고산에서 1031m봉까지 1,000m대의 봉우리를 하도 여러 개를 넘어 지도상의 어느 봉우리인지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고도차가 크지 않아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속도도 붙어 이 정도 속도라면 저녁 6시를 조금 넘겨 구목령에 도착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18시28분 구목령에 도착했습니다. 산죽지대를 빠져나가 도착한 1031m봉에서 잠시 쉬는 동안 졸음이 밀려온 것은 덕고산을 지나서부터 나름 빠른 속도로 진행해 이제 구목령이 멀지 않았다 싶어 마음을 놓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1031m봉에서 정북으로 이어지는 기맥 길에서는 낮은 키의 산죽들이 더러 보였지만 대체로 길이 좋아서인지 몸 컨디션이 완전히 되살아났습니다. 구목령을 향해 정신없이 내달리면서도 고도가 좀처럼 해발 1,000m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의아했는데, 얼마 후 도착해 구목령의 해발고도가 900m대로 지나온 봉우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을 확인하고 나서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아침6시에 운두령을 출발해 여기 구목령까지 하루에 내달려온 젊은 한분을 만나 생곡리로 내려가는 차비를 반값으로 줄였습니다.
생곡리의 피리골민박집에 도착한지 한 시간도 채 안지나 산행 중 내내 참아온 비가 거세게 쏟아졌습니다. 다음 날 산행이 걱정됐는데, 이내 비가 그쳐 다행이다 했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언제라도 다시 비를 뿌릴 듯 캄캄해 기대했던 별들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이번 산행이 유별나게 힘들었던 이유가 나이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직도 발을 들이지 못한 종주 길이 수두룩한데 일시적인 이유가 아니고 구조적일 수밖에 없는 나이 때문이라면 달리 어찌 해볼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대처방법은 나이를 되돌리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이번 산행이 힘들었다면 다음 산행 때는 한 십년만 되돌려도 충분합니다만, 그동안 어느 누구도 되돌리지 못한 나이를 저라고 무슨 뾰족한 방법이 있어 돌려놓을 수 있을 턱이 없기에 하는 말입니다.
누구는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니 걱정할 것 없다는 투로 얘기합니다. 나이가 정말 한갓 숫자일 뿐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숫자는 단위가 붙어야 비로소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교육학자 쏜 다이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양으로 존재하며, 그래서 측정이 가능하다 했습니다. 측정을 마친 숫자는 단위가 붙어 생명을 얻게 됩니다. 한 살 두 살 하는 “살”은 인간의 나이테를 측정하는 단위입니다. 단언하건대 온갖 고생을 하며 먹어온 나이가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할 수는 결단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생도 덧없을 수밖에 없는데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투의 이야기가 교훈적일지는 몰라도 별반 신뢰가 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리 얘기하는 사람들의 나이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여서입니다. 나이가 절대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상당한 연륜이 필요합니다. 그런 연륜 없이 숫자 론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선지자가 얼마나 있을까 싶어 더욱 그렇습니다.
제 경우 나이와 관계없이 과체중을 줄이는 것이 산행을 계속할 수 있는 첩경입니다. 167cm의 신장에 체중이 83Kg이나 나가는 데는 유전적 원인도 상당합니다. 제 두 다리가 저런 과체중을 견뎌내는 데도 유전자 덕을 단단히 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체중을 줄여 볼 뜻입니다. 아직까지는 체중을 줄이는 것이 정말 절실한 과제는 아니었습니다. 조상의 빛난 얼 덕분에 과체중을 이끌고 산을 오르내리는 것이 무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만, 앞으로는 사정이 그리 호락호락할 것 같지 않습니다. 달리 말해 군더더기 살을 빼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실한 과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니 체중감량에 뜻을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기에 이제까지와는 달리 체중감량에 성공할 것 같습니다. 또 성공해야 합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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