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강기맥 종주기

한강기맥 종주기7(상창고개-오음산-전신주1-44번 앞 임도)

시인마뇽 2014. 10. 22. 11:00

                                                            한강기맥 종주기7

 

                                      *기맥구간:상창고개-오음산-전신주1-44번 앞 임도

                                      *산행일자:2014. 10. 11일(토)

                                      *산높이 :오음산929m

                                      *소재지 :강원홍천/횡성

                                      *산행코스:상창고개-삼마치-오음산-군부대앞 임도

                                                     -전신주1-44번 앞 임도-어둔리마을회관

                                      *산행시간:9시-16시15분(7시간15분)

                                      *동행 :나 홀로

 

 

 

 

  집을 나설 때도 생각지 못한 횡성 땅 어둔리 마을로 하산한 것은 이번 종주산행을 원래 계획했던 작은 삼마치에 훨씬 못 미친 임도에서 끝내서였습니다. 이번처럼 중도에 계획을 변경할 경우 다 내려가서야 교통편을 알 수 있어 하루에 두 번 다니는 버스를 놓치는 경우가 가 종종 있습니다. 하산 시간이 워낙 일러 마지막 버스를 탈 수 있었지만, 시간 반을 넘게 기다리느라 해가 지고 나서는 산자락 아래 마을 특유의 냉기로 추위가 느껴졌습니다.

 

 

  한강 본류와 북한강을 가르는 한강기맥도 작년에 종주를 마친 낙동정맥에 못지않게 산골 벽촌을 지나 대중교통으로 이어가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작년 7월 낙동정맥 종주를 마친 후 1년여 이런 저런 이유로 종주산행을 삼간 결과 몸이 불어, 요즈음은 산행속도가 한창 때의 80%수준을 넘지 못합니다. 종주구간을 나누기가 정말 어려운 것은 산행속도가 늦어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렵게 나눠놓은 구간의 들머리와 날머리를 들고 나는 버스가 대부분 하루에 두 번밖에 안 다녀 시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강기맥을 넘는 차도가 많지 않은 데다 차도라 해서 모두 버스가 다니는 길이 아니어서 별 수 없이 큰돈을 들여 택시를 타야할 때도 자주 있습니다.

 

 

  상창고개에서 갯고개까지는 한창 때라면 10시간을 걸어 한 번에 끊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제 걸음으로 12시간 넘게 걸어야 한 번에 마칠 수 있는데 그리할 경우 해 떨어지기 전에 산행을 마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두 구간으로 나누고 이번에 그 첫 구간을 종주했습니다. 집 떠날 때만 해도 거의 중간지점인 작은 삼마치에서 첫 구간 종주를 마치고 월운리로 하산할 계획이었습니다. 작은삼마치고개를 넘어 월운리와 어둔리를 잇는 길이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풀숲을 헤치고 나가기가 엄청 힘들다는 몇 사람의 산행기를 보고 내심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점심을 들면서 지도를 보다가 오음산 너머 군부대정문을 지나는 임도가 어둔리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 이 길이라면 월운리 길처럼 산딸기에 찔려가면서 풀숲 길을 헤쳐 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고심한 끝에 어둔리로 하산했습니다.

 

 

  오전9시 장수마을 기념비가 서 있는 상창고개를 출발했습니다. 아침7시45분에 용문버스터미널을 출발하는 홍천 행 버스로 양덕원까지 가서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바로 전 구간 종주 때 하산해 버스를 기다렸던 난장터정류장을 지나 상창고개에 이르러 산행채비를 마친 후 길 건너 왼쪽 나무 계단 길로 들어섰습니다. 해발고도가 330m 대인 상창고개를 출발해 오음산을 넘으려면 표고를 600m가량 높여야 해 이번 코스가 결코 만만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가파른 길을 따라 표고를 70m가량 높였다가 내려선 임도에서 왼쪽으로 조금 가다 곧 바로 오른 쪽 산길로 올라갔습니다. 비알 길을 지나 만난 암봉을 우회해 로프를 잡고 올라가 다다른 464m봉에서 조금 내려갔는데 여기에서 왼쪽으로 꺾어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는 오름길이 제법 가팔랐습니다. 해발고도 520m대의 능선에 이른 후 경사가 완만한 능선 길을 걸어 상창고개에서 2Km 떨어진 599m에 오른 시각이 10시16분이니 사간 당 1.5Km를 걸은 셈입니다.

 

 

  10시48분 5번국도가 지나는 삼마치고개에 이르렀습니다. 599m봉에서 북동쪽으로 내려가 만난 “삼마치0.84Km"표지목 앞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했습니다. 여기 저기 교통호가 보이고 마루금과 나란히 통신용(?) 전선이 늘어져 있어 한강기맥도 한북정맥과 마찬가지로 군부대에 자리를 내준 봉우리들이 꽤 많겠다 싶었습니다. 가파른 길을 내려가 도착한 삼마치고개를 지나는 5번 국도는 차들이 거의 안보여 한적했습니다. 차도 건너 나무계단 길로 들어서 절개면 남쪽사면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절개면 꼭짓점에서 오른쪽 능선 길을 따라 십 수분을 진행해 “오음산 2.7 Km”의 표지목 앞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가지고 간 떡을 들면서 첫 쉼을 가졌습니다. 13분간의 휴식을 끝내고 가파른 목제 계단 길을 올라 11시42분에 헬기봉에 도착했습니다.

 

 

  13시13분 해발929m의 오음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헬기장에서 왼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 660m봉에 이르기까지 15분 남짓 걸렸습니다. 바위 길을 따라 내려가 만난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해 또 다시 된비알 길을 올랐습니다. “오음산 정상 0.8Km” 표지목앞에서 왼쪽으로 잠시 좋은 길을 따라 오르다가 만난 암릉 길은 된비알 길로 미끄럽지 않아 오를 만 했습니다. 거북바위를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새빨갛게 불타는 단풍나무를 카메라에 옮겨 담아왔습니다. 아직은 철이 일러 만산홍엽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더러더러 절정에 이른 단풍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삼각점이 박혀 있는 오음산 정상의 정확한 고도는 바로 옆에 세워진 국토지리원의 안내판에 929m로 쓰여 있어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군부대가 보이는 동쪽으로 급경사 길을 내려가 왼쪽 아래로 월운리가는 길이 나 있는 배넘이재에 내려서자 군부대에서 세운 “출입금지경고판”이 보였습니다.

 

 

  14시56분 전신주1-44번 앞 임도에서 한강기맥 종주산행을 마치고 어둔리로 하산했습니다. 출입금지경고판을 무시하고 군부대로 다가가는 것이 찜찜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그대로 진행했는데 얼마 안가서 길안내 표지목을 보자 다른 사람들도 이 길로 많이 지났다 싶어 마음이 놓였습니다. 바로 위 군부대가 훤히 보이는 헬기장을 지나 군부대 울타리에 바짝 붙어 오른쪽으로 에돌았습니다. 한북정맥을 종주하며 군부대 울타리 옆으로 진행한 적이 몇 번 있어 울타리 철조망을 잡고 가야하는 험한 길을 별 탈 없이 우회했습니다. 울타리가 왼쪽으로 꺾이는 지점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가 안부에 이른 후 왼쪽으로 확 꺾어 군부대 정문까지 진행했습니다. 정문 앞에서 초병에 수고한다는 말을 건넨 후 오른 쪽 아래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내려갔습니다. 고유번호가 새긴 전신주를 따라 내려가 1-31번 전신주 앞에서 왼쪽 능선길로 올라가 마루금을 이어갈까 하다가 꽤가 나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군부대 정문 앞에서 40분을 내려가 다다른 1-44번 전신주 앞에서 7구간 종주를 끝내고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16시15분 어둔리 마을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1-44번 전신주 앞에서 어둔리로 이어지는 길은 군부대차량이 다니는 길로 넓고 관리가 잘 되어 하산 길이 편했습니다. 골짜기를 따라 낸 도로를 따라 십 수분 걸어 내려가자 오른 쪽으로 단풍이 반쯤 든 오음산이 한눈에 잡혔습니다. 현대식 2층 건물을 지나고 민가를 거쳐 활짝 열려 있는 철문을 빠져나갔습니다. 이번 산행의 끝점인 어둔리 마을에 도착한 것은 마루금이 지나는 1-44번 전신주 앞을 출발한지 딱 1시간이 지나서였습니다. 마침 집 앞에서 일하시는 동네 어른 한 분이 보여 다가가서 버스시간을 물었습니다. 바로 아래가 버스종점이라면서 아침저녁으로 오전 오후 6시 반에 두 번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이 넉넉해 이 분과 이런 저런 반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바로 아래 마을회관으로 자리를 시간 반 넘게 버스를 기다렸다가 저녁 6시20분 경 횡성을 거쳐 원주로 가는 농촌버스에 올라 어둔리를 출발했습니다.

 

 

  급작스런 결정이었지만 어둔리로 하산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싶었습니다. 우선 하산 길이 넓게 잘 나있어 주변의 가을 정경을 마음 편히 완상할 수 있었습니다. 해발고도가 900m를 넘는 오음산이 빚어낸 능선과 계곡에 드리운 오후의 햇살이 절정을 얼마 앞둔 오음산의 만산홍엽을 재촉하는 듯 했습니다. 하산 길도 생각보다 길지 않았습니다. 마루금에서 벗어나 걸어 내려온 시간이 한 시간으로, 이정도면 다음에 들머리에 접근하는 것이 일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처음 만나본 동네 분과 마음의 문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입니다. 버스시간을 알아보려다 반시간 가까이 머물며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었던 단초는 이 분이 먼저 처음 본 제게 잘 읽은 감을 내주면서 부터였습니다.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면서 건설현장에서 땀 흘렸던 젊은 날을 정리하고 여기 어둔리로 이사와 정착한 것이 20년이 넘는다는 이분은 마흔다섯에 늦장가를 들어 낳은 딸 둘을 잘 키우고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아주 튼실해 보이는 어린 두 딸이 제게 건네는 인사가 진정으로 느껴진 것은 처음 본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반가워하는 하는 것을 그들의 눈빛에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열 살 연하인 이분이 고생은 저보다 훨씬 많이 한 것 같은데 얼굴이 해맑고 마음씀씀이가 저보다 훨씬 후한 데는 자연과 가까이 살아서일 것입니다. 틈나는 대로 오음산으로 들어가 약초도 캐고 버섯도 따며 운동도 겸한다는 이 분에 경제적 여유를 제공하는 것은 단연 한우 20두입니다. 깔끔하게 관리해 우사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냄새가 별로 나지 않았습니다.  

 

  밤7시50분 횡성을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를 타고 서울로 이동하면서 내내 생각한 것은 어둔리에서 만난 그 분의 해맑은 웃음이었습니다. 모진 세상을 험하게 살아온 50대 후반의 사나이 얼굴에서 해맑은 웃음이 연 이을 수 있는 것은 타고난 천성에 오음산과 가까이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삶을 영위하는 덕분일 것입니다. 다음에 다시 오면 꼭 들르라는 인사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아 저도 함께한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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