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종주기32
*정맥구간:석개재-면산-토산령
*산행일자:2013. 6. 5일(수)
*소재지 :경북봉화 및 강원태백/삼척
*산 높이 :면산1,246m, 구랄산1,072m
*산행코스:석개재-면산-구랄산-토산령-태백고원자연휴양림사무소
*산행시간:9시15분-16시30분(7시간15분)
*동행 :나홀로
낙동정맥의 석개재-통리역 구간은 부지런히 걸어도 12시간은 족히 걸리는 꽉 찬 하룻길이어서 걸음이 느린 저로서는 전날 미리 내려가 새벽부터 서둘러야 겨우 해낼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아홉 정맥을 종주하면서 단 한 번도 산장이나 휴양림에서 자고 간 적이 없어 이 번에 그리 할 뜻으로 석개재-토산령과 토산령-통리역 등 두 구간으로 나누고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의 산림문화휴양관에서 하룻밤을 묵어갔습니다. 그간 찜질방, 모텔, PC방, 여관, 여인숙이나 야간열차에서 잠자리 문제를 해결해온 제게는 이번에 머무른 산림문화휴양관이 시내의 어느 호텔보다 더 푸근하고 안락했습니다. 취사설비가 다 되어 있는데다 방도 넓어 저녁식사를 끝내고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며 넉넉한 공간감도 즐겼습니다.
청량리역에서 23시15분발 밤차를 타고 가 첫 번째 내린 역이 강릉역이었습니다. 경포대를 끼고 있는 동해안의 관광도시인 강릉시의 명성에 비해 역전만 댕그라니 넓었지 역사 건물이 많이 후진 것은 서울-강릉 간의 고속도로에 손님을 뺏겨서일 것입니다. 새벽 4시42분에 도착해 인근 체인점에서 요기를 한 후 6시15분에 석포를 거쳐 대구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정동진 앞 동해바다를 보자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도계역을 지나 경북봉화의 석포역에 도착한 것은 8시17분으로, 때 맞춰 저를 맞은 택시기사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이번 산행의 들머리로 낙동정맥이 지나는 봉화 땅의 마지막 고갯마루 석개재로 이동했습니다.
낙동정맥이 물을 대는 낙동강의 발원지는 태백시 소재 싸리재를 사이에 두고 금대봉과 함백산 사이의 천의봉에 있는 너덜샘입니다. 이 낙동강이 강원도의 태백과 삼척을 지나 경상북도 땅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천(川)이 봉화군 석포면의 석포리천입니다. 제가 낙동정맥을 종주하고자 봉화 땅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작년 11월로 한티재-칠보산-애미랑재 구간을 종주할 때였습니다. 그 후 세 구간을 더 해 답운치를 거쳐 여기 석개재에 이르렀고 이번에 석개재를 출발해 면산에 오르면 봉화 땅을 완전히 벗어납니다. 경상북도 청도 땅에 발을 들인 것은 재작년 9월로 아홉 번째 종주 길에서였습니다. 그 후 22번을 더 출산해 석개재에 이르렀고 이번 32번째 종주산행으로 경상북도 땅도 벗어나게 됩니다.
오전 9시15분 석개재를 출발했습니다. 석개재는 왕복 2차선의 아스팔트 차도가 지나는 고개이지만 버스노선이 지나지 않아 석포역에서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고갯마루 정자에서 짐을 챙긴 후 길 건너 왼쪽 산길로 들어선지 얼마 안 되어 길 왼 쪽으로 심마니산당(?)이 보였습니다. 가파른 오름 길을 25분가량 걸어 삼각점이 박혀 있는 1009.3m봉에 이르기 까지 이름 모르는 여러 꽃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해발고도를 100m가량 높여 다다른 100.3m봉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가 간벌지를 지나자 산죽길이 시작됐습니다. 산죽길이 이내 끝났고 오름 길도 완만해 이런 저런 꽃들이 만개하고 온갖 새들이 재잘 거리는 등 이제 막 물이 오르기 시작한 낙동정맥의 여름 정취에 한껏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10시42분 무명봉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완만한 길을 따라 오른 해발920m대의 무명봉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조금 내려가자 다시 오름 길이 시작됐습니다. 이맘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검은등뻐꾸기가 이 산 새들의 대표선수라도 된 양 쉬지 않고 ‘홀딱벗고’를 울어댔습니다. 때마침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지나갔는데도 울음을 멈추지 않던 이 새들이 멧돼지가 지난 흔적이 보여 두 개의 스틱을 부딪치며 인기척을 내는 저를 보고 울음을 뚝 그친 것이 혹시라도 비행기보다 사람이 더 위협적으로 느껴져 그리한 것이 아닌가 싶어 씁쓰레했습니다. 3백m이상 고도를 높여야 다다를 수 있는 면산으로 향하는 길은 북서쪽으로 이어졌고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 오름 길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습니다.
12시17분 해발1,246m의 면산에 올라섰습니다. 석개재를 출발해 북서쪽으로 진행해 3시간 만에 면산에 올라서자 공터 한 가운데 정상석이 서 있었습니다. 왼쪽으로 갈리는 길이 삼봉산으로 이어져서인지 ‘석개재4.2Km/휴양림삼거리4.8Km'의 표지목 한 중간에 ‘삼방산삼거리’라 적혀 있었습니다. 석개재에서 4.2Km의 거리의 면산에 이르는데 3시간이 걸렸으니 시간당 1.4 Km를 걸은 셈입니다. 이런 느림보 걸음으로는 종주산행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러워 하면서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 점심을 들었습니다. 면산을 끝으로 경상북도 땅에 고별을 고한 후 강원도 태백과 삼척을 어우르며 북쪽으로 내닫는 낙동정맥을 따라 40분 넘게 내려가 해발 950m대의 안부에 이르렀습니다.
13시37분 삼죽사 길이 갈리는 능선삼거리를 지났습니다. 면산을 지나서부터 정맥 길이 잘 다듬어진 덕에 키를 넘는 산죽이 얼굴을 때리지 않아 좋았습니다. 950m대 높이의 안부에서 조금 올랐다가 다시 930m대까지 내려가 왼쪽 아래로 삼죽사 길이 갈리는 능선삼거리에 다다르자 별안간 먹구름이 낀다 했는데 이내 바람이 거칠게 불기 시작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기상청의 일기예보와 달리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천둥소리가 나고 십 수 분간 집중호우에 버금가는 폭우가 쏟아져 내려 참으로 오랜만에 생각지 않은 우중산행을 했습니다. 여름산행의 정취(?)를 더 한 굵은 빗줄기는 얼마 후 멈췄지만 가는 비는 계속해 내려 우비를 벗지 못하고 오르느라 구슬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15시8분 토산령에 도착했습니다. 구슬땀을 흘리며 해발1,072m의 구랄산에 오른 시각이 14시22분이었습니다. 정상석을 사진 찍은 후 내리막길로 접어들자 직선의 내리막길을 지그재그 길로 바꾸느라 파헤친 흙 길이 비를 맞아 많이 미끄러웠습니다. 비가 멈추고 햇살이 내비쳤으나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오르락내리락하기를 몇 번 하는 동안 나지막한 봉우리 두 서 너 개를 넘었습니다. 해발950m의 토산령에 도착하자 ‘백병산5.3Km/면산3.3Km'의 표지석이 서 있어 반가웠습니다. 비만 오지 않았다면 휴양림삼거리까지 진출할 생각이었으나 빨리 내려가 옷을 갈아입을 생각으로 토산령에서 32번 째 종주산행을 접고 왼쪽 아래 태백고원자연휴양림으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허리 차는 산죽 길을 10분가량 걸어 내려가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을 건너자 넓은 임도 길이 시작됐습니다.
16시30분 태백고원자연휴양림 관리사무실 앞에서 첫날 산행을 마쳤습니다. 휴양림관리사무소로 이어지는 임도가 시작되는 넓은 공터에서 10수분을 쉬면서 시장기가 느껴져 남겨 놓은 떡을 마저 들었습니다. 계곡을 옆에 끼고 넓은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길이 편안한데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고 걸어도 조금 더 내려가면 하룻밤을 편하게 묵어갈 휴양림 방을 예약해 놓은 상태라 마음 또한 편안했습니다. 토산령 출발 한 시간이 조금 지나 숙소인 산림문화휴양관에 도착했는데 방 열쇠가 없어 10분 남짓 더 걸어 내려가 관리사무소를 찾아 갔습니다. 열쇠를 받아들고 다시 올라가 산림문화휴양관의 지정된 방에다 짐을 풀었습니다. 서 너 명은 같이 써도 충분한 공간의 휴양관은 하루 사용료가 4만원으로 조금 비싸다 싶은 것은 현충일 휴일이 끼어서 평일보다 1만원이 더 해서인데 그래도 태백으로 나가 묵는 것보다 왔다갔다 교통비를 감안하면 비용이 더 저렴할 것입니다.
낙동정맥 종주 길도 이제 끝나갑니다. 두 구간만 더 걸으면 낙동정맥의 끝점이자 출발점인 매봉산의 천의봉에 이르게 됩니다. 마지막 구간은 저의 1대간 9정맥 종주산행 마무리를 축하하고자 몇 몇 산 친구들이 함께 하기로 해 다음 구간인 토산령-통리역 구간 종주가 1대간 9정맥의 마지막 ‘나홀로’ 산행이 될 것입니다. ‘나홀로’ 산행이 외롭지만 않은 것은 가끔 먼저 간 집사람을 불러내 같이 걸어서입니다. 토산령에서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이 넓고 편안해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1974년 경기도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 저를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 산을 모르고 지냈을지도 모르는 집사람이 저와 함께 요즘도 여전히 명산인 지리산, 도봉산, 북한산, 천마산, 설악산, 덕유산, 치악산, 소백산, 속리산, 계룡산 등을 차례로 올랐습니다. 일찍이 13년 전 집사람이 오른 곳은 비할 수 없이 높은 하늘나라입니다. 제가 오르는 산이 아무리 높다 해도 하늘아래 뫼일 뿐이어서 제가 올라가서 만나는 일은 전혀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평탄한 길을 혼자 걸을 때 저는 버릇처럼 불러내 선녀와 나무꾼의 새로운 버전을 써내려가는 것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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