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만식계 종주기2
*종주구간:금동고개-만인산-태실재
*종주일자:2016. 5. 15일
*소재지 :대전시
*산높이 :만인산537m, 안산424m
*산행코스:금동고개-떡깔봉-안산-먹티고개-만인산-태실재
*산행시간:9시50분-17시35분(7시간45분)
*동행 :나 홀로
대전시를 에워싸고 있는 보만식계의 산줄기를 종주하는 길에 떡깔봉을 지났습니다. 떡깔봉에 세워진 안내판에 자세히 적혀 있는 전설을 읽어보니 어디 다른 데에서 한 두 번은 들었음직한 내용이었습니다. 효를 강조하는 여기 전설의 주 내용은 요약하면 이러합니다.
나무를 해 근근이 살아가는 산 속의 모자가 사화에 몰려 도망중인 어느 대감집의 딸을 숨겨줍니다. 이 딸과 산속의 아들이 결혼해 행복하게 살다가 아들이 다치고 어머니가 병석에 눕게 되어 고단한 삶을 살게 됩니다. 어머니가 찹쌀떡이 먹고 싶다하여 며느리는 나무를 팔아 떡을 사드리고자 산으로 나무하러 갑니다. 넝쿨 숲을 뚫고 오른 산봉우리의 참나무들에 떡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이 떡을 따다가 어머니에 바칩니다. 이튿날도 산에 올라 떡을 따 갖고 오는데 사화에서 풀린 한양의 친정집에서 보낸 가마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 식구가 한양으로 이사 가자 더 이상 떡이 열리지 않았다는데, 며느리는 한양으로 올라가면서 이 봉우리를 떡깔봉이라 불렀다 합니다.
이 전설이 효의 중요성만 강조한 것은 아닙니다. 선행은 반드시 보상받는다는 것도 이 전설은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효의 보상이 떡이라는 것입니다. 지질이도 못사는 조선의 한 시골에서는 떡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경제규모가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 강국으로 자리 매김한 우리나라에서 한낱 먹거리에 지나지 않는 떡만으로 효를 장려하기가 불가능하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9시50분 금동고개를 출발했습니다. 지난 2월 시작한 보만식계 종주를 이어가고자 새벽같이 서둘러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8시 50분이 채 안되어 대전역을 출발한 30번 버스가 장척동에 도착하기까지 50분이 거의 다 걸렸습니다. 3-4분을 걸어 도착한 금동고개에서 산행채비를 마친 후 폭이 2m는 됨직한 넓은 길을 따라 남쪽으로 5-6분 올라가자 개활지가 나타나 먼발치의 식장산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왼쪽 비탈면에 조성된 포도밭을 지나 숲길로 들어서자 꽃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초록으로 성장한 나뭇잎들이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아 마음껏 피톤치드를 내뿜어, 과제물작성에 지친 제 머리가 활기를 되찾을 것 같았습니다. 가파른 데크계단 길을 걸어올라 눈앞의 무명봉을 오른쪽으로 에돈 다음부터 475m봉에 이르는 길은 비교적 완만한 오름길이어서 힘들지 않았습니다.
11시8분 475m봉에 올랐습니다. 475m봉에 올라서자 돌탑과 의자가 보였습니다. 乭塔峰으로 불리는 이 봉우리에서 10여분 푹 쉰 후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내리막길을 따라가 안부로 내려선 후부터 떡깔봉에 이르기까지는 고도차가 별로 안나 걸을 만했습니다. 해발493m의 떡깔봉에서 보만식계를 종주 중인 젊은 부부를 만나 보만식계가 명명된 경위를 들었습니다. 다음 구간을 태실재에서 식장산까지로 잡은 제게 그 거리가 20km가량 되어 무리이니 갑재(?)에서 끊는 것이 좋겠다는 정보를 주어 고마웠습니다. 떡깔봉에서 멀지 않은 491m봉에 오르자 통신탑과 삼각점안내판이 있어 이 봉우리의 정확한 해발고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2시53분 443m봉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491m봉에서 남진하며 왼쪽 아래로 청소년수련원 길이 갈리는 안부를 지났습니다. 다시 올라선 400m봉에서 오른쪽 아래로 어남동 길이 갈리는 안부삼거리에 내려서서 “만인산 5.6Km”의 표지목을 보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싶어 쉬지 않고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안부에서 고도를 100m가량 높여 443m봉에 올라서기까지 몇 번이고 멈춰 서서 숨을 고른 것은 흔치 않은 일이어서 노쇠화가 너무 빨리 진전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은근히 걱정됐습니다. 준비해간 떡으로 점심을 들면서 20분 가까이 쉰 후 왼쪽으로 확 꺾어 고도차가 90m가량 나는 된비알 길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30m가량 고도를 높여 오른 봉우리에서 다시 내려가는 급경사 길에 로프 가드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14시38분 해발424m의 안산에 이르렀습니다. 로프가드 길을 따라 내려 가 왼쪽 아래로 용궁사 길이 갈리는 안부를 지났습니다. 400m대의 봉우리를 넘어 조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길이 힘들었습니다. 로프를 잡고 급경사 길을 올라가 다다른 안산의 벤치에 누군가가 두고 간 얼음으로 더위를 식혔습니다. 이번 산행 중 만난 사람은 앞서 간 젊은 부부들 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이 뒤따라오는 저를 위해 남겨둔 것이 아닌 가 싶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된 남진을 멈추고 잠시 벤치에 등을 눕혀 쉬었다가 일어나 2.4Km 남은 만인산을 향해 서진 길을 시작했습니다. 안산에서 시작한 서진 길이 먹티고개까지는 고도차가 크게 나지 않아 내려가는 길이 편안했습니다. 먹티고개로 내려서서 잠시 머뭇거린 것은 갑자기 몰려오는 먹구름 때문이었는데 만인산 정상이 1.5Km밖에 남지 않아 쉬지 않고 올라갔습니다.
16시32분 해발 537m의 만인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이름이 별스러운 먹티재 고갯마루에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오른쪽 도로 아래 그림 같은 건물을 사진 찍고 나서 왼쪽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이내 오른 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최근 몇 주간 종주산행을 하지 못해 몸무게가 늘어나서인지 여기까지 오는데도 많이 힘들어 고도를 230m가량 높여야 오를 수 있는 만인산 정상을 향해 보폭을 짧게 하고 천천히 걸어 올랐습니다. 이번 산행 끝점인 태실재까지 남은 길도 얼마 안 되고 시간도 넉넉해 마음이 여유롭다 싶어서인지 까마귀 울음소리도 음악처럼 들렸습니다. 가파른 비알 길을 힘들게 올라 이제 다 왔다 싶은 한 봉우리에서 0.4Km를 더 걸어 만인산에 올라섰습니다. 대학생들로 보이는 젊은이 3명을 만나 인사를 나눈 후 먼발치로 보이는 대전 시내를 카메라에 옮겨 실었습니다.
17시35분 태실재에서 두 번째 보만식계 종주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만인산 정상에서 태실재로 내려가는 길은 하산 길이어서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한 시간도 안 걸리는 하산 길을 중간에 쉬고 간 것은 생각보다 몸이 무거워서였습니다. 얼마 전 의사선생이 말해준대로 무릎보호를 위해 산행을 중단해야 한다면 정말로 고민되는 것은 체중 증가입니다. 그동안 종주산행을 강행해 조상의 빛난(?) 얼인 비만을 현재 선에서 멈출 수 있었는데 산을 더 이상 가지 못한다면 어떻게 비만을 다스려야 할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비를 몰고 올 바람이 간헐적이나마 드세게 불어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구름다리 앞에서 바로 아래 조선조 태조임금의 태실을 모신 태실재로 내려갔습니다. 태실을 둘러보고 건너편 임도를 따라 7-8분가량 오른 쪽으로 내려가 만인산휴게소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10분가량 기다렸다가 대전역을 지나는 501번 버스에 올라 하루 산행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 가난한 백성들은 먹거리의 얼마간을 산에서 찾았겠다 싶습니다. 산은 먹거리의 보고여서 아주 오래 전부터 이런 저런 열매가 자라고 결실해왔습니다. 떡깔나무도 도토리가 열려 구황식물로 한 역할 단단히 해온 산속의 소중한 나무입니다. 도토리가 전설에서 떡으로 바뀐 것은 떡과 형상이 비슷한 묵을 도토리로 만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떡은 아무래도 반도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도체가 떡이라면 떡깔나무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반도체는 과학의 산물이어서 전설이 끼어들 공간이 나지 않습니다. 어느 자식이 효를 행하고 또 어느 시장이 선정을 베푼다 해도 이들에 반도체를 상품으로 주었다는 이야기가 없는 것은 전설이 뒷받침해주지 않아서일 것입니다.
앞으로 떡은 신약개발이 될 것입니다. 이제껏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선도해 우리 젊은이들에 일자리를 제공해왔듯이 신약산업이 잘되어 젊은이들의 취직걱정을 덜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그러려면 떡을 열게 하는 떡깔나무를 잘 키워야 하는데, 당장 따먹을 눈앞의 떡에만 신경을 쓰고 떡깔나무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 오늘의 사회분위기가 적지 아니 염려됩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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