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만식계 종주기5
*종주구간:대청댐추동길입구-계족산-장동고개
*종주일자:2016. 10. 27일(목)
*산높이 :계족산424m
*소재지 :대전시
*산행코스:대청호추동길입구-능성-395m봉-절고개-계족산-장동고개
*산행시간:8시56분-16시15분(7시간19분)
*동행 :나홀로
지난 2월 대전의 보문산에서 시작한 보만식계 산줄기종주를 이번에 계족산을 올라 모두 마쳤습니다. 보만식계 산줄기종주는 5구간 밖에 안 되어 벌써 끝낼 수 있었는데 8개월이나 끌은 것은 제 두 다리가 신통치 않아서였습니다.
봄부터 대학원을 다니느라 매주 사흘 씩 전철로 춘천을 오가고 있습니다. 자연 귀가 시간이 늦어져 밤 9시가 다되어서야 저녁 식사를 하곤 했는데, 이것이 체중증가의 주 원인입니다. 33년 동안 83Kg의 체중을 잘 지탱해온 두 다리가 다시 5Kg이 불어나자 더 이상 견뎌내기 힘들다며 만세를 불렀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면 오른 쪽 무릎이 새큰거리고, 오래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날 때는 십 수분동안 왼 쪽 발이 저리며, 걷는 시간이 1시간을 넘으면 왼쪽 발의 복숭아 뼈 아래 부분에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이 모두가 몸무게가 급격하게 늘어난 데서 비롯된 것이어서 큰 맘 먹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체중감량에 들어갔습니다. 무슨 수가 있어도 저녁 식사를 7시 안에 마쳤고, 식사량도 1/3가량 줄였으며, 커피도 블랙으로 마셨습니다. 차츰 몸무게가 줄기 시작해 9월이 되자 84-85Kg대로 떨어졌고, 10월로 접어들면서 82-83kg대로 더 떨어져 이제는 제 두 다리가 장시간 산행을 해도 잘 견뎌낼 만큼 많이 좋아졌습니다.
오전 8시56분 동신고 인근의 대청댐추동길 입구에서 제5구간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대전역에서 40분가량 512번 버스를 타고가 동신고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했습니다. 4번 도로를 건너 대청댐추동길입구에서 산행채비를 마친 후 왼쪽으로 난 아스팔트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대청호로 이어지는 길은 1차선의 좁은 길인데도 오가는 차들이 많았습니다. 300m가량 걸어 만난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조금 가다가 대전둘레산길 이정표가 안내하는 대로 왼쪽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은진송씨 쌍총당 대문 앞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민가를 지나고 밭을 지나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이내 능선에 이르러 오른 쪽으로 진행하면서 묘지 몇 곳을 지났습니다. 송전탑 묘지에서 산마루에 구름이 걸쳐 있는 식장산을 사진 찍고 서쪽으로 진행해 안부5거리인 갈고개로 내려섰습니다.
9시52분 퇴뫼식 산성의 갈현성을 지났습니다. 갈고개에서 직진 방향으로 7-8분을 걸어올라 다다른 갈현성은 대전시 기념물12호로 지정된 산성입니다. 이 성은 봉우리의 산허리에 빙 둘러 성을 쌓은 퇴뫼식 산성이어서 계곡을 감싸도록 능선을 따라 쌓은 포곡식 산성에 비해 그 규모가 매우 작습니다. 능선을 따라 북진하는 중 왼쪽 아래에서 크게 들려오는 스피커소리에 짜증이 났습니다. 길옆에 타이어 터널이 설치된 능선 길과 칡넝쿨 길을 차례로 지나고 봉우리 몇 개를 넘어 용수골 약수터 길이 갈리는 안부에 이르자 왼쪽 아래에서 총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총소리인가 해서 신경이 쓰였지만, 그 총성이 왼쪽 아래 판암동의 예비군훈련장(?)에서 들려오는 것 같아 안심했습니다.
11시26분 왼쪽 아래로 가양공원 길이 갈리는 안부사거리를 지났습니다. 안부를 지나서 예비군 훈련장 위 능선을 따라 걷다가 비룡임도를 지났고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 운동시설이 잘 갖춰진 해발314.7m의 능성에 올라서자 운동을 즐기는 노인들과 여성분들이 꽤 많이 보였습니다. 대전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능성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넓고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오르내리는 산객들이 일일이 인사말을 나누기가 불편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능성에서 반시간 넘게 걸어 다다른 안부사거리에서 시멘트 길을 건너 보현사 쪽으로 직진했습니다. 해발350m대의 능선 길을 오르내리다 조금씩 고도를 높여 대청호전망대에 올라섰습니다. 북동쪽 아래로 그림 같은 대청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서 안내판에 한자로 ‘飮水思源’을 써 놓았다는 72세의 남성분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20분 넘게 전망대에 머무르면서 준비해간 떡을 꺼내들어 요기를 했습니다.
13시30분 절고개를 지났습니다. 대청호 전망대에서 점심을 드는 동안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을 덮고 있는 구름이 가시지 않아 아직 단풍이 제대로 들지 않았는데도 나뭇잎이 다 떨어진 늦가을의 날씨처럼 스산했습니다.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조금 내려가자 길이 평탄해졌고 이런 길을 얼마간 걷노라니 16년 전에 암으로 제 곁을 떠난 집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정자가 세워진 두 곳을 지나 내려선 넓은 길의 절고개는 화장실과 간이주점이 있어 잠시 숨을 돌려가기에 좋은 쉼터입니다. 계족산 2.6Km 전방 지점의 절고개에서 나무계단 길로 올라가 다다른 헬기장 봉우리에 오르자 남쪽으로 지난번에 올랐던 식장산이 의젓해 보였고 남동쪽으로 대청호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14시36분 해발424m의 계족산을 올랐습니다. 헬기장에서 멀지 않은 계족산성이 보만식계의 어느 산성보다 옹골차고 견고해보여 다녀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종주 길에서 많이 벗어나 꾹 참았습니다. 헬기장에서 계족산성으로 가는 직진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임도 건너 직진 길로 올라가다 무명봉을 오른 쪽으로 우회해 계족산을 0.6Km 남겨둔 지점을 지났습니다. 나무계단과 돌계단 길을 걸어 올라선 계족산 정상에 파평윤씨 묘가 들어섰고 정상석도 서있었습니다. 정상석 옆에 배낭을 내려놓고 사진을 찍은 후 왼쪽으로 몇 십m 떨어진 봉황정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20여 년 전 모회사에서 충호남영업부장으로 발령받고 혼자서 대전으로 내려가 저 아래 읍내동 아파트에서 1년 반을 살았습니다. 그 때 한 번도 오르지 못한 봉황정을 이번에 처음 오른 것입니다. 대전 시내가 한 눈에 잡히고 갑천도 가깝게 보여 대전시내 전망지로 전혀 손색이 없어 보여 과연 봉황정이다 했습니다.
16시15분 장동고개에서 보만식계 종주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봉황정에서 계족산정상으로 돌아가 어디로 내려갈까 생각하다 길은 좀 멀어도 장동고개를 하산지로 정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종주한 보만식계 산줄기는 대전둘레산길의 일부분입니다. 보문산에서 시작해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를 환주해 다시 보문산으로 돌아가 마무리되는 대전둘레산길은 보만식계의 5구간을 포함해 모두 12구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내친 김에 남은 대전둘레산길을 마저 종주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일단 장동고개를 하산지로 정한 것입니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대전둘레산길은 장동고개에 이르기까지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이어서 전혀 힘들지 않은데다 2.8Km의 둘레산길을 걸으면서 한 사람도 만나지 않아 모처럼 종주산행의 진수를 맛본다 싶었습니다. 계족산 정상 출발 1시간18분만에 내려선 장동고개는 버스왕래가 뜸한 곳이어서 왼쪽으로 20분 넘게 걸어가 신탄지 시내에서 대전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대학원 공부가 만만치 않아 과연 대전둘레산길 종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설사 이어간다 해도 남은 7구간을 내년 말까지 마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목포에서 시작해 초당대에서 중단한 영산기맥 종주는 풀숲길이 많아 겨울에서 봄까지가 적기입니다. 이 산줄기 역시 내년 안에는 마칠 뜻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언제라도 남은 둘레산길을 마저 끝내자고 결심이 서면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체중감량은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생각입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이런 때 집사람이 곁에서 함께 해준다면 체중감량의 성공확률이 엄청 높아질 텐데 암으로 먼저 가 그리할 수 없는 것이 마냥 아쉽습니다. 그 옛날 함께 산행한 산들이 꽤 있습니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소백산, 속리산 등 천 미터가 넘는 고산도 함께 올랐고, 서울근교의 이름난 산들도 거의 다 올랐습니다. 저 혼자 산줄기를 종주하는 동안 종종 집사람이 머릿속에 나타나 간간히 고된 구간을 같이 해주는 것도 같이 여러 산을 올라 가능한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일이기에 그 이상의 욕심은 접고 살아갈 뜻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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