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지맥·분맥·단맥/보만식계

보만식계 종주기1(보문산-오도산-금동고개)

시인마뇽 2016. 3. 13. 03:05

                                                         보만식계 종주기1

 

 

                                            *종주구간:송학사-보문산-금동고개

                                            *종주일자:2016. 2. 27()

                                            *소재지 :대전시

                                            *산높이 :보문산457m, 오도산337, 목달산375m

                                            *산행코스:송학사-보문산성-보문산-오도산-목달산-금동고개

                                            *산행시간:1233-187(5시간34)


 

 

 

   대전은 1990년대 2년 반 동안 제가 모회사 영업부장으로 일했던 곳입니다. 집사람이 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교사로 봉직했고, 두 아들은 과천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여서 만부득이 저 혼자 내려가야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주말은 과천 집으로 올라와 가족들과 보내겠다는 집사람과의 약속을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았으니 대전 인근의 산들을 단 한 곳도 오르지 못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저는 대전에 있을 때 보만식계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보만식계가 대전의 명산인 보문산, 만인산, 식장산과 계족산의 머리글자를 모은 것으로, 이 네 산을 잇는 50Km의 산줄기가 대전을 에워싸고 있는 둘레산줄기라는 것을 알 게 된 것은 대전을 뜨고 나서 8년이 지나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입니다. 작년 1월 첫발을 들인 영산기맥을 이어가려면 목포로 내려 가야하는 데 그리 하기에는 시간이 넉넉지 못해 한참 동안 속을 끓이다가 대전의 둘레산줄기인 보만식계를 생각해냈습니다.



 

   대전 시가 산본 집에서 그리 먼 곳이 아니어서 경기도 가평이나 포천의 산을 오르는 시간 정도면 보만식계 종주가 가능하겠다 싶어 마음 단단히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산본 집에서 전철로 수원버스터미널로 옮겨 대전행 버스에 몸을 실은 것이 아침 1040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늦게 12시가 다 되어 대전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보문산 들머리인 송학사까지는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1233분 산 중턱에 자리한 송학사 앞에서 보만식계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시멘트건물의 절 앞에서 왼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10분여 걷다가 오른 쪽 숲속공연장 방향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내 본격적인 산길이 양쪽으로 갈리는 삼거리에 도착해 왼쪽 길을 따라 올라 능선삼거리에 이르기까지 몇 곳에서 계단 길을 걸어 올랐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해 도착한 보문산성의 장대루(將臺樓)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동쪽으로 식장산의 군사기지가 선명하게 잡혔고, 북쪽으로 눈에 익은 월드컵경기장과 청사건물이 가깝게 보였습니다. 누각에서 내려와 평평한 곳에서 봄날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떡을 꺼내들어 요기를 했습니다. 삼국시대 때 축성된 보문산성이 저리 깔끔하고 견고하게 보이는 것은 복원한지 오래지 않아서인데 봄을 맞으러 이 성 누각을 오르는 분들이 꽤 많이 보였습니다. 보문산성은 산봉우리를 가운데 두고 산허리에 쌓은 퇴뫼식 산성이어서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상당히 옹골차보였습니다.



 

   1431분 보문산에서 가장 높은 해발465m의 시루봉에 올라섰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보문산성을 출발해 다시 능선삼거리로 돌아갔습니다. 해빙기를 맞은 능선의 겉흙만 녹아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이 바짓가랑이에 흙이 많이 묻을 정도로 질퍽했습니다. 보문산성 출발 25분 후 정자가 세워진 시루봉에 이르렀습니다. 보문산은 금남정맥의 육백고지에서 분기된 식장지맥이 북쪽으로 내닫다가 만인산에서 서쪽으로 갈라져 북쪽으로 뻗어나가는 아주 짧은 산줄기가 일궈낸 마지막 고봉으로 보만식계 산줄기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정자 보문정(寶文亭)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조망되는 풍광이 보문산성만 못한 것 같았습니다. 서둘러야 해가 지기 전에 보문산-금동고개의 첫 구간 종주를 마칠 것 같아, 5분가량 쉰 후 곧바로 오도산을 향해 남쪽 길로 내려갔습니다. 다행히도 보문산성-시루봉 구간과 달리 능선 길이 전혀 질지 않아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164분 해발337m의 오도산에 올랐습니다. 보문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3.5Km 떨어져 자리한 오도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처음 얼마간은 경사가 급해 나무계단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갔습니다. 송전탑을 지나 계단기로을 따라 내려선 임도를 가로질러 다시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또 다시 송전탑을 지나 보문산2Km지점을 지난 시각이 1524분으로 50분이 조금 안 걸려 2km를 걸은 셈이어서 이 속도라면 해지기전에 금당고개에 도착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싶었습니다. 초록색의 아열대성 풀잎 두 포기가 눈을 끄는 묘지로 쓰였을 황토 흙밭(?)을 지나 오른 쪽으로 구완동버스종점 길이 갈리는 깊숙한 안부로 내려서서 표지목을 보았더니 오도산이 0.85Km 남은 것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안부에서 오도산으로 오르는 길에 얼은 눈이 녹다 남아 바위를 살짝 가리고 있어 사진을 찍어 왔습니다. 봉화터를 조금 지나 다다른 오도산 정상은 절애의 암벽이 받쳐주는 암릉 위에 있는 봉우리로 왼쪽 아래로 이 산줄기를 관통해 낸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배낭에서 따끈한 커피를 꺼내 마시며 잠시 쉬면서 작년 9월 병원에 입원해 쓸개를 잘라낸 후 5개월 만에 다시 종주산행에 나선 제 스스로를 대견해 했습니다. 저를 반긴 박새(?)에 고맙다며 인사를 건넨 후 정상을 출발했습니다. 아주 짧은 암릉길을 거쳐 오른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누군가가 앉아주기를 기다렸을 빈 의자를 그냥 지나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든 것은 휴일인데도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저 의자를 따뜻하게 데워줄 사람이 저 밖에 없는 것이 아닌 가 싶어서였습니다.



 

   187분 금동고개에 도착해 보만식계 1구간 종주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오도산 정상을 받쳐주는 절애의 암벽을 뒤돌아보며 해발고도 250m가량의 깊숙한 안부로 내려섰다가 30-40m가량 고도를 높이자 완만한 오름 길이 이어졌습니다. 여러 마리의 까마귀들이 떼거리로 짖어대는 것은 제가 반가워서가 아니고 일몰이 얼마 안남은 나름 조용할 시간에 낯선 이가 자기들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아 경계의 강도를 높여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1712분에 도착한 목달산은 지형도에 산이름이 나와 있지 않지만 산높이가 오도산보다 40m가량 높은 산이어서 잠시 쉬어갔습니다. 오도산에서 2.4Km 떨어진 목달산 정상에서 이번 종주산행의 끝점인 금동고개까지 거리가 1.9Km여서 하산하는데 1시간이 다 걸릴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꺾어 진행해 20분 넘게 해발고도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다가 385m(?)을 지나서부터 내림길이 급해졌습니다. 385m봉에서 왼쪽으로 꺾어 나무계단 길로 급하게 내려가 다다른 묘지를 지나 금동과 장척동을 어우르는 금동고개에 내려서는 것으로 보만식계의 첫 구간 종주를 마쳤습니다.


 

 

   금동고개 고갯마루에서 왼쪽으로 3-4분 내려가 장척동 버스정류장에서 대전역으로 가는 30번 버스를 반시간 넘게 기다렸습니다. 땅거미가 내려앉아 사방이 어둑어둑해질 즈음의 저녁 시골풍경은 시간이 멈춘 듯 마냥 조용했습니다. 1970년대 집사람과 함께 경기도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할 때 인근 시골 마을에서 자주 보았던 저녁 짓는 연기를 실로 오랜만에 다시 보았습니다. 이런 시골에서 살다보면 사람들이 그리울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은 길 건너서 차 시간을 물어보는 제게 몇 번이고 챙겨 답해주는 이 마을 할머니에게서 그런 것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캄캄해 제 얼굴이 안보일 때까지 집에 들어가시지 않고 말씀을 건네시는 이 할머니에게서 그리움의 휴머니즘을 찾아낸 것은 저 또한 사람들이 그리워 그리했을 것입니다.



 

   사실 저는 뭐든 혼자서 하는데 누구보다 익숙합니다. 백두대간의 반과 9정맥 전부를 혼자 종주한  덕분에 장시간 한 마디도 안하고도 잘 견뎌냅니다. 제가 즐기는 나 홀로 산행과 독서는 제가 홀로 서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무료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죽일 때면 저도 사람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집사람을 먼저 보낸 지가 어느새 16년이 됐습니다. 제가 혼자서 잘 견디는 것은 집사람이 늘 함께 해주는 덕분입니다. 그래도 무료할 수 있어 이번에 대학원을 진학했습니다. 내달 개강하는 대학원 생활이 기대되는 것은 새로운 분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입니다. 배우는 공부도 새롭고 만나는 학우들도 새로워 벌써부터 가슴이 뜁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