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만식계 종주기4
*종주구간:닭재-식장산-대청댐추동길입구(동신고)
*종주일자:2016. 9. 23일(금)
*산높이 :식장산598m, 망덕봉440m
*소재지 :대전시/충남금산
*산행코스:덕산리버스정류장-닭재-곤룡재-동오리재-식장산
-대청댐추동길입구(동신고)
*산행시간:8시56분-17시40분(8시간44분)
*동행 :나홀로
대전의 보만식계 산줄기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해발598m의 식장산입니다. 이번 산행에서 식장산의 정상을 오르지 못하고 왼쪽으로 난 허리 길로 에돈 것은 이 산의 고스락에 군사기지가 들어앉아 있어서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산꼭대기에 군사기지가 들어선 산들이 꽤 많습니다. 서울 근교에 군사기지가 들어선 산이 많이 있는 바, 파주의 고령산, 감악산, 파평산, 의정부의 천보산, 양주의 소요산, 포천의 국사봉, 군포의 수리산, 수원의 백운산, 인천의 계양산 등이 그것들입니다. 이렇게 경기도 일원의 산들에 군사기지가 많은 것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우리의 수도 서울을 효과적으로 방어해 내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춘천의 대룡산, 대전의 식장산, 전주의 모악산, 광주의 무등산, 대구의 팔공산 등 웬만한 대도시의 산위에 빠짐없이 군사기지가 자리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는 생각입니다. 동해안과 멀지 않은 함백산과 일월산에도 같은 목적의 군사기지가 들어서있어 우리 국토를 보다 안전하게 지켜내고 있습니다.
애써 땀 흘려 산을 올라가도 정상을 밟을 수 없어 군사기지가 밉살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더러 있습니다. 양평의 용문산이나 대구의 팔공산처럼 최근 몇 년 동안 일반인들에 정상이 개방된 산들이 더러 있지만 아직도 군사기지가 들어선 대부분의 산들은 정상을 오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누구하나 군사기지를 철수하라고 데모에 나서지 않는 것은 국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나라를 튼튼히 지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임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란서의 전 외상 클레망소는 현대전은 총력전이라 했습니다. 현대전은 그 규모나 영향이 전국민에 미치는 것이어서 국가의 존폐를 가름하는 전쟁을 정부나 군대에만 맡길 수는 없으며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전쟁을 치러야 승전으로 이끌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대전에서 꼭 필요한 것은 온 국민의 지지와 지원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대다수는 이 기지들이 방공망 구축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정상의 등정을 막고 더러는 환경보존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기꺼이 감수하고 지지와 지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침 8시56분 덕산리버스정류장을 출발했습니다. 대전역에서 603번 버스를 타고 40분가량
걸려 도착한 덕산리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채비를 마친 후 닭재를 향해 골목길로 들어섰습니다. 마을을 지나고 밭을 지나 들어선 산길은 사흘 전에 하산한 길이어서 주의하지 않고 진행하다가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골짜기 옆의 흐릿한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따라 올라간 것이 실수였습니다. 묘지에 올라 전에 하산한 길이 아님을 확인, 다시 올라온 길로 조금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4-5분이 지나 제 길에 합류했고 다시 오른 쪽으로 올라 예정보다 10분 가량 늦게 닭재에 도착했습니다.
9시45분 닭재에서 제4구간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닭재의 정자에서 버섯을 캐러 올라온 한 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나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진행했습니다. 60m가량 고도를 높여 다다른 계현성은 보문산성과 달리 복원을 하지 않아 산성 터와 돌담보다도 규모가 작은 석성 등 그 잔해만 보였습니다. 산성에서 내려선 삼거리 안부 꼬부랑재를 지나서는 오름 길이 계속 됐습니다. 날이 흐려서인지 이슬이 마르지 않아 산길이 촉촉하고 또 고즈넉해 생각을 키울 만도 한데 그러지 못한 것은 산 아래 왼쪽의 고속도로를 오가는 차들이 내는 소음 때문입니다. 구름이 가시고 햇살이 퍼지자 마침 지나는 개활지 능선 길의 이슬이 종적 없이 사라졌습니다. 수직으로 100m가량 고도를 높여 해발 440m의 망덕봉 정상에 오른 시각은 10시59분으로, 이 봉우리에서 7-8분 가량 쉬었습니다.
11시38분 해발327m의 곤룡재를 지났습니다. 망덕산 정상에서 80m가량 고도를 낮추어 만난 송전탑에서부터 나지막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비교적 평탄한 길을 걸었습니다. 오른 쪽 아래로 왕복2차선의 터널이 뚫린 국도가 지나는 곤룡재를 지나자 산오름이 가팔라졌습니다. 봉우리 하나를 넘어 다시 오른 425m봉에서 왼쪽으로 꺾어 진행하면서 짧은 구간을 로프가드를 잡고 올랐습니다. 해발455m 지점에 들어선 사양리산성에서 점심 식사를 하면서 반시간 가까이 푹 쉰 후 오후 산행을 재개했습니다. 사양리산성을 출발해 오르내리기를 몇 번 한 후 450m대에 오르자 길이 평탄해졌습니다. 버섯 모양의 정자를 지나 큰 길로 내려섰습니다.
13시35분 안부사거리인 동오리재를 지났습니다. 정자를 지나 내려선 큰 길을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은 임도의 끝점으로 의자가 있어 잠시 쉬어가도 좋은 곳입니다.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능선을 따라 나지막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오른 쪽 아래로 그림같이 아담한 장중저수지를 내려다보자 단풍보다 한 발 앞서 이미 가을을 맞은 논 뜰의 황금 빛 벼들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식장산을 2.1Km 남겨 놓은 동오리재에서 오른 쪽으로 구절사 길이 갈리는 식장산 1.4 Km 전방 지점의 능선삼거리에 도착하기까지 40여 분간의 산 오름이 힘들었습니다. 힘들게 올라온 능선삼거리에서 잠시 쉬면서 숨을 골랐습니다.
15시8분 해발598m의 식장산에 올라섰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삼각점이 세워진 식장산까지 거리는 1.4Km로 멀지 않은데 1시간이 다 걸린 것은 정상을 오른 쪽으로 끼고 허리 길을 에돌았기 때문입니다. 허리 길에 길바닥이 질펀한 곳도 있고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곳도 몇 군데 있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힘들었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왼쪽을 능선을 따라 반시간을 조금 못 걸어 올라선 봉우리가 삼각점이 세워진 해발581m의 무명봉입니다. 식장산의 군사기지가 바로 앞에 보이는 이봉우리에서 정상을 왼쪽으로 빙 돌아 식장산의 정상석이 서 있는 지점에 도착하자 햇살이 따가워 오래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사진 몇 장 찍고 나서 바로 자리를 옮겨 쉬어가고자 했으나 적당한 쉼터를 찾지 못해 그대로 허리길 에돌기를 계속했습니다. 이 길 또한 만만치 않아 군사기지 정문 앞 넓은 공터의 헬기이착륙장에 도착하기까지 힘이 많이 빠졌습니다. 이착륙장에서 조금 내려가 넓은 쉼터에서 한참 동안 쉬면서 대전 시내를 조망했는데 대전 둘레산길의 출발점인 보문산이 그리 멀지 않아 보였고 먼발치로 대청호도 잘 보였습니다.
17시40분 동신고 인근의 대청댐추동길입구에서 제4구간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전망 쉼터에서 구불구불한 포장도로를 따라 걷지 않고 더러더러 박석이 깔린 산길을 따라 반시간 가까이 내려가 다시 포장도로로 들어섰습니다. 더 이상 능선에 길이 나있지 않아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가 다시 산길로 들어서 걸었습니다. 이내 포장도로로 다시 내려섰는데 이 길로 오르내리는 차량이 적지 않아 하산길이 편안하지 못했습니다. 얼마간 걸어 내려가 다다른 간이 간이쉼터에서 차를 몰고 올라온 76세의 할아버지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화제는 젊었을 때로 모아졌고 때마침 해넘이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어서인지 나이를 먹어 늙어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로 순순히 받아들여야 추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사기지 진입도로가 시작되는 세천공원버스정류장을 지나 옥천으로 넘어가는 4번 도로변 산속에서 옷을 갈아입은 후 길을 건너 동신고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다음에 이어갈 제5구간의 출발점인 대청댐추동길입구의 들머리를 확인한 후 인근 가게에서 맥주 한 병을 사들면서 가장 긴 구간을 해 떨어지기 전에 무사히 마친 것을 자축했습니다. 몇 십 보 거리의 동신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 512번 버스에 오르는 것으로 하루 산행을 모두 끝냈습니다.
최근에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보다 효과적으로 막아내고자 경북 성주에 사드(THAAD)배치를 결정했습니다.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에서 어린 시절을 지내며 반공의식을 키워온 저는 정부의 사드배치를 적극 찬성하지만, 반대하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야당의원들이나 이익이 걸린 해당 지역주민들이 반대데모에 나서는 것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경상북도의 국회의원들이 같이 나서서 반대하는 것까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집권여당의 공천만 받으면 거의 100% 당선이 보장되는 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이 당의 찬성방침을 어기고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오로지 다음 선거를 걱정해서일 것입니다. 제대로 국가관을 가진 국회의원이라면 설사 자기들을 뽑아준 지역주민들로부터 돌을 맞는 일이 있어도 사드설치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해야하는데,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얻지 못할까 두려운 나머지 지역주민과 같이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경북지역의 국회의원들이 계속해서 사드배치를 반대하려면 당당하게 야당으로 배를 갈아타기를 권합니다. 그리하지도 못하면서 반대를 계속하는 것이 알도 꿩도 어느 하나 내려놓기가 아깝기 때문에서라면, 과연 이런 분들이 국사를 논할 자격이 있는 가 회의가 듭니다. 나라가 있어야 선거도 있고 선거가 있어야 표가 필요한 것이지 나라가 망하고 나면 모든 것이 다 공염불이 된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은 조선멸망의 역사에서 익히 배워 알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집권당의 국회의원이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잊고 지역이익 수호에만 매달린다면, 굳이 여의도에 머물러 중차대한 국사를 논할 것이 아니고 해당지역으로 내려가 지역의회의 의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 싶습니다. 군사기지가 들어선 식장산 정상을 힘들게 에돌면서 성산의 사드배치반대 데모가 생각나 제 소견을 몇 자 적었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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