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기맥 종주기6
*기맥구간:도산고개-감방산-815번도로
*산행일자:2017. 1. 6일(금)
*산높이 :감방산259m, 곤봉산199m
*소재지 :전남함평/무안
*산행코스:도산고개-감봉산-작동마을-곤봉산-815번도로
*산행시간:9시45분-16시10분(6시간25분)
*동행 :나홀로
25년 만에 함평 땅을 다시 찾아간 것은 전적으로 영산기맥 종주덕분입니다. 영산강을 둘러싼 둘레산줄기를 환주할 목적으로 영산기맥의 끝점인 목포의 유달산을 찾아 오른 것이 재작년 1월입니다. 그간 4번을 출산해 초당대에 이르기까지 그다지 고생스럽지 않았던 것은 기맥 길이 비교적 잘 나있어서였습니다. 초당대를 지나고 나서 기맥 길의 고도가 해발 100m 전후로 낮아지면서 잡목과 가시나무가 뒤엉켜 이를 헤치고 나가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이럴 때마다 이런 산 같지도 않은 산봉우리를 이어가는 영산기맥을 계속 종주해야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우리 국토 구석구석을 찾아가 걸어볼 수 있으랴 싶어 마음 다져먹고 종주산행을 이어갔고, 그 덕분에 이번에 함평 땅에 발을 들일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함평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76년에 일어난 고구마 사건이 신문에 나서입니다. 긴급조치가 발효되어 사회분위기가 위압적이던 때 농협의 잘못으로 고구마를 폐기처분해야 했던 함평군의 농민들이 농협에 보상을 요구하자 당시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해 진압하고자 했습니다. 카톨릭의 도움으로 오래 항거하다 끝내 농협으로부터 보상을 받아낸 이 사건은 농민운동의 성공적인 사례로 회자되었습니다. 뉴스로만 접해온 함평 땅을 직접 찾아가 돌아다닌 것은 1972년 모 회사 마케팅 부장으로 일하면서 전남지역 소매점들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할 때였습니다. 당시는 제 고향 파주보다 많이 낙후되었다고 느꼈는데 그 후 나비전시회를 열면서 관광객이 많이 모여들고 읍내 시가지도 면모를 일신해서인지 25년 전의 낙후된 모습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고구마 밭이 거의 사라졌다 합니다. KTX 개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안역을 그냥 지나는 itx 새마을호가 함평역에서 정차하는 것만 보아도 함평의 위상이 많이 높아진 것이 틀림없다 싶습니다.
새벽부터 서둘러 집 근처 광명역을 아침6시25분에 출발하는 목포행 KTX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가 무안읍에서 멀지 않아 목포 역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무안읍내로 되올라갔습니다. 그간 영산기맥 종주를 위해 목포역을 찾은 것은 모두 다섯 번으로 이번이 마지막인 것은 다음부터 몇 번은 광명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KTX로 가서 무궁화로 바꿔타 함평역에서 하차할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아침 9시45분 도산고개를 출발했습니다. 무안 터미널에서 현경 행 농촌버스가 몇 분 전에 출발한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도산고개로 이동했습니다. 무안군의 무안읍과 망운면을 가르는 나지막한 도산고개에서 하차해 산행채비를 마치자마자 오른 쪽 산길로 올라섰는데, 2-3분도 지나지 않아 길은 종적도 없이 사라지고 잡목과 가시나무가 뒤엉킨 숲이 가로 막아 이를 뚫고 지나느라 초반부터 고생했습니다. 나침판으로 방향을 잡고 감각적으로 길을 찾아 북진하면서 길을 잃을까 걱정하지 않은 것은 능선길이 해발고도가 100m도 안 되는데다 나뭇가지 사이로 좌우로 바로 아래 저수지가 선명하게 보여서였습니다. 奇氏와 朴氏 묘지를 차례로 지나 10시25분에 내려선 고개에서 묘지까지 이번 산행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길을 걸었습니다. 50-60m 가량의 좋은 길은 이내 끝났고 다시 잡목 길을 헤치고 나아가야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잡목 길도 그다지 길지 않았습니다. 수분 후 작은 키의 소나무 밭 사이로 난 비교적 선명한 길을 만나 능선삼거리까지 십 수 분간 마음 편히 걸었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15분가량 걸어 해발187m의 현화봉에 다다른 시각은 10시57분이었습니다.
11시43분 해발258m의 감방산에 올라섰습니다. 삼각점이 박혀 있는 현화봉에서 잠시 쉬면서 시계의 고도를 보정한 후 오른 쪽으로 내려섰습니다. 해안가의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카메라에 옮겨 담으면서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집사람이 이 나들이를 함께 했다면 함평만의 평화로운 정경을 캔바스에 담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다른 삼거리에서 60m가량 고도를 낮추어 비포장도로가 지나는 나지막한 고갯마루에 이르렀습니다. 큰 길 따라 왼쪽으로 조금 내려가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넓은 묘역을 지나며 눈에 확 들어온 서해안을 사진 찍고 나서 나무계단 길을 따라 올라 이번 산행 최고봉인 감방산에 올라섰습니다. 헬기장이 들어선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마음 편히 푹 쉬었습니다. 한 겨울인데도 전혀 한기가 느껴지지 않았을 만큼 따뜻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쉬다가 12시16분에 정상을 출발해 북쪽으로 난 계단 길을 걸어 내려갔습니다. 왼쪽 아래로 내륙 깊숙이 파고 들어온 함평만을 조망하면서 황해의 바닷물이 저리도 파랄 수 있을까 싶어 신기했습니다.
13시 정각 해발230.7m의 금곡봉을 지났습니다. 감방산에서 북진하면서 선답자의 산행기에 암릉 길을 지난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한두 군데를 빼놓고는 이렇다 할 암릉이 없어 싱겁게 끝났습니다. 능선에서 내려다 본 서해안은 동해안과 달리 방파제가 보이지 않아 왜일까 궁금해 하다가, 간만의 차는 크지만 여기 해안의 경사가 동해보다 급하지 않은데다 저 아래 보이는 서해안이 다름 아닌 함평만이어서 물결이 더욱 잔잔해 방파제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저 나름대로 정리했습니다만, 잘못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감방산 출발 44분만에 도착한 금곡봉에서 잠시 숨을 고르면서 안내판에 쓰인 감방산의 유래를 읽었습니다. 감방산의 원래 이름은 아련한 보라색으로 보인다하여 붙여진 감악산이며, 아흔아홉 골짜기가 모자라 도읍터가 못되었다고 적혀있는데 이상한 것은 백 골짜기에서 하나가 모자라는 아흔아홉 골짜기여서 못된 것이 아니고, 아흔아홉 골짜기가 모자라서라는 것입니다. 금곡봉에서 조금 내려가 북진하다 삼거리에 다다르기까지 왼쪽 발목에 통증이 느껴져 삼거리 왼쪽에 놓인 벤치에 앉아 잠시 쉬면서 지형을 살폈습니다.
15시24분 해발185m의 곤봉산에 올랐습니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갈라지는 묘지 아래 임도로 진행해야했는데 사냥꾼으로 보이는 한 남자분이 데리고 온 큰 개 두 마리가 어슬렁거려 신경이 쓰인데다 지도를 보아도 직진 길이 맞겠다 싶어 그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십분 여 걸어 내려온 산 속을 빠져나와 목초지로 조성된 초록색 밭을 지난 다음 목장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 오른 편의 서해안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를 건넜습니다. 오른 쪽 밭 끄트머리 위쪽의 능선이 기맥길이다 싶어 밭으로 올라가 산 능선과 같은 왼 쪽 방향으로 진행하다 시멘트도로로 내려서면서 이 길이 아니다 싶었던 것은 중간에 논두렁 아래 물이 흐르는 도랑을 건넜기 때문입니다. 한참 동안 고심하다 앞서 기맥길이라 생각했던 능선이 남쪽 아래 논을 만나 사라진 것을 보고, 길을 잘 못들은 것이라고 최종 판단해 듬성듬성 집들이 들어선 능선을 향해 시멘트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민가를 지나고 밭에서 일하는 동리 아낙 한 분을 만나 곤봉산을 물었으나 잘 모른다며 저 앞에 보이는 산이 껌벙산이라고 말씀해 그 산이 맞다 싶었습니다. 시멘트 도로 옆의 넓은 목축지를 가로 질러 파란 대형 수조통 앞에 이르러 잠시 숨을 고른 후 산속으로 들어섰습니다. 20분가량 길을 새로 내며 힘들게 올라가 만난 능선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기맥 길이 해발 153m의 제비산을 거쳐 해발 185m의 곤봉산에 이르기까지 분명하게 나 있어 오른 쪽 아래에 자리한 골프장을 마음 편히 내려다보면서 정자가 들어선 곤봉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16시10분 815번 도로상의 산음리 버스정류장에서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알바를 했는데도 곤봉산 정상에 올라간 시각이 그리 늦지 않아 정자에 앉아 커피를 꺼내 마시면서 알바의 불안을 말끔히 털어냈습니다. 정상에서 왼쪽인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 내려가 솔밭 길을 지나기까지의 편안한 산길은 안부인 신틀재로 이어졌습니다. 능선 마루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똑 바로 내려가 묘지에 이르기까지 청미래 넝쿨과 산딸기 가시를 헤치고 내려갔습니다. 묘비가 세워진 묘지에서 오른 쪽으로 이름 모르는 나무 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숲 사이로 난 길이 보였습니다. 이 길을 따라 몇 분을 걸어가 만난 815번 도로에서 왼쪽으로 나지막한 고개가 바로 앞에 보여 그 고개로 이동했습니다. 이 고개가 산음리 고개로 기맥길은 길 건너 오른 쪽 축사 옆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음 종주산행의 들머리를 사진 찍고 나서 바로 아래 버스정류장으로 옮긴 다음 함평택시를 호출해 함평버스터미널로 이동했습니다. 버스터미널에서 읍내버스로, 함평역에서 itx로, 천안역에서 전철로 갈아타 밤 10시가 다 되어 산본 집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알바를 할 때마다 사전 준비를 보다 철저히 하자고 다짐하곤 합니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좀 더 꼼꼼히 읽고 지형도와 개념도도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아 머릿속에 완전히 그려 넣은 다음 산길로 들어서자 하면서도 이제껏 그리 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제 경우는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집에서 아무리 읽어보아야 감이 제대로 안 잡히니 현장에 가서 확인하자 하면서도 그냥 지나쳐서입니다. 갈림길에서만이라도 지도를 꺼내 확인하면 좋을 텐데 대부분 그냥 지나치다 제 길을 놓치곤 합니다. 또 하나는 알바도 종주 산행의 한 재미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서입니다. 그것은 1대간9정맥을 종주하면서 결정적 알바를 한 적이 아직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알바로 아예 산행을 망쳤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대로 다시 제 길을 찾아 종주산행을 이어갔기에 알바가 끝나면 또 하나의 추억거리라 생각해온 데 그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알바를 줄이는 데는 유비무환의 마음가짐으로 사전 준비를 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그리 알고 그렇게 해볼 생각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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