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영산기맥종주기

영산기맥 종주기8(함평고버스정류장-135m봉-함평양서/파충류생태공원)

시인마뇽 2017. 2. 22. 00:30

                                                           영산기맥 종주기8

 

 

                                      *기맥구간:함평고버스정류장-135m-함평 양서/파충류 생태공원

                                      *산행일자:2017. 2. 15()

                                      *산높이 :감산 116m

                                      *소재지 :전남함평

                                      *산행코스:함평고버스정류장-감산-135m-팔각정봉

                                                    -함평생태공원전망대-함평양서/파충류생태공원

                                      *산행시간:938-146(4시간28)

                                      *동행 :나홀로

 

 

 

 

 

     이번처럼 시간과 비용 관리에 실패한 산나들이는 이제껏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새벽 4시 반을 조금 넘겨 산본의 집을 나선 것은 함평 땅의 영산기맥을 종주하기 위함이었는데 비용은 비용대로 쓰고 시간은 시간대로 들이고도 반나절 거리 밖에 안 되는 짧은 구간만을 종주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입니다. 어떤 일을 하던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고 품질을 최고화해야 목표한 바를 달성할 수 있는데 이번 종주산행처럼 돈과 시간을 낭비해서는 제가 목표한 5대강 둘레산줄기 환주를 모두 마치려면 그나마 남아 있는 기둥뿌리도 다 뽑히겠다 싶어 앞으로 똑같은 실수를 거듭하지 않도록 그 전말을 기록해 두고자합니다.

 

 

 

   산본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첫 버스는 두 번 갈아 타야해  그 냥 보내고 한 참을 기다려도 그 다음 버스가 오지 않아 택시를 잡아타 안양의 남문시장까지 갔습니다. 여기서 광명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고 택시에서 내린 것인데 10분 가까이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 기차를 놓칠까 불안한 마음에 다시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지난번에는 버스로 광명역까지 갔기에 버스비만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 다섯 배가량 되는 만이천원을 택시비로 지불해야 했습니다. 두 번 갈아타더라도 첫 버스를 탔다면 마음 졸이며 택시를 타지 않아도 될 것을 한 순간 판단을 잘못해 돈만 깨졌습니다.

 

 

 

   더 큰 실수는 광주송정역에서 함평가는 기차를 놓친 것입니다. 앞 손님이 짐이 많아 하차에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사전에 승차할 플랫폼을 알았다면 기차를 놓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번과는 달리 개찰구로 빠져 나갔다가 다시 승강장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이 길이 맞나 머뭇거리다 7-8분밖에 안 되는 환승시간을 다 까먹어 눈앞에서 기차를 놓쳤습니다. 그 다음 KTX가 나주에서 정차한다는 것이 생각나 기다렸다 승차해 나주에서 하차했는데 이 판단도 어리석기 짝이 없었습니다. 나주 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옮겨 가 확인해보니 함평가는 버스는 이미 7시55분에 출발하였고 10시5분에 함사거리를 경유하는 목포 가는 버스가 있어 기다렸다 타야할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기차를 타고 목포로 갔다가 되올라가자고 마음을 정하고 택시를 타고 나주역으로 갔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려다가 3만원이면 목적지인 함평고교앞까지 갈 수 있다고 기사분이 말한 것이 생각났습니다. 돈이 좀 들더라도 산행시간 확보가 중요하다 싶어 하차하지 않고 그대로 함평고교 앞으로 가서 미터기에 적힌 38천원을 택시요금으로 지불했습니다. 산본 집에서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함평고버스정류장까지는 버스비포함 36천원정도면 충분한 데 계속 판단을 잘못해 87천원가량을 들이고도 목적지에는 1시간가량 늦게 도착했습니다.

 

  기왕에 늦은 것이니 나주터미널에서 진득하게 기다렸다가 10시5분발 목포행 버스로 함사거리까지 가서 함평터미널로 이동했다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그리했다면 산행시작은 1시간 가량 늦어졌겠지만 비용은 3만원 이상 절감했을 것입니다. 일이란 한번 뒤틀리면 실타래 꼬이듯  잇달아 꼬이기 십상이어서 이런 날은 꼼짝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이다 싶어 함평양서/파충류생태공원 앞에서 일찌감치 종주산행을 접고 귀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시간 가량 출발이 늦어진다 해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는 것을 허둥대다 돈과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오전 938분 함평고버스정류장을 출발했습니다. 나주에서 잡아 탄 택시로 함평고를 막 지나 금산사거리까지 이동했습니다. 금산사거리에서 23번 구도로를 따라 10분 가까이 걸어 지난 번에 산행을 끝낸 함평고버스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머물면서 산행채비를 마친 후 금산사거리로 되돌아가 23번 구도를 따라 북진했습니다. 천지환경 입구를 지나자 오른 쪽으로 23번 신도로 건너 농협주유소 뒤편의 나지막한 감산이 아주 가까이 보였습니다. 조금 더 진행해 벽유리 입구 오른 쪽 굴다리로 23번도로를 건너 농협주유소로 가다가 중간에 왼쪽 임도로 접어들어 감산으로 향했습니다. 임도 오른 쪽으로 하얀 눈이 소복하게 덮인 묘지로 가는 계단이 보여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올 겨울은 설산을 산행한 적이 없어 눈다운 눈을 밟아보지 못한 터라 응달에 남아 있는 여기 잔설을 밟으면서  겨울이 다해간다 싶어 아쉬웠습니다. 김해김씨의 묘지를 덮은 백설을 밟으며 똑바로 치고 올라가 감산 정상에 이르는 능선 길로 올라섰습니다.

 

 

 

   1032번 해발116m의 감산을 올랐습니다. 묘지에서 올라선 능선에서 왼쪽으로 능선 따라 올라가 삼각점이 박혀 있는 정상에 올랐으나 나무들이 시야를 막아 답답했습니다. 이번 산행 중 오르는 봉우리 중 유일하게 산 이름을 얻은 감산의 정상에서 북서쪽으로 내려가면서 잎이 푸르른 편백나무(?) 숲을 지나 임도로 내려섰습니다. 임도 따라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을 지났는데 지붕은 기와를 올렸지만 잘 지은 양옥집이어서 다른 폐옥처럼 을씨년스러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내려가자 왼쪽으로 김해김씨 묘지로 들어가는 길이 보였습니다. 23번도로 오른 쪽의 아스팔트 길을 따라가다 앞서 지나온 굴다리를 통과해 다시 서쪽으로 벽유마을로 길이 갈리는 사거리로 되돌아왔습니다. 23번 구도로를 따라가 학천마을 입구를 지나자 견공들이 반갑다는 듯 큰 소리로 짖어댔습니다. 다시 굴다리로 23번도로를 건너 북쪽으로 진행하다 지금은 문을 닫은 23번 구도로 변의 대광초교 운동장을 들러 폐교된 이 학교의 스산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128분 감산보다 더 높으면서도 이름을 얻지 못한 135m봉에 올랐습니다. 대광초교를 나와 북쪽으로 23번구도로를 따라가 135m봉으로 이어지는 나지막한 고개에 이르렀습니다. 23번도로 왼쪽의 산줄기가 오른 쪽으로 확 꺾어 이 고개를 지나 오른 쪽 135m봉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흐릿하지만 기맥 길이 분명하다 싶어 오른 쪽 농로로 들어섰습니다. 절단면 위 묘지에 올라 기맥 길을 이어가고자 했으나 길이 분명치 않아 왼쪽 아래 논둑길로 내려갔습니다. 조금 동쪽으로 이동해 23번도로 전방 300m 지점을 알리는 교통안내판이 세워진 3번 도로 상의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이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조금 더 가서 동네를 피하고자 오른 쪽 밭둑길로 진행해 다다른 평산 신공 묘지 앞에서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이번 산행 중 최고의 난코스인  가시나무가 뒤엉킨 억새밭을 헤치고 올라가느라 엄청 고생했습니다. 억새 숲을 뚫고 올라간 거리는 넉넉잡아도 200m가 안될 것 같은데 이 숲 통과에 반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어렵사리 억새 숲을 지나 반반한 등산로를 만나기까지도 잡목 숲을 10여분 더 헤치고 올라갔습니다. 힘들게 올라선 135m봉에 삼각점이 보이지 않아 바로 앞 봉우리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북쪽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팔각정에서 점심을 들을 뜻으로 135m봉에서 커피만 한잔 마시고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1248분 팔각정 봉에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135m봉에서 팔각정봉으로 이어지는 기맥 길은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분명하게 잘 나있어 모처럼 종주 산행이 편안했습니다. 오른 쪽 아래 대동저수지가 포근하고 고즈넉해 보여 135m봉을 오르느라 쌓인 피로감이 싹 가시는 듯했습니다.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 팔각정에 다다르기 100m가량은 능선 왼쪽으로 철쭉 단지가 조성되어 5월쯤에 여기를 지난다면 참으로 장관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꽤 큰 규모의 대동저수지 북단에는 자그마한 섬이 자리하고 이 섬을 오가는 다리가 예쁘게 꾸며져 동화 속의 나라 같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가두리 양식장(?)만도 다섯 곳이나 될 정도로 꽤 커 보이는 이 저수지는 영산강의 제1지류인 함평천의 상류를 막아 만든 것입니다. 바람 한 점 없어 햇살도 따사롭고 대동저수지가 빚어낸 풍광에 매료되어 점심 식사를 끝내고도 20분 가까이 더 쉬었습니다. 팔각정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아담한 건물이 함평생태공원전망대인 것을 안 것은 그곳을 직접 가보고 나서였습니다.

 

 

 

   146분 함평 양서/파충류 생태공원 앞에서 8구간 종주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팔각정봉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걸어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 오른 쪽 차도 위 구름다리를 건넜습니다. 구름다리를 건너 산 중턱에 낸 오른 쪽 길로 진행해 팔각정에서 유심히 본 함평생태공원전망대로 다가갔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전망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함평 양서/파충류 생태공원과 대동저수지를 연결해주는 함평자연공원 안의 차도를 따라 구름다리 바로 아래 고개를 넘자 이번 산행 중 몇 번이나 굴다리로 넘나든 23번 도로가 가까이 보였습니다. 고개를 넘어 23번 도로 쪽으로 내려가 자연생태공원 서쪽 끝자리에 자리한 함평 양서/파충류 생태공원 앞에서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종주시간은 4시간 반 가량으로 다른 종주 때의 반 정도 밖에 안 됐는데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 것은 집에서 들머리로 이동하는 데 진을 다 빼서인 것 같습니다. 세 네 시간 더 진행해도 해 떨어지기 전에 마칠 수 있었지만 혹시라도 이번처럼 재수 없을 때 옴 붙을지 몰라 여기 오느라 들인 비용과 시간이 아까웠지만 눈 딱 감고 종주산행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버스정류장이 바로 붙어 있고 버스도 자주 있어 반시간 가량 생태관을 둘러본 후 곧바로 100번 버스를 타고 읍내 터미널로 이동했습니다. 일찌감치 산행을 마친 덕분에 1538분에 함평역을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탈 수 있었고, 처음으로 밤 9시 전에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귀가 길 기차 안에서 언뜻 생각난 것은 1980년대에 우리나라 기업에서 유행(?)했던 TQC(Total Quality Control)운동이었습니다. 미국의 데밍 (Deming) 박사(?)가  주창하고 일본 기업이 적극 활용해 성공을 거둔 전사적 품질관리 운동으로 주로 공장에서 품질향상을 위해 벌인 운동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TQC를 달리 해석해 제 삶에 적용해왔습니다. 제가 생각한 TQCTime, Quality, Cost의 약자로 시간(Time)과 비용(Cost)을 잘 관리해 품질(Quality)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그 품질은 상품의 품질일 수 있고 삶의 품질일 수도 있습니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마냥 쓸 수는 없는 것은 시간과 비용 모두 유한한 자원이기에 그렇게 얻은 품질은 오래 갈 수 없어서입니다. 창의적으로 접근해 문제 해결에 힘쓴다면 비용을 줄여가면서 품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영이론가인 톰 페터스(Tom Peters)는 그의 저서 <Thriving on chaos>에서 품질이 올라가면 비용이 떨어진다(When the quality goes up, the cost goes down.)”고 갈파했습니다. 컴퓨터나 자동차의 발전사를 보면 품질은 계속 좋아지는데 실질 가격은 계속 떨어진 것으로 보아 톰 페터스의 장담은 허풍이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이번에 비용과 시간은 많이 깨졌지만 종주산행의 품질, 즉 만족도가 올라간 것은 결코 아닙니다.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과감히 줄여 품질향상에 투입한다면 품질을 높이면서 비용을 줄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세상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 세상에서도 겁먹지 않고 즐기며 살려면 이번처럼 시간과 비용을 헛되이 쓰는 멍청한 짓을 반복하지 말아야합니다. 이런 각성이 이번 나들이의 가장 큰 수확이라 생각하면서 이만 글을 맺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