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분지순환등반로 종주기1
(드름산)
*종주구간:의암댐-드름산-김유정역
*산행일자:2017. 5. 18일(목)
*산높이 :드름산357m
*소재지 :강원 춘천
*산행코스:의암댐-의암봉전망대-드름산-349m
-모오리-김유정역
*산행시간:14시-18시35분(4시간35분)
*동행 :나홀로
강원도의 도청소재지인 춘천에는 호반의 도시답게 춘천호, 소양호와 의암호 등 세 곳의 크나큰 호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북한강 춘천댐의 춘천호나 소양강 소양댐의 소양호보다 북한강 의암댐의 의암호가 주변경관이 더욱 빼어나다 싶은 것은 소양강의 물을 받아 세를 불린 북한강의 강물을 조금 아래에다 의암댐을 축조해 받아내어 빚어낸 호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원래의 춘천시는 북한강 동쪽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만, 춘성군과 합쳐진 지금의 춘천시는 북한강을 경계로 동서로 나뉩니다. 이 강이 나눈 춘천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이 도시를 에워싸는 산줄기입니다. 호반의 도시 춘천이 보다 안정되고 푸근하게 느껴지는 것도 수려한 산줄기들이 감싸주어 만들어진 분지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작년 봄 강원대 대학원에 입학하고 나서 “전상국의 춘천산 이야기”를 사서 읽었습니다. “아베의 가족”으로 한국문단에서의 위치를 확고히 한 소설가 전상국님이 쓴 이 책에서 춘천을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을 얻고 나서 제 머리를 맴돈 것은 언제부터 이 산줄기 종주할 것인 가였습니다. 마침 이번 학기 목요일 강의가 일찍 끝나 구간을 짧게 끊으면 오후 시간에 종주하는 것이 가능하겠다 싶어 지난 주 처음으로 대룡산을 시험 삼아 올랐습니다.
춘천분지순환등반로는 춘천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를 이어가는 산길입니다. 의암댐에서 시작해 드름산, 금병산, 대룡산, 오봉산, 수리봉, 삿갓봉, 가덕산, 북배산, 계관산을 거쳐 삼악산에 오른 다음 의암댐으로 내려가는 순환등반로의 전장은 83.2Km로 건각으로 35시간이 소요된다 합니다. 걸음이 느린데다 주로 오후에만 산행할 계획이어서 가능하면 여러 구간으로 나누어 천천히 해나갈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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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 정각 의암댐에서 춘천순환등반로종주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로 삼은 인어상은 그동안 이런저런 공사를 많이 해 다른 데로 옮긴 것 같다는 택시기사분의 얘기를 듣고 서 더 이상 찾지 않고 의암피암터널2 앞 공터에서 하차했습니다. 잠시 산행채비를 한 후 동쪽 위로 나 있는 산길로 올라가면서 오른 쪽의 우뚝한 바위 봉우리를 보고 강 건너 바위산인 삼악산이 강 밑으로 이 산과 이어졌음을 직감했습니다. 출발 10여분이 지나 살짝 왼쪽으로 휘어진 길을 따라 중간에 계단 길도 걸어 올랐습니다. '의암댐0.93Km/드름산 2.11Km' 지점 능선에서 왼쪽으로 조금 옮겨 의암댐 강변풍경을 조망했습니다. 지난 4월의 큰 산불로 밑 등이 시꺼멓게 탄 나무들을 보고 불을 낸 사람은 설사 실화라 하더라도 반드시 잡아서 그 죄 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화재로 죽어간 숱한 생명체들에 대한 사람들의 도리이겠다 싶었습니다.
14시54분 의암봉 전망대에 오르자 시야가 탁 트여 의암호와 춘천시내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의암댐0.93Km/드름산 2.11Km' 지점에서 오른 쪽으로 십수분을 걸어 앞이 탁 트인 전망대에 이르렀습니다. 강 건너 북동쪽 저만치에 자리한 몽가북계 산줄기가 참으로 의젓하고 늠름해 보였습니다. 의암 댐 한 가운데 자리한 예쁘장한 붕어섬을 보고 섬진강 상류 옥정호의 붕어섬이 떠오른 것은 어디서 본 듯하다는 데자뷰(?) 덕분일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종주산행에 나서고 책을 즐겨 읽는 것은 이처럼 삶을 반갑게 맞도록 해주는 데쟈뷰가 여행과 독서로 얻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입니다. 전망대에서 이 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흙길로 걷기에 좋았습니다. 30-40m가량 높이의 변화를 가져오는 나지막한 봉우리 몇 개를 넘지 않았다면 단조로웠을 길에 쉼터가 조성되어 평상에 등을 눕히고 신문을 읽거나 잠시 인생을 멈춰 세운 듯 우두커니 벤치에 앉아 있는 몇 분들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16시7분 해발357m의 느름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정상석이 세워진 정상 쉼터에서 배낭을 벗어 놓고 모처럼 편안하게 20분 가까이 쉬었습니다. 가파른 길을 걸어 내려가 왼쪽 아래로 대우아파트 길이 갈리는 안부사거리에서 깔끔한 정자에 앉아 쉬어가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그대로 직진하다 이내 오른 쪽으로 굽어지는 길을 따라 남서쪽으로 진행했습니다. 동쪽으로 시야가 탁 트인 능선 길에서 금병산과 수리봉, 대룡산을 이어주는 춘천시내 동쪽 울타리 산줄기를 바라보면서 춘천순환등반로 종주산행을 참 잘 시작했다 했습니다. 미지의 도시에 다가가는 제 나름의 방법은 그 도시를 둘러싸거나 관통하는 산줄기를 걸어보는 것입니다. 1대간9정맥을 종주하면서 산줄기를 걸어본 도시가 그렇지 않은 도시보다 관심이 더 가고 정감도 훨씬 더하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년에 대전의 보만식계 산줄기를 종주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습니다.
17시13분 해발349m의 칠암봉에 이르렀습니다.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암릉 길을 지나 이 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칠암봉으로 이어졌습니다. 의암봉전망대를 떠나고 나서는 이렇다 할 바위 길을 걸어보지 못하다가 십 수m의 짧은 암릉 길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암릉 길을 지나 다다른 쉼터 봉우리는 그 이름이 지도에 나와 있지 않아 나무 위에 높이 걸어놓은 작은 표지판에 쓰인 칠암봉이 맞는 이름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322m봉으로 이어지는 직진 길을 버리고 모오리로 내려가는 왼쪽 아래 길로 들어섰습니다. 십 수 분간 된비알 길을 따라 내려가다 만난 평평한 길을 얼마간 따라 걸어 길 안내판이 없는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침침한 소나무 숲 바로 앞에서 왼쪽으로 10분가량 걸어 내려가 모오리 마을길로 들어섰습니다.
18시35분 김유정역에 도착해 춘천순환등반로의 첫 구간 종주를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마을 초입 밭에서 일하시는 할아버지 한 분께 물어 김유정역으로 가는 길을 확인했습니다. 이 분이 가르쳐 준대로 76번도로를 굴다리로 건넌 다음 오른 쪽으로 조금 이동해 만난 양구 행 46번 도로를 따라 동진했습니다. 군부대 옆 고개를 넘고 철로 위 신남교를 건너 46번 도로에서 왼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이내 만난 삼거리에서 다시 왼쪽으로 돌아 남서쪽으로 십 수분을 걸어 김유정역에 도착하자 저녁 기운이 완연했습니다.
첫 구간 종주를 무사히 마쳤다는 자신감이 남은 산행을 추동하는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하자 오랜만에 짜증스런 차도를 따라 걸은 것도 추억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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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름산 정상에서 나무에 붙박아 놓은 벽시계를 보았는데, 누군가가 손을 보아서인지 시간이 정확하게 맞았습니다. 어디다 쓰려고 이곳에 시계를 놓았나 궁금해 하다가 문득 제 산행기에 쓴 “시간을 미분하면 순간이 되고, 순간을 적분하면 세월이 된다”는 문구가 생각났습니다. 이 문구는 50대 후반의 나이에 천마산을 오르며 생각해내 쓴 것으로 지금 다시 읽어도 그리 못 쓴 글은 아니다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젊었을 때는 참으로 바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항상 시간이 달려 미분해 쓰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고, 시간을 미분해 얻은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아까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1972년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부임한 중학교에서 제가 맡은 수업시간이 주당 34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을 미분해 순간으로 쪼개 쓰지 않으면 도저히 교안준비를 할 수 없었던 고통스런 경험은 언제부터인가 추억으로 미화되어 이렇게 되 뇌일 수 있나봅니다.
나이 들어 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그렇게 쪼갠 시간을 다시 긁어모으고 싶었습니다. 저는 그런 시간 모음을 “순간의 적분”이라고 했습니다. 바쁘게 살아간 순간들을 적분했는데 옛날의 시간으로 되돌아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적분의 해(解)는 다시 쓸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이 아니고 이미 흘러가버린 세월이었습니다. 순간의 적분이 시간이 아니고 세월인 것을 알았을 때는 저도 나이가 들기 시작한 후였습니다.
세월에 떠밀려 표류하기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7년 전 방송대 국문과를 입학했습니다. 그 후부터 오늘까지 순간을 적분하며 살면서 세월타령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학기에 굳이 4과목을 신청한 것은 젊어 한창 때처럼 순간순간을 바쁘게 살고 싶어서였는데, 나이 들어 하는 공부가 결코 만만치 않아 종종 밤을 새며 과제물을 해내는 등 힘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산에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거의 매주 빼놓지 않고 갑니다. 이번 종주산행처럼 말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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