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지맥·분맥·단맥/춘천분지산줄기

춘천분지순환등반로 종주기4(느랏재-소양산-윗샘밭버스종점)

시인마뇽 2017. 10. 10. 01:02

                                                      

                                        춘천분지순환등반로 종주기4(소양산)

 

                                  *종주구간:느랏재-소양산-윗샘밭버스종점

                                  *산행일자:2017. 9.30()

                                  *산높이 :소양산699m, 매봉343m, 빙산384m

                                  *소재지 :강원 춘천

                                  *산행코스:느랏재-소양산-매봉-빙산-윗샘밭버스종점

                                  *산행시간:1140-1812(6시간32)

                                 *동행 :경동고 24회동문 김주홍, 이규성, 황의천, 우명길

 

 

 

     이번 산행 길에 오른 빙산의 전망대에서 모처럼 여유롭게 소양강댐을 조망했습니다. 댐을 가득 채운 소양강의 수면이 잔잔해 보여, 먼발치에서도 안온함과 고즈넉함이 느껴졌습니다. 북한강에서 멀지 않은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에 축조된 이 댐은 높이가 123m이고, 제방길이가 530m이며, 29억톤을 저수할 수 있는 다목적댐으로 1973년에 준공되었다 합니다. 이 댐의 축조로 생긴 소양호는 한국최대의 인공호수로 춘천시, 양구군과 인제군에 걸쳐 있습니다. 소양호 덕분에 소양강댐을 출발해 강원도 서북지역의 곳곳을 운항하는 관광선이 생겼고, 전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오지 마을도 이 배로 찾아갈 수 있어, 주말이면 이 댐을 찾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합니다. 이 소양강 댐에 물을 채우는 일은 소양강이 맡아서 합니다. 소양강은 인제군의 서화면 무산에서 발원해 설악산의 북천, 방천, 계방산의 내린천 등의 지류를 받아들이며 남서쪽으로 흘러가 춘천 북쪽에 이르러서 북한강에 합류되는 한강의 제2지류입니다. 소양강은 총 유로길이가 4백리에 조금 못 미치는 157Km에 불과해 그리 긴 강은 아닙니다만, 소양강댐이 준공되기 세 해 전에 소양강 처녀노래가 나와 애창되면서 이 강도 덩달아 그 이름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제가 젊어서 즐겨 따라 부른 유행가에는 소양강 처녀처녀 뱃사공이 있습니다. 두 노래의 공통점은 강과 처녀가 등장하며, 노래의 모델이 될 만한 인물이 실재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점은 소양강 처녀는 떠나간 님을 향한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 것이라면, ‘처녀 뱃사공은 군인 간 오빠를 그린 다는 점일 것입니다. 노래가 나온 것은 소양강 처녀가 대학3학년 때인 1970년이고, ‘처녀 뱃사공이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59년이니, ‘처녀 뱃사공11년 빨리 불리기 시작한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제게는 소양강 처녀보다는 처녀 뱃사공이 입에 더 익어 처녀 뱃사공을 더 자주 흥얼댔던 것 같습니다. 네 살 위의 군인 간 오라버니는 전사해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처녀 뱃사공혼자서 노를 젓던 경남 함안의 낙동강은 6년 전 강변의 나지막한 산 중턱에 세워진 정자 악양루에 올라가 내려다 본 적이 있습니다. 이 강은 낙동강의 지류로 수량이 소양강댐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적고, 강폭도 훨씬 좁아 처녀 뱃사공도 능히 노를 저어 건널 만했겠다 싶었습니다. 악양루에서 가까운 도로변에 세워진 기념비도 겨우 가슴을 찰 정도로 작고 초라해, 왠지 모르게 처녀 뱃사공에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두 노래 중 어느 노래가 더 인기를 끌었었는지, 또 끌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오늘에 이르러 사람들에 대접받기는 처녀 뱃사공보다 소양강 처녀가 압도적으로 앞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은 몇 곳에 세워진 조각품인 소양강 처녀상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1140분 느랏재를 출발했습니다. 춘천역에서 이번 종주산행의 들머리인 느랏재까지는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느랏재 터널을 막 빠져나가 지난 6월 춘천분지순환등반로의 3구간 산행을 마치고 맥주를 사 마셨던 간이가게 앞에서 하차했습니다. 시간이 일러서인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간이가게 앞에서 산행채비를 한 후 서쪽으로 이어지는 넓은 임도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십 수분을 걸어 만난 삼거리에서 왼쪽 위 시멘트 길로 올라가 기독교방송송신탑에 이르고 나서야, 삼거리에서 그대로 임도 따라 직진하다 '세월교 8.3Km'표지판 앞에서 왼쪽 능선으로 올라서야 하는 데 잘못알고 미리 올라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왕 올라선 김에 능선을 찾아 따라가자 마음먹고 송신탑건물 오른쪽으로 울타리를 끼고 조금 에돌자 대룡산에서 소양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나타났습니다. 사람 다닌 흔적이 흐릿한 이 길을 따라 안부를 지나자 오른쪽 아래로 임도로 가는 길이 보였는데, 그 길을 무시하고 능선 따라 직진해 임도 삼거리에 세워진 매봉산4.2Km/명봉4.3Km/느랏재터널1.4Km’의  표지판 바로 앞까지 진행했습니다. 이 표지판 앞의 넓은 임도에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하면서 포도주와 맥주를 반주삼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반시간이 넘는 긴 휴식을 마치고 오른쪽 능선 길로 올라서 오후 산행을 재개한 것은 1325분이었습니다.

 

 

   1426분 해발699m의 소양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능선 길 초입에 잣을 따거나 줍지 말라며 적발 시 고발조치한다는 잣채취 금지경고문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저희가 오르는 산은 개인이 잣을 재배하는 사유림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요즘은 공짜로 따가라고 해도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 잣을 따는 일이 너무 힘들고 위험해 따갈 사람이 없을 텐데 저런 경고문을 왜 매달아 놓았을까 오히려 궁금했습니다. 오후 산행 재개 후 24분이 지나 다다른 660m봉에 빨간 색의 고가사다리와 같은 모양을 한 구조물이 세워져 있어 이채로웠습니다. 660m봉에서 그대로 북진해 만난 삼거리에서 오른 쪽 길로 된 비알 길을 오르느라 숨이 가빴습니다. 산불감시초소가 자리한 소양봉에 오르자 소양봉 669m’의 비닐안내판과 삼각점이 세워져 있어, 520m로 나와 있는 제 고도계를 700m로 보정했습니다. 모랏재터널 입구에서 안내판에 적힌 대로 해발340m’에 맞추고 출발했는데 고도계가 180m나 틀리게 나온 것은 느랏재의 해발고도가 340m가 아니고,500m가 넘기 때문임을 뒤 늦게 다른 친구들의 스마트폰에서 확인했습니다. 느랏재 입구 안내판에 적힌 해발340m’는 정확하게 다시 측정해 제 높이로 수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직은 무성한 나뭇잎들이 시야를 가려 시원스레 뻗어나가는 웅장한 산줄기를 조망하지 못했습니다. 기념사진을 함께 찍은 후 북서쪽으로 진행하면서 고도를 조금씩 낮춰갔습니다

 

 

   1655분 해발384m의 빙산을 올랐습니다. 주말인데도 소양산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이 산을 오르내리는 다른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해 마치 저희 넷이 전세라도 낸 듯 했습니다. 저희가 오르내리는 소양산은 능선 길의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고 비교적 길도 잘 나있는 편이어서 설산산행지로도 손색이 없겠다 싶어 나뭇잎이 다 떨어져 시야가 탁 트이고 눈이 소북이 쌓인 한 겨울에 다시 한 번 오르고 싶다는 마음이 동했습니다. 소양산 정상에서 북서쪽으로 반시간을 조금 못 걸어 국가중요시설인 소양감댐으로 연결되어 있어 출입을 통제한다는 등산로폐쇄 안내판이 세워진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출입이 금해진 후봉 가는 직진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확 꺾어 매봉으로 향했습니다. 매봉 앞에 다다르자 표지판에 빙봉으로 가는 길이 왼쪽으로 나 있어 그 길로 접어들었는데 이내 계곡으로 내려가 의아했습니다. 몇 분을 더 내려가자 길이 오른쪽으로 나 있어 비로소 안도했는데, 오른쪽 길은 이내 능선 길과 만났습니다. 능선에 올라서서 세월교4.3Km/느랏재4.0Km/위험지역"의 표지판을 보고나서야 매봉 능선 길이 위험해 왼쪽으로 에돈 것을 알았습니다. 아직도 이번 산행의 끝점인 세월교까지 4.3Km가 남아 있다니, 이러다가는 자칫 해떨어지기 전에 산행을 마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 쉬지 않고 내달렸습니다. 간간히 짬을 내어 구절초 등 가을꽃 몇 종을 사진은 찍었지만, 산행기 작성에 참고할 메모는 하지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고도차가 30-40m밖에 안 되는 편한 길을 걸으면서도 웬 봉우리가 이리도 많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급해져 빙봉을 향해 쉬지 않고 북진했습니다. 통나무 계단 길로 올라갔다가, 왼쪽으로 옥광산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리는 안부로 내려서서 선채로 숨을 돌린 후, 적송지대를 지나 새하얀 들국화(구절초?)와 눈인사를 나눈 후 저녁 5시가 다되어 빙산에 올라섰습니다. 해발384m의 빙산은 최고의 전망처여서 댐을 가득 채운 소양강이 시원스럽게 조망됐습니다. 해지기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정도여서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세월교를 향해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1812분 윗샘밭 버스종점에서 춘천분지순환등반로의 4구간 산행을 마쳤습니다. 빙산 정상에서 오던 길로 조금 내려가 오른 쪽으로 난 길을 따라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양강댐을 뒤로 하고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서 겨울에 이 길을 걷는다면 오른쪽 바로 아래로 소양강이 흘러 볼만하겠다 싶었습니다. 등고선이 빽빽이 그려진 지도를 보고 능선 오른 쪽 아래 소양강과 접하는 서사면(西斜面)이 직벽에 가까울 것이라 했는데 과연 그러했습니다. 강 건너 샘밭마을에서 이 능선을 보면 장관일 것 같은데, 정말 그러한지 다음 구간인 마적산 산행 때 확인해볼 뜻입니다. 오른쪽으로 조금 비껴 세월교가 보이는 삼거리에서 왼쪽 묘지 쪽으로 내려갔더라면 하산 길이 편안했을 것을 바로 앞 봉우리를 비껴갈 수 없어, 고집 부려 오른 것이 마지막 하산 길을 힘들게 했습니다. 그 봉우리에서 직진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잘 나있지 않는데다 경사가 엄청 급한 된 비알길이어서 스틱에 의존해 조심해서 내려갔습니다. 다 내려가 만난 큰 도랑을 건너 아스팔트길로 올라서자 편한 길을 두고 험한 길로 잘못 안내했다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스팔트길을 따라 걸어 세월교 앞에 이르렀습니다. ‘콧구멍다리로도 애칭 되는 이 다리는 홍수 때는 다리가 잠기기도 하는 일종의 잠수교여서 그 옆에 높은 다리를 다시 짓고 있었습니다. 이 다리에서 처가 집이 멀지 않은 이교수가 안내하는 대로 강 건너 윗샘밭 버스종점으로 옮겨 인근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것으로 이번 산행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반야월이 작사하고 이호가 작곡한 소양강 처녀1970년 여가수 김태희가 불러 당시로서는 대박을 터뜨렸다고 할 만한 10만장의 앨범이 판매되었다 합니다. 이 노래의 모델은 1969년 당시 가수지망생이었던 1953년생의 윤기순이라는 여성이었습니다. 춘천시에서는 2005년  55천만원을 들여 소양강 처녀의 기념비를 세워 기리고 있습니다. 가수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이름만은 후대에도 계속 전해질 것이니, 이만하면 모델료는 충분히 받은 것 같습니다. 기념비에 새겨진 노래 가사는 다시 읽어도 애절함이 옛 그대로여서 아래에 옮겨 놓습니다.

 

 

                                         소양강 처녀

                                                      반야월 작사/이호 작곡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 밭에 슬피우는 두견새야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동백꽃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

                         돌아와 주신다고 맹세하고 떠나셨죠 

                                  이렇게 기다리다 멍든 가슴에 

                                  떠나고 안오시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