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분지순환등반로 종주기5(마적산)
*종주구간:윗샘밭버스종점-마적산-배후령
*산행일자:2017. 10. 7일(토)
*산높이 :마적산605m
*소재지 :강원 춘천
*산행코스:윗샘밭버스종점-마작산-경운산-오봉산갈림길-배후령
*산행시간:11시40분-17시22분(5시간42분)
*동행 :나 홀로
공자선생께서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하고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신 것을 근거로 등산객 모두가 어진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 견강부회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대다수의 등산객들이 산으로 오르내리는 동안만은 보통 때보다 훨씬 어질어진다는 것을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1천5백만 명을 상회한다 합니다. 최고의 스포츠게임으로 각광받는 프로야구가 1년 내내 야구장으로 끌어들이는 연인원이 아직도 1천만 명을 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등산인구가 얼마나 많은 가는 쉽게 가늠됩니다. 이 많은 등산객들이 우리 산들을 오르내리는데도 산행 중에 남을 해치거나 살해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를 거의 보지 못하는 것은 적어도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만은 어질어지고자 하는 마음이 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단 하산해 삶의 현장으로 복귀한 후에도 그 어짊이 계속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은 등산인구가 늘어나도 범죄건수가 줄어들지 않는 것만 보아도 분명합니다만, 등산을 하는 동안은 자기도 모르게 선해지어 산행 중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옛날처럼 버스가 다닐 것이라 생각하고 배후령으로 하산했는데 7년 전에 보았던 오봉휴게소가 보이지 않고 차량소통이 거의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자 춘천역까지 어떻게 가야하나 걱정됐습니다. 택시를 부를 수밖에 없겠다 싶어 천천히 스틱을 접고 있는 저를 보고 50대의 남성 한 분이 터널 개통으로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며 자기 차로 버스 타는 데까지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하고 차에 올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분이 대구분이라는 것과 연휴를 이용해 혼자서 승합차를 끌고 명산100산의 한 곳인 오봉산을 올랐다가 배후령으로 하산했으며, 이튿날 점봉산을 오르고자 그 근처로 이동하는 중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보통의 경우 손을 흔들어도 태워주지 않는데 손도 들지 않은 저를 태워주겠다고 한 것은 이분이 산을 좋아하는 등산객이어서 가능했을 것입니다. 고마운 마음에 춘천역에 도착해 막국수라도 같이 들자고 했으나 갈 길이 바쁘다며 정중하게 사양한 후 되레 음료수 한 캔을 주면서 저를 내려주었습니다. 이런 후의를 받고나면, 인간에 대한 신뢰가 더해지고, 세상사는 것이 각박한 것만 아니다 싶어 참으로 살 맛 난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합니다. 이 글을 빌려 어진 분의 후의에 고맙고 또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오전11시40분 소양강댐과 멀지 않은 윗샘밭버스종점을 출발했습니다. 남춘천역에서 소양강댐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50분 가까이 달려 윗샘밭버스종점에서 하차했습니다. 버스종점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아스팔트길을 따라 걷다 삼거리에 이르러 오른 쪽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풀잎버들집 앞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확 꺾어 몇 십 걸음 옮기자 표지기들이 여럿 걸린 마적산 들머리가 보였습니다. 버스 종점 출발 7-8분 후 다다른 들머리에서 잠시 산행채비를 한 후 나무계단 길로 올라서서 하루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산행시작 십 수 분후 시멘트로 포장된 넓은 임도를 만나 이 도로를 따라 오른 쪽으로 진행했습니다. 10분을 채 못 걸어 시멘트 포장도로는 끝났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확 꺾어 이어졌습니다. 넓은 길은 얼마간 더 이어지다가 길이 좁아지면서 조금씩 가팔라졌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진초록 색의 소양강에 면한 직벽 위 능선이 지난번에 서둘러 하산한 빙산-세월교 능선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북진해 350m(?)봉 쉼터에 도착한 시각은 12시42분이었는데, 시장기가 느껴져 가져간 떡을 꺼내 들면서 10여분 쉬었습니다.
13시55분 해발605m의 마적산에 올랐습니다. 쉼터에서 조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 솔밭 길을 걸어 등을 편히 눕힐 수 있는 등받이 의자가 여러 개 놓여진 “마적산0.9Km/윗샘밭버스종점1.8Km/배후령길1.4Km" 지점의 쉼터를 지났습니다. 오른 쪽 가로 로프를 쳐 놓은 길을 따라올라 얼마간 진행하자 수종이 침엽수 소나무에서 활엽수 참나무로 바뀌어 짙어지는 가을 색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발목을 다쳐 수술을 받아 한 동안 산을 오르지 못했다는 50대 남자분의 산을 오르는 모습이 몹시 힘들어 보여 안쓰러웠습니다. 해발 605m의 마적산에 다다르자 오른쪽 아래로 소양강의 물줄기가 선명하게 잡혔습니다. 정상을 올랐다가 바로 아래 설치해 놓은 전망대로 자리를 옮겨 화악산이 자리한 북한강 서쪽 건너 산줄기를 스마트폰에 열심히 옮겨 담았습니다. 15분가량 쉬었다가 경운산으로 이어지는 지그재그 길을 따라 내려가 고도를 70m쯤 낮췄다가 길가로 로프가 쳐진 길을 따라 다시 올라갔습니다. 몇 개의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어 “마적산0.9Km/배후령4.9km/소양댐2.8Km"의 표지목이 세워진 삼거리에 도착한 시각이 14시37분이었습니다.
15시23분 깊숙한 절개지로 내려섰습니다. “마적산0.9Km/배후령4.9km/소양댐2.8Km" 지점의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가는 소양댐 길을 버리고 그대로 직진했습니다. 서둘러야 해떨어지기 전에 배후령에 도착할 것 같아 부지런히 걸었는데도 나지막한 봉우리를 여러 개 넘느라 좀처럼 고도를 높이지 못했습니다. 650m(?)봉에서 내려갔다가 오르기를 몇 번해 마적산보다 해발고도가 훨씬 낮은 임도사거리로 내려갔습니다. 제 고도계에 525m로 표시된 깊숙한 절개지인 임도사거리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곧바로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 오르다 100m가량 고도가 높아진 지점에서 경운산을 올랐다는 50대 부부를 만났습니다. 저를 따라 배후령으로 갈 뜻을 비쳤다가 아무래도 마적산을 보아야겠다며 그대로 내려가는 이들 부부의 뒷모습을 보자 살아생전 남한 땅 명산을 두루 같이 올랐던 집사람이 생각났습니다. 해발고도가 700m가 넘자 활엽수의 나뭇잎들이 붉은 색으로 곱게 물들어 어느새 가을의 한 가운데 서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17시22분 배후령에 도착해 5구간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깊숙한 절개지에서 1시간 남짓 쉬지 않고 걸어 “마적산4.2Km/배후령1.5km/청평사1.8Km”의 784.7m봉에 올라선 시각은 16시반경이었습니다. 저 아래 절개지에서 260m가량 고도를 높여 784.7m봉에 이르는 일이 생각보다 덜 힘들었던 것은 해떨어지기 전에 배후령에 도착해야 한다는 긴박감 때문이었습니다. 오른 쪽 아래로 청평사 길이 갈리는 784.7m봉에서 그대로 북진해 정상목이 세워진 경운산에 도착하기까지 반시간이 조금 못 걸렸습니다. 5만분의 1 지형도에 나오지 않은 이 봉우리가 과연 경운산의 정상인지 의심스러운 것은 삼각점도 없는데다 원래 경운산은 오봉산의 옛 이름이었기 때문입니다. 경운산에서 조금 북진해 사방이 탁 트인 나지막한 바위에 올라서자 동쪽의 오봉산, 서쪽의 화악산, 북쪽의 용화산과 이 들 산에서 양쪽으로 시원스레 뻗어나간 산줄기들이 장관을 이루어, 스마트폰에 옮겨 실었습니다. 오른쪽으로 오봉산 길이 갈리는 갈림길에서 0.3Km 떨어진 배후령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비교적 완만했습니다. 경사가 급한 마지막 100m가량을 조심해서 내려가 배후령에 내려서자 이 고개를 넘나드는 바람이 7년 만에 다시 찾아온 저를 반겼습니다.
다음 구간의 들머리를 확인한 후 버스시간을 알아보려 오봉휴게소를 찾았지만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아 당황스러워 하는 저를 보고 고마운 한 분이 춘천역까지 태워다 준 이야기는 앞에서 상술했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배후령을 찾아가 춘천분지순환등반로의 6구간을 산행할 계획입니다. 주말에는 아침8시20분에 남춘천역을 지나 배후령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하니 그 버스를 이용하고자 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골 산을 찾아 오르는 일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이미 잘 적은 된데다, 가끔은 이번처럼 고마운 분들의 도움도 받곤 해 사람 사는 것이 이렇게 훈훈할 수 있음을 배우곤 합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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