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B-25. 안마산 산행기(춘천)

시인마뇽 2017. 11. 3. 01:10

                                                            안마산 산행기



                                        *산행일자:2017. 10. 23()

                                        *소재지 :강원춘천

                                        *산높이 :303m

                                        *산행코스:퇴계농공단지-안마산-애기봉-안마산

                                         -스무숲성당-학곡리 막국수/닭갈비 음식점

                                        *산행시간:102-1252(2시간50)

                                        *동행 :나홀로




     안마산이 鞍馬山인 것은 안마산 정상과 그 남쪽의 애기봉 사이에 움푹 들어간 고갯마루가

마치 말안장을 닮았다 해서 그러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두 봉우리를 다 올라보니 과연 그리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봉우리와 표고차가 60-70m(?) 정도 되는 안부를 지나며 편안한 느낌을 받은 것은 이 산이 말안장을 닮은 안마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안마산 가까이에 살고 있는 춘천의 작가들이 몇 분 있습니다. 아무래도 첫 손가락으로 꼽힐분은 소설가 전상국선생이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춘천태생인 선생이 이 산을 깎아 조성한 퇴계동의 금호아파트에 입주한 것이 1993년으로 선생께서 이 산을 오르내린 것도 어언 4반세기가 다 되갑니다. 이 아파트에서 여러 편의 소설을 썼고, 이 산의 산자락이었던 두탑시티 근처 건물에 아베의 가족이라는 작품 이름을 딴 서재도 하나 마련했다하니 선생의 안마산과의 인연은 남다르다 하겠습니다. 제가 선생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1980년대에 읽은 장편소설 아베의 가족입니다. 미군에게 강간당해 어쩔 수 없이 낳은 백치인 아베를 통해 한국전쟁의 비극을 명징하게 보여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래도 아베를 찾아 나선 의붓동생 를 보고 전쟁의 상처가 얼마라도 치유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안마산 우봉에서 서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철길 건너 산자락 정족리에 소설가 오정희 선생의 서재가 있다고 전상국선생께서 그의 저서 전상국의 춘천산이야기를 통해 전했습니다. 원래는 안마산 바로 밑 금호아파트에 살던 오정희 선생이 정족리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한 이유 중의 하나가 유기견을 마음 놓고 키우고 싶어서였다 합니다. 방송대 다닐 때 오정희 선생의 강연을 들은 바 있습니다. 그때 선생께서 출생지는 서울이지만 서른 두 살에 춘천으로 이주해 살고 있다고 했는데, 그곳이 안마산 자락임을 안 것은 전상국의 춘천산이야기를 통해서였습니다. 선생의 소설 중 제가 읽은 것은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한 가 유일합니다.



   춘천의 안산(案山)인 향로산이 일제 때 신문화인이며 민족운동가로 춘천이 낳은 소설가 김유정을 등단시킨 차상찬선생을 배출한 산이라면, 안마산은 전상국선생과 오정희 선생이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도록 보듬은 산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안마산이 김유정의 고향 뒷산인 금병산으로 이어져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오전102분 퇴계농공단지 건너편 CU 편의점 앞 들머리를 출발했습니다. 오후 2시에 대학원수업이 예정되어 있어 오전에 산행을 마치고자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습니다. 오전 640분에 산본 집을 나서 남춘천역에 도착한 시각은 940분이었습니다. 택시를 집어타고 퇴계농공단지로 옮겨 건너편 들머리에서 하차해 산행채비를 마친 후 102분에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나무계단 길을 따라 동남쪽으로 진행하는 중 아주 천천히 산을 오르는 연세 든 분을 뵈었습니다.  저도 십수년 후면 저 나이가 될 텐데 그 때가서 저분만큼이라도 산에 오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운동기구가 설치된 체력단련장(?)을 지나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좌우로 갈렸습니다. 오름 길이 60m더 긴 오른 쪽 길을 따라 내려가 건천의 계곡을 건넜습니다.  나무계단 길을 따라 올라 오른 쪽 아래로 정족2리로 길이 갈리는 삼거리를 지난지 얼마 안되어 간이쉼터에 이르렀습니다.


 

   1050분 해발303m의 안마산에 올라섰습니다. 간이 쉼터의 벤치에 앉아 물을 꺼내 마시면서 이 산에 내려앉은 만추를 지켜보았습니다. 능선 길은 대부분 소나무 숲길이지만 조금 벗어나면 참나무 등의 활엽수도 꽤 있어 단풍이 든 나무들도 많았지만, 그리 곱게 든 것이 아니어서 칙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벤치에서 일어나 조금 더 가자 정상가는 길은 왼쪽으로 꺾였고 직진 길은 이제껏 정상으로 알아온 남쪽의 애기봉(?)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일단 정상부터 오르자는 생각에서 왼쪽으로 꺾어 올라갔습니다.  제법 오름 길이 경사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실제로 된비알길이어서가 아니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너무 평탄하고 편안해서였습니다. 안마산 정상에 오르자 남쪽을 빼 놓고 동서북쪽이 모두 트여 춘천시내를 조망하기에 딱 좋았습니다. 지난여름에 올랐던 서쪽의 국사봉과 향로산을 사진 찍고, 동쪽으로 눈길을 옮겨가며 저 멀리 화악산과 정북쪽의 용마산, 그리고 구봉산을 차례로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시간이 넉넉해 남쪽의 애기봉을 다녀오자고 마음 먹고 오던 길로 다시 내려가학곡리/대룡중학교/정상의 표지목이 세워진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1152분 남쪽 건너편 애기봉을 올랐다가 다시 안마산 정상으로 되돌아왔습니다. ‘학곡리/대룡중학교/정상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넓은 터에 자리한 강릉유씨 묘지를 지났습니다. 왼쪽 아래로 학곡리 길이 갈리는 안부(?)삼거리에서 직진해 얼마간 가파른 길을 따라 올랐습니다. 제 고도계로는 안마산 정상과 똑같이 해발고도가 300m로 잡히는 봉우리에 올랐는데 여러 그루의 소나무가 둘러싸고 있어 아무 것도 조망되지 않았습니다. 때 마침 이 봉우리를 오른 한분에 물어 애기봉으로 불린다고 들었지만 지도에는 해발고도가 300m라고 적혀 있을 뿐 봉우리 이름은 나오지 않아 애기봉이 맞는 이름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남쪽으로 직진하면 금병산에 닿게 되지만 그럴만한 시간이 없어 다시 안마산 정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에는 학곡리 갈림길에서 왼쪽의 학곡리/대룡중학교/정상삼거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능선을 따라 올라 안마산 정상에 다시 섰습니다. 전망대에서 또다시 춘천 시내를 일별한 후 춘천중앙병원쪽으로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1250분 태백교 인근 학곡리 막국수/닭갈비음식점에서 안마산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조금 내려가 다양하게 운동기구가 설치된 체육공원을 지났습니다. 체육공원에서 북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매우 급해 이 길로 올라갔다면 등뒤에 땀이 흥건히 고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파른 길을 걸어내려가 왼쪽으로 샘터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하산 길인 직진 길이 평탄하게 이어져 천천히 걸으면서 가을에 빠져보고자 했으나 고도가 낮아서인지 아직 단풍이 들지 않고 진초록 나뭇잎이 그대로 남아있어 잠시 저 남쪽지방 산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왼쪽 위로 춘천중앙병원이 자리한 날머리의 아스팔트길로 내려가 오른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이내 사거리를 건너  스무숲성당을 지나 만난 넓은 차도를 건너 오른 쪽 태백교 쪽으로 걸어가다 오른 쪽 공지천으로 내려갔습니다.  한가로이 놀고 잇는 물고기 들이 눈에 띄는 징검다리를 건너 방죽으로 올라갔습니다.  태백교를 사진 찍은 후 이 다리에서 가까운 학곡리 막국수/닭갈비음식점을 찾아가 점심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안마산 산행을 마쳤습니다.


 

   이번 안마산 산행으로 춘천시내 산들은 다 오른 것 같습니다. 지난 5월 대룡산 산행으로 시작한 춘천 산들의 산행은 두 방향으로 진행해왔습니다. 그 하나는 춘천시내 산들을 오르내리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춘천시내를 에워싸고 있는 춘천분지순환등반로를 종주하는 것이었습니다. 의암댐과 면해 있는 드름산에서 시작한 춘천분지순환등반로 종주는 다섯 번의 종주산행으로 배후령까지 진행했고, 춘천 시내 산들은 이번 안마산 산행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해가 길어지는 내년 봄에 미처 못 다한 춘천분지순환등반로를 마저 종주할 뜻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작년 봄 춘천의 강원대 대학원에 입학한 것은 참 잘한 결정입니다. 서울대를 들어가기에는 실력이 한참 못 미쳐 차선책으로 학비가 적게 드는 지방의 국립대학교를 물색하다가 전철 통학이 가능한 강원대를 택한 것인데, 단순히 학비만 싼 것이 아니고 교수진도 막강하고 캠퍼스도 널찍해 역시 국립대학교이다 했습니다. 제가 강원대 대학원진학을 잘한 일이라 한데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는 바, 그것은 바로 춘천 시내 산들을 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작년에는 딴 짓 하다가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같은 과의 젊은 대학원생들에 피해를 줄 수도 있겠다 싶어 마음 편히 춘천 시내 산들을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러다가는 강원대 입학으로 얻은 모처럼의 좋은 기회를 영영 날려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어, 지난 5월 큰 맘 먹고 대룡산을 오르는 것으로 춘천 시내 산에 첫발을 들였습니다. 춘천이 낳은 소설가 전상국 선생께서 지은 산행도서 전상국의 춘천산 이야기의 안내를 받은 덕분에 그 후의 여러 차례 산행을 춘천과 보다 가까워질 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빌려 전상국 선생께 감사드리며, 이만 안마산 산행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