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봉우리 군사기지
어제(2016년9월23일)는 대전으로 내려가 이 시를 에워싸고 있는 둘레산줄기를 종주하는 길에 군사기지가 들어선 식장산을 에돌아 산행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봉우리 꼭대기에 군사기지가 들어선 산들이 꽤 많습니다. 서울 근교에 군사기지가 들어선 산이 많이 있는 바, 파주의 고령산, 감악산, 파평산, 의정부의 천보산, 양주의 소요산, 포천의 국사봉, 군포의 수리산, 수원의 백운산, 인천의 계양산 등이 그것들입니다. 이렇게 경기도 일원의 산들에 군사기지가 많은 것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우리의 수도 서울을 효과적으로 방어해 내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춘천의 대룡산, 대전의 식장산, 전주의 모악산, 광주의 무등산, 대구의 팔공산 등 웬만한 대도시의 산위에 빠짐없이 군사기지가 자리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는 생각입니다. 동해안과 멀지 않은 함백산과 일월산에도 같은 목적의 군사기지가 들어서있어 우리 국토를 보다 안전하게 지켜내고 있습니다.
애써 땀 흘려 산을 올라가도 정상을 밟을 수 없어 군사기지가 밉살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더러 있습니다. 양평의 용문산이나 대구의 팔공산처럼 최근 몇 년 사이 일반인들에 정상이 개방된 산들이 있지만 아직도 군사기지가 들어선 대부분의 산들은 정상을 오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누구하나 군사기지를 철수하라고 데모에 나서지 않는 것은 국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나라를 튼튼히 지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임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란서의 전 외상 클레망소는 현대전은 총력전이라 했습니다. 현대전은 그 규모나 영향이 전국민에 미치는 것이어서 국가의 존폐를 가름하는 전쟁을 정부나 군대에만 맡길 수는 없으며,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전쟁을 치러야 승전으로 이끌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대전에서 꼭 필요한 것은 온 국민의 지지와 지원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대다수는 이 기지들이 방공망 구축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정상의 등정을 막고 더러는 환경보존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기꺼이 감수하고 지지와 지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전 9시가 조금 못되어 대전 시내 동쪽 변두리의 덕산리 버스정류장을 출발했습니다. 지난번에 하산한 닭재를 다시 올라 대전시내 둘레산줄기인 보만식계 종주산행을 이어갔습니다. 곤룡재와 동오리재를 차례로 지나 다가간 식장산을 꼭대기까지 가지 못하고 왼쪽 아래로 에돈 것은 이 산 정상에 군사기지가 들어서였습니다. 이 산은 해발고도가 598m로 대전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군사기지가 들어섰을 것입니다. 높은 산에 이런 기지가 들어서야할 만큼 나라 지키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군말하지 않고 식장산의 군사기지를 에돌아 하산했습니다. 9시간 가까이 걸어 동신고 앞에서 종주산행을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자유롭게 종주산행을 할 수 있는 자유 대한민국이야말로 저 높은 곳에 군사기지를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참으로 소중한 나라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최근에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보다 효과적으로 막아내고자 경북 성주에 사드(THAAD)배치를 결정했습니다.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에서 어린 시절을 지내며 반공의식을 키워온 저는 정부의 사드배치를 적극 찬성하지만, 반대하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야당의원들이나 이익이 걸린 해당 지역주민들이 반대데모에 나서는 것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경상북도의 국회의원들이 같이 나서서 반대하는 것까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집권여당의 공천만 받으면 거의 100% 당선이 보장되는 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이 당의 찬성방침을 어기고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오로지 다음 선거를 걱정해서일 것입니다. 제대로 국가관을 가진 국회의원이라면 설사 자기들을 뽑아준 지역주민들로부터 돌을 맞는 일이 있어도 사드설치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해야하는데,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얻지 못할까 두려운 나머지 지역주민과 같이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경북지역의 국회의원들이 계속해서 사드배치를 반대하려면 당당하게 야당으로 배를 갈아타기를 권합니다. 그리하지도 못하면서 반대를 계속하는 것이 알도 꿩도 어느 하나 내려놓기가 아깝기 때문에서라면, 과연 이런 분들이 국사를 논할 자격이 있는 가 회의가 듭니다. 나라가 있어야 선거도 있고 선거가 있어야 표가 필요한 것이지 나라가 망하고 나면 모든 것이 다 공염불이 된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은 조선멸망의 역사에서 익히 배워 알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집권당의 국회의원이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잊고 지역이익 수호에만 매달린다면, 굳이 여의도에 머물러 중차대한 국사를 논할 것이 아니고 해당지역으로 내려가 지역의회의 의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 싶습니다.
*위 글은 2016년 9월23일 보만식계 4구간을 종주하는 길에 식장산을 에돈 후 작성한 종주기에서 일부를 따와 2018년2월4일 가필한 것입니다.
'XV.시인마뇽의 문학산책 > 시인마뇽의 산행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신뢰(信賴)의 성(城) - 산(山) (0) | 2018.02.27 |
---|---|
29.백운산(白雲山)의 봄 (0) | 2018.02.15 |
27.징게 맹경 외에밋들 (0) | 2018.01.30 |
26.광릉수목원 (0) | 2018.01.25 |
25.운무유감(雲霧有感) (0) | 2018.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