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산 산행기
*산행일자:2018. 9. 23일(일)
*소재지 :경기파주
*산높이 :해발162m
*산행코스:광탄중-상수도배수지사거리-만장산-상수도배수사거리
-만장고개-상수도배수지사거리-신산3리버스정류장
*산행시간:14시26분-16시49분(2시간23분)
*동행 :나홀로
제 고향 파주 광탄에 자리한 만장산은 해발고도가 162m밖에 안 되는 낮은 산입니다. 제가 이 산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2학년 때인 1963년입니다. 시골집에서 40리가량 떨어진 금촌의 문산중학교를 버스로 통학했던 그 해 한 해는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광탄에서 하차해 집까지 약 10리 길을 캄캄한 밤에 만장산의 고개를 넘어 걸어가야 했는데, 그때마다 산 위에서 승냥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와 두려움에 떨곤 했습니다. 고갯길이 아스팔트로 포장되고 넘나드는 차량이 많아지자 더 이상 짐승 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요즘도 이 고개를 넘을 때는 제 귀에는 승냥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제가 만장산의 족보를 알게 된 것은 한북오두지맥을 종주한 2005년입니다. 만장산은 한북정맥에서 분기된 광탄읍의 진산입니다. 백두대간의 분수령에서 분기된 한북정맥은 서쪽으로 내달리며 대성산을 지나 한강봉에 이른 다음 서북쪽으로 뻗어나가다 파주의 장명산에서 그 맥이 다합니다. 한북정맥의 한강봉에서 북쪽으로 분기된 한북오두지맥은 박달산을 지나 오두산까지 뻗어나가고, 박달산에서 북쪽으로 분기되어 문산천까지 이어지는 한북오두만장단맥(?)이 중간에 만장산을 지나갑니다. 이렇게 빠삭하게 족보를 파악했으면서도 이제껏 이 산을 오르지 못한 것은 언제고 쉽게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미뤄왔기 때문입니다.
암으로 투병 중인 시골 형님을 문병하고 선영을 찾아가 참배했습니다. 참배를 마치고 산본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짬을 내어 처음으로 만장산을 올랐습니다. 산이 워낙 낮은데다 산책로가 잘 나있어 지도 없이도 잘 올라가고 무탈하게 내려왔습니다. 인터넷에서 2009년11월9일자 경인종합일보의 아래 기사를 검색해 만장산의 산책로조성에 관한 미담을 읽었습니다.
파주시 광탄면 희망근로 등산로 정비팀에서는 만장산과 테니스장을 연결하는 1.5㎞의 산책로를 만들어 지역주민에게 제공했다. 이 산책로는 파주시에서 광탄면 신산리(광탄중학교 뒤편)에 광탄면 주민들의 원활한 수돗물 공급을 위하여 배수펌프장을 설치하면서 이곳에 지역 주민들을 위한 테니스장과 운동기구를 함께 설치하여 준공하게 되자, 이에 발맞춰 만들게 된 것이다. 이후 만장산 산책로를 이용하기 시작한 광탄면 주민들은 시내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걷기 편한 산책로가 생겨 가벼운 운동도 되고 쉼터까지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라며 광탄면 희망근로 등산로정비팀을 칭찬했다.
14시26분 광탄중학교 앞에서 산오름을 시작했습니다. 왼쪽 골목길을 지나 만장산테니스장 옆에서 왼쪽 만장산 산책로로 올라섰습니다. 몇 십보 걸어올라 만장산산책로 안내판에 그려진 여러 산책로를 훑어 본 후 테니스장으로 향했습니다. 테니스 장 뒤 산길로 조금 올라가 왼쪽으로 양천한의원 가는 길이, 그리고 오른쪽으로 약수터로 가는 길이 갈리는 능선 4거리에 세워진 표지목을 보고 정상까지 거리가 253m밖에 안됨을 확인했습니다. 능선사거리에서 직진해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통나무 계단 길을 지나 헬기장에 이르자 오른 쪽으로 이 산 정상부에 자리한 산불감시초소가 아주 가깝게 보였습니다.
15시 정각에 해발162m의 만장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헬기장에서 왼쪽으로 꺾어 5-6분을 걸어올라 만장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이 산 아래 만장고개를 숱하게 넘어 다녔지만 정상을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시야가 탁 트이고 마침 날씨가 좋아 사방을 휘 둘러보았습니다. 광탄면의 최고봉인 고령산, 그 다음의 박달산은 물론 제가 다닌 도마산초등학교 뒤쪽의 금병산이 선명하게 잘 보여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광탄면 곳곳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이 산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올라온 길로 되 내려가 능선사거리에 도착해 잠시 숨을 고른 후 968m 거리의 양천한의원을 향해 오른쪽 길로 들어섰습니다. 산허리에 낸 산책로는 오솔길로 높낮이의 차가 별로 나지 않아 걷기에 딱 좋았습니다. 산허리에 낸 길이 끝나는 넓은 길 사거리에서 오른 쪽의 정상가는 길을 버리고 곧바로 내려가 양천한의원 인근의 만장고개로 내려섰습니다.
16시49분 신산3리 버스정류장에서 만장산 산행을 종료했습니다. 추억어린 만장고개를 사진 찍은 후 내려오던 길로 되올라갔습니다. 넓은 길 사거리에서 정상가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난 길을 따라 10분여 걸어가도 상수도배수장이 보이지 않아 다시 원위치 한 후 산허리의 오솔길로 들어섰습니다. 천천히 오솔길을 걸어 도착한 능선사거리에서 의자에 앉아 잠시 쉰 후 테니스장으로 돌아가 오른 쪽 차도를 따라 내려갔습니다. 얼마간 내려가자 오른 쪽 아래로 잘 지어진 건물이 보였는데 이 건물이 ‘전진성당’인 것을 안 것은 더 내려가 정문 앞을 지날 때였습니다. 광탄-법원리를 잇는 지방도로를 건너 신산3리버스 정류장에 도착, 만장산 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만장산 고개를 사진 찍으면서 기억을 되살린 것은 1963년 통학을 하느라 이 고개를 넘어 다니면서 책을 꺼내 읽은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버스를 탈 수 있는 광탄시내까지 걸어 나가는데 40분가량 걸렸는데 이 시간이 아까워 걷는 동안 내내 교과서나 필기노트를 꺼내 읽었습니다. 덕분에 반에서 1등을 거의 놓치지 않았고, 이를 기특히 여긴 어머니는 없는 살림을 무릅쓰고 저를 서울의 명문고등학교로 유학을 보냈습니다. 제가 우리나라 유수의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고, 최고의 재원을 처로 맞아들였으며, 두 아들이 올곧게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도 저는 책을 읽으며 만장고개를 넘어 다닌 독서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요즘도 저는 운동장을 걸을 때는 책을 읽습니다. 이런 독서습관 덕분에 매달 7-8권의 책을 읽곤 합니다. 늦은 나이에 대학원을 다닐 수 있는 것도 만장산을 넘나들며 형성된 독서습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학교라곤 문턱을 넘은 적도 없으시면서 어깨너머로 한글을 깨우치신 어머니께서 독서열이 유별나 닷새 마다 열리는 장에 가셔서 매번 육전소설을 빌려다 읽곤 하셨습니다. 이런 어머니의 독서열이 책을 읽으며 만장산 고개를 넘나든 저를 통해 고스란히 두 아들에 전해진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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