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 산행기
산행일자:2018. 8. 31일(금)
소재지 :강원인제
산높이 :곰배령 1,164m, 주목군락지1,170m
산행코스:점봉산생태관리센터-초소-곰배령
-철쭉군락지-점봉산생태관리센터
산행시간:10시15분-14시26분(2시간11분)
동행 :보람여행사
지명 곰배령이 주는 어감이 곱살스럽지는 못하나 투박하면서도 진솔할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는 것은 이 이름에서 무엇보다 먼저 곰이 연상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곰배령이란 이름이 멀리서보면 곰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누워있는 모습과 비슷해 붙여졌다 하니 그도 그럴 만하다 싶습니다. 곰배령이란 지명에 접두어처럼 따라붙는 말은 ‘천상(天上)의 화원(花園)’입니다. 수많은 분들이 5Km 남짓 걸어올라 곰배령을 다녀가는 것은 고갯마루의 넓은 초원에 이런 저런 야생화들이 자라고 꽃을 피우며 꾸며내는 ‘천상의 화원’을 직접 보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곰배령의 투박하면서도 진솔한 이미지를 그대로 드러낼 배우를 찾는다면 저는 단연 최불암 선생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저만의 편협한 생각이 아니었기에 종편방송 채널a가 개국기념으로 2011년 겨울에 올린 드라마 “천생의 화원 곰배령”에 최불암을 주연으로 출연시켰을 것입니다. 이 드라마의 무대는 곰배령에서 가까운 벽촌입니다. 이 드라마는 도시생활에서 낙오된 결손가정의 아이들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어 전통적인 향토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싶은데, 그 치유가 구성원 간의 끈끈한 정을 통해 이루어 진 것이어서 휴먼드라마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드문드문 보아서 스토리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도시에 살던 딸이 데리고 아이를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으로는 정을 듬뿍 주어 끝내 아이의 닫힌 가슴을 열게 해주는 최불암선생의 흡인력 높은 연기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제가 곰배령을 꼭 한번 오르자고 결심한 것도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입니다.
이번에 다녀온 곰배령의 나들이는 제가 사는 산본을 출발해 산본으로 돌아오는 보람여행사의 투어프로그램참여로 한결 수월하고 편안했습니다. 여행사의 관광버스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강선마을의 주차장이 엄청 넓게 보인 것은 텅텅 비어서였는데, 이 넓은 주차장이 시즌일 때는 꽉 찬다하니 곰배령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버스에서 내려 산행채비를 한 후 3-4분 거리의 점봉산생태관리센터 입구로 이동했습니다.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입산허가증을 받아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아침7시경 산본을 출발할 때는 제법 굵은 비가 내려 우비를 가져오기를 잘했다 했는데 강원도 땅에 들어서자 비가 그치고 이내 날씨가 쾌청해져 산행하기 딱 좋았습니다.
오전10시15분 점봉산생태관리센터를 출발해 1코스로 들어섰습니다. 곰배령 가는 길은 강선계곡을 따라 남서쪽으로 이어졌습니다. 비가 그친지 얼마 안 되어 잘 다듬어진 등산로에 물이 고인 곳도 몇 군데 보였습니다. 왼쪽의 강선계곡을 가득 채운 계곡 물이 콸콸 흘러내려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데 나무들이 푸른 잎으로 길을 가려 곰배령 가는 길이 전혀 덥지 않았습니다. 길옆에 뾰족뾰족 솟아난 진초록의 조릿대 군락지를 지나면서 자연의 싱그러운 건강미가 느껴져 사진을 찍었습니다. 큰 비가 내리면 계곡이 범람해 길이 물에 잠길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강선계곡에 바짝 붙여 낸 등산로를 걸어 오르며 올 들어 처음으로 계곡다운 계곡 의 길을 걷는다 했습니다.
11시 정각에 계곡 건너 초소를 지났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백구(白狗)에게서 산이 사람들만 어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견공도 순하게 만든다 했습니다. 평일인데다 하루에 입산인원을 9백 명으로 제한해서인지 우리 일행이 아닌 다른 분들이 눈에 띄지 않았는데 이 계곡의 마지막 민가마을인 강선마을에 이르자 길가 음식점에 앉아 쉬고 있는 분들이 여러 분 보였습니다. 계곡 바로 옆에 뿌리 내린 훤칠한 쪽버들나무를 산림청이 보호수로 지정한 것은 단순히 수령이 220년가량 된 나이든 나무여서가 아니고 키가 20m가량 되고 생육상태도 양호해서라 합니다. 계곡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곰배령을 2.8km 남겨놓은 초소에 이르자 관리센터 직원이 입산증을 다시 점검하는 것을 보고 이런 노력들로 곰배령의 생태계가 잘 보존된다 싶었습니다. 곰배령 가는 길은 북쪽의 강선계곡을 벗어나 북서쪽으로 가파르게 이어졌습니다. 1,4Km를 더 걸어 도착한 첫 번 째 쉼터에서 잠시 머물러 물을 꺼내 목을 축였습니다.
12시8분 곰배령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제2쉼터를 지나자 오름길은 다시 남서쪽으로 이어졌습니다. 해발고도가 900m를 상회하는데도 끊어지지 않은 매미 우는 소리만이 아니었습니다. 천m를 넘어서자 매미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지만, 작은 계곡에 물 흐르는 소리는 계속 이어져 요 며칠 비가 적지 아니 내렸다 했습니다. 물소리가 끊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이 보였고 이내 곰배령에 올라섰습니다. 작은점봉산과 주목군락지의 무명봉 중간에 자리한 꽤 넓은 안부의 곰배령은 나무들을 찾아볼 수 없는 평평한 고원입니다. 이 고원에서 자라고 있는 야생초와 야생화들은 고원 한 가운데 데크 길을 놓아 탐방객들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것을 보고 곰배령이 천상의 화원이라면 저 꽃들에는 최고의 천국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지석을 사진 찍은 후 몇 곳에서 눈에 띄는 야생화들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매표소에서 생태관리센터 직원 한 분이 귀띔해준 대로 하산 길은 5.0Km의 1코스보다 조금 긴 5.4Km의 2코스로 잡고 동쪽의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쉼터에서 가져간 팥양갱으로 요기를 한 후 전망대에 올라 먼발치 북쪽 능선에 자리한 설악산과 그 왼쪽 가까이의 점봉산을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설악산의 한계령을 출발하여 점봉산에 오른 후 내려간 단목령까지의 백두대간은 2006년3월에 종주한 바 있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13시17분 철쭉 군락지를 지났습니다. 전망대에서 4.9Km를 걸어 주차장 옆 식당에 도착해 15시 전에 점심식사를 마치기에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겠다 싶어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숨 가쁘게 남쪽으로 올라 해발고도를 40m가량 높여 다다른 곳이 주목군락지입니다. 잠시 숨을 돌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 한 그루를 사진 찍고 나서 동쪽으로 확 꺾이는 가파른 길을 따라 하산했습니다. 얼마 후 하산 길은 북쪽으로 이어졌고 조금 내려가 철쭉 군락지에 이르기까지 멧돼지가 분탕질을 한 흔적을 몇 곳에서 보았습니다. 철쭉군락지를 지나자 이내 길은 동쪽으로 이어졌고 계곡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데크다리로 지곡을 건너 조금
더 내려가자 올라갈 때 반대편에서 따라 걸어갔던 강선계곡이 바로 눈앞에 보여 반가웠습니다. 동쪽 아래로 흘러내려가는 강선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 건너편의 1코스보다 힘들었던 것은 너덜길이어서 그러했습니다.
14시26분 점봉산생태관리센터로 되돌아와 곰배령산행을 마쳤습니다. 너덜길이 끝날 즈음 감탄을 불러일으킨 것은 참나무(?)에 버섯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였습니다. 하도 많이 붙어 있어 그 수를 셀 수 없어서도 그러했지만, 그 자태가 어찌 보면 곱상하고 또 달리 보면 탐스럽고 먹음직해 보여 더 그랬습니다. 다시 강선계곡 위 다리를 건너 생태관리센터에 다다르자 올라갈 때 귀띔해 준 그분이 다리를 건너는 저를 보았는지 2코스로 잘 다녀오셨다고 인사를 건네 왔습니다. 주차장을 지나 여행사에서 지정해준 식당을 찾아가 점심을 들었습니다. 지난 4월 전북의 운장산을 오른 후 다섯 달 만에 천m를 넘는 곳을 처음 오른 것이어서 맥주 한 병을 사들며 자축했습니다.
정확히 19시 정각에 출발지인 군포시청 앞으로 돌아와 12시간가량의 하루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산행을 시작한 주자창이 들어선 강선마을도 알고 보니 2006년 겨울 조침령에서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를 단목령에서 마치고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지났었습니다. 이번 여행으로 곰배령이 가깝게 느껴진 만큼 그동안 지녀왔던 환상은 얼마간 깨졌지만 그래도 곰배령을 오르내리는 길도 더할 수 없이 좋아 단풍이 잘 든 가을에 다시 한 번 찾아볼 마음이 절로 일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가보고 싶다 해서 무작정 집을 떠나서는 안 됩니다. 곰배령은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사전 예약을 해야만 입산이 가능한데, 하루 입산인원은 9백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합니다. 산림청 홈페이지(http://www.forest.go.kr)에 들어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일정표를 확인한 후 예약해야 하며, 동반은 한 명만 가능하다 합니다. 지난 4월21일부터 매주 수·목·금·토·일에 탐방이 가능하며, 입산할 때 반드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합니다. 하절기(5월17일~10월31일)에는 9시, 10시, 11시 등 하루 3회만 가능하며, 동절기(12월16일~익년2월말)에는 10시와 11시 두 번만 입산할 수 있다 하니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사전 확인절차가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그 덕분에 자연생태가 잘 보전되어 탐방가치가 높아지는 것이기에 이런 제한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생각됩니다.
<산행사진>
'VIII.지역 명산 > 지역명산 탐방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B-27.흥정산 산행기 (0) | 2018.10.12 |
---|---|
A-66. 만장산 산행기 (0) | 2018.09.29 |
E-13, 비계산 산행기 (0) | 2018.04.24 |
C-11.성주산 산행기 (0) | 2018.03.12 |
C-10. 오서산 산행기 (0) | 2018.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