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B-27.흥정산 산행기

시인마뇽 2018. 10. 12. 20:01

                                                               흥정산 산행기

 

                                              *산행일자:2018. 10. 10()

                                              *소재지 :강원평창

                                              *산높이 :흥정산1,276m

                                              *산행코스:벨뷰 팬션-흥정산정상-1066m-곧은골계곡

                                                                -가재와 곰 팬션

                                              *산행시간:1045-1626(5시간41)

                                              *동행 :서울사대동문 권칠선, 원영환, 우명길





  오랫동안 별러온 흥정산(興亭山)을 대학동문들과 같이 올랐습니다. 흥정산은 이렇다할만한 산행기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정도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산이어서 산행 중에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 산을 처음 알게 된 것은 3년 전 한강기맥을 종주할 때였습니다. 운두령을 출발해 서쪽으로 진행하다 불발현을 약 0.6Km 남겨둔 한 봉우리에서 흥정산이 남쪽으로 1.7Km 떨어져 있음을 알려주는 표지목을 보았습니다. 이미 14Km를 걸어 지친상태여서 흥정산을 들르겠다는 욕심을 접었지만, 언제고 한 번 오르겠다는 꿈까지 접은 것은 아니어서 때를 기다려 왔습니다. 때 마침 평창에 이주해 살고 있는 이상훈교수가 몇몇 동문들을 초대해 3년 만에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흥정산은 평창군의 봉평면흥정리에 위치한 산으로 해발고도가 해발1,276m나 되는 제법 높은 산입니다. 유명 산악사이트인 한국의 산하흥정산은 산새는 육산이고 능선 길은 산죽이 깔려 있으며 숲이 앞을 가려 조망은 좋지 않은 편이다. 흥정산 골짜기 계곡 주변은 이름 모를 잡목, 단풍나무, 물푸레나무, 싸리나무, 두릅나무 등 울창한 수림지대를 이루고 냉성어류인 열목어와 송어 등이 다량 서식하고 있으며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속으로 조화롭게 이루어진 계곡이다.”라고 소개되었습니다. 이번 산행 중에 물고기는 보지 못했지만 제가 살펴본 바도 한국의 산하에 소개된 내용과 거의 같은 것이어서 덧붙일 만한 것이 없습니다. 아직 단풍잎이 떨어지기에 일러서인지 조망이 별반 좋지 않은 것은 안내 글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조망 좋기만을 따지다면 계방산과 오대산은 물론 어쩌면 저 멀리 설악산도 보일만한 한 겨울이 제 철일 것 같습니다

        

 

   1045분 팬선 벨뷰를 출발했습니다. 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한지 두 시간 가량 지나 장평버스정류장에서 하차했습니다. 이상훈교수가 이날 밤 열리는 음악회 준비로 바빠 대신 부인께서 흥정계곡의 끝자리 팬션인 벨뷰팬션까지 차를 태워주어 고마웠습니다. 벨뷰펜선을 출발해 큰 길을 따라 몇 십 보 걸어가다 임도차단기를 몇 걸음 앞에 둔 곳 오른 쪽 위에 표지기가 걸려있는 산길을 보고 그 길로 올라섰습니다. 이내 넓은 공터에 몇 채의 정자를 이어놓은 듯한 건물을 지나 왼쪽 계곡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얼마 안지나 길이 끊긴 것을 알고 왼쪽 비탈면을 가로질러 올라갔는데, 능선에 나 있는 제 길을 만나기까지 20분여 걸렸습니다. 비가 그친지 얼마 안 되어 수분을 많이 함유해서인지 표토가 쉽게 밀려나가 자칫 발을 잘 못 내딛었다가는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기 십상이다 싶어 엄청 조심했습니다. 머리 위의 능선을 향해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앞장 선 권칠선 동문이 제 길을 찾았다며 소리치는 것을 듣고서야 비로소 긴장을 풀었습니다.


 

   1144분 해발900m 가량의 능선에 올라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골랐습니다. 제 길에 들어서서부터 정상으로 이어지는 북진 길이 가파른 된비알의 능선 길인데도 그다지 힘든 줄 모르고 올라간 것은 바로 전 제 길을 못 찾아 잠시 헤맨 것이 미리 예방주사를 맞은 것 같은 효과를 내서였을 것입니다. 생각지 못한 알바로 얼마간 진을 뺀 데다 가파른 오름 길이 계속되어 산행시작 1시간 만에 첫 쉼을 가졌습니다. 이 산의 활엽수들이 제 철을 맞아 곱디고운 단풍들을 빚어내 만산홍엽이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생각했습니다. 서울 근교산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청정지대여서인지 새빨간 단풍의 색상이 참으로 고혹적이다 싶어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가파른 오름 새의 된비알 길이 끝나는 곳에 이르기까지 1시간을 더 걷는 동안 나뭇잎 사이로 파고드는 햇살이 마냥 따사롭게 느껴진 것은 전날 내린 비로 기온이 떨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136분 해발1,276m의 흥정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첫 쉼을 가진 능선에서 40분가량 북쪽으로 올라가 된비알 길이 끝나는 해발 1,200m 가량 되는 능선에 도착한 시각은 1240분이었습니다. 잠시 머물러 쉰 후 나지막한 몇 봉우리를 넘어 흥정산 정상에 올라서기까지 20분 남짓 고도차가 별로 없는 편한 길을 걸었습니다. 나뭇잎이 시야를 가려 조망이 좋지 않은 정상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고, 정상석을 앞에 놓고 함께 땀 흘려 오른 원영환/귄칠선 두 친구와 번갈아 기념사진을 찍은 후 한강기맥과 만나는 북진 길을 버리고 남동쪽의 1066m봉을 향해오른 쪽 길로 내려갔습니다. 이미 점심때가 지난 지 한참 되어 멀리 가지 못하고 바람을 가릴 만한 곳을 찾아 짐을 내려놓고 점심을 들었습니다. 이번에 동행한 권칠선/원영환 두 친구는 모두 지학과 출신으로 화학과를 졸업한 저와는 일반화학이나 일반지구과학 등 몇 과목만 같이 수강했었습니다. 졸업 후 처음 만난 권칠선 동문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그간 꾸준히 친교를 이어온 원영환 동문과 함께 해서이기도 하지만, 국적은 바꿔도 학적은 바꾸지 못한다고 할 만큼 학연이라는 인연의 끈이 단단해서일 것입니다

 

 

   1452분 고사목이 누워있는 능선에 도착했습니다. 1350분에 점심식사를 끝내고 나머지 산행을 이어가고자 남동쪽으로 난 능선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김영랑의 명시 오매, 단풍 들겄네를 미래형에서 과거형으로 바꾸어 읽어야 할 만큼 산 능선을 빨갛게 물들인 절정에 이른 단풍을 보고 이런 고운 자태의 단풍은 청정지대인 강원도 산에서나 볼 수 있겠다 싶어 이 산을 오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파릇파릇한 조릿대 숲 사이로 난 길을 걸어 1066m봉에 이른 시각은 1426분으로, 삼각점을 확인하고 오른쪽으로 확 꺾어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두 곳의 바위 길을 지나 고사목이 가로누워있는 곳에서 오른 쪽 아래 곧은골계곡을 향해 가파른 길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곧은골계곡에서 쉬면서 탁족을 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지 원영환동문의 쥐 난 것이 풀려 참으로 다행이다 했습니다.


 

   1626분 가재와 곰 팬션에서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흥정계곡의 상류인 곧은골계곡 물은 맑고 차가워 그냥 몇 모금 떠 마셨습니다. 남서쪽으로 흘러내려가는 곧은 계곡을 5-6번 건너고 나서야 산책하기에 딱 좋은 길이 열렸습니다. 가져간 개념도에 나와 있는 함몰지대를 보지 못해 아쉬워 한 것은 지학을 전공한 원영환 친구였습니다. 백두대간의 백병산 근처에서 만나 본 돌리네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제 추측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 지대는 화강암지대여서 석회암 지대에서 볼 수 있는 돌리네가 형성될 수 없다는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알았습니다. 계곡을 빠져나와 처음 만난 민가는 꽤 큰 규모의 팬션인 가재와 곰이었습니다. 마당가의 정자에 걸터앉아 대략 6시간 걸려 오르내린 흥정산 산행을 반추하면서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산 오름이 만만찮은 흥정산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나자, 청정한 이 산의 족보가 새삼 궁금했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한반도의 모든 산은 백두산에서 발원됩니다. 백두산을 우리나라의 조종산으로 부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흥정산도 당연 백두산에서 발원한 산입니다. 백두산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남진하다 오대산의 두로봉에 이르러, 남서쪽으로 뻗어나가는 한강기맥으로 산줄기를 옮겨 종주하면 흥정산에 이를 수 있습니다. 두로봉에서 한강기맥을 따라 걸어 계방산, 보래봉을 지나 오른쪽으로 불발현 길이 이어지는 삼거리에 이릅니다. 이 삼거리에서 남쪽으로 1.7Km를 진행하면 흥정산에 오를 수 있습니다. 제가 사는 군포의 진산 수리산에서도 산줄기를 따라 걸어 이 산에 이를 수 있습니다. 수리산을 출발해 한남정맥의 끝점인 안성의 칠장산에 다다른 다음, 한남금북정맥을 따라 걸으면 속리산을 만나게 됩니다. 속리산에서 북쪽으로 뻗어나가는 백두간을 따라 북진해 오대산의 두로봉에 도착한 후부터 흥정산으로 가는 길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습니다. 백두산이나 수리산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산에서든 산줄기를 타고 여기 흥정산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는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르는 분수령이라는 산자분수(山自分水)’의 원리가 틀리지 않아 가능한 것입니다. 일찍이 산자분수의 원리를 천명한 선현들의 지혜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런 좋은 산을 오를 수 있도록 주선해 준 이상훈 동문과 함께 산을 오른 권칠선/원영환 양 동문에 감사하는 뜻에서 김영랑의 시 오매 단풍 들겄네를 올립니다. 1930년에 발간된 잡지『시문학의 창간호에 실린 이 시는 서로 다른 의도에서 오매 단풍 들것네라고 소리치는 누이와 화자 두 사람이 결국에는 한 마음이 되어 일체화를 이루는 것을 전라도 고유의 사투리를 써서 잘 표현한 대표적인 유미주의적 시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인 것 같습니다.

 

                                            오매 단풍 들것네                     


                                                  “오매, 단풍 들겄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겄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겄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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