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바다누리길 탐방기
*탐방일자 :2018. 12. 2일(일)
*탐방지 :인천시중구용유동소무의도소재 무의바다누리길
*동행 :도마산초등학교동문 호영진/허정숙외 14명
우리나라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한반도는 채 반이 안 되지만, 부속도서는 거의 다가 남한 땅에 속해 있습니다. 2010년1월 국토해양부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우리나라의 섬은 모두 3,358개이며, 이중 무인도서가 2,876개라 하니 사람들이 사는 유인도서는 14%인 482개에 불과합니다.
1대간9정맥을 종주할 때처럼 작정하고 덤벼들었다면 적어도 우리나라 유인도의 1/3 은 탐방했을 것입니다. 제가 이제껏 가본 섬은 동해의 울릉도, 남해의 제주도, 마라도, 거제도, 완도, 진도, 보길도, 오동도, 소매물도, 사량도, 남해도, 미륵도, 한산도와 서해의 홍도, 흑산도, 교동도, 영종도, 강화도 등 스무 곳이 채 안됩니다. 섬 또한 우리 국토가 분명할진데 한반도 남쪽의 뼈대가 되는 1대간9정맥 종주를 모두 마친 제가 나이 70을 넘도록 우리나라 유인도의 4%밖에 가보지 못한 것은 그동안 등산에 빠져 섬을 찾아갈 짬을 내지 못해서였습니다.
이번에 인천시에 속하는 소무의도의 무의바다누리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도마산초등학교 2회동기회에서 무의도여행을 주선해 가능했습니다. 총 34명의 졸업생 중에서 이번 모임에 참석한 인원이 16명이나 되는 것은 전적으로 호영진회장과 허정숙 총무가 그동안 이 모임을 잘 이끌어온 덕분입니다. 1박2일의 무의도여행은 무의도에 팬션을 얻어 하룻밤을 묵으면서 실미도와 소무의도를 다녀오는 것으로 짜여 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인 일로 첫날의 실미도 탐방은 참여하지 못하고 둘째 날 소무의도의 둘레길인 무의바다누리길만 함께 걸었습니다.
하룻밤을 친구들과 함께 묵을 무의도의 대성팬션을 찾아가는 동안도 내내 설렜습니다. 산본의 집에서 전철을 타고 인천공항에 이르기까지 2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1터미널에서 인천공항자기부상열차(Incheon Airport Maglev Line)로 약 6km 거리의 용유역으로 이동하는 중 드넓은 공항주차장에 주차한 엄청 많은 차들을 보고 이제 우리나라 국민에게 해외여행은 일상사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용유역에서 잠진도선착장까지 반 시간가량 걸어가는 동안 몇 번이고 멈춰 서서 바다풍경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선착장까지 버스가 운행되고 있었지만 넋 놓고 기다리기가 무료해 그냥 걸어갔습니다. 바닷가 데크 길의 한 쉼터에 이르자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원환 모양의 조형물이 눈을 끌어 바다를 배경삼아 사진 찍었습니다. 데크 길을 따라 한참 걸어 이른 포도(鋪道) 끝은 바다를 가로질러 잠진도로 건너가는 시멘트도로에 맞닿아 있었습니다. 양 옆이 꽤 넓은 갯벌 가운데로 낸 시멘트 길이 짧지 않았습니다. 정감어린 이 길을 걸으며 맞는 저녁시간의 바닷바람이 냉랭했지만 산길을 걸을 때와는 달리 가슴이 탁 트이는 듯 시원했습니다. 시멘트 길은 바다를 건너자마자 바로 아스팔트길로 바뀌었고 이 길을 따라 산모퉁이를 돌자 잠진도선착장과 대기 중인 여객선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녁 4시40분경 여객선에 승선해 10분도 못가서 무의도의 큰무리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거의 마무리단계에 있는 잠진도-무의도 연도교가 정식으로 개통되면 이번처럼 배로 건너는 정감어린 정경도 사라질 것입니다. 이 섬에 먼저 건너와서 실미도를 돌아본 친구들이 잠시 잡아둔 마을버스로 무성팬션으로 옮겨가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무의바다누리길이란 소무의도에 낸 약 2.5Km의 둘레 길로 모두 8구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 길이 아기자기한 것은 아치형의 다리, 나지막한 안산을 넘는 산길, 해안 길과 해안 위 구릉 길 등 다양하게 길이 나 있어서입니다. 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잇는 다리는 소무의인도교로 총 길이가 414m이고 폭은 3.8m로 좁아 자동차는 다닐 수 없습니다.
10시15분 소무의도인도교에 첫 발을 들여 무의바다누리길 탐방에 나섰습니다. 무성팬션에서 버스를 타고가 종점인 광명항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7-8분가량 걸어 누리길이 시작되는 소무의도인도교에 발을 들이는 것으로 1구간인 '소무의인도교 길'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이 길은 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대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연결하는 교량길입니다. 눈부시도록 새 하얀 교각위에 세워진 인도교는 그 바닥을 세로 방향으로 딱 반을 나누어 초록색과 주홍색(?)을 칠해 놓았습니다. 이 다리가 세워진 것은 2011년으로, 그 전에는 배를 타고 무의도의 샘꾸미선착장과 소무의도의 떼무리선착장을 오갔다 합니다. 기왕에 다리를 놓을 바라면 폭을 좀 더 넓게 해 버스도 다닐 수 있도록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다리가 개통된 후에도 큰 짐은 배로 옮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서입니다. 다리 한가운데 이르러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바닷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파랬고, 물살도 제법 빨라보였습니다. 뒤 쪽으로 무의도의 최고봉인 호룡곡산이 의젓하게 자리 잡았고, 앞쪽 소무의도의 최고봉인 안산이 편안해 보였습니다.
다리를 건너 8구간의 '키작은 소나무길'로 들어섰습니다. 이 길은 해풍을 맞으며 자생하고 있는 키가 작은 소나무 숲길입니다. 안내판 지도에서 무의바다누리길의 전 구간을 확인한 후 가파른 데크 계단 길로 올라섰습니다. 중간에 잠시 쉬면서 건너편에 자리한 듬직한 모습으로 전신을 드러내보인 호룡곡산을 사진 찍으면서, 조만간 광명항에서 시작해 호룡곡산과 국사봉을 차례로 오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먼저 올라와 쉬고 있는 정자 하도정에서 건너편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얼마간 내려가자 그리 크지 않은 수많은 해송들이 군집해 있어, 그래서 이 길을 '키작은 소나무길'로 이름을 지었다 싶었습니다. 여기 소무의도가 인천항에서 18Km나 떨어져 있어서인지 시원스레 조망되는 바다가 동해바다와 똑같이 새파래 황해라는 이름이 무색했습니다. 이어지는 7구간의 '해녀섬 길'은 이 섬 남쪽의 작은 섬인 해녀도를 조망할 수 있는 안산의 능선 길로 다른 구간에 비해 코스가 짧은 편입니다. 해안에서 1km 거리의 해녀섬이 깔끔하게 보이는 포토존에서 가슴을 펴고 활짝 두 팔을 벌린 친구를 사진 찍어주었습니다.
6구간의 '명사해변길'은 박정희 전대통령께서 가족과 함께 휴양을 즐겼던 고즈넉한 해변에 낸 길로 안내판에 적혀 있는데, 어느 못난이가 ‘박정희’라는 이름 세 글자를 지워 없앤 흔적이 남아 있어 이 땅에서 가난을 물리친 박정희대통령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명사해변 길이 사유지임을 알리는 안내문에 따르면 이 길은 산주 정명구님이 등짐을 지고 조성하고 관리해온 길이라면서, 제발 추억은 남기고 쓰레기는 가져갈 것을 당부하는 글을 적어놓았습니다. 산주 정명구님의 매점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초가가 텅 빈 것으로 보아 이 매점은 한 여름에만 운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후미진 곳에 익살스런 모습을 한 남녀 한 쌍의 석조상이 세워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해안을 걷는 누리길은 아주 짧았고 이내 왼쪽 구릉 위 데크 길로 이어졌습니다.
구릉 위 27인천해수유등관측소를 지나 내려선 해안 길은 몽여해수욕장을 보금고 있는 5구간의 '몽여해변 길'입니다. 이 길은 이 섬의 동쪽 마을과 맞닿은 인천시 중구의 땅 끝에 몽여해수욕장이 있는 길로 일망무제의 푸르른 서해바다가 눈앞에 전개되어 한 달 가까이 독감에 시달려 움츠려든 가슴을 활짝 펴고 바닷바람을 폐부 깊숙이 들여 마셨습니다. 해안을 따라 조성된 시가지(?) 한 가운데 들어선 이 섬에서 가장 크고 현대적인 건물은 다름 아닌 ‘섬이야기 박물관’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전시물을 둘러보는 중 서해5도가 한반도 안보의 핵심지역임을 알리고 한국전쟁에서 우리나라를 구한 맥아더장군의 사진을 담고 있는 게시물을 보고나자 휴전선을 놓고 전개되는 작금의 안보상황이 적지 아니 걱정됐습니다.
박물관을 나서 4구간의 '부처깨미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만선과 안선을 기원하기 위해 풍어제를 지냈던 곳으로 주변조망이 빼어나다는 이 길에서 으뜸가는 전망대는 단연 전망데크입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을 찍고 있는 일행에 합류해 앞 바다를 조망하고 나서 이곳을 전망데크 장소로 선정한 누군가의 선별 안이 부럽기조차 했습니다. 왼쪽으로 확 꺾인 누리 길은 얼마 더 가지 않아 3구간의 '떼무리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섬의 자연생태가 그대로 남아 있고 마르지 않는 우물이 있는 당산길로 소개된 떼무리 길에서 내려다보는 바다풍경은 참으로 고혹적이어서 구릉 위에 나 있는 길을 오르내리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발이 아파 걷기가 불편한 친구와 보조를 맞추어 걸어가느라 일행들보다 많이 쳐져, 맨 꼴찌로 구릉 길에서 2구간의 '마주보는 길'로 내려갔습니다. 대무의도와 마주하는 서쪽 마을과 떼무리선착장을 연결하는 이 길을 따라 나란히 들어선 가게들이 문을 열어 이 섬에서 한 겨울에 가장 활기찬 곳이 이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걸어가기가 무리라 판단한 친구는 가게를 들러 1만원을 내고 이 섬에서 택시 대용으로 쓰이는 오토바이 짐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가 저 혼자서 2구간을 걸었습니다.
11시55분 소무의도인도교 앞 안내판에서 8구간의 무의바다누리길 탐방을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2.5Km의 누리 길을 완주하는데 1시간40분이 걸렸으니 1시간에 1.5Km를 걸은 셈입니다. 이제껏 저는 이처럼 천천히 섬의 둘레 길을 걸으면서 곳곳을 살펴본 적이 없습니다. 인도교를 건너면서 이제야 비로소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바다에 관한 지식이 일천해 해양문화가 생소합니다. 섬이야기박물관의 한 벽면에 걸린 “가난은 인생이라는 바다의 모래사장이고 부유함은 바닷가의 절벽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그 사이를 지나 바다를 항해한다.”라는 베르네의 글이 가슴에 팍 와 닿으려면 앞으로 여러 섬들을 자주 여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탐방사진>
1.인천공항-무의도
2.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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