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II.시인마뇽의 명소탐방/국내명소 탐방기

91.제주명소 탐방기3(용두암/용연)

시인마뇽 2019. 1. 21. 07:36

                                                      제주명소 탐방기3(용두암/용연)

 

 

                                                    *탐방일자:2018. 12. 29()

                                                   *탐방지 :제주도제주시소재 용두암/용연

                                                   *동행 :경동고24회 이규성 동문  

 

 

 

 

 

  이번 제주도 탐방이 뜻 깊었던 것은 네 살짜리 손자와 함께 떠난 첫 여행이어서만은 아닙니다. 그에 더하여 우리나라의 자연문화유산인 용두암(龍頭巖)을 난생 처음 찾아가 더욱 그러했습니다. 이번 34일의 제주도 여행에 용두암을 탐방지로 넣지 않고 한라산 산행을 계획한 것은 용두암은 공항에서 지근거리에 있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가볼 수 있겠다 싶어서였습니다. 폭설과 기상악화로 입산이 금지되어 계획했던 한라산을 오를 수 없는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용두암을 지나는 구간의 올레길 걷기여서, 1969년 제주도에 첫 발을 들인지 39년 만에 비로소 용두암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용두암(龍頭巖)은 제주시 용담동 해안가에 위치한 용의 머리를 닮은 화산암을 이릅니다. 용두암은 약 10만 년 전 점성이 높은 용암이 흐르다 굳어진 것으로, 용암 벽면의 일부가 파도에 침식되면서 용의 머리와 같은 모양으로 남았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습니다. 2001년 제주도기념물 57호로 지정된 용두암은 그 높이가 약10m, 길이가 약30m 되는 제법 큰 바위로 지질학적 학술가치가 충분히 인정된 우리나라의 자연문화유산입니다

 

 

   용두암으로 가는 길은 서귀포시의 한라산 자락에 넓게 자리한 신화월드에서 시작됐습니다. 신화월드 단지에 자리한 숙소 서머셋 레조트에서 아침 830분 셔틀버스에 올라 50분가량 달렸습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한라산을 같이 오르려 했던 고교동문 이규성교수를 만나 용두암을 향해 걷기를 시작한 것은 940분경이었습니다. 공항의 활주로 밖 담을 따라 진행해 다다른 제주 북쪽 해안가에서 올레길17코스에 합류했습니다. 공항 출발 50여분 만에 도착한 용두암과 용연은 올레길 17코스의 백미라고 할 만한 명소로 외국인관광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날씨가 고르지 못해 잔뜩 찌푸린 하늘은 가끔 눈발을 뿌렸습니다. 용두암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자 여기 바닷가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10만년 동안 한결같이 용 모습을 하고 서있는 용두암이 오늘은 거칠게 불어오는 냉랭한 바닷바람을 타고 하늘로 솟아오를 것 같았습니다.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모습의 용두암이 용의 머리를 닮았다고 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상상의 동물인 용이 실재의 동물처럼 이러이러한 모습을 하고 있으리라고 그리는 것도 상상의 산물이어서 하는 말입니다.

 

 

   용암이 식어 용의 이미지를 형상화해내는 용두암의 형성과정은 안내문에 적힌 것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첫째, 땅속의 마그마가 분출해 만들어진 용암은 사면을 따라 흐르기 시작합니다. 둘째, 흐르면서 굳은 용암의 표면이 깨져 두꺼운 클링커(clinker)가 만들어 집니다. 클링커란 용암이 며칠에 걸쳐 서서히 이동하는 과정에서 식어서 굳은 표면의 암석이 깨지고 뒤틀리면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돌 부스러기를 이르는 말인데 때로는 용암이 계속 움직여 20m이상의 거대한 클리커 층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셋째, 클리커층을 용암이 밀고 가면서 부분적으로 관입(貫入)합니다. 마지막으로 클링커층이 모두 깎여 나간 후 내부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처럼 4단계의 과정을 거쳐 기암의 용두암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리교사 이우형은 그의 책 한국지형산책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용두암의 생성과정은 용암의 일부가 용암통로에서 클링커층을 파고들어 관입하여 굳은 이후 오랜 기간 해수와 해풍에 의해 클링커층이 침식되어 클링커내부의 용암이 지표에 드러난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반지구과학을 공부한 저도 한참 동안 생각해야 이해되는 용두암의 생성과정을 먼 옛날 사람들이 제대로 알았을 리 만무합니다. 자연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반드시 과학의 몫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주 먼 옛날에는 신화나 전설이 과학의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용두암이란 명칭은 하늘로 올라가기 위하여 한라산 산신령의 옥구슬을 훔쳐 달아나던 용이 산신령의 화살에 맞아 바닷가에 떨어져 죽었는데, 몸은 바닷물에 잠기고 머리만 하늘로 향한 채 굳어졌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설명했습니다. 이 전설에서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서 살면서 용을 산신령에 대적할 만한 상대로 그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제주도 사람들의 한라산에 대한 외경이 대단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용두암에서 조금 동쪽으로 이동해 그윽한 분위기의 용연(龍淵)에 이르렀습니다. 용연의 지형적 특징은 대략 이러합니다. 하류에서도 유수가 보이지 않는 건천인 유로 길이 16의 한천은 한라산 북쪽 산록을 흘러내리는 하천입니다. 이 하천은 하방침식으로 협곡구간이 많이 출현하고, 하구에도 높이 15m의 협곡구간이 발달한 이 하천의 하구에 자리한 연못은 하상의 용천수와 섞인 해수가 하구의 협곡을 채워 물이 흐르는 계곡 경관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하구가 바로 용연(龍淵)으로, 취병담(翠屛潭) 또는 용소(龍沼)라고도 불린다고 민족문화백과사전은 적고 있습니다. 용연은 또 제주도에 7년 가뭄이 들었을 때 고대정이라는 심방(제주의 무당)이 짚으로 용을 만들어 용연에 꼬리를 담그고 기우제를 드리자 비가 내렸다는 전설에서 비를 몰고 오는 용이 사는 못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부터  뱃놀이를 비롯하여 시회와 주연 등이 열렸던 용연은 2001년에 용두암과 같이 제주도의 기념물 57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용두암에서 제주인의 기상을 감지할 수 있다면, 깊숙한 협곡의 초록색 연못을 내려다보노라면 제주인의 내면이 저처럼 깊고 평온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리를 건너고 정자에 올라 용연의 그윽한 정취에 잠시 빠졌다가 남은 올레길을 이어가고자 용연을 벗어났습니다.

 

 

 

   용연과 용두암의 거리는 200m 정도에 불과합니다. 용두암의 용이 산더미 같은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견뎌내기 힘겨울 때 깊숙한 협곡에 물을 채운 여기 용연을 들러 쉬고 갈 법도 한데 그리하지 못하는 것은 한라산 산신령이 두려워서일 것입니다.

 

 

   제주국제공항 안에 있는 17코스의 제주올레공식안내소에서 시작한 올레길 따라 걷기는 18코스의 화북포구까지 이어졌습니다. 바람이 제법 찬 바닷길도 걸었고, 시내에서 길을 잃어 건너뛴 구간도 있습니다. 관할지역의 넓이에 비해 턱없이 커 보이는 제주목의 관아도 들렀고, 동문시장초입에서 친구와 같이 회를 곁들여 술 몇 잔도 마셨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 넝쿨을 헤쳐 가며 사라봉을 올랐고, 방파제가 엄청 커 보이는 제주항의 위용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 글을 여기 용연에서 마무리 짓고자 하는 것은 나머지는 정식으로 올레길 걷기를 마치고 나서 제대로 쓴 올레길탐방기를 남기고 싶어서입니다. 그때는 포효하는 용두암의 용이 용연에서 목욕하는 안온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용두암/용연탐방기를 맺습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