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E-15. 한우산 산행기

시인마뇽 2019. 5. 10. 19:49

                                                             한우산 산행기

 

 

                                     *산행일자:2019. 4. 28()

                                     *산높이 :한우산 836m, 산성산742m

                                     *소재지 :경남의령/합천

                                     *산행코스:쇠목령-한우산-산성산-헬기장-벽계마을

                                     *산행시간:1040-1459(4시간19)

                                     *동행 :18

                                       -대구:회장 차수근/박금선, 임상택, 박영홍/천정미, 차성섭/나경숙,

                                       가경환/박옥경, 박상훈/최미애, 김칠곤/조순희, 이경용님등 14

                                       -서울:회장 주성기, 이규성, 우명길, 성봉현님 등 4명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이르는 인연(因緣)은 만남에서 시작됩니다. 필연에서 비롯되었건, 아니면 우연에서 시작되었건 대부분의 만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평생을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만나 인연을 맺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많은 만남을 전부 소중히 생각하고 끝까지 이어가기가 쉽지 않고 보면, 진실로 이어갈 만한 인연을 고르는 것은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참으로 소중한 인연을 계속 좋은 인연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대구 참사랑산악회와의 인연은 어언 13년째로 접어들었습니다. 2007년 봄 대구의 팔공산을 함께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 합동산행은 이번 한우산 산행으로 25회를 기록했습니다. 봄에는 대구 참사랑산악회의 초대로 경상도 일원의 명산을 오르고, 가을에는 서울 독립군모임의 주선으로 수도권의 명산들을 탐승해왔습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훌쩍 넘기고도 3년을 더 맞는데도 두 팀간의 인연은 더욱 돈독해지고 있습니다. 대구팀에 참으로 고마운 것은 저희가 살고 있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대도시에서 저희를 반겨주는 산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신나는 일이어서 그렇습니다.


 

   1040분 쇠목재를 출발했습니다. 때마침 한우산에서 진달래축제가 열려 쇠목재는 차들로 붐볐습니다. 쇠목재를 중심으로 북쪽의 한우산과 남쪽의 자굴산은 에코브리지로 이어졌습니다. 본격적으로 산 오름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흩뿌리던 빗방울이 그쳤습니다. 쇠목재에서 766m봉으로 오르는 소나무 숲길은 제법 가팔랐지만, 봄비를 맞은 나무들의 파릇파릇한 잎들이 생동감을 불러일으켜서인지 산 오름이 생각만큼 힘들지 않았습니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고 가파른 데크계단을 올라 바라다 본 766m봉이 참으로 깔끔해 보였습니다.  오른쪽 능선에 여러 대의 풍력발전기가 자리한 766m봉의 삼거리에 이르자. 진달래꽃은 만개했으나  철쭉꽃은 꽃망울이 터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능선 저 능선에 풍력발전기가 꽤 많이 세워졌는데도 대부분이 서있어 전혀 시끄럽지 않았습니다

 

 

   123분 해발836m의 한우산(寒雨山)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766m봉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몇 분을 걸어가 제20회 한우산철쭉제가 열리는 축제의 현장에 다다랐습니다. 넓은 공터에 자리한 축제현장까지 승용차로 오를 수 있어서인지 사람들로 엄청 붐볐습니다. 글짓기 및 그림그리기 대회를 이 높은 곳에서 열 수 있는 것도 차도가 저 아래까지 연결되어 있어서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학에서 국문과가 줄어든다는 요즈음 축제의 현장을 문학이 살고 회화가 흥을 돋우는 곳으로 만들고자 애쓰는 의령군 문인협회와 예술촌 분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직은 철쭉꽃이 만개하지 않아 화사함이 덜한 철쭉 꽃밭을 좌우로 갈라놓는 데크 계단 길을 올라서자 사방이 탁 트여 서쪽 멀리 우뚝 솟은 지리산도 조망됐습니다. 정상석을 배경삼아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한 번 사방을 둘러보자 한우산의 진가(眞價)가 가늠되었습니다. 한우산 정상에서 조금 더 진행해 도착한 억새원에서 함께 점심을 들었습니다. 달랑 수저만 가지고 왔는데도 포식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오른 분들의 후의 덕분이었습니다.


 

   의령군산림휴양과에서 작성한 한우산의 안내문에 이 산이 최고의 전망지라는 강점이 빠져 있었지만 산 이름의 내력이 잘 소개되어 그 전문을 아래에 옮겨 실습니다.

 

   “의류군 궁류면에 있는 한우산은 해발836m의 높이로 산세가 웅장하고 골이 깊어 곳곳에 기암괴석이 연출하는 절경이 즐비하다. 한우산은 그 이름부터가 그럴싸한 내력으로 지어졌으니 산이 깊고 수목이 울창하여 오뉴월 한더위에 맞는 비도 겨울비처럼 차갑다 하여 찰 한(), 비 우()’ 자를 쓰며 그 사이 계곡은 찰비골이라 한다. 봄철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군락으로 피어나 산 전체가 붉게 물들어 가족단위의 등산객들이 즐겨 찾고 있다.“


 

   1351분 해발741m의 산성산 정상을 올랐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1250분경 오후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한우산에서 얼마간 내려가 다다른 찰비고개는 왼쪽 아래 얼음골로 내려가는 길목 같았습니다. 찰비고개와 얼음골의 지명이 이 산의 이름이 한우산(韓牛山)이 아닌 한우산(寒雨山)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면, 저 아래 쇠목고개라는 이름이 한우산(韓牛山)에서 유래된 것 같아 영 마음에 걸렸습니다. 안부인 찰비고개를 지나 신성산으로 오르는 길에 왼쪽으로 잠시 길을 벗어 난 것은 촛대바위가 잘 보이는 전망대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달리 보면 남근석으로도 오인될 수 있는 촛대바위의 곳곳한 모습도 일품이고 그 너머로 멀리 보이는 다소곳한 소류지도 눈길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산 오름을 계속해 다다른 신성산의 정상 역시 넓었습니다. 정상에 오른 여성분들이 산나물 뜯기에 열심인 것은 이제 산 오름은 끝이 났고 내려가는 일만 남은 데서 오는 여유 덕분일 것입니다.



 

   1459분 벽계마을에 내려가 참사랑산악회원들과의 합동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신성산정상에서 8-9분을 머문 후 왼쪽 능선을 타고 내려가 외초재에 이르기까지 반시간 가량 걸렸고, 외초재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가 벽계마을에 다다르는데 대략 반시간이 걸렸습니다. 외초재에서 내려가는 길이 경사가 급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평평해져 하산 길이 편했습니다. 한 여름이라면 벽계마을을 지키는 거목의 느티나무 아래에서 땀을 식히고자 쉬어가겠지만 아직은 철이 일러 곧바로 대기 중인 참사랑산악회의 미니버스에 올랐습니다. 꽤 큰 규모의 벽계저수지를 지나 올라선 한태령 쉼터에서 얼마간 쉰 후 대구로 직행해 참사랑산악회에서 마련해준 회식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오는 가을에 서울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동대구역으로 나가 귀경열차에 오르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한우산을 산행하면서 생뚱맞게 떠오른 인물은 조선시대 평양의 명기(名妓)로 알려진 한우(寒雨)였습니다. 조선 전기의 사대부인 백호(白湖) 임제(林悌, 1549-1587)라면 기녀 한우를 데리고 이 산에 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벼슬을 버리고 명산을 찾아 기개를 토로하면서 염정시(艶情詩)도 즐겨 지은 백호이기에 황진이(黃眞伊)의 무덤을 찾아가 아래 시조를 읊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는가 누웠는가?

       홍안(紅顔)은 어디 두고 백골(白骨)만 묻혔는가?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퍼하노라

 

   황진이에 절창의 시조를 지어 바친 백호 임제가 또 다른 기녀 한우(寒雨)에게 지어준 아래 시조는 궁상맞고 처절한 느낌을 준다고 한국문학통사를 저술한 조동일 선생은 평했습니다.

 

       북천(北天)이 맑다 하거늘 우장 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 비 온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이름에다 빗대서 희롱하는 말을 하다가 잠자리를 같이하겠다는 것은 아무리 기녀라 해도 좀 심하지 않았나 싶어서일 것입니다.

 

   내친 김에 기녀 한우(寒雨)의 화답가(和答歌)도 함께 올립니다. 백호 임제보다 더욱 열정적입니다.

 

      어이 얼어 잘이 므스 일 얼어 잘이

      앵앵침(鶯鶯枕) 비취금(翡翠衾)을 어듸 두고 얼어 잘이

     오늘은 찬비 맛자신이 녹아 짤까 하노라

 

   이 시조의 현대어 풀이는 한춘섭님이 편저한 고시조해설에서 따왔습니다.

 

     어찌하여서 얼어서 자려 하시나이까? 무슨 까닭으로 얼어서 자려 하시나이까?

     원앙새 수놓은 베개와 비취새 이불을 어디다 버려두고 이 밤을 얼어서 자려 하시나이까?

     오늘은 임께서 찬비를 맞고 오셨으니, 따뜻하게 몸을 녹여가며 자보려고 하나이다.

 

   한우산(寒雨山)에서 떠오른 조선 기녀 한우(寒雨) 덕분에 시조 몇 수를 감상했습니다. 이 또한 참사람산악회에서 자리를 펴준 덕분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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