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A-68.퇴미산 산행기

시인마뇽 2020. 4. 6. 04:24

                                                           

                                                                퇴미산 산행기

 

 

                                         *산행일자:2020. 3. 20(금)

                                        *소재지   :경기군포/안산

                                        *산높이   :해발 약150m

                                        *산행코스:철쭉동산-무성봉-산불감시초소-군포대야물말끔터

                                                           -퇴미산-카페 초록지붕의앤-치및산-반월역

                                        *산행시간:1411-1850(4시간39)

                                        *동행     :나홀로



 

  ()은 평지보다 높이 솟아 있는 땅의 부분으로 정의됩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얼마나 높으냐는 문제가 안 되고 주변의 평지보다 높이 솟아 있으면 모두 산으로 분류되기에 세계 최고의 봉우리인 해발8,848m의 에베레스트도 산이고, 이번에 오른 해발150m대의 퇴미산도 같은 산인 것입니다. 나지막한 퇴미산을 다녀와서 이렇게 산행기를 쓰는 일이 조금은 낯간지러울 수 있다 싶은데도 굳이 이렇게 올리는 것은 높이와 상관없이 퇴미산도 분명 산이기 때문입니다.


 

   경기도의 군포시와 안산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퇴미산은 반월호수를 가장 가까이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나지막한 산봉우리입니다. 높이가 낮아 아담해보이면서도 좌우가 균형 잡힌 세모꼴을 하고 있어 안정감이 느껴지는 이 산을 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꽤 오래 전부터입니다. 그간 들머리를 찾지 못해 올라가지 못했는데 다행히 군포대야물말끔터 뒤로 난 희미한 길을 찾았습니다. 며칠 전 퇴미산을 오르고자 오후 늦게 반월역을 출발해 인근의 나지막한 치및산 산봉우리에 오른 일이 있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하삼천 건너 북서쪽의 퇴미산을 오르고자 했으나 한참이 지났어도  이어지는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해가 서산에 걸려 포기하고 인근의 반월호수로 옮겨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호수 서쪽 끝머리에 자리한 군포대야물말끔터를 지나다 뒤편 바로 위 능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퇴미산 정상에 올라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 혼자서 쾌재를 불렀습니다. 다음 날  물말끔터에서 산행을 시작해 퇴미산의 정상을 오른 후 남쪽으로 뻗어나가는 산줄기를 타고 내려가 카페 초록지붕의앤 앞 도로에서 퇴미산 산행을 마쳤는데, 1시간 13분이 걸렸습니다.


 

   제가 한 주 만에 퇴미산을 다시 찾아 나선 것은 산본 시내에서 반월역까지 산길로 걸어가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산본시내 철쭉동산에서 산행을 시작해 무령봉-덕고개-산불감시초소봉-물말끔터-퇴미산정상-초록지붕의앤-치및산을 차례로 지나 반월역에 이르는 코스를 두 번에 나눠서는 걸어보았지만, 한 번에 걸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1411분 산본시내 철쭉동산을 출발했습니다. 철쭉동산 출발40분후 도착한 능양정에서 무성봉에 이르는 약1Km의 능선 길은 한남정맥에 속합니다. 산행시작 1시간이 다 되어 올라선 해발258m의 무성봉은 운동 삼아 일 주일에 두세 번은 찾아 오릅니다. 이 봉우리에서 한남정맥은 북쪽의 수리산 슬기봉으로 이어지고 퇴미산 가는 길은 서쪽으로 뻗어나가는 산줄기로 이어집니다. 무성봉에서 잠시 쉰 후 서쪽 능선을 타고 20분 가까이 걸어 내려간 덕고개에서 넓은 임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7-8분 진행하다 왼쪽 능선으로 올라갔습니다.


 

   169분 해발260m대의 산불감시초소에 다다랐습니다. 임도에서 10분을 못 걸어 다다른 안부에서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을 따라 걸어 산불감시초소봉에 올라서자 시야가 탁 트여 북쪽의 우뚝 솟은 슬기봉, 수암봉과 너구리산과 서남쪽의 다소곳한 반월호수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산불감시초소 바로 아래 헬기장을 지나자 바람에 실려 날아온 낙엽들이 길을 덮었습니다. 초행길이었다면 길 찾기가 쉽지 않았을 능선을 따라 서진하면서 저녁햇살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 참을 걸어 다다른 무명봉에서 아주 가깝게 보이는 반월호수를 조망한 후 경사진 길을 따라가 반월호수-대야미역을 잇는 넓은 차도로 내려섰습니다. 이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영동고속도로를 굴다리로 건너자 오른쪽으로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 반월호수의 다소곳한 자태가 한 눈에 잡혔습니다. 호수변의 차도를 따라 왼쪽 위 물말끔터로 이동해 퇴미산을 오르는 들머리로 들어선 시각이 1718분입니다.


 

   1743분 해발150m대의 퇴미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물말끔터에서 능선으로 올라서는 길이 분명하게 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숲이 무성한 한 여름이라면 땅바닥에 쓰러져 가로 놓인 엄청 큰 나무를 돌아서 능선으로 올라서기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0분가량 걸어 다다른 능선에서 오른 쪽 위 정상으로 이어지는 평평한 능선 길은 잘 관리된 묘지를 지나자 이내 가팔라졌습니다. 그리 오래 걷지 않아 반월역쪽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나는 능선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 3-4분을 걸어 올라선 퇴미산 정상에 삼각점이 박혀 있어 배낭을 내려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무들로 사방이 가려 바로 아래 반월호수가 거의 보이지 않는데다 자칫 잘못 했다가는 해떨어지기 전에 반월역에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아 수더분한 진달래꽃과 눈인사를 나눈 후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능선삼거리를 지나 삼천교차로에서 끝나는 남쪽능선 길은 중간에 한 번 가파른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하지만 대체로 편안한 길이어서 시간만 넉넉하다면 심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걸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이 능선의 마지막 남쪽 봉우리에 오르기 바로 전 능선삼거리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짧았지만 서해안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이어주는 팔배-둔덕 간 고속도로 밑을 지나는 굴다리로 접근하는 길에 가시나무 등 잡목이 있어  여름 한 철은 이들을 피해서 지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굴다리를 건너 바로 아래 밭으로 내려섰습니다. 아직은 아무 것도 심지 않아 마음 편히 지나갔는데 이 길 또한 농작물이 한창 자랄 때라면 남의 밭을 지나기가 아무래도 좀 눈치가 보일 것 같아 신경이 쓰일 것 같습니다. 밭을 지나 초록지붕의앤 앞 도로로 내려선 시각은 1813분이었습니다.


 

   1850분 반월역에 도착해 산본역-반월역 산길 이어걷기를 마쳤습니다. 굴다리를 통과하고 텅빈 밭을 지나 다다른 도로변의 초록지붕의앤은 하얀 벽에 2층으로 지어진 날렵해 보이는 양옥의 카페로 겉보기에 깔끔하고 고급스러웠습니다. 하삼천을 건너 지난 주에 올랐던 치및산을 들렀습니다. 해는 서산에 걸려 있고 어둠이 빠르게 자락을 펴 서둘러 치및산 정상에 올라 정자를 사진 찍은 후 그 길로 다시 내려가 4호선 철로 위 육교를 건넜습니다. 육교에서 2-3분 거리의 반월역에 이르러 5시간 가까이 걸린 산행을 마치고 나자 바로 어두워져 퇴미산 정상에서 서둘러 하산하기를 참 잘했다 했습니다. 산본역에서 반월역까지 이어 걷는 일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여러 개의 산봉우리를 넘어 길을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산봉우리는 하나 같이 해발 3m에도 못 미치지만, 중간에 죽암천과 하삼천을 건너야 할 만큼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이야기입니다만, ()은 평지보다 높이 솟아 있는 땅의 부분으로 정의됩니다. 이런 정의가 완벽할 수 없는 것은 언어의 한계 때문일 것입니다. 더할 수 없이 야무져 보이는 퇴미산은 그 북사면이 육지가 아닌 호수에 면해 있어 삼면이 평지보다 높이 솟아 있고 한 면은 수면보다 높이 솟아 있는 봉우리입니다. 섬 안에 있는 모든 산은 평지보다 솟아 있는 것이 아니라 수면보다 높이 솟아 있습니다. 위 정의로는 평지가 아닌 해수면보다 높이 솟아 있는 섬의 산들은 산이 아니라는 주장을 반박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산은 평지 또는 수면보다 높이 솟아 있는 땅의 부분으로 고쳐 정의한다면 바다로 둘러싸인 대륙 자체가 산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도()를 도라고 할 수 있다면 변함없는 도가 아니며(道可道非常道), (名)을 명이라고 할 수 있다면 변함없는 명이 아니다(名可名非常名)이라고 노자(老子)께서 말씀한 본 뜻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행사진>



1.2020년3월13일:대야미역-퇴미산-삼천교차로-반월호수-대야미역




























2.2020년3월20일: 철쭉동산-무성봉-산불감시초소-물말끔터-퇴미산-치및산-반월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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