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B-28. 덕수산 산행기

시인마뇽 2020. 11. 22. 21:56

*산행일자 : 2020. 10. 22()

*산높이    : 덕수산1,003m, 장미산979m

*산행코스 : 봉황교-하늘농원-꽃바위등-덕수산-창수동사거리

                -장미산-감투바위-봉황교

*산행시간 : 831-1553(7시간22)

*동행      : 서울사대 원영환, 이상훈 동문

 

 

  제가 산에 감사하는 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20년 전인 2000년에 암으로 집사람을 먼저 보낸 후 한동안 엄습해오는 고독감을 주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 후 10년 동안 이런 저런 수난을 겪는 동안 저를 지켜준 것은 다름 아닌 산()이었습니다. 1969년부터 부지런히 산을 다닌 제게는 산을 오르는 일은 일상사로서 특별한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집사람을 보내고 외로움을 극복하고자 거의 매주 1대간9정맥의 단독종주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산을 오르는 일이 일상사여서 가능했습니다. 하루 종일 걸어도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는 한갓진 능선을 따라 걷는 동안은 한 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아, 이러다가 실어증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두려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1대간9정맥을 따라 걷는 종주산행이 제게는 초행길이어서 산행을 끝낼 때까지 한시도 긴장을 풀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여러 봉우리를 계속 오르내리느라 힘이 들어 산행 중에는 외로움을 느낄 만큼 여유롭지 못했는데, 제게는 그것이 차라리 다행이었습니다.

 

 

  그토록 고마워하는 산을 올 한해는 거의 잊고 지냈습니다. 집 동네 산본에 자리한 해발258m의 무성봉을 매주 두 서 너 번 오르고, 해발469m의 수리산을 한 달에 한두 번 오르는 것이 고작일 정도로 산다운 높은 산을 오르지 못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언제라도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해온 산이 작년부터 부쩍 두려워진 것입니다. 대부분 혼자서 산을 오르는 저로서는 산행 중 넘어져 다친다면 화를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지도와 나침판에 의존하여 처음 가보는 먼 곳의 높은 산을 혼자서 오르겠다고 집을 나서기가 두려워졌습니다. 둘째, 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입니다. 산은 강에 물을 대는 어머니라면서 산과 강을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해왔기에, 산에 대한 두려움이 강에 대한 호기심으로 바뀐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런 생각은 저를 산 대신 강으로 내몰았고, 그래서 지난봄과 여름에 15회로 나누어 전장 225km의 섬진강 강줄기를 전부 걸었습니다.

 

 

  올 들어 산행다운 산행을 한 것은 이번 덕수산-장미산의 연계산행이 처음입니다. 지난 5월 대구에 있는 해발906m의 최정산을 오른 적이 있지만, 턱 밑까지 차로 올라가 평원을 산책한 후 반 시간 남짓 걸어 정상을 오른 것이 전부여서, 등산이라 이름붙이기가 낯간지럽습니다. 이번 산행은 봉황교를 출발해 무명천을 한 가운데 두고 이 하천의 유역을 이루는 산줄기를 한 바퀴 빙 돌아 봉황교로 돌아오는 원점회귀산행으로, 해발고도가 1,000m인 덕수산의 능선을 오르내리느라 7시간가량 걷고 나자 모처럼 산행다운 산행을 했다 싶어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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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831분 봉황교를 출발했습니다. 전날 원영환동문과 함께 내려가 면온리의 이상훈교수 집에서 일박한 후 아침8시경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봉황마을의 다목적체험관에 차를 주차시킨 후 봉황교를 건너는 것으로 하루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평창강 강가에 곧추선 봉황대 바위에 뿌리박은 소나무는 조선시대 실경산수화에 나옴직한 정감어린 자태를 선보여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퉁텡이골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서진하다가 덕수교를 건너 북진했습니다. 서서히 고도를 높여 맑은물 절임배추집에 이르자 산 중턱에 걸려 있는 구름이 온 몸을 휘감아 냉기가 느껴졌습니다. 여기 고지대 마을에서 자라는 코스모스나 국화꽃이 더 진하고 선명한 것은 일교차가 큰 지역의 과일이 더 당도가 높은 것처럼 꽃 색깔도 더 농도가 진해서가 아닌가 합니다. ‘맑은물 절임배추집에서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고랭지채소밭과 하늘농원을 차례로 지난 후 덕수산의 들머리에 다다른 시각은 99분이었습니다. 들머리에서 4-5m가량 올라가자 '덕수산정상3.1Km/봉황대1.8Km'의 표지목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107덕수산2.3Km’지점에 다다랐습니다. 들머리에서 20분 가까이 더 걸어 통나무 계단 앞에 다다랐습니다. 통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는 비알 길은 가팔랐습니다. 두 서너 개의 빛바랜 산악회표지리본이 걸려 있지 않았다면 새로 떨어진 낙엽 위로 사람들이 밟고 지난 흔적이 잘 보이지 않아 제 길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덕수산2.4Km/봉황대2.5Km'의 표지목이 서있는 주능선의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른 후 왼쪽으로 100m를 더 걸어 올라선 곳이 덕수산정상 2.3Km전방지점의 봉우리로 이곳이 안내도에 나오는 913고지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10분을 더 걸어 밧줄이 쳐져있는 통나무계단을 걸어 올랐습니다. 덕수산 정상과의 거리는 1.8Km로 좁혀졌고 30분을 더 걸어 수직 암벽의 암봉을 아래로 지났습니다.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가을 산을 하늘이 잔뜩 찌푸린 스산한 날씨에 바닥에 쌓인 낙엽을 밟으며 혼자 오른다면 두려움과 외로움을 빨리 벗어나고자 발걸음을 재촉했을 텐데 이번에는 동행이 있어 한층 여유로웠습니다. 다시 만난 통나무계단을 걸어올라 벤치가 놓인 간이 쉼터에 다다른 시각은 1118분이었습니다.

 

 

  1153분 해발1,000m의 덕수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말없이 자리를 지키는 벤치를 사진 찍은 후 계속 서진하다 만난 1018m봉은 덕수산보다 18m가 높은 상봉입니다. 그럼에도 이 봉우리가 이름을 얻지 못한 것은 바위 덩어리의 암봉이어서 꼭대기를 오를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봉우리처럼 상봉(上峰)인데도 주봉(主峰)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봉우리는 경북문경의 주흘영봉입니다. 이 봉우리는 고도가 해발1,109m로로 주봉인 주흘산보다 30m가 더 높습니다. 1018m봉을 왼쪽 아래로 우회해 올라선 봉우리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0.3Km를 서진해 덕수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 지점의 국가지정번호가 라사7552 4378’임을 알리는 표지목과 벤치가 세워진 정상에 그럴듯한 표지석이 보이지 않아 해발고도가 천m나 되는 고산에 대한 대접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날씨가 꾸물꾸물하지 않았다면 해가 남중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식사 시간 내내 한기가 감지됐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남쪽의 장미산으로 향한 시각은 1228분이었습니다.

 

 

  1326분 해발 980m의 장미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덕수산에서 장미산으로 이어지는 남진 길은 들머리에서 덕수산을 오르는 길보다 훨씬 편안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산행에 동행한 두 친구는 그간 여러 번 산을 같이 오른 대학동창들입니다. 지난 6구례구역-사성암-섬진강어류생태관구간의 섬진강 강줄기를 같이 걸은 후 4개월 만의 나들이여서, 홍수를 피해 사성암으로 피신한 소떼들을 화제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친구들을 만나면 전공이나 경험이 서로 달라 모르는 것은 서로 물어 배우곤 합니다. 산줄기는 제가 좀 아는 편이고, 물과 꽃에 대해서는 수문학(hydrology)을 전공한 이상훈동문이 해박하며, 지질에 관해서는 지구과학을 전공한 원영환 동문이 많이 알고 있습니다. 산행을 하면서 갖게 되는 의문점은 화제 삼아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거의 다 풀립니다. 덕수산 정상에서 왼쪽 아래로 퉁텡이 길이, 오른쪽 아래로 창수동 길이 갈리는 안부사거리까지 거리는 1.1Km로 장미산까지의 1.0Km와 거의 같습니다. 안부사거리에서 25분을 걸어 올라선 장미산 정상에는 깔끔한 정상석이 서 있었고, 사방이 트여 덕수산 정상과 대비되었습니다. 이제껏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북쪽 저 만치의 덕수산을 조망한 후 동쪽으로 1Km를 내려가 안부사거리에 내려선 시각이 149분이었습니다.

 

 

  1553분 봉황교를 건너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덕수산-장미산의 연계 산행을 마쳤습니다. 왼쪽 아래로 퉁뎅이 길이, 오른 쪽 아래로 장미골 길이 갈리는 안부사거리에서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 후 동쪽으로 직진했습니다. 안부사거리에서 능선의 쉼터에 이르기까지 1.2Km 구간은 오르내림도 심하지 않고, 간혹 소나무와 잣나무 등 싱그러운 초록색 잎의 침엽수들이 보여 조락한 낙엽들이 길을 덮은 활엽수림을 지날 때보다 활기를 느꼈습니다. 장미산 정상에서 2,2Km 떨어진 지점의 쉼터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했습니다. 쉼터를 둘러 싼 곱게 물든 참나무의 연노랑의 단풍잎들이 나란히 서 있는 초록색 소나무 잎들과 색대비가 분명해 절로 눈이 갔습니다. 15시가 조금 넘어 벤치에서 일어나 1.2Km 거리의 봉황대를 향해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침엽수림을 지나 도로로 내려선 후 20분을 더 걸어 봉황교 앞에 다다랐습니다. 정자에 앉아 잠시 쉬면서 다리 아래로 흐르는 평창강을 살펴본 것은 이 강의 강줄기도 함께 걸을 계획이 있어서였습니다. 봉황교를 건너 덕수산-장미산의 연계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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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산에 오르면 국가지정번호판이 자주 눈에 띕니다. 국가지점번호란 국토와 인접해양을 격자형으로 구분해 지점마다 부여한 제도를 말합니다. 이 제도는 산악이나 해안 등 사람들이 살지 않아 주소가 없는 비거주지역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위치표시체계로 긴급구조 등의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3년에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국가지정번호는 전국을 100kmx100km 단위의 격자로 구분하며, 최소 단위는 10m x 10m입니다. 100km 단위는 문자로 표기하며 10km·1km·100m·10m는 숫자로 표기합니다. 문자의 경우 기준점부터 동쪽과 북쪽으로 각각 가나다순으로 표기하고, 기준점부터 100km마다 격자로 , , , 의 순서로 구역이 나뉘며 그 안에서 숫자로 세부 구역이 표기됩니다. 국가지점번호의 기준점은 UTM-K원점(지도제작 등을 위한 단일투영원점)에서 남쪽으로 7Km, 서쪽으로 3Km 지점으로, 최남단의 이어도해양종합기지, 최서단의 가거초해양과학기지를 포함합니다.

 

 

  덕수산 정상의 국가지정번호는 라사7552 4378’입니다. 우리는 덕수산의 정상이 가거초해양과학기지에서 동쪽으로 375.52Km, 이어도해양종합기지에서 북쪽으로643.78Km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이 번호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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