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20. 10. 25일(일)
*산높이 : 고대산832m
*산행코스 : 주차장--제3등산로-고대산정상-제2등산로-주차장
*산행시간 : 10시30분-15시45분(5시간15분)
*동행 : 총15명(대구팀 11명, 서울팀4명)
-대구: 차수근, 박금선, 박상훈, 최미예, 박영홍, 천정미,
차성섭, 나경숙, 권재형, 기경환, 임상택
-서울: 주성기, 이규성, 성봉현, 우명길
어제는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을 어우르는 해발832m의 고대산을 대구의 참사랑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올랐습니다. 2007년 봄 대구의 팔공산 산행으로 시작된 합동산행은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씩 대구와 서울 근교 산을 번갈아가며 지속해온 우정산행(友情山行)으로, 이번 고대산 산행은 스물여덟 번째가 됩니다.
제가 고대산을 처음 오른 것은 2003년 가을입니다. 그 때만해도 백두대간을 잘 알지 못해 어느 한 산을 정해 정상을 올랐다가 내려가는 점(點) 산행을 주로 했었기에 여러 산을 연계해 오르내리는 선(線) 산행은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 산을 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시인 정호승 님의 시 <선암사>를 읽고 나서였습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로 시작되는 이 시를 읊노라면 콧등이 시큰해지는 날에는 꼭 선암사가 아니더라도 기차를 타고 어디라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했습니다. 이런 심경을 오롯이 담고 있는 저의 첫 번째 고대산 산행기는 아래와 같이 시작됩니다.
“지난 토요일 연천의 고대산을 다녀왔습니다. 제 고향 파주의 문산 역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고 절규하는 경의선 열차가 마지막으로 멈춰서는 종점 역입니다. 1960년대 경의선 열차로 한 반년을 금촌에서 서울로 통학을 했던 저는 옛날 옛적의 아스라한 추억을 더듬어 보고자, 기적소리를 내며 내닫는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선로의 끝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에 들어가 경원선의 종착역인 연천이나 철원 일원의 산을 찾던 중 고대산이 눈에 띄었습니다. 고대산은 해발고도가 832미터로 경원선의 끝자리인 신탄리 역에서 십 여분 걸으면 바로 들머리에 들을 수 있어 바로 제가 찾던 그런 산이었습니다.“
이번에 고대산을 오른 것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면 몸을 싣곤 했던 경원선(京元線) 열차를 타고 싶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14년간 돈독히 해온 우정을 다시 한 번 다지고자 우정(友情) 의 열차를 타고 싶어 다섯 번째 고대산 산행을 대구 팀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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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30분 고대산주차장을 출발했습니다. 새벽5시에 미니버스로 대구를 출발한 참사랑산악회원을 동두천역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작년 봄 평화누리길 탐방 차 여러 번 지났던 전곡-연천-대광-신탄리를 거쳐 도착한 고대산 주차장 앞에서 하차해 산행을 채비했습니다. 고대산 안내판이 세워진 들머리로 자리를 옮겨 대구팀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담이 결려 이번 산행에 불참한 성봉현 총무님의 빈 자리가 엄청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번에 선택한 제3등산로는 이미 여러 번 올랐던 길이어서인지 돌 가닥 계곡길이 눈에 많이 익었습니다.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면서 가을 색이 역력한 고대산의 단풍이 사흘 전 강원도 양구에서 보았던 절정에 이른 도솔산의 단풍보다 못하지 않았습니다.
11시41분 제3등산로의 목재계단 앞에 이르렀습니다. 계곡을 지나 왼쪽 능선으로 올라선지 얼마 안 지나 왼쪽 아래로 표범폭포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제3등산로를 택하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들르는 표범폭포는 ”우뚝 솟은 주변 암반의 문양이 마치 표범문양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시원한 폭포소리에 잠시 쉬어가기가 안성맞춤이다”라는 안내 글에 손색이 전혀 안가는 승경(勝景)입니다. 고대산이 깊숙이 숨겨놓은 표범폭포를 들러 그 비경(秘景)을 카메라에 담고자 했으나 먼저 다녀온 분들로부터 폭포에 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꾸어 그대로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이 드는 비알 길은 정상을 1.1Km를 남겨 놓은 목재계단 길입니다. 통나무로 만든 계단 길은 대부분 계단과 계단사의의 흙이 다 파져나가 잘못 발을 내딛다가는 발목이 접힐 수 있어 특히 내려갈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통나무를 반으로 나누어 만든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 후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12시45분 고대산 정상인 해발832m의 고대봉에 올라섰습니다. 통나무 벤치에서 일어나 서쪽으로 난 능선을 따라 15분을 걸어 정상에 올라서자 시야가 탁 트여 고대산 최고의 전망처로 전혀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군부대에서 세운 정상석을 가운데 두고 모여 합동사진을 찍은 후 넓게 둘러 앉아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대구 팀에서 정성스레 준비해온 음식으로 배를 불린 후 철원 벌과 그 너머 북한 땅을 고대봉전망대에 적혀 있는 지명과 대조해 가면서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철원 땅은 지난해 한탄강주상절리길을 걸었고 평화전망대, 월정리역사 및 제2땅굴을 연계해 관광을 했으며, 네 번에 걸친 평화누리길 탐방 때 걸은 바 있어 전망대에서 조망한 곳곳이 눈에 익어 반가웠습니다.
특별히 눈길이 간 곳은 북한 땅 평강의 봉래호를 받쳐주는 댐으로 거리가 멀어 아주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봉래호는 1923년에 축조된 강원도 최대의 인공호수로, 그 아래 철원평야의 농민들은 이 물을 공급받아 농사를 지었습니다. 6.25전쟁 후 철원이 남한 땅으로 바뀌면서 북한은 봉래호에 저수된 물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아 크게 문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철원평야의 물 부족 문제는 1975년 학저수지가 보강 확장되고, 1976년 강원도 최대인공저수지인 토교저수지가 완공되고, 1977년 단일제방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긴 3Km 제방의 동송저수지가 준공됨으로써 해결되었습니다.
14시21분 칼바위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고대봉을 출발해 서쪽으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으로 제1등산로가 갈리는 해발810m의 대광봉에 이르러 옛날의 자리를 그대로 지켜온 정자와 고대봉에서 남쪽 보개산의 환희봉 쪽으로 뻗어나가는 도도한 산줄기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대광봉에서 북서쪽으로 20분을 걸어 내려가 칼바위 전망대에 다다랐습니다. 이 산의 골짜기 골짜기를 붉게 물들인 만산홍엽(滿山紅葉)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을 찍은 후 이번 산행에서 길이 가장 험한 칼바위 암릉길을 조심해서 내려갔습니다.
15시45분 출발지인 주차장으로 돌아가 원점회귀산행을 마쳤습니다. 칼바위능선을 지나 내리막길이 이어졌지만 신경이 쓰이는 암릉길이 아니어서 마음 편히 하산할 수 있었습니다. 산길을 벗어나 고대산숲길안내도가 그려진 안내판 앞에 이르러 몸이 안 좋아 산행을 같이 하지 못한 성봉현 총무님을 만나 함께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버스로 동송의 식당으로 가는 길에 백마고지전적지를 들러 67년 전 백마고지전투에서 희생된 수많은 장병들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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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작은 일에도 콧등이 시큰해질 때가 많습니다. 올 겨울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성행해 대면접촉의 기회가 심각하게 줄어들 것입니다. 그럴수록 사람들이 더욱 그리워질 것입니다. 산 친구들이 그립다거나 별 이유 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면 한 번은 기차를 타고 어디로라도 떠나볼 생각입니다. 정호승님의 시 <선암사>를 읊조리면서 말입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올 겨울에 기차 여행을 떠나는 그 어딘가는 아무래도 산 친구들이 반겨 맞을 대구가 될 것 같습니다.
<산행사진>
1)고대산
2)백마고지전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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