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E-17. 나각산 산행기

시인마뇽 2021. 5. 15. 09:33

*산행일자: 2021. 4. 25()

*산 높이 : 240m

*산행코스: 낙단보-나각산-낙동산오리가든

*산행시간: 958-1327

*동행 : 대구참사랑산악회원 등 총15

(대구의 차수근, 박금선, 차성섭, 나경숙, 박상훈, 최미예,김칠곤, 조순희,

권재형, 기경환, 박영홍, 임상택, 서울의 성봉현, 이규성, 우명길)

 

 

  대구의 참사랑산악회와 함께 제29차 우정산행으로 오른 산은 경상북도 상주시에 소재한 나각산(螺角山)입니다. 참사랑산악회에서 해발고도가 240m밖에 안 되는 나지막한 이 산을 선정한 것은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다는 것 외에 해가 더해갈수록 산 오름을 힘들어하는 나이 든 저를 배려해서였습니다. 낙동강 1,300리 중에서 유일하게 낙동이라는 지명을 가진 상주시 낙동면 낙동리에 낙동강과 어우러져 솟아있는 이 산은 산 모양이 둥글어 소라 형국을 하고 있다 하여 나각산(螺角山)이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합니다.

 

 

  광명역에서 탑승한 KTX가 구미김천역에 도착한 것은 아침 757분이었습니다. 대구팀을 만나 이번 산행의 출발점인 낙단보로 가는 길에 매실정(梅實亭)이 들어앉은 연도변소공원쉼터에서 대구팀에서 준비해온 비빔밥을 맛있게 들었습니다. 낙동강을 건너 주차장에서 하차해 바로 옆 상주시 낙단보로 이동해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상주시와 의성군을 경계 짓는 낙동강에 설치한 낙단보는 고정보가 144.4m, 가동보는 141.6m로 총길이가 286m인 다기능 보()입니다. 상주의 낙동면과 의성의 단밀면에서 한 글자씩 따와 이름 지은 낙단보는 그 외관에서 전통적 이미지가 느껴지도록 낙동강 3대 정자 중 하나인 관수루(觀水樓)의 처마를 본 떠 축조했다고 합니다. 의성에 위치한 관수루는 낙동강 3대 누각 중 하나로 조선전기의 쟁쟁한 문신인 김종직, 이황, 주세붕, 김일손 등의 영남학파 사대부들이 찾아가 남긴 시가 걸려 있다고 하는데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오전958분 낙단보를 출발했습니다. 농로를 걸어 나각산의 들머리에 이르기까지는 20분이 채 안 걸렸습니다. 나각산 등산로가 낙동강생태문화탐방로의 일부라는 것은 상주시에서 이 산의 들머리에 세운 종합안내판을 보고 알았습니다. 이 안내판이 소개하는 상주시의 16개 관광명소에 의성군에서 관광명소로 홍보하는 낙단보가 보이지 않는 것은 혹시나 관수루의 처마를 본 뜬 낙단보의 가동보가 의성군 쪽에 설치되어서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야자매트 길을 따라 올라 다다른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진행해 팔각정에 다다랐습니다. 잠시 숨을 돌린 후 산 오름을 계속해 둘레길/마고할멈굿터의 표지목이 서 있는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전망대 전방0.2Km 지점의 삼거리를 지나 데크계단으로 올라섰습니다. 왼쪽 저만치로 당진-영덕을 잇는 30번 고속국도가 보였고 그 너머로 꽤 높아 보이는 봉우리 몇 개가 눈에 잡혔습니다. 저 정도 높이라면 상주시의 갑장장산일 수 있겠다 싶었지만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데크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얼마 더 걷지 않아 자갈이 듬성듬성 빠져나가 구멍이 생긴 역암(礫巖) 바위를 지났습니다. 자갈이 진흙이나 모래에 섞여 굳어져 만들어진 역암은 이암이나 사암과 더불어 퇴적암에 속하는 바위입니다. 바위 전체의 규모나 자갈이 빠져나가 생긴 풍화혈의 크기가 전북 진안의 마이산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마이산과 마찬가지로 나각산도 호수가 융기해서 생성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13분 해발240m의 나각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정상석 뒷면에 새겨진 황지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수천 산자락을 굽돌고 수만 가닥의 하천과 내를 아우르며 낙양(洛陽)의 동쪽 즉, 상주에 와서 비로소 강다운 면모를 갖추었다 하여 낙동강이라고 한다라는 글은 낙동강의 유래를 알려주는 글이어서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위 글에 이어지는 국토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나각산은 소라형국의 풍요와 부를 상징하는 산으로 백두산에서 뻗어 내린 백두대간의 속리산과 일월산, 팔공산의 정기가 모이고 낙동강과 위강의 강 기운이 한데 어우러진 삼산이수로써 예로부터 큰 도시가 들어설 명당터라 한다라는 글은 쉽게 공감되지 않았습니다. 나각산은 국토의 중심부에 있지 않고, 일월산과 팔공산은 백두대간에 위치한 산이 아니며, 이강(二江)의 하나인 위강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릅니다. 이런 잘못은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산과 강을 바라보는데서 연유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각정을 배경으로 정상에서 합동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구름다리를 건너 맞은편의 낙동정에 올랐습니다. 팔각정의 낙강정에 오르자 사방이 탁 트여 낙동강은 물론 강 건너 먼발치로 연봉들이 이어지는 산줄기도 눈에 잡혔습니다. 소라를 닮은 나각산에서 대구 팀이 준비해온 소라 음식을 먹은 것은 기억할만한 추억거리이다 싶어 이렇게 기록으로 남깁니다. 낙강정을 출발해 데크계단을 따라 내려가다가 오른 쪽으로 꺾어 마고할멈굿터로 향했습니다. 삼거리의 안내판에서 'MRF 이야기 길'을 보고 MRF가 어떤 단어를 축약한 것인지 몰라 궁금했습니다. 돌을 던져 얹으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소원바위를 지나 정상 아래쪽의 단애에 생긴 작은 굴인 마고할멈굴 앞에 이르자 마고할멈 형상을 한 작은 석상이 보였습니다. 득남을 소원하며 절을 올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마고할멈을 뒤로하고 데크계단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1327분 낙동산오리가든에서 나각산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데크계단을 따라 내려가 삼거리에서 팔각정자 쪽으로 진행했습니다. ‘MRF이야기길표지판이 서 있는 곳에서 더 내려가 시멘트포장도로인 자전거길에 이르자 눈에 익은 파란 바탕에 흰색글씨의 안내판이 보였습니다.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낙동강 자전거길을 따라 진행하다가 낙동강 가까이에 자리한 낙동강역사이야기관을 들렀습니다. 원통형의 파란 건물과 곡선의 새하얀 건물이 색대비를 이루는 낙동강역사이야기관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져 쉽게 정감이 갔습니다. 1층의 화석전시관을 둘러보고 기다리는 일행들에 합류해 낙단보를 몇 백m 남겨둔 낙동산오리가든으로 이동해 우정산행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구미김천역에서 1733분에 KTX에 탑승해 광명역에 도착한 시각은 해가 지기 전인 1846분입니다. 2007년부터 진행해온 15번의 대구지역 합동산행 중 가장 이른 시각에 산행을 마쳐 이렇게 해를 보고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 덧붙일 것은 'MRF 이야기길에 관한 것입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 'MRF 이야기길에 나오는 MRFMountain, River, Field에서 머리글자를 따온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상주시는 'MRF 이야기길13개 코스를 만들었는데, 그 중 낙동강권역에 조성된 코스는 이번에 걸은 나각산의 숨소리길6개 코스입니다. 조금은 억지스런 MRF를 정감 가는 우리말로 대체하는 것이 어떠할까 싶기도 합니다.

 

 

....................................................................................................................................

 

 

  이번 산행이 의미 있었던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거르지 않고 우정산행을 이어간 것입니다. 산행지도 코로나를 감안해 비교적 한적한 나각산을 골라 답사하고, 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한 대구팀이 고맙기 이를 데 없습니다.

 

 

  작년부터 강줄기를 따라 걷고 있는 제게는 이번에 아주 짧은 거리지만 낙동강의 강 길을 걸은 것은 매우 의미가 큽니다. 제가 이제껏 걸은 강은 섬진강과 영산강, 그리고 임진강입니다. 작년에 걸은 섬진강은 전장이 222Km이고, 올 봄에 마친 영산강은 전장이 150Km로 두 강 모두 길이가 짧습니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북한의 마식령 골짜기에서 발원한 임진강은 전장이 254Km입니다. 2019년 평화누리길을 종주하는 길에 한강과 임진강의 합수점인 오두산통일전망대 아래 성동사거리에서 시작해 남한 최전방에 위치한 임진강의 군남댐까지 강을 거슬러 걷기도 했습니다. 남은 강들을 따라 걷는 것은 금강-낙동강-한강 순으로 진행할 계획이어서 낙동강 따라 걷기는 후년에나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낙동강은 총길이가 525Km로 남한에서 가장 긴 강이어서 30회로 나누어 걸을 생각입니다. 머릿속에 잠재웠던 낙동강 종주 꿈을

다시 일깨워준 나각산 산행은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탐방사진>

 

'VIII.지역 명산 > 지역명산 탐방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18. 미숭산 산행기  (0) 2022.05.07
A-70. 문형산 산행기  (0) 2021.09.27
A-69. 오봉산 산행기(의왕)  (0) 2020.12.23
고대산 산행기  (0) 2020.11.28
B-28. 덕수산 산행기  (0) 2020.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