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명소 탐방기 1 (고군산군도 장자도)
*탐방일자:2020. 3. 28일(토요일)
*탐방지 :전북군산 고군산군도 장자도
*동행 :서울사대 원영환/이상훈 동문
군산의 장자도는 원래 이번 나들이의 행선지가 아니었습니다. 경기도 군포를 출발해 서산의 개심사를 둘러본 후 서해고속도로로 들어서 하룻밤을 묵을 전북고창의 무장으로 향했습니다. 금강을 건너 군산 땅으로 들어서자 새만금방조제가 가깝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 일행에 들러가자고 했습니다. 부안 톨게이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빠져나가 새만금방조제 길을 달렸고, 내친 김에 선유도를 거쳐 장자도를 다녀왔습니다.
새만금방조제는 과연 길었습니다. 변산의 새만금전시장에서 시작된 제1방조제로 들어선 후 가력배수지, 제2방조제, 신시배수지를 차례로 지나 신시도(新侍島)에 이르기까지 승용차로 20분여(?) 달렸습니다. 도중에 쉬지를 못하고 계속 달려 엄청난 규모의 방조제를 카메라에 담아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말로만 들어온 세계 제1의 방조제 길을 차를 타고 달린 것만으로도 오래 기억할 만하다 싶어 가슴 뿌듯했습니다.
새만금방조제란 전라북도 김제시, 군산시와 부안군을 연결하는 방조제를 이릅니다. 동진강과 만경강 하구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간척사업의 일환으로 축조된 새만금방조제는 그 길이가 네덜란드의 자위더르 방조제의 32.5Km보다 0.5Km가 더 긴 33.0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입니다.
1987년 노태우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시작으로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행된 새만금간척사업은 그 본래 목적이 농지를 대체하고 부족한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2009년에 발표된 ‘새만금 종합 실천 계획’에 따르면 새만금간척지를 농업, 산업, 관광, 환경 및 물류 중심의 명품 복합 도시로 개발하여 동북아의 경제 중심지로 키워나가는 것으로 사업목적이 바뀌었습니다. 1991년 착공한 새만금방조제가 33Km 모두 연결된 것은 2003년이고, 방조제 도로를 높이고 성토 공사를 마친 것은 2006년 입니다. 새만금방조제 사업으로 국토 확장과 우량 농지조성, 수자원 확보, 종합관광권 형성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개발로 인해 방대한 영역의 갯벌과 해양 생태계가 파괴될 것을 우려하는 환경 단체의 목소리와 사업 경제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위키백과는 적고 있습니다. 얼마 전 새만금간척지 일부를 태양광발전단지로 활용하자는 방안도 새만금간척사업의 경제성제고를 고민하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제2방조제를 건너 들어선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는 신시도(新侍島)입니다. 고군산군도란 군산시의 서남쪽 약 50Km 해상에 위치한 여러 섬들로 군산시의 옥도면에 속해 있습니다. 선유도(仙遊島)로 대표되는 고군산군도에는 야미도, 신시도, 무녀도, 관리도, 장자도, 대장도, 황강도 등 63개의 섬이 있는데, 그중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16개 섬에 불과하다 합니다. 말이 섬이지 다리로 육지와 연결되어 장자도까지 승용차로 계속 내달릴 수 있습니다. 4번 도로를 따라 선유도/장자도방향으로 진행해 신시도와 무녀도를 이어주는 바다 위 고군산대교에 이르렀습니다. 이 다리를 지나 무녀도에 발을 들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섬을 선유도로 연결해주는 주홍색의 선유대교를 건넜습니다. 장자도 가는 길은 4번 도로로 계속 이어졌고, 이 도로를 따라 선유터널을 지나고 장자대교를 건너 목적한 장자도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언덕길로 올라서자 사방이 탁 트여 전망이 일품이었습니다. 대장교 건너 북쪽에 높이 솟은 암봉(岩峰)은 대장도에 자리한 해발141m의 장자봉이고, 동쪽으로 장자대교 너머 선유도에 자리한 암봉은 해발111m의 선유봉이며, 북동쪽으로 보이는 선유도해수욕장 뒤 쪽의 거대한 암봉은 해발 105m의 망주봉입니다. 망주봉이 해발고도는 가장 낮은 데도 가장 장대해 보이는 것은 두 개의 거대한 바위봉우리가 연이어 있는데다 나무들이 자라지 않아 허우대가 말끔해서일 것입니다. 이름 그대로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 선유도에서 놀고 갔다면 그 장소는 아마도 선유도해수욕장이 아니었겠나 싶습니다. 그 까닭은 북쪽 새터와 남쪽 진말사이에 100m가 더 되는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진 이 해수욕장을 기암괴석의 망주봉의 지켜주고 있어서입니다. 서해의 섬인데도 물이 맑고 수심이 얕으며 경사가 완만해 썰물 때는 그 앞의 솔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하니 아무리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이라 해도 이만한 명소를 다른 데서 찾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걷고 있는 장자도의 언덕에 자리한 팬션 ‘섬이야기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머문다 해도 신선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고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하지 못 하는 것은 제가 서 있는 장자도는 물론 대장도의 장자봉 아래에도 집들이 여러 채 들어서 있을 만큼 온 섬이 개발되어 신선이 쉬어가기에는 너무 시끄럽지 않나 싶어서입니다. 먼발치에서 보면 몸을 비틀고 서 있는 배롱나무로 보일 법한 조각물이 데크 길 언덕위에 세워져 있어 다가가 보았는데, 그 조각물은 구리(?)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20분을 채 못 걸었는데도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 온 몸에 한기가 느껴지고 손끝이 시려왔습니다. 다시 한 번 사방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은 후 주차장으로 돌아가 차에 올랐습니다. 시간만 여의하다면 선유도 해수욕장을 들러보고 싶었지만, 갈 길이 멀어 서둘러 장자도를 출발해 무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에 탐방한 장자도는 군산시의 옥도면에 속한 섬입니다. 장자도를 떠나며 군산을 떠올린 것은 1993년에 발생한 서해휘리호 침몰사고가 생각나서였습니다. 제가 군산에 첫발을 들인 것은 모회사에서 충청/전라/경북권의 영업을 책임진 중부권영업부장으로 발령을 받은 1992년 여름이었습니다. 군산지역 영업은 전주영업소에서 관할해, 전주영업소장과 함께 군산의 대리점을 여러 번 방문했었습니다. 제가 군산을 잊지 못하는 것은 영업상 자주 찾아가서만은 아닙니다. 1993년10월10일 위도를 출발한 여객선 서해 훼리호의 침몰로 293명이 사망하는 대형 해상사고가 일어났었습니다. 마침 전주영업소의 5개 대리점 사장들이 부부동반으로 위도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 배를 탔다가 끔찍한 해상사고를 당했습니다. 열 분 중 겨우 한 분만 구조되었고, 나머지 아홉 분은 끝내 숨져 이 세상과 작별해야 했습니다. 위도사고로 숨진 분들의 시신이 인양되어 헬기로 후송된 곳은 바로 군산의 공설운동장이었습니다. 이 운동장에서 유족들과 함께 희생된 대리점주들의 시신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는데, 그때 유족들이 절규하는 처절한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헬기로 이송된 시신을 보고 절규하다 망연자실한 유족들을 지켜보면서, 정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을 태워 사고를 일으킨 선박회사와 감독청인 해운항만청에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1997년 회사를 그만둔 후 다시 군산을 들를 기회가 없어 새까맣게 잊고 지내다, 이번에 군산시의 섬을 둘러보고나자 17년 전의 슬픈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가 21년 후인 2014년에 반복된 것이 세월호침몰사고입니다. 사고 장소가 서해에서 남해로 바뀐 것 말고는 293명이 사망한 훼리호사고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이 세월호 침몰사고입니다. 이 사고로 304명의 생명이 희생된 것은 역사는 잊으면 반복된다는 교훈을 망각하고 지낸 업보라는 생각입니다. 서해훼리호가 정원을 초과해 태운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처럼 세월호는 화물과적이 대형해상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으니 말입니다. 선박회사와 해운감독청의 부정과 직무유기가 빚어낸 두 건의 해상사고는 두 말할 나위 없는 인재(人災)였음을 기록하고자 사족을 달았습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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