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II.시인마뇽의 명소탐방/국내명소 탐방기

116. 의왕명소 탐방기1(왕송호)

시인마뇽 2020. 12. 23. 05:17

*탐방일자 : 2020. 9. 4()

*탐방지 : 경기도의왕시소재 왕송호

*동행 : 나 홀로

 

 

 

  지난여름은 긴 장마와 태풍으로 햇볕이 쨍쨍 내리 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지난 625섬진강 따라걷기의 마지막 코스인 광양의 망덕하구 구간도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걸었습니다. 그 후 집중호우로 섬진강의 제방이 무너지고 시내로 물이 넘쳐흘러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홍수피해가 전례 없이 극심했습니다. 코로나로 위축되어 그렇지 않아도 여행이 망설여졌는데, 여기저기서 물난리가 났다는 소식뿐이어서 요즘은 먼 곳으로 나들이를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고작 집근처 산책로나 운동장을 걷곤 합니다.

 

 

  9호 태풍 마이삭이 소멸되고 모처럼 햇볕이 나 산본 집에서 가까운 왕송호를 다녀왔습니다. 1호선의 의왕역에서 하차해 남쪽으로 10분여 걸으면 다다를 수 있는 이 호수를 이제야 다녀온 것은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가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있어 미루고 미루어 왔기 때문입니다. 왕송호는 일주일에 두세 번 수리산의 무성봉을 오르내리며 조망하거나 1호선을 타고 수원으로 갈 때마다 바로 옆을 지나 탐방은 이번이 처음인데도 몇 번을 와 본 것처럼 낯설지 않았습니다.

 

 

  왕송호란 경기도 의왕시 남부의 황구지천 상류에 위치한 제방 길이 640m, 높이 8.2m, 만수면적 0.96k의 호수를 이릅니다. 제가 태어난 1948년에 준공된 이 호수는 왕송저수지로 불려오다가 2014년 제3차 국가지명위원회에서 공원 시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왕송호로 개명했다고 합니다. 이 호수에 레일바이크가 들어선 것은 왕송호로 이름이 바뀐 지 2년 이 지난 2016년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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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1010분 의왕역에서 하차하여 왕송호 탐방길에 올랐습니다. 철도박물관과 굴다리를 차례로 지나 왕송못동로를 건넜습니다. 왕송생태습지 안내판에 실린 안내문을 자세히 읽은 후 왕송호 북단의 생태습지를 바깥쪽으로 돌아보고자 북쪽으로 걸어가 초평교를 건넜습니다. 왕송호로 유입되는 금천천을 따라 걸어 왕송호로 다가가자 녹슨 철로가 보였습니다. 이 철로는 2016년에 레일바이크 전용으로 개설된 것으로왕송호를 한 바퀴 빙 돌 수 있도록 놓여져 있습니다.

 

 

  왕송생태습지란 금천천에서 왕송호로 유입되는 오염된 물을 갈대, 부들등 수생식물을 이용하여 자연적으로 정화하기 위한 습지로, 철새서식지의 보호를 위해 친환경적으로 조성되었다고 안내문은 적고 있습니다. 2013년에 조성된 이 습지는 그 면적이 약28으로, 금천천에서 취수한 오염된 물을 침사지에서 받아 7개의 깊고 얕은 연못에 보내 정화한 후, 마지막으로 배출연못을 거쳐 왕송호로 흘려보내는 순으로 작동되고 있습니다. 농어촌공사의 안내판을 보고 2개의 생태습지 외에 1개의 침강지와 녹조방지를 위한 5개의 물순환장치를 설치해 운영하는 덕분에 왕송호의 청정한 물이 농업용수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오리가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것은 물속의 두 발을 계속 움직여 가능하듯이, 왕송호가 제 기능을 다하는 데는 보이지 않는 데서 많은 분들이 수질개선시스템을 설계하고 가동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생태습지를 외곽으로 돌아 시멘트블록 길로 들어섰습니다. 왼쪽 철로와 나란히 나 있는 이 길은 가로수가 아직 그늘을 만들 만큼 자라지 않아 머리 위로 내리쬐는 마지막 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색대비가 뚜렷한 새빨간 지붕과 새하얀 창틀의 의왕호수열차는 항상 멈춰 있는 전시 목적의 열차라면, 왕송호를 일주하는 레일바이크는 승객 모두가 두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 달리는 운행 목적의 열차입니다. 두 열차를 사진 찍으면서 다음에는 두 손자 녀석을 데리고 와 레일바이크를 태워줘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시멘트블록길을 더 걸어 언덕 위의 팔각정에 이르자 고교동창이 안부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저보다 거의 두 배 빨리 걷는 보기 드문 산꾼인 이 친구가 요즘 부쩍 기력이 떨어져 산행속도가 많이 더뎌졌고 지구력도 떨어져 쉽게 피로를 느낀다며 걱정하는 이야기를 듣고나자 세월 이기는 장사가 없다 싶어 씁쓰레했습니다.

 

 

  팔각정을 지나 다다른 수문은 왕송호의 물을 황구지천으로 배수하는 문입니다. 7개의 수문 중 열어 놓은 수문은 딱 한 개로, 이 수문을 통해 왕송호의 물이 황구지천으로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장면을 목도하자 저도 모르게 활력이 느껴졌습니다. 왕송호의 물을 받은 황구지천은 오산천, 호매실천, 서호천, 수원천, 원천천 등 여러 지천의 물을 받아들여 세를 불린 후 평택시에서 진위천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왕송호로 유입되는 대표적인 하천은 황구지천(黃口池川)입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황구지천은 의왕시의 오봉산에서 발원해 수원시의 권선구 당수동, 금곡동, 장지동, 대황교동, 그리고 화성시의 진안동, 정남면, 양감면을 차례로 거쳐 평택시에서 진위천에 합류되는 하천을 이릅니다. 오산천, 호매실천, 서호천, 수원천, 원천천 등 여러 지천의 물을 받아들여 세를 불려온 황구지천이 진위천에 합류되기까지 흘러온 유로의 길이는 35Km에 달합니다. 왕송생태습지 안내판에는 금천천이 왕송호에 유입되는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금천천이란 오봉산 발원지에서 왕송호에 이르기까지의 황구지천 상류를 특정해 부르는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만, 과연 그런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어지는 호반길은 제방 길로 수문에서 90도 꺾여 동쪽으로 뻗어나갔습니다. 안내판에 따르면 제방의 길이는 640m로 그리 길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흙길의 제방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싶은 것은 제 두 발이 흙길이 포장도로보다 걷기에 훨씬 편안하다는 것을 귀신처럼 알아맞히기 때문입니다. 이 길이 유일하게(?) 왕송호수지의 전경(全景)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곳이어서 잠시 머물러 사진 몇 장을 찍었습니다. 레일 바이크 철로와 나란히 나 있는 제방 길 동쪽 끝머리에 인접한 고층아파트는 수원시의 서수원레이크푸르지오 1단지입니다. 아파트를 못가 동쪽 끝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데크 길을 걸으며 파란 하늘의 흰 구름보다 더욱 흰 백로가 다리 위로 비상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왕송호 동쪽 길을 따라 걸어 왕송맑은물처리장을 지났습니다. 문이 열려 있으면 안으로 들어가 정수방법과 과정을 알아보고 싶었는데 철문이 굳게 닫혀 있어 그냥 지나쳤습니다. 다시 시멘트블록길을 걸어 잔디광장에 이르렀습니다. 진초록의 잔디밭, 잔디밭에 들어선 야외공연장, 레일바이크 철로, 그 너머 왕송호의 새파란 물, 그리고 잔디밭에서 아이와 함께 놀고 있는 젊은 부부, 지상의 다정다감한 정경을 시샘하듯 내려다보는 머리 위의 태양과 파란 하늘, 그리고 뭉게구름 등이 마지막 여름 오후의 정경이었습니다. 이 모두를 한 순간에 포착해 재현 가능한 장면으로 기록하는 것은 카메라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 바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철로를 따라 걸으며 조망하는 왕송호는 생각보다 넓어 땡볕에 걸어서 한 바퀴 빙 도는 일이 연세든 분들에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잔디광장을 지나 땡볕 길을 걷자 철로 건너 호수에 떠 있는 조각배가 눈에 띄었습니다. 아버지가 처자식을 태우고 노를 젓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배가 너무 작아 저 배를 타고 있는 어린 아이들에는 왕송호가 바다처럼 넓게 보였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휴관중인 의왕조류생태과학관을 그냥 지나쳐 생태습지로 돌아왔습니다. 여기서 왕송호 탐방을 마칠까 하다가 생태습지를 안쪽으로 둘러볼 생각에서 빼먹은 호반 길을 마저 걷고 나서, 금천천에서 취수한 물이 통과하는 연못들을 다 둘러보았습니다. 못 하나씩을 맡아 수질개선 임무를 맡고 있는 갈대, 부들, 연꽃, 이름 모르는 부초들을 카메라에 옮겨 담으면서 생태계의 보전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했습니다. 왕송호에서 서식하는 대표적인 조류인 논병아리, 백로, 물닭 등을 만나 인사를 나눈 후 의왕역으로 돌아가 3시간 남짓 걸린 왕송호 탐방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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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송호는 집에서 멀지 않아 저녁 때 산책에 나서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왕송호의 호수면과 석양이 함께 빚어내는 저녁 풍광이 어떠할지 대강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일몰 시간의 노을 진 호반 풍경을 조망하는 것이 동해에서 해오름을 맞는 것처럼 가슴 벅찬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왕송호에서 해넘이를 지켜보고 싶은 것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질서 있게 산 너머로 스러지는 저녁 태양이 연출하는 호반 풍경이 고즈넉할 것 같아서입니다. 두 손자를 데리고 와 캠핑장에서 야영을 하면서 하룻밤을 보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밤 시간에는 레일바이크나 스카이레일도 작동을 멈춰 귀를 기울이면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을 바라보며 두 손자들에 별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겠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뜁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