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 광탄교-월롱교-반구정
*탐방일자 : 2020. 11. 20일(금)
*탐방코스 : 광탄교-부곡교-백석새마을교-월롱교-옥석교-아가매교
-파주에너지서비스-문산휴먼빌아파트-임월교-반구정
*탐방시간 : 11시19분-16시31분(5시간12분)
*동행 : 나 홀로
문산천을 따라 걷는 길에 파주에너지서비스 앞을 지났습니다. 산책을 하는 몇 분들에 이 곳이 뭐하는 곳이냐를 물었지만, 아무도 답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건물의 외관이 깔끔한데다 규모도 꽤 큰 편이어서 이 건물의 용도가 더욱 궁금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본 즉 이 건물은 천연가스로 발전하는 복합화력발전소였습니다.
우리나라 발전소는 크게 화력, 수력, 원자력, 태양광, 풍력발전소로 나뉩니다. 화력발전소는 다시 기력(汽力), 복합화력, 열병합발전소로 분류되고 수력은 발전용댐, 다목적댐, 소수력과 조력발전소(潮力發電所)로 세분됩니다. 파주에너지서비스란 파주시봉암리에 위치한 복합화력발전소(複合火力發電所)인 파주천연가스발전소를 운영하는 회사이며, SK E&S의 자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천연가스로 발전하는 파주천연가스발전소의 설비용량은 대략 1,700MW(1,700천KW)로 대략 풍력발전기 1,000대분에 해당됩니다. 우리나라 최대풍력발전단지인 경상북도 영양의 풍력발전기가 모두 24기인 것을 감안하면 여기 파주천연가스발전소의 설비용량이 어느 정도인지 어렵지 않게 가늠됩니다.
문산천은 수력발전소를 건설할 만큼 수량이 많지 않고 댐을 설치할 만한 곳도 없습니다. 댐을 막아 흐르는 물을 담은 곳은 마장호수가 유일합니다. 이 호수는 농업용수확보와 관광을 위한 곳으로 발전을 하기에는 저수 용량이 턱 없이 부족해 그 아래 몇 곳에 보를 설치해 농업용수로 쓰고 있을 뿐입니다. 비록 수력발전소는 아니지만, 이를 가름할 만한 발전소가 문산천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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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19분 광탄교를 출발했습니다. 3주 만에 다시 나선 문산천 따라 걷기는 제 고향 광탄의 광탄교에서 시작했습니다. 경기도 군포시의 산본역에서 승차해 이촌역에서 한 번 바꿔 탄 후 파주시의 월롱역에 이르기까지 2시간이 조금 못 걸렸습니다. 월롱역에서 하차해 광탄교를 향해 택시로 이동하는 중 배우 사마자님의 고향이 문산천 남쪽의 위전리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파주시 광탄읍의 창만리와 방축리를 이어주는 교량 광탄교를 사진 찍은 후 문산천 남쪽 제방 길을 따라 서진했습니다. 요 며칠 내린 비로 보가 가득 차 청둥오리가 제 세상을 만난 듯 떼를 지어 유영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부곡교를 건너 조금 더 가자 광탄읍의 분수리에서 발원한 무명천이 합류해 바로 위에 또 다른 보가 있음에도 합수점에 물이 가득 차 넉넉해 보였습니다. 이내 하천가로 내려가 천변에 낸 시멘트 길을 따라 걸으면서 청둥오리와 두루미를 근접 촬영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한 것은 이 새들이 몸놀림은 둔해도 청각이 뛰어나서였습니다.
12시23분 백석새마을교를 건넜습니다. 제방 아래 천변길을 걷노라면 하천의 생태를 보다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많은 사람들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들을 찾아 헛수고를 다반사로 하는 듯싶습니다. 하천에 바짝 붙어 제방 아래 길을 걷다보면 천변 풍경이 단조로운데다 둑방 너머가 보이지 않아 어느 곳을 지나가고 있는지를 알 수 없어 이 삼 십분 정도 걸으면 답답해집니다. 단조로움을 깨기 위해 다시 제방 길로 올라가 걷다가 맞은 편 제방 길로 걸어보고자 백석새마을교를 건넜습니다. 다리 건너 넓은 논을 지나 보이는 마을이 위전리로 작고한 최무룡님과 더불어 파주가 자랑하는 후덕한 탤런트 사미자님의 고향입니다. 천변으로 내려가 양쪽 제방 간의 거리가 130m 가량 되는 문산천에 놓인 징검다리를 카메라에 옮겨 담으면서 다리 하나하나가 너무 잘 다듬어져 징검다리 특유의 투박함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뚝방길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막혀 있는 것은 위전리배수펌프장을 지나면서 알았습니다. 바로 앞 월롱교 는 월롱역 쪽 굴다리를 지나 건넜습니다.
13시14분 덕은교 아래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월롱교를 건너 다시 천변 시멘트 길로 내려섰습니다. 십 수m를 건너 다다른 덕은교는 방금 전에 건넌 월롱교와는 커피하우스를 가운데 두고 지척의 거리에 추가해 놓은 다리입니다. 이 다리아래에서 햄버그를 꺼내 들면서 따끈한 커피를 준비해오기를 참 잘했다 한 것은 급작스레 기온이 떨어져 2시간 가까이 걸었는데도 좀처럼 냉기가 가시지 않아서였습니다. 다리 아래 물가로 다가가자 갯벌에서 볼 수 있는 미세한 진흙이 보여 임진강과 만나는 이 하천의 하구가 멀지 않다 했습니다. 이제껏 서쪽으로 흘러온 문산천이 덕은교를 지나자 오른 쪽으로 확 틀어 북쪽으로 흘러갔습니다. 하천 건너로 준공된지 얼마 안 된 서울문산고속도로가 가까이 보여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방 아래 천변 길을 걷다가 다시 제방에 올라선 후 북쪽으로 더 걸어가자 옥석교 건너로 LG필립스의 거대한 단지가 두 눈을 압도했습니다. 나중에 택시기사 분에게서 LG필립스도 경기침체로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져 구조조정에 들어가 회사를 그만둔 사람이 많고, 납품업체도 많이 도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14시30분 파주에너지서비스를 지났습니다. 문산천을 경계로 서쪽의 월롱면지역은 가까이에 야산이 자리하고 그 끝자락에 LG화학 등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있어 건너편의 들판이 넓은 파주읍 쪽보다 조금은 갑갑해 보였습니다. 옥석교를 지나자 오른 쪽 들판 너머로 해발213m의 봉서산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1965년에 졸업한 문산중학교의 교가는 “임진강 내리막에 넓은 벌이 생겼거니, 봉서산 높은 곳에 봉황어이 없었으랴"로 시작됩니다. 작년 추석 때 봉서산에올라가 내려다본 넓은 벌이 제가 지금 걷고 있는 들판으로, 앞서 지나온 위전리 들판보다 더 넓어 보였습니다. 넓은 들판이 좁아지면서 신봉암교와 마주한 파주에너지서비스 앞에 이르렀습니다. 저 깔끔한 건물에서 어인 일로 수증기를 연기처럼 뿜어내나 궁금해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즉, 이 건물은 파주에너지서비스 회사가 관리하는 파주천연가스발전소였습니다.
임진강이 가까워져서인지 바람이 한층 거세졌습니다. 목장갑을 끼었는데도 손끝이 시려온 것은 강바람 때문만은 아닙니다. 세 해 전 70세를 넘긴 나이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은 며칠 전 세 살 위인 방송대 선배 한 분이 이 세상과 작별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서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사 오 십리 길을 한 번에 걸을 수 있다는 것만도 분에 넘치는 일이다 싶어 주님께 감사하며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15시25분 문산 시내 휴면빌아파트를 지났습니다. 파주에너지서비스를 지나 북쪽으로 곧게 나 있는 문산천 동쪽 제방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문산천 좌우로 키가 작은 달뿌리와 너무 훤칠해 등을 굽힌 갈대가 천변을 가득 채워 철이 지난 황금빛 들판을 다시 보는 듯 했습니다. 문산천에 설치한 대전차장매물을 보고 제가 걷고 있는 문산이 휴전선에서 멀지 않은 전방지역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감지했습니다. 먹구름이 가시고 하늘이 열리자 바람이 연출하는 갈대의 군무가 볼만 했습니다. 천변 길을 걸으면서 하늘의 먹구름과 냇가의 진흙 색이 같은 계열의 색임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문산천에 합류되는 동문천을 동문천교로 건너 문산 시내에 들어서자 우뚝 솟은 휴먼빌아파트가 저를 반겼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는 파주군의 군청소재지는 금촌이 아니고 문산이었습니다. 제가 졸업한 금촌의 중학교가 금촌중학교가 아니고 문산중학교인 것은 이 학교 역시 문산에서 옮겨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문산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초등학교 4학년(1958년)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어머니께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 홀로 문산에 오셔서 얼마간 고된 일을 하셨습니다. 그때 어머니 손을 꼭 잡고 파주 광탄의 창만4리 집을 출발, 용주골과 주내를 거쳐 문산까지 걸어간 일이 있습니다. 아주 드물게 지나가는 차를 보고 신기해했을 정도로 벽지에서 살아온 제게는 파주에서 가장 번잡한 문산을 다녀왔다는 것은 뉴스거리였기에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때 임진강에 면해 있는 하동에서 말조개(?)를 잡은 일이 생각납니다. 듣기로는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문산의 하동에 고깃배가 들어왔다고 하는데 그 하동이 정확히 문산의 어느 곳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큰형수님이 고향인 문산에서 저희 광탄의 집으로 시집오신 것은 그 3년 전인 1955년의 일입니다.
16시31분 임진강변의 반구정에서 문산천 따라 걷기를 마무리했습니다. 문산 시내와 차도를 가운데 두고 떨어져 있는 문산노을길은 문산주민들이 만든 옛날 뚝방길입니다. 재작년 평화누리길 종주때 건넌 임월교를 지나자 북한군의 잠입을 막고자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임진강하구 다리가 보였고 이 다리 오른 쪽으로 자전거전용 평화누리길이 나 있어 이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임진강에 가장 근접한 자유로의 문산대교에서 임진강을 사진 찍는 것으로 문산천 따라걷기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바꾼 것은 그 쪽으로는 길이 나 있지 않아서였습니다. 군에서 쳐놓은 펜스 오른 쪽에 낸 자전거 길을 끝까지 따라가 일반 차도로 들어선 다음, 왼쪽으로 이어지는 1차선의 좁은 차도를 진행해 반구정에 이르렀습니다. 서둘러 강변 언덕에 자리한 반구정에 올라 문산천의 물을 기꺼히 받아들인 임진강의 저녁나절 정경을 완상하는 것으로 하루 여정을 매듭진 후 택시를 타고 문산역으로 이동했습니다.
문산에서 멀지 않은 용주골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회 총무에 전화를 했더니 쏜살같이 달려 나왔습니다. 저녁으로 사준 돼지갈비를 맛있게 들어 고맙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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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길에 전철에서 시간을 죽이느라 생각해 낸 것이 파주천연가스발전소입니다. 파주 땅에 풍력발전기 천 대를 설치했다면, 또는 이에 상당하는 발전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면 소음과 환경파손 문제가 심각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점에서 풍력이나 태양광보다 천연가스발전소를 설치한 것은 참 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천연가스발전보다 더 환경 친화적인 것은 미세먼지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환경 친화적이고 생산원가가 저렴한 원자력발전은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은 수십년 동안 단 한 번도 안전사고가 나지 않은 것으로 그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에너지전환정책이 과연 잘된 것이냐는 시대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의견을 달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원자력발전이 위험하다면서 향후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과연 타당했는가는 훗날 반드시 재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현 정부가 영화 판도라의 영향을 받아 에너지정책을 전환했다는 소문은 저는 믿지 않습니다.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인 우리나라의 정책결정시스템이 엄청 중요한 에너지 정책을 감성에 의존해 결정할 만큼 결코 후진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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