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적벽강엿여울-무지개다리-용화리정류장
*탐방일자: 2021. 12. 9일(목요일)
*탐방코스: 수통리버스종점-적벽강엿여울-적벽교-수통교-무지개다리
-잠수교-인삼골골캠핑장-용화리정류장
*탐방시간: 10시50분-15시17분(4시간27분)
*동행 : 나홀로
이번 열 번째 금강 탐방은 온전히 금산의 금강을 따라 걷는 것으로 진행했습니다. 지난 6월 전북 장수군의 신무산 아래 뜬봉샘에서 시작한 ‘금강 따라 걷기’가 진안군을 거쳐 무주에 첫 발을 들인 것은 여섯 번째 나들이 때였습니다. 무주군의 외요대에서 뒷섬마을에 이르는 여덟 번째와 금산군 부리면 방우리 땅을 걸은 아홉 번째 나들이는 무주와 금산을 넘나들며 진행했습니다.
여덟 번째와 아홉 번째 금강 탐방에서 제가 주목한 곳은 충남금산군부리면의 방우리입니다. 방우리는 무주읍과 접해 있는 시골마을로, 행정구역상 금산에 속해 있지만 생활권은 무주와 더 가깝다고 합니다. 금산읍에서는 방우리까지 차도가 이어지지 않아 군내버스가 운행되지 않습니다. 무주읍에서 이 마을까지는 차도로 연결되어 있지만, 행정구역이 달라 무주군에서 방우리 주민을 위해 군내버스를 운행할 수 없는가봅니다. 이래저래 버스가 운행되지 않아 방우리는 자기 차나 택시를 타야 갈 수 있는 교통의 오지로 쳐져있습니다.
제 고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소풍을 몇 번 갔던 보광사 절은 원래 경기도양주군광적면에 속해 있었습니다. 양주군에서 버스도 다니지 않고 면사무소까지 거리도 멀어 절 인근의 마을주민들은 양주군의 광적면에서 보다 가까운 파주군의 광탄면으로 관할을 바꿔달라고 여러 차례 청원을 냈었습니다. 마침내 청원이 받아들여져 지금은 파주군의 광탄면으로 관할 면이 바뀌었고, 덕분에 면사무소로 가는 교통이 엄청 편리해졌습니다. 하천이나 산줄기를 경계삼아 행정구역을 나눈 것이 지역주민들에 불편을 주고 있다면, 제 고향에서 그랬듯이 관할을 바꾸는 것도 검토해볼 만한 일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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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탐방한 곳은 금산군부리면수통리의 적벽강에서 제원면의 용화리에 이르는 금강의 강변길입니다. 아침6시31분에 수원역을 출발하는 기차에 탑승, 시간 반을 달려 다다른 곳이 대전역입니다. 대전역에서 택시를 타고 부사오거리로 이동, 8시40분에 금산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반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금산버스터미널에서 인근 버스정류장으로 옮겨, 10시20분이 거의 다되어 수통리행 버스에 승차했습니다.
오전 10시50분 수통리버스종점을 출발했습니다. 수통리종점에서 하차하여 지난번 방우리의 끝점에서 바라만 보았던 적벽강의 엿여울로로 향했습니다. 적벽교를 건너 왼쪽으로 이어지는 차도는 엿여울에 다리를 놓는(?) 공사차량만 몇 대 다닐 뿐 일반 차량들이 거의 지나지 않아 강 건너 적벽에 마음 편히 눈길을 줄 수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평창강의 적벽강을 닮은 듯도 한 여기 금강의 적벽강을 사진 찍으면서 여기저기 강에다 적벽강이라고 이름 붙이면 적벽강은 고유명사에서 보통명사로 바뀔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2년 후 준공을 목표로 방우리와 수통리를 잇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엿여울에 바짝 다가가지 못하고 30-40m 떨어진 곳에서 사진만 찍었습니다.
11시10분 적벽강의 엿여을에서 열 번째 금강 따라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금강하구까지 294 Km 남았음을 알리는 표지 폴(pole)을 확인하고 곧바로 걸어온 길을 1Km 가량 걸어 적벽교를 다시 건너 차도를 버리고 왼쪽 제방 길로 들어섰습니다. 꽤 긴 제방을 견고하게 축조한 것으로 보아 여기 수통리마을에서 홍수피해가 한 번 크게 났던 적이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겨울에 넓은 둔치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젊은이들을 부러워하면서 제방길을 빙 돌아 수통대교 앞에 이르러, 정자에 앉아 가져간 햄버그를 꺼내 들어 점심을 대신했습니다. 이제껏 음식점을 찾는 수고를 덜고 식사시간을 줄여보고자 간편한 햄버그를 싸갖고 가 점심을 대신했는데, 날씨가 추워지자 식사를 했는데도 몸에서 한기가 가시지 않자 새삼 뜨거운 찌개나 국이 그리웠습니다.
12시15분 수통대교를 건넜습니다. 다리를 건너며 제방을 휘돌아 흐르는 금강을 바라보자 저 강 또한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저를 지켜보고 있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혼자서 강 길을 걷노라면 강물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일 때가 자주 있듯이 강물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나 싶어 하는 말입니다. 수통대교를 건너 도파정류장에 세워져 있는 표지폴에 290Km로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앞서 걸은 수통리의 제방길은 그 길이가 약3Km 가량되는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부리면사무소로 이어지는 차도를 따라 걷다가 이내 오른 쪽 천변길로 내려가 엿여울에서 대산리까지 이어지는 강변에 낸 자전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천변 길은 다시 제방길로 바뀌어 서쪽으로 이어나갔습니다.
제방 길을 걸으며 강 건너에 자리한 중앙내수면연구소 건물에 눈길이 간 것은 서울사대 생물과의 최기철교수님이 생각나서였습니다. 화학과를 다닌 제가 교수님의 과목을 수강한 것은 일반생물이 전부였습니다만, 중 · 고등학교를 다닐 때 배운 생물교과서는 최기철 · 김준민 두 교수님이 공저한 것이었습니다. 연구소 건물을 보자 대학교 다닐 때 최기철교수께서 내수면의 어류의 종류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두 교수님의 제자 한 분이 저를 이끌어주신 중학교 은사님이라는 것도 여기에 병기합니다.
13시22분 무지개다리를 건너 부리면의 신촌리로 들어서자마자 왼쪽 천변 길로 내려가 자전거 길을 이어갔습니다. 천변 길을 따라 걷다가 제방 길로 올라가 시계방향으로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제방이 길어 모처럼 삽상한 강바람을 오래 쐴 수 있었습니다. 제방 길을 걸으며 신경이 쓰였던 것은 산책 중인 한 아주머니가 데리고 온 큰 개였습니다. 목줄이 풀린 덩치 큰 개가 제게 다가와 짖어 위협이 느껴졌습니다. 개 주인에 항의하자 가만히 서 있으면 안전하다며 개를 불러 화를 면했습니다만, 개를 풀어놓은 주인의 무책임한 처사에 부화가 치밀었습니다. 간신히 참고 이번 탐방의 끝점인 용화리로 가는 길을 묻자 조금 더 걸어가면 왼쪽 아래에 잠수교가 있는데 그 다리를 건너가면 용화리에 이를 수 있다고 길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금산8경의 한 곳인 귀래정을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잠수교를 건넜습니다. 큰 비가 오면 물에 잠기어 건널 수 없는 잠수교를 건너면서 쉬지 않고 흐르는 금강의 물 흐름을 지켜보았습니다.
14시12분 인삼골캠핑장 주차장에 이르렀습니다. 잠수교를 건너 네모반듯한 새하얀 현대식 가옥이 여러 채 모여 있는 아세로팬션을 지났습니다. 강 따라 조금 내려가 도착한 인삼골캠핑장주차장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고갯길이 대산리로 가는 자전거길이라는 것을 알고도 그대로 직진한 것은 갈 수 있는데 까지 최대한 강길을 따라 걸어보겠다는 욕심이 발동해서였습니다. 전신주를 따라 이어지는 시멘트포장의 강변길은 그리 길지 않아, 집 한 채를 지나자 이내 시멘트 길이 끊어졌습니다. 풀들이 무성한 밭둑길로 풀들을 헤치고 나아가보았으나 그마저도 산이 가로막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별 수 없이 인삼골캠핑장주차장으로 되돌아가 잠시 쉬면서 길이 끊겨 강줄기를 따라 걷지 못한 구간들을 한 곳 한 곳 그려보았습니다. 이제까지 강 길을 이어가지 못하고 건너 뛴 구간은 이번을 포함해서 모두 다섯 곳입니다. 건너 뛴 구간이 모두 비경이다 싶은 것은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여서가 아닌가 합니다.
15시17분 용화리버스정류장에서 10구간 탐방을 마쳤습니다. 인삼골캠핑장 주차장에서 고개를 넘어 다다른 곳은 가마골입니다. 삼거리 길가 산자락에 ‘管城陸氏之址(관성육씨지지)’의 비석이 세워진 것으로 보아 관성육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던 곳 같은데 과연 그러했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비석도 작지만 그 옆의 강아지상 석조는 더욱 작아 앙증맞아보였습니다. 용화1리 버스정류장을 지나 금강변의 삼거리에 도착해 건너뛴 금강에 다가가 강 길을 이어가지 못해 아쉬워하는 저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바로 옆 정류장으로 옮겨 10분 남짓 버스를 기다렸다가 금산행 버스에 오르는 것으로써 10구간의 금강 따라 걷기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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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강변을 따라 걷는 것이 아기자기해 혼자 걸어도 즐겁습니다. 강가에 나있는 차도를 따라 걸을 때는 쌩쌩 달리는 차들에 신경이 쓰이지만, 한갓진 제방 길이나 천변 길을 걸을 때에는 시원한 강바람에 가슴이 탁 트이고, 굽이져 흐르는 강물을 보노라면 아기자기한 재미도 느끼곤 합니다. 아마도 이것은 강을 따라 걷는 길이 직선이 아니고 곡선으로 나 있어서일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강물이 여울진 곳을 지날 때 내는 소리가 마치 산속에서 조잘대는 새소리와 같아 마냥 정겹게 들려서 그러할 것입니다.
나이가 더해지면서 힘이 달리는 듯해 산길을 강 길로 바꿔 걷기를 시작한 지 만2년이 다 되갑니다. 작년 1월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에서 시작한 강줄기 따라 걷기는 섬진강과 영산강에 이어 금강을 따라 걷고 있습니다. 섬진강은 열다섯 번 길을 나서 끝까지 걸었고, 영산강은 아홉 번을 나서 다 걸었습니다. 반년 전에 시작한 금강 따라 걷기는 전북 장수-진안-무주를 거쳐 충남의 금산에 접어들기까지 모두 열 번을 나섰습니다. 강물이 내려가 더 넓은 바다로 흘러들어가듯이 우리네 인생도 결국에는 저승의 바다로 흘러들어 갑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이와 다르지 않을 진데 그저 앞으로 내달리기만 할 일은 아닙니다. 천년을 한 가지로 흐르는 강물을 잠시 멈춰 세울 수 있다면 함께 파이팅을 외쳐보고 싶습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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