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신화인터내쇼날-의왕역-의왕조류생태과학관
탐방일자: 2022. 12. 28일(수)
탐방코스: 신화인터내쇼날-초평지하차도-의왕역-왕송생태습지
-의왕조류생태과학관-의왕역
탐방시간: 15시4분-17시4분(2시간)
동행 : 나 홀로
3년전에 시작한 강줄기 따라 걷기는 그동안 상당히 진척되어 섬진강과 영산강, 그리고 남한 땅의 임진강 등 3강은 강 하구까지 다 걸었습니다. 나머지 긴 강중 전장 401Km의 금강은 330Km 가량 걸었고, 전장 514Km의 한강은 90Km 가량, 그리고 전장 525Km의 낙동강은 70Km 이상 걸었습니다. 당장이라도 금강으로 달려가 남아 있는 부여-강경-군산하구둑 구간의 탐방을 빨리 마치고 싶지만,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가 계속되어 얼마간은 집근처 하천을 걸어볼 생각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산본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하천은 안양천입니다. 수원시와 의왕시를 경계 짓는 지지대고개에서 발원해 안양시를 거쳐 서울 목동 부근에서 한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안양천은 재작년에 두 구간으로 나누어 다 걸었고, 안양천으로 흘러드는 학의천과 학의천에 합류되는 청계천은 작년 초에 따라 걷기를 마쳤습니다. 안양천 다음으로 가까운 하천은 의왕의 오봉산에서 발원해 평택에서 진위천에 합류되는 황구지천입니다. 날씨가 풀릴 때까지 이 하천을 걸어볼 생각에서 이번에 발원지를 찾아 나섰습니다. 카카오맵에는 황구지천이 오봉산 남쪽의 신화인터내쇼날 앞 지점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나와 있어, 산본 집에서 택시를 타고 신화인터내쇼날로 향했습니다.
이번에 첫발을 들인 황구지천은 진위천의 제1지류이자 안성천의 제2지류입니다. 경기도 의왕시 부곡동 일대에서 발원하여 군포시를 잠깐 들러 다시 의왕시의 왕송호수로 흘러들어가는 황구지천은 수원시와 화성시를 차례로 지나 평택시의 서탄면황구지리일대에서 진위천에 합류됩니다. 용인시 이동면 서리 부아산(404m) 남동쪽 계곡에서 발원한 진위천은 평택시의 오성면창내리 일대에서 안성천으로 흘러들고, 용인시 원삼면 학일리 쌍령산(502m) 남쪽 계곡에서 발원한 안성천은 아산만방조제에 다다라 서해로 흘러들어갑니다. 카카오맵에는 황구지천의 발원지가 오봉산 남쪽 부곡동으로 나와 있지만, 왕송호수 수문 하류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황구지천이 이 지점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왕송호수 수문에서 황구지리의 진위천 합류점까지 황구지천이 흐르는 유로길이는 30.4Km로 나무위키는 적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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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4분 의왕시부곡동의 신화인터내쇼날을 출발했습니다. 신화인터내쇼날에서 확인한 황구지천의 시작점은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 하천의 발원지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남서쪽으로 흐르는 황구지천을 따라 100여m를 걸어 덕영대로를 건넌 다음 의왕테크노파크 버스정류장을 막 지나 왼쪽으로 이어지는 황구지천을 따라 걸으면서 홀로 얼음 위에서 쉬고 있는 백로 한 마리를 지켜보았습니다. 하천 폭이 좁아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렸을 법 한데 백로가 미동도 하지 않은 것은 강추위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로를 건너 다다른 ‘살기 좋은 새터마을’ 표지석을 지나자마자 오른 쪽으로 꺽어 황구지천의 우안 길을 따라 걷다가 부곡교를 건넜습니다. 4-5분 오봉로를 따라 걷다가 왕송고가교 앞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 초평지하차도를 지났습니다. 황구지천 좌안길을 7-8분 걸어 왕송못동로에 이른 후에는 이 길 오른 쪽의 인도를 따라 걸었습니다. 금천2교 다리 아래 황구지천의 오리들은 떼를 지어 유영하고 있어서인지 백로처럼 외롭다거나 쓸쓸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15시50분 금천2교를 지났습니다. 금천2교에서 5분가량 걸어 다다른 의왕역 1번출구에서 조금 더 남진해 초평교에 이르렀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 이어지는 황구지천의 우안 길은 몇 번 걸은 적이 있어 이번에는 좌안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초평교에 이르러 폭이 넓어진 황구지천 중 얼음이 얼지 않은 곳에서는 청둥오리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는데 하얀 눈이 덮인 얼음판 위에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레일바이크가 지나는 건널목을 건너자 왕송호수에 살고 있는 식물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가는 잎 그늘사초’ 등 77종의 식물과 눈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건널목을 건너 조금 더 걸어가자 꽤 넓게 자리한 왕송호수가 저를 반겼습니다. 호숫가 쉼터에 앉아 따끈한 커피를 마시면서 지켜본 왕송호수는 수면이 모두 얼어있는 데다 그 위에 쌓인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어 더욱 냉랭해 보였습니다. 왕송호수에 서식하는 조류가 논병아리 등 60종이나 된다는 것은 안내판을 보고 알았습니다. 초평교에서 벗어나 왕송못동로로 복귀해 남진하다 발걸음을 멈춘 곳은 의왕조류생태과학관 앞입니다. 레일 건너 나루에 정박한 나룻배에는 세 모녀가 타고 있었는데 뱃머리가 뭍을 향해 있는 것으로 보아 사공이 배를 대는 것 같았습니다. 요즘에는 보기 드문 풍경이어서 사공을 불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실물이 아닌 모형이어서 그리하지 못했습니다.
17시4분 의왕역에 도착해 황구지천의 첫 구간 따라 걷기를 마쳤습니다. 길 건너 의왕조류생태과학관을 들르지 않은 것은 기왕에 길을 나선 김에 왕송호수 수문까지 진행해볼까 하는 생각에서였는데, 해가 지기까지 남아 있는 시간이 한 시간이 채 안되어 레일바이크 매표장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의왕역으로 돌아갔습니다. 왕송못동로의 오른 쪽 인도를 따라 25분가량 걸어 다다른 의왕역1번출구에서 고가다리로 올라가 2번출구로 이동했습니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의왕역사 앞 시가지를 카메라에 옮겨 담은 후 2층 역사로 올라가 금정행 전철에 탑승해 황구지천의 짧은 첫 탐방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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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구(黃口)란 젖내 나는 어린아이라는 뜻으로, 철없이 미숙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황구지천(黃口之川)과 관련해 전해지는 전설은 황구(黃口)와 전혀 관계가 없어 더욱 흥미롭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 용소리 뒷산에 청룡사(靑龍寺)라는 절이 있었고, 그 절의 주지 이름이 황구지(黃口地)였다고 합니다. 이 절의 본당과 승방 사이에는 내가 있었기 때문에, 절의 스님들은 본당과 승방 사이를 오가기 위해서는 매일 이 내를 건너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주지가 이 곳에 돌다리를 놓았으며, 이 내의 이름을 절 주지의 이름을 따서 ‘황구지천’이라 부르기 시작하였고, 승방이 있었던 마을을 황구지리(현재 평택시 서탄면 황구지리)라 불렀다고 합니다. 청룡사 절과 돌다리는 이제 없어졌으나, 1970년 제방 축조 공사 때, 다리를 놓았던 돌로 추정되는 큰 돌들이 발견되었다고 나무위키 사전은 전하고 있습니다.
전설이 신화나 민담과 다른 점은 전설은 내용이 허구가 아님을 말해주는 증거물이 있다는 것입니다. 1970년 제방 공사 때, 다리를 놓았던 돌로 추정되는 큰 돌들이 발견된 덕분에 황구지천의 위 전설은 오래 남아 후세까지 전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승방이 있었던 황구지리 마을 일대가 황구지천의 끝점인 진위천과의 합류점이라는 것도 이 전설의 수명을 길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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