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황구지천 따라 걷기

황구지천 따라 걷기5(최종회: 세마교-정남교-진위천 합수점)

시인마뇽 2023. 3. 29. 22:16

탐방구간: 세마교-정남교-진위천 합수점

탐방일자: 2023. 3. 17()

탐방코스: 세마교-서오산JCT-정남교-수직교-진위천합수점-서탄119안전센터

탐방시간: 1142-1732(5시간50)

동행       : 나 홀로

 

 

  이번 황구지천의 마지막 따라 걷기는 경기도화성시안녕동의 세마교에서 시작해 평택시서탄면회화리의 진위천/황구지천 합수점에서 끝냈습니다. 춘분을 며칠 앞둔 요즈음 한낮의 기온은 영상10도를 오르내려 이번에 처음으로 춘추용 자켓으로 갈아입고 봄나들이에 나섰는데, 가슴팍을 파고드는 강바람은 여전히 냉랭했습니다. 이는 아마도 남녘의 훈기를 몰고 올라와 대지를 일깨우는 춘풍을 온 몸으로 맞으면서도 제 가슴 속에서 아직 춘흥(春興)이 일지 않아 그러했을 것입니다.

 

  한참 동안 황구지천을 따라 걷고 나서 춘심(春心)이 느껴진 것은 강둑에서 냉이를 캐는 아낙네와 인사를 나누고 나서입니다. 도대체 냉이가 뭐 길래 겨울 내내 얼어붙어 있었을 춘심을 일깨워 아낙네를 들판으로 내모는지 궁금했습니다. 사전을 찾아본 즉, 냉이는 십자화과의 두해살이풀로 높이는 10-50cm 정도이며, 잎은 뭉쳐나고 갓 모양으로 갈라지고, 5-6월에 흰 꽃이 총상(總狀) 화서로 꽃줄기 끝에 피고 거꾸로 된 삼각형의 납작한 각과를 맺는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 널리 퍼져 들이나 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냉이가 이른 봄 아낙네를 밖으로 불러내는 것은 냉이의 어린잎과 뿌리가 식용으로 쓰여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먹을 것들이 지천으로 쌓여 있는 요즘에는 들판에서 냉이를 캐는 아낙네들이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여전히 눈에 띄는 것은 봄바람이 춘심(春心)을 몰고 와 겨우내 잠자고 있던 여인네의 춘흥을 일깨워서가 아닌가 합니다. 오늘의 여인네들이 냉이를 캐러 들판에 나가는 것은 냉이와 더불어 옛 추억을 캐내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1976년 봄 집사람을 따라 경기도여주의 신륵사 앞 한강변으로 가서 냉이를 캤던 일이 있습니다. 당시 집사람은 저와 결혼하기 전의 처자로 경기도 광주시의 중학교에서 같이 학생들을 가르친 동료 교사였습니다. 그 흔한 냉이를 캐러 멀리 여주까지 간 것은 학생들의 눈을 피해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였습니다. 냉이도 캐고 사랑도 나눈 47년 전의 여주나들이가 봄만 되면 기억나는 것은 23년 전부터 집사람은 천국에서 냉이를 캐고 있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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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본 집을 출발해 수원시의 세류역까지 전철로 이동했습니다. 세류 역에서 25번 버스로 갈아타 지난번 황구지천 탐방을 끝낸 뱅뱅이정류장에서 하차해 세마교로 다가갔습니다. 정오가 다되어가는데 강바람은 여전히 차가웠습니다.

 

  1142분 뱅뱅어패럴 건너편의 세마교를 출발했습니다. 강둑에서 아래로 내려가 황구지천 우안의 하천부지에 낸 시멘트 길로 들어섰습니다. 자전거길이자 지빙관리용도로로 낸 이 길을 따라 남진했습니다. 세마교를 건너 황구지천의 좌안길을 따라 걸으려다 우안길로 바꾼 것은 오산-화성간의 171번 고속도로가 바로 옆으로 지나 시끄러울 것 같아서였는데, 바꾸기를 참 잘했다 싶은 것은 건너 편의 우안길을 걷는데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소음이 크게 들렸습니다. 천변 늪지의 수변초목들은 아직 물이 안 올라서인지 새잎이 돋아나지 않아 여전히 칙칙해 보였습니다. 천변 길을 걸으며 얼음이 다 녹아 없어진 황구지천에서 유유히 유영하는 물오리들을 잠시 지켜보았습니다. 지난겨울 하천이 꽁꽁 얼어붙어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없게 되자 가까운 논밭으로 자리를 옮겨 낙수(落穗)들로 근근이 연명했을 저 새들은 겨울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1238분 제방 위 간이쉼터에서 점심을 들면서 10여분 쉬었습니다. 제법 넓은 발산보와 3개의 다리가 한 곳에 모여 엄청 시끄러운 서오산JCT교를 차례로 지나 서쪽을 바라보자 들판 너머 남북을 뻗어나가는 나지막한 산줄기가 보였습니다.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 산줄기는 산본의 감투봉에서 시작해 화성의 서봉산을 거쳐 평택의 평택호에서 끝나는 황구지천의 서쪽 울타리로 10여 년 전에 종주한 바 있는 한남서봉지맥이 틀림없습니다. 정남용수교 둔치야구장을 지나 제방 길에 벤치가 세워진 간이쉼터에서 햄버그로 요기를 했습니다. 다시 천변으로 내려가 갈대 숲 사이에 낸 자전거길을 따라 남진하다가 냉이를 캐는 아낙네와 인사를 나누고 나자 결혼하기 한 해전 집사람과 여주 신륵사로 냉이를 캐러 갔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10분 가까이 걸어가자 길쭉한 작은 섬이 하천 한 가운데 자리해 황구지천 물이 두 줄기로 나뉘어 흘렀습니다. 몇 개의 길쭉한 섬들이 연이어 있어 두 줄기로 갈라진 물줄기가 다시 한 줄기로 모아진 것은 화성시계향리의 까치매천1배수통문에 이르러서입니다. 정남교를 밑으로 지나자 다시 길쭉한 하중도가 보였습니다.

 

  1425분 수직교를 지났습니다. 하중도 앞 물위에서 떼 지어 놀고 있는 물오리들을 뒤로하고 4-5분 걸어가자 연 노란 봄꽃을 활짝 피운 산수유가 저를 반겼습니다. 공원이나 들에서 자라는 산수유는 산 속의 생강나무와 꽃 색깔도 노란 색으로 같고 개화기도 비슷하지만, 생강나무가 산수유보다 수피가 훨씬 깔끔해 나무껍질을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수직교를 조금 앞둔 지점에서 징검다리를 건너 좌안 길로 들어섰습니다. 또 다른 징검다리로 내려가 황구지천 물에 손을 담가보았는데 물은 생각만큼 깨끗하지 않았습니다. 수직교를 조금 지나 보에서 꽤 많은 물오리들이 유유자적하는 것을 보자 하천은 물이 많이 흘러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황구지천 좌안의 강둑으로 올라서자 동쪽으로 평택시 서탄면의 마두리벌이 넓게 펼쳐져 평택평야의 진면목이 바로 이런 것이다 했습니다. 마두리벌이 끝나는 동쪽 끝자리에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십여 년 전 오르내린 한남쌍령지맥 같습니다. 동쪽의 한남쌍령지맥은 서쪽의 한남서봉지맥보다 조금 더 높아보였습니다.

 

 

  1552분 진위천과의 합수점에 도착해 황구지천 따라 걷기를 마쳤습니다. 정문회화로를 따라 남진하며 내천하수문과 내천배수장을 차례로 지났습니다. 새로 지은 내천배수장을 막 지나 제방 오른 쪽 아래로 사람들이 다닌 것 같은 좁은 길이 나있어, 그 길로 내려섰습니다. 이 길에 나있는 발자국을 보고 사람 발자국치고는 너무 크다 했는데, 조금 후 한 젊은이가 말을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말발자국임을 알았습니다. 다시 제방 길로 올라가 조금 더 가자 오른 쪽 아래로 진위천을 건너는 간이다리가 보였습니다. 주변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어수선한 이 다리에 다가가 다리 중간쯤에서 오른 쪽으로 조금 떨어진 진위천/황구지천의 합수점을 사진 찍었습니다. 진위천 북쪽 제방길인 정문회화로로 돌아가는 중 길이 제대로 나있지 않은 왼쪽 풀숲 길로 들어가 합수점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 황구지천의 끝점을 사진을 찍는 것으로써 이 하천의 마지막 탐방을 끝마쳤습니다.

 

  1732분 서탄119안전센터에 도착해 하루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황구지천이 진위천에 합류되는 합수점에서 진위천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걷기에 편한 제방길 정문회화로에서 강변으로 내려가 울퉁불퉁한 천변의 공사로를 따라 걸은 것은 제방 길이 너무 좁아 차가 지나갈 때마다 멈춰서야 해서 그리 했습니다. 회화하배수로를 막 지나 만난 보는 물이 제법 깊어보였습니다. 이 보를 지나 울퉁불퉁한 공사로에서 올라선 곳은 진위부동산컨설팅사무소 건너편으로, 여기서 306번 도로를 건너 적봉리마을로 내려갔습니다. 이 마을에서 들판에 낸 농로를 따라 걸어 서탄119안전센터 앞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땀이 식어 등 뒤가 서늘했습니다. 길 건너 서탄초등학교를 사진 찍는 등 반시간 넘게 시간을 죽이다가 도착한 80번 버스에 승차해 병점역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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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구지천은 곧바로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큰 하천이 아닙니다. 의왕의 오봉산에서 발원한 황구지천은 중간에 수원천 , 원천천과 서호천의 물을 받아들여 세를 불린 후 평택시서탄면의 회화리에서 진위천에 합류됩니다. 황구지천의 물을 받아들인 진위천은 서해를 향해 흐르다가 평택시고덕면동고리에서 안성천에 합류됩니다. 진위천과 합류해 세를 불린 안성천은 아산만에 이르러 서해로 흘러들어갑니다. 안성천은 세 하천의 본류이며, 안성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진위천은 안성천의 제1지류가 되고, 진위천으로 유입되는 황구지천은 진위천의 제1지류이자 안성천의 제2지류가 됩니다.

 

  제가 이번에 따라 걷기를 마친 하천은 진위천의 제1지류인 황구지천입니다. 다음에는 용인시의 부아산에서 발원한 진위천을 따라 걸을 계획입니다. 그 다음 용인시 원삼면 학일리 쌍령산(502m) 남쪽 계곡에서 발원한 안성천을  따라 걸을 뜻입니다. 이렇게 해야 안성천의 하구인 서해의 아산만에 다다를 수 있고, 그래야 한수이남 경기도 서북쪽의 큰 하천 따라 걷기를 마칠 수 있습니다.  틈나는 대로 길을 나서 내년 안으로 진위천과 안성천 따라 걷기를 모두 마칠까 합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