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황구지천 따라 걷기

황구지천 따라 걷기3(오목천교-기안교-용주사)

시인마뇽 2023. 1. 2. 11:11

탐방구간: 오목천교-기안교-용주사

탐방일자: 2023. 1. 1()

탐방코스: 오목천역-오목천교-목감교-고색교-기안교-배양교

                 -군부대초소-배양1리버스정류장-용주사

탐방시간: 1244-1517(2시간33)

동행       : 나 홀로

 

 

  산과 물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보는 것이 동양인의 자연관인 것 같습니다. 산천(山川), 산수(山水), 산자수명(山紫水明),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 등의 단어나 문구 등이 아주 오래 전부터 쓰인 것만 보아도 산과 물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제가 걷고 있는 황구지천도 그렇습니다. 사시사철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황구지천에 물을 대주는 것은 이 하천을 둘러싸고 있는 둘레산줄기입니다. 이 하천의 유역을 경계 짓는 둘레산줄기에서 하늘에서 내린 비를 머금고 있다가 물을 흘려보내지 않는다면 물이 흐르는 황구지천을 더 이상은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산을 두고 강의 어머니라고 칭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산과 하천을 분류하는 데는 그 나름의 위계가 있습니다. 한반도의 모든 산은 백두산에서 비롯되었다는 조종산(祖宗山의식은 조선후기에 들어선 후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한반도의 산줄기를 우리 몸의 핏줄에 비유해 대간-정간-정맥으로 분류했습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큰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 칭하고 이 대간에서 정백정간과 낙동정맥 등 13개의 정맥이 바다를 향해 뻗어나가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한반도 남단의 산줄기를 거의 다 답파한 신경수님은  정맥과 거의 대등한 산줄기를 기맥으로, 대간이나 정맥 또는 기맥에서 분기된  긴 산줄기를 지맥으로, 지맥보다 짧은 산줄기를 단맥으로, 단맥보다 더 짧은 산줄기는 여맥 등으로 분류한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학계에서 분류하는 하천의 위계는 산줄기분류보다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하구에서 거슬러올라가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을 본류로 정하고, 이 본류에 합류되는 순서대로 제1지류, 2지류, 3지류 식으로 분류해 나갑니다. 보다 쉽게 설명하자면, 산이든 하천이든 모두 사람들처럼 족보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황구지천을 탐방하며 확인하고자 하는 것에는 황구지천을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와 이 하천에 흘러들어오거나 이 하천이 흘러들어가는 하천을 파악해 족보가 어떠한지 알아보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산본역에서 4호선 전철을 타고 한양대역으로 가서 20분 남짓 기다려 수원으로 가는 수인분당선전철로 환승했습니다. 한양대역에서 오목천역에 이르는 동안 차창 밖에 펼쳐진 눈 덮인 들판을 보았는데,  사흘 전 지난 황구지천 변의 들판보다 훨씬 광활했습니다.

 

  1244분 오목천역을 출발했습니다. 오목천역에서 1번 출구로 나와 지난번에 건너지 못한 이름 없는 인도교를 건너 왼쪽 위 오목천교로 이동했습니다. 서수원체육공원 입구에서 오목천교 아래로 내려가 세 번째 황구지천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걸은 황구지천의 좌안 길은 건너편 우안길보다 햇볕이 잘 들어서인지 눈이 녹은 부분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우안의 안심길 알림판은 수원시와 서수원경찰서가 세웠는데, 좌안의 알림판은 한전서수원지사와 서수원경찰서에서 전신주에 부착하는 것으로써 가름했습니다. 날씨가 조금 풀려서인지 물속에서 유영하는 물오리들이 여러 마리 보였습니다. 우안길과 마찬가지로 좌안길도 양쪽 가로 벚나무가 도열해 있어, 벚꽃이 터널을 이루는 봄에는 참으로 볼 만할 것 같습니다. 솔대교 아래 길을 황구나루터 산책로기 명명된 것으로 보아 옛날에는 여기 황구지천에서도 사공들이 나룻배로 사람들을 건네주어 오늘의 다리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옛날이라고 황구지천의 수심이 지금보다 더 깊었을 것 같지 않은데 나루터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나룻배를 띄우는 데는 지금의 수심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1345분 황구지천 자전거길의 끝점인 고색교에 다다랐습니다. 솔대교를 지나 올라선 제방 길은 눈이 녹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쌓인 눈을 밟고 다녀 노면이 미끄러웠습니다. 혹시라도 넘어지면 낭패를 보게 되어 천천히 한발 한발을 내딛었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자 사람들이 적게 다녀 길이 덜 미끄러운 하천부지로 내려가 수로를 정비해 거의 직선으로 흐르는 황구지천을 따라 걸었습니다.

 

  하천의 물 흐름은 직류보다 곡류가 훨씬 더 자연스럽습니다. 하천은 바닥상태가 균일하지 않은데다 지천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의 영향을 받아 계속해서 직선으로 흐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황구지천처럼 거의 평탄한 지형을 흐르는 하천은 양쪽의 강둑 안에서 자연스럽게 곡류가 만들어져 구불구불 흐르는 곳이 많이 생깁니다. 이러한 곡류는 산골짜기를 구불구불 흐르는 감입곡류(嵌入曲流) 에 대비되는 것으로 자유곡류(自由曲流)라 칭합니다. 어떤 하천이 직선에 가깝게 흐른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물 흐름을 손보아서 그런 것이지 자연스럽게 그리된 것은 아닙니다. 하천이 직선으로만 흐른다면 유속이 빨라져 물고기들도 물 흐름을 거슬러 위로 올라가기 힘들 것입니다. 다행이도 수로를 정비해 직선화한 구간은 매우 짧았습니다.

 

  황구지천자전거길의 끝점에 자리한 고색교는 주황색의 아취형 트러스교여서 이제껏 보아온 황구지천의 어느 다리보다 아름다웠습니다. 다리가 많기로는 파리의 세느강도 어느 강에 못지않은 것 같습니다. 미라보 다리 등  세느강의 여러 다리들은 각기 다른 양식으로 건설되어 배를 타고 지나면서 마치 야외에 전시된 다리들의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 같았습니다. 서울의 한강은 강폭이 훨씬 넓어 다리를 놓을 때 파리의 세느강처럼 조형미를 우선적으로 추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여기 황구지천은 세느강보다 폭이 훨씬 좁아 절반만이라도 형상미가 뛰어난 다리를 놓는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러 황구지천을 찾지 않겠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안교에는 고색교와 수원제3일반산업단지교를 차례로 지나 오후 2시가 다되어 도착했습니다. 이 다리의 길이가 87.5m로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하천폭은 100m가 채 못 되는 것이 확실해 자유곡류를 만들어지기에는 좀 좁지 않나 싶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꺾어 우안길로 들어섰습니다. 40-50m 가량 걸어가 서호천의 물이 황구지천으로 흘러들어오는 합류점을 사진 찍었습니다. 이 지점을 지나서도 지도에 황구지천으로 계속 표기되는 것은 서호천이 황구지천의 제1지류이기 때문입니다.

 

  1430분 황구지천변의 군부대초소 앞에 이르러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황구지천이 수원시에서 화성시로 진입하는 지점은 배양교입니다. 기안교에서 10분 남짓 걸어 배양교에 이르자 다리 건너 저 먼 곳에 자리한 산줄기가 눈을 끌었습니다. 이 산줄기는 황구지천의 북쪽 울타리가 되어주는 한남정맥으로 가장 높게 보이는 산은 수원의 광교산입니다. 배양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용주사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이르자 하단을 벽돌로 쌓아 그 위에 환풍구를 올려놓은 듯한 구조물 2개가 세워져 있었는데 용도가 무엇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5-6분을 더 걸어 군부대초소 앞에 이르자 적군의 침투를 막고자 하천을 가로질러 장애물을 설치한 것이 보였습니다. 2층 망루의 초병에게 물어 더 이상 황구지천을 따라 걸을 수 없음을 확인한 후 삼거리로 되돌아갔습니다.

 

  1517분 용주사에 이르러 세 번째 황구지천 탐방을 마쳤습니다.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농로를 따라 걸어 배양1동 버스정류장에 다다랐습니다. 지나가는 한 분께 길을 물어 골프장 울타리 옆으로 낸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중원 C&D 건물 뒤   구릉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나지막한 고개를 넘었습니다. 해발 100m대의 낮은 산을 왼쪽으로 끼고 내려가자 오른 쪽으로 화산터널이 보였습니다. 그대로 직진해 다다른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용주사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습니황구지천 따라 걷기는 여기서 끝내고, 그동안 별러왔던 천년고찰 용주사와 조선왕릉 융건릉을  둘러보았습니다. 두 곳 모두 정조의 효심을 읽을 수 있는 곳이어서 가족들이 함께 와서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이번에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황구지천을 둘러싸고 있는 북쪽 산줄기가 광교산을 지나는 한북정맥이라는 것과 광교산에서 발원한 서호천이 황구지천에 흘러드는 제1지류라는 것이었습니다. 황구지천의 북쪽 울타리인 한남정맥은 2005년에, 서쪽 울타리인 한남서봉지맥은 2012년에, 그리고 동쪽 울타리인 한남쌍령지맥은 2013년에 종주한 적이 있습니다. 배양교에서 바라본 광교산과 한남정맥이 반가웠던 것은 이 때문입니다. 광교산에서 발원한 수원의 3대하천이 황구지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제1지류라는 것은 앞으로 확인할 일입니다.이번에는 그중 하나인 서호천이 기안교 부근에서 황구지천으로 흘러드는 것을 보았으니 서호천이 항구지천의 제1지류라는 것은 확인한 셈입니다. 황구지천 탐방이 끝나면 진위천과 안성천을 따라 걸으려하는 것은 그리해야 황구지천의 족보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리라 기대할 수 있어서입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