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의왕조류생태과학관-금곡교-오목천교
탐방일자: 2022. 12. 29일(목)
탐방코스: 의왕조류생태과학관-왕송호수수문-농심교-금곡교-호매실교
- 오목천교- 오목천역
탐방시간: 13시51분-17시11분(3시간20분)
동행 : 나 홀로
제가 경기도의 도청소재지인 수원시에 첫 발을 들인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인 1968년의 일입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고교동창 이규성 군과 단 둘이서 떠난 8박9일간의 여행은 서울을 출발하는 것으로써 시작되었습니다. 춘천과 인제, 울산바위, 낙산사, 강릉, 북평, 영주, 원주, 여주, 수원을 차례로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긴 여행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여주에서 수원까지 타고 간 기차는 협궤열차로 폭이 좁고 차량이 3칸(?) 밖에 안 되어 길이도 매우 짧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그 열차는 승무원이 땀을 뻘뻘 흘리며 삽으로 연신 퍼넣은 석탄을 태워 얻은 수증기로 운행하는 증기기관차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제 기억이 정확한지는 58년전의 일이라서 장담할 수 없습니다. 수원의 남문 부근에서 하차해 서울행 버스를 타고 수원시를 지난 것이 첫 번째 인연이었습니다. 10년 후인 1978년에 다시 수원시를 찾게 된 것은 이 도시에 소재한 수성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아서였습니다. 학생들에게 화학을 가르치면서 수원시를 조금씩 알아가다 서울로 직장을 옮기느라 단 8개월로 이 시와 다시 맺은 인연도 끝났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수성고등학교 학생들이 펼친 능(陵)행차 행사로, 그때 단 한번 북문과 남문 모두 문을 걸어서 통과한 일입니다.
어림잡아 13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대도시 수원시를 에워싸고 있는 산중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한남정맥이 지나는 해발582m의 광교산입니다. 이 산에서 발원한 원천천, 수원천과 서호천, 그리고 의왕의 오봉산에서 발원한 황구지천이 수원시내를 흐르고 있는 대표적인 하천입니다. 정조임금께서 수원으로 천도를 꿈꾸었던 것도 수자원이 풍부한데다 들판이 넓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원천호수, 신대호수, 광교저수지, 서호와 왕송호 등의 저수지는 수원시의 넓은 농지에 물을 대기위해 축조되었을 것입니다. 이만하면 수원시(水原市)는 과연 문자 그대로 물 고을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따라 걸은 하천은 왕송호에서 오목천교에 이르는 황구지천으로 수원시의 네 하천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 하천입니다. 광교천에서 발원한 세 하천과 다른 점은 도심지가 아닌 교외를 흘러 이 하천을 따라 걸으면서 좌우의 넓은 논 뜰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황구지천은 광교산에서 발원한 세 하천의 물을 하나하나 받아들여 남쪽으로 흐르다 평택시의 황구지리에서 진위천으로 합류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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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두 번째 구간의 들머리는 왕송호수 호반의 의왕조류생태과학관입니다. 의왕조류생태과학관에서 이번 구간의 끝점인 수원의 오목천역까지는 그 거리가 12Km 가량 됩니다. 서둘러야 해떨어지기 전에 탐방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아 산본 집에서 의왕조류생태과학관까지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13시51분 의왕조류생과학관을 출발했습니다. 기차가 전시된 레일바이크 매표소를 지나 왕송호수를 일주하느라 바삐 움직였을 레일바이크가 멈춰 서 겨울잠을 자는 것을 보고 동장군의 위세가 대단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왕송호수에 산소를 공급하고 녹조제거제를 정량 살포하는 시설이 들어선 왕송맑은 물 처리장과 왕송호수 제방을 차례로 지나 도착한 왕송호수 수문 앞에서 잠시 멈춰선 것은 수면이 꽁꽁 얼어붙었는데도 얼음장 밑으로 물이 콸콸 흘러 황구지천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힘 차보여서였습니다. 왕송호수의 수면은 거의 다가 꽁꽁 얼은 데다 눈으로 뒤덮여 물새들이 먹이를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 가 봅니다. 오리로 보이는 새 한마리가 뒤뚱대며 빙판을 걷는 것을 보자 저래서 눈 덮인 한 겨울에는 새모이를 따로 주는구나 싶었습니다.
왕송호수에서 고색교에 이르기까지 황구지천을 따라 낸 자전거길은 전장이 9.2Km에 달합니다. 황구지천자전거길로 명명된 이 길을 걸으며 자주 보게되는 것은 황구지천을 가로질러 놓은 다리입니다. 안내판에는 당수교-장수천교-농심교-금곡교-호매실교-황구지교-원효매교-오목천교-목장교-솔대교-고색교 등 10개의 다리가 적혀 있습니다만, 실제는 이보다 조금 더 많습니다. 이 길을 걸으며 주목한 것은 ‘황구지천 안심산책길’의 표지판이었습니다. 수원시와 수원서부경찰서에서 대략 300m(?) 간격으로 세운 이 표지판에는 112로 신고할 때 위치를 알려주는 고유번호가 ‘당수 3-1’ 등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비록 작은 시도라도 이런 노력이 유용할 수 있는 것은 범인들이 이런 표지판을 본다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할 것 같아서입니다. 벚꽃이 만개하는 봄철에 이 길을 지났더라면 장관이었을 텐데 한 겨울에 지나 못내 아쉬웠습니다. 다행히도 황구지천은 도심 속을 벗어나 평야를 흐르고 있어 눈 덮인 하얀 들판을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14시22분 왕송호수 수문 앞에서 황구지천자전거길로 들어섰습니다. 수문출발 20분이 조금 더 되어 첫 번째 다리인 당수교에 이르자 머리 위로 3개의 도로가 황구지천을 가로질러 동서로 뻗어나갔습니다. 당수교를 밑으로 막 지나 만난 징검다리를 사진 찍은 후 왼쪽으로 확 꺾어 황구지천을 따라 걸었습니다. 황구지천으로 흘러드는 지천 위에 놓인 작은 데크다리를 건너자 길가 쉼터에 “왕송호수공원 1.4Km/금곡교 2.5Km”의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 이정표를 보고나서야 제가 걷는 속도가 시속 2.5Km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눈이 녹은 곳은 길이 질펀하고, 아직 눈이 쌓여 있는 곳은 길이 미끄러워 통상의 시속3Km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장수천교를 밑으로 지나 얼마간 걸어가자 길이 질펀하지 않아 속도를 냈습니다. 이 좁은 하천에도 보가 설치되어있는데, 바로 아래 공사를 하느라 펜스를 설치해 생긴 조그마한 연못에 청둥오리들이 떼 지어 놀고 있어 보기에 좋았습니다. 입북교를 지나 청둥오리들이 하천 변의 논 뜰에 떼 지어 모이를 찾는 모습을 보고 겨울을 나는 것은 이 새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로 보였습니다. 농심교를 지나자 들판을 덮은 하얀 눈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15시47분 왕송호수에서 3.9Km 떨어진 금곡교를 지났습니다. 농심교를 지나 만난 큰 다리는 지도에 다리이름이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이 다리를 밑으로 지나며 서쪽 저만치로 보이는 홈플러스를 사진 찍은 것은 제 위치를 가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동쪽 일월저수지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을 받아들인 황구지천은 오른 쪽으로 크게 굽이져 흐르다가 금곡교 아래에서 다시 왼쪽으로 휘어 흘러갔습니다. 하천변의 대형음식점 ‘열구지’를 지나 왼쪽 아래 황구지천을 내려다보자 어미새로 보이는 큰 새가 앞에서 노니는 새끼 새를 돌보려는 듯 양 날개를 활짝 펴고 있었습니다. 징검다리를 지나 만난 큰 다리는 황구지교인 것 같은데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건너편에 한국산업인력공단 경기지사 건물이 보이는 호매실교를 지나자 하천 폭이 많이 넓어졌습니다. 하천 건너 ‘더시그니처클래스’건물이 보이는 원효매교를 밑으로 지나며 신경이 쓰인 것은 덩치 큰 대형화물차가 좁은 길을 지나서였습니다.
17시17분 오목천역에 도착했습니다. 원효매교를 지나 만난 보(洑)는 제법 커보였습니다. 보 위쪽은 꽁꽁 얼은 얼음판을 하얀 눈이 덮고 있었는데, 보 아래쪽은 얼음장 밑으로 물이 흘러내려 대비되었습니다. 하천 오른 쪽의 넓은 논 뜰은 하얀 눈으로 전부 덮여 더욱 넓어보였습니다. 왕송저수지 7Km 기점을 지난 시각은 16시38분으로, 어느새 내려앉기 시작한 어둠이 감지되어 발걸음을 빨리 했습니다. 10분 가량 더 걸어 도착한 오목천교에서 다리 위 대로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 다리 밑으로 지나 황구지천을 따라 이어갔습니다. 100m남짓 걸어 다다른 다리에서 오른 쪽 위로 올라가자 잔뜩 녹이 슬은 철로가 보였는데,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수인선의 협궤입니다. 수인선하늘숲길을 지나 언덕 위에 자리한 지하철 역 오목천역으로 내려가 인천으로 가는 전철에 오르는 것으로써 황구지천의 두 번째 구간 탐방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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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판을 흐르는 황구지천이 계곡을 흐르는 강과 다른 점은 유로가 비교적 곧게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금강이나 낙동강을 따라 걸으면서 숱하게 감입곡류를 지났는데, 황구지천에서는 굽이굽이 흐르는 감입곡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감입곡류에서 리듬이 느껴졌다면, 직선으로 흐르는 들판의 하천에서는 반듯한 전답처럼 질서가 느껴졌습니다. 이 질서를 깬 것은 직류의 하천에서 놀고 있는 청둥오리였습니다. 산골짜기를 흐르는 감입곡류 인근에는 논이나 밭이 없어 떼를 지어 모여 있는 청둥오리를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백로는 더러 보이지만 청둥오리가 보이지 않는 것은 이들이 떼 지어 쪼아 먹을 먹이가 없어서일 것입니다.
시골에서 나무 끝의 감을 따지 않고 남겨두는 것은 까치 등 새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가을에 추수를 끝내고 벼 이삭을 얼마라도 남겨 둔 것 또한 못사는 사람들이 주워 가도록 배려해서라고 합니다. 요즘은 살만해져 이삭줍기에 나선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요즘은 기계로 벼를 베고 탈곡도 같이 해 이삭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아 있다면 그 이삭은 몽땅 새들의 차지가 될 것입니다. 황량한 겨울 하천과 들판에서 생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겨울새들이 모여들어서입니다. 벌판을 흐르는 하천의 풍광이 산골짜기를 흐르는 감입곡류만 못하겠지만, 새들이 함께해 하천도 따라걸을 만 합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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