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한강 따라 걷기

한강 따라 걷기8(정선공용버스터미널-솔치삼거리-지장천/한강합류점)

시인마뇽 2023. 11. 12. 15:34

탐방구간: 정선공용버스터미널-솔치삼거리-지장천/한강합류점

탐방일자: 2023. 11. 7()

탐방코스: 정선공용버스터미널-솔치고개-솔치삼거리-

탐방시간: 1010-1527(5시간17)

동행       : 김종화부부, 박인기, 원영환, 최돈형, 우명길 등 6

 

 

 

  강원도의 정선 땅이 숨겨 놓은 한강이 이토록 역동적인 승경을 빚어낼 줄은 참으로 몰랐습니다. 심하게 휘어져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전형적인 감입곡류가 주변의 산들과 손잡고 빚어낸 비경이 다른 때와 달리 역동적으로 보인 것은 전날 비가 많이 내려 강물이 탁류로 변해서가 아닌가 합니다. 탁류의 한강은 물소리가 커지고 물 흐름도 빨라져 역동적인 래프팅을 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9년 본격적으로 강 탐방을 시작한 이래 강을 따라 걷는 중 늦가을에 이런 탁류를 만나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3년 전 6월에 섬진강의 마지막 구간을 따라 걸을 때도 전날과 그날 비가 많이 내렸었습니다. 그때 흙탕물로 변해버린 빗물이 흘러들어가 강가의 물은 탁해 보였지만, 한 가운데 강물은 여전히 맑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서 한강의 도도한 물 흐름을 지켜본 단애의 암벽들도 역동적인 철늦은 탁류를 지켜보면서 깜짝 놀랐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껏 한 가을에 상류를 흐르는 강물은 맑고 그 정경은 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한 여름도 아니고 가을이 끝나가는 11월 초순에 한강의 상류가 탁류로 변해 도도히 흘러내려 가리라고는 미쳐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제껏 깎아지른 절벽을 받쳐주는 강물의 색상은 청색이거나 녹색이어야 서로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자세히 보니 흑색에 가까운 단애와 그 위 적황색의 단풍들이 그 밑을 흐르는 황토색의 탁류와 훨씬 더 잘 어울렸습니다. 이 어울림은 단순히 풍광이 빼어나 보인다는 정적인 것이 아니고 물 흐름에서 속도감이 느껴지는 동적인 것이어서 더욱 그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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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비가 많이 내린데다 기온이 급락해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ktx 진부역에서 원영환 군 등 4명이 모여 정선행 버스로 갈아탔습니다. 1시간을 달려 10시정각에 정선터미널에 도착하자, 지평에서 차를 몰고 온 김종화군 부부가 먼저 도착해  반겨 맞았습니다. 다리가 불편하다는 김종화군의 부인께서는 끌고 온 차로 이동하고, 남정네 다섯 명은 걸어서 한강 탐방에 나섰습니다.

 

  오전1013분 정선공용터미널을 출발했습니다. 한전지점 앞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424번 도로를 따라 한강 좌안의 데크 길을 걸었습니다. 시계반대방향으로 휘어져 크게 반원을 그리며 흐르는 강물을 따라 걸어가다 강 한가운데 드러난 검정색의 작은 바위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바위가 봉양리쥐라기 역암으로 단면이 물에 마모가 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천연기념물 제556호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안내문을 읽고 알았습니다. 레미콘공장을 지나 다다른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424번 도로를 따라 솔치재로 올라가다 북쪽 멀리 가리왕산(?)의 능선이 하얀 눈으로 덮인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솔치재를 넘어 다다른 용탄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424번 도로를 따라 걸어 강 건너 용탄마을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면 보다 가까이에서 감입곡류의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데, 그리했다가는 이번 탐방의 끝점인 지장천/한강 합류점까지 진행하기에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바로 왼쪽 길을 따라 솔치삼거리로 내려갔습니다.

 

 

  1159분 솔치삼거리 소공원에서 점심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용탄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확 꺾어지는 급커브지점을 지나 이내 솔치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차로 이동해 먼저 도착한 김종화군의 부인께서 바로 아래 소공원(?)의 편히 앉아 식사할 만한 곳으로 안내해, 그곳에다 각자 준비한 음식으로 점심상을 푸짐하게 차렸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바로 아래 광하안내소를 들러 동강을 소개하는 전시물과 안내전단을 살펴보았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간행한 동강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안내전단에는 동강은 오대천, 골지천, 임계천, 송천등의 물길이 모여 이룬 조양강과 동남천의 물줄기가 합해지는 정선읍 남쪽 가수리 수미마을에서부터 영월에 이르기까지 약51Km 구간을 이른다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안내소의 한 전시물에도 동남천 대신 지장천이 적혀 있는 것을 빼고는 같은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참고로 동남천은 지장천의 옛 이름으로 두 하천은 동일한 하천입니다.

 

  조금 걸어가 텅 빈 동강서울래프팅접수처를 지나면서 래프팅은 겨울이 아닌 여름의 수중레포츠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131분 모평문화공원 앞에 이르렀습니다. 광하교를 지나고 고가의 용탄교를 밑으로 통과해 비교적 한적한 한강의 좌안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여기에서 이번탐방의 끝점인 지천강/한강 합류점까지는 동강 래프팅의 제1구간으로 정확히는 조양강 구간입니다만, 길가의 표지물들은 거의다가 동강과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동강(東江)을 동강(桐江)으로 고쳐 표기하는 것은 일제 때 잃어버린 고유의 이름을 되찾아 쓰는 것이어서 마땅한 일입니다만, 정부의 간행물에 조양강으로 명기된 구역의 한강을 동강이라 하는 것은 재점검해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아우라지를 출발한 정선의 뗏목이 지금 걷고 있는 조양강과 그 아래 동강을 거쳐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한 달여 걸렸다고 합니다. 뗏목이 진행한 길을 저희는 거의 다 걸어가지만, 동강의 몇 곳은 래프팅을 하며 뗏목꾼들의 애환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지역이 고유종인 동강할미꽃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곳이라는 것은 동강할미꽃보존회에서 세운 안내판을 보고 알았습니다. 어렸을 때 할미꽃은 많이 보았지만, 할머니는 제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할미꽃을 보고도 바로 할머니가 연상되지 않습니다.

 

  구불구불한 강길을 따라 걸어 모평문화공원에 다다르자 왼쪽 산 위에 자리한 짚와이어 하강장이 보였습니다. 공원 안 정선목재문화체험장과 동강생태체험학습장은  들르지 못하고 곧바로 이번 탐방의 끝점인 조양강의 종점으로 향했습니다.

 

 

  1428분 귤암교를 지났습니다. 모평문화공원을 지나자 눈앞에 비경이 펼쳐졌습니다. 조양강이 휘돌아 흐르는 굴곡 점에 4개의 단애들이 연이은 데다 그 너머로 삼각추의 산봉우리가 뾰족 서 있어 기하학적 직선미와 부드러운 곡선미를 함께 완상할 수 있었습니다. 길가에 몇 사람이 들어가 있을 만한 타원형의 굴이 자리한 것으로 보아 이 지역의 산들은 대개가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한참 동안 박인기 군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걸어가다가  전망처에 다다라 잠시 쉬면서 강 건너 나팔봉을 살펴보았습니다.  나팔봉 연봉 뼝대의 8부 능선에  뚫려 있는 나팔굴은 이 지역 바위들이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빗물에 녹아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각암 남사고 선생이 십승지의 한 곳으로 선정했다는 이 굴은 임진왜란 때 충신 전민군이 군수와 군민, 그리고 문서와 서적을 피난시킨 곳이라 하여 나팔공굴(喇叭公窟)이라고 높여 부른다고 합니다.

 

  가을걷이가 벌써 끝났을 채마밭에 일부라도 배추와 고추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이런 일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 같아 답답했습니다. 샛노란 감과 연분홍의 나팔꽃이 조금 떨어져 있었어도 먼저 본 노란 감이 잔상으로 남아 있어서인지 나팔꽃을 보자 머리 속에서 색대비가 절로 되었습니다. 강 건너 귤암리캠핑장으로 연결되는 귤암교를 1/3쯤  건너 하류 쪽을 바라보자 여울져 흐르는 탁류가 햇볕에 조사되어 물결이 반짝거리는 정경이 가히 일품이었습니다

 

  1530분 지장천과 조양강이 만나는 합류점에서 이번 탐방을 마무리했습니다. 조양간 구간을 걸으며 알게 된 것은 이 지역의 지질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퇴적암이라는 것입니다. 이 지역이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것은 옛날에는 바다였는데  융기하여 육지가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이번 구간을 걸으며 만나 본 안내판을 통해 답을 얻은 것은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첫째, “여기에 왜 동그란 모양의 굴이 있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이 지역에는 약5.5억년전-4.5억년전 동안 퇴적암에 속하는 석회암이 많이 있었는데, 그 지표면이 빗물에 녹아 동굴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둘째, “동굴이 왜 한 줄로 나타나지?”에 대한 답입니다. 이 지역에는 작은 타원형의 동굴이 몇 개가 나란히 만들어져 있습니다. 동굴 옆으로 금이 보이는데 이 금이 바로 절리(節理)입니다. 절리란 암석이 지하에서 큰 힘을 받아 쪼개진 면을 이릅니다. 이 지역의 암석들이 물에 잘 녹는 석회암으로 되어 있어 절리를 따라 흘러들어간 물이 석회암을 녹여 동굴을 만든 것입니다. 셋째, “암속 속에 구불구불한 선들은 뭐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바다나 호수, 또는 강 같은 곳에서는 퇴적암이 차곡차곡 쌓여 층리를 이룹니다. 평평한 층리가 지각운동으로 횡압을 받으면 구불구불해지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선이 바로 습곡입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일어난 지각운동으로 습곡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절경이 빚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번 탐방의 마지막 절경은 먼발치에서 바라본 지장천과 조양강이 합류되는  합수점의 풍광입니다. 커브를 돌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합수점의 원경은 조양강을 건너는 북대교와 지장천 위에 놓인 아취형의 새로 놓은 다리만 제대로 보일 뿐 그 너머로 이어지는 동강의 물 흐름은 아스라이 보였습니다.

 

  지장천과 조양강의 합류점과 느티나무를 사진 찍은 후 김종화 군의 차를타고 정선터미널로 돌아갔습니다. 김종화군 부부는 지평 집으로 바로 떠났고, 나머지 4명은 최돈형군이 낸 저녁을 함께 들은 후 귀경길에 오르는 것으로 한강의 8구간 탐방을 끝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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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몇 차례 동강을 따라 걸어야 서강과 만나는 영월에 이를 수 있습니다. 다음 구간은 이번처럼 길이 잘 나있어 문제가 안 되지만, 그 다음번부터는 중간 중간에 길이 끊겨 온전하게 강을  따라 걸을 수가 없어 고심했습니다. 마침 이상훈교수가 그런 구간은 래프팅을 해 통과하자고 아이디어를 내,  이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 같습니다.

 

  광하안내소에 비치된 동강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안내도에 래프팅 구간이 나와 있어, 카카오맵과 대비해보았습니다. 동강구역에서 래프팅을 할 수 있는 구간은 모두 5곳으로, 1구간은 광하안내소 인근에서 동강시작점 인근까지입니다. 2구간은 동강의 시작점 인근에서 신석기시대 유적지인근까지이고, 3구간은 고성리산성아래 인근에서 가화천과 동강의 합류점 인근까지입니다. 4구간은 가화천과 동강의 합류점 인근에서 거운교 인근까지이고, 마지막 제5구간은 거운교 인근에서 삼옥교 인근까지입니다.

 

  길이 끊겨 래프팅으로 통과하고자 하는 구간은 제3구간과 제4구간입니다. 두 구간 모두 굴곡진 정도가 심한 감입곡류여서 래프팅으로 통과하기가 걱정되기도 합니다만, 또한 설레기도 합니다. 20여 년 전 말레이지아의 코타 키나바루를 여행할 때 현지에서 약4Km 가량 래프팅을 한 적이 있는데, 50대의 그 때는 설렘이 더 컸습니다. 70대의 지금은 두려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만, 안전요원이 동승해 이끌어주어 아슬아슬하기는 해도 위험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내년 여름에 도전할 래프팅이 기대됩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