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한강 따라 걷기

한강 따라 걷기 9(가수분교-수동쉼터-아라리교직원수련원)

시인마뇽 2024. 4. 21. 01:10

탐방구간: 가수분교-수동쉼터-아라리교직원수련원

탐방일자: 2024. 4. 17()

탐방코스: 가수분교-마을정자-가탄버스정류장-하미종점-수동쉼터-수동교-잠제교

                 -상구가든-납운교-나리소전망대-아라리교직원수련원

탐방시간: 1136-1717(5시간41)

동행       : 서울사대 원영환/이상훈 동문

 

 

  이번 한강탐방은 정선의 동강에서 시작했습니다. 남한강 수계에 속하는 동강은 지장천과 한강이 합류하는 정선의 가수리에서 평창강이 한강에 합류하는 영월의 하송리에 이르는 구간의 한강을 따로 부르는 별칭으로, 강 길이는 약65Km이며, 강원도의 정선군, 평창군 및 영월군 등 3개 군에 걸쳐 흐릅니다.

 

  동강에 특별히 눈길이 가는 것은 이 강 유역의 독특한 지형 때문입니다. 동강 유역은 4.5억년 전의 거대한 석회암 지질의 모암층과 2.5억년 전의 역암층 및 퇴적사암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생물학적 원시성과 자연성이 잘 보전되어 있습니다. 감입곡류가 발달한 동강의 유역에는 백룡동굴 등 동굴이 71개소, 직경 2Km의 돌리네, 60m의 단층, 습곡과 곳곳에 모래톱, , 여울 등 다양한 지형이 발달되었다고 원주지방환경청의 안내전단은 적고 있습니다.

 

  동강 유역이 생태 · 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지형이 독특하고 경관이 빼어나며 희귀한 야생 동식물이 다수 분포되어 있어서입니다. 동강 유역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는 수달, 붉은 박쥐와 산양이 있고, II급으로는 식물 산작약과 동물 묵납자루, 맹꽁이, 가는 물고기, 쌍꼬리부전나비와 수리부엉이가 있으며,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식물은 동강고랭이와 동강할미꽃, 동물로는 물고기 어름치가 살고 있습니다.

 

  이런 동강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1997년 정부가 영월의 거운리 일대에 동강댐 건설을 추진하면서부터입니다. 1990년 우리나라는 단 사흘 동안에 한강 전역에 400~500mm에 이르는 폭우가 내려 126명이 사망하고 18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한강대홍수를 겪었습니다. 그러자 피해지역 주민들이 정부에 댐 건설을 요청했고, 정부는 1997년 영월의 거운리에 저수 용량 약7m3의 동강댐을 건설하기로 발표했습니다. 대부분의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환경 파괴와 안전성 등을 이유로 약22Km2가 수몰되는 동강댐 건설에 극렬하게 반대했습니다. 현장조사를 실시한 환경부는 영월에 댐을 건설할 경우 강물의 정체로 부영양화와 녹조 등이 발생하여 팔당호 수질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김대중 정부는 2000년 동강댐 건설계획을 백지화했습니다.

 

  이번에 동강을 따라 걸으면서 댐 건설 취소로 동강 본래의 모습을 온전하게 볼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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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8년에 서울사대를 입학한 동기 몇 명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한강 따라 걷기는 이번이 9번째입니다. 평창역에서 화학과의 이상훈 동문과 지학과의 원영환 동문을 만나 이상훈 교수 차를 타고 정선의 가수분교로 향했습니다. 평창역을 출발해 미탄을 거쳐 여기 가수분교에 도착하기까지 2시간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1136분 동강이 시작되는 정선읍의 가수분교를 출발했습니다. 자연이 빚어낸 원시 그대로의 절경 동강 12의 한 곳인 수령 700년의 가수리느티나무를 카메라에 옮겨 담은 후 한강 좌안의 동강로를 따라 남진했습니다. 동강로 우측에 설치한 철판으로 된 갓길은 뒤늦게 벚꽃이 활짝 피어 걷기에 좋았습니다. 40분 남짓 걸어 다다른 정자에서 점심을 함께 든 후 다시 걷기에 나서자 남중한 태양이 머리 위를 내리쬐어 초여름의 열기가 느껴지는듯 했습니다. 길가에 집 몇 채 들어선 통나무팬션을 지나 가탄에 이르자 밭도 보이고 여러 채의 집들이 모여 있어 마을다운 마을을 본다 싶었습니다.

 

  13시 정각 가탄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가탄정류을 지나자 동강로는 시계방향으로 심하게 휘어져 북서쪽으로 이어졌습니다. 동강 건너로 하얀 모래밭이 보이는 것은 이 강이 구불구불 흐르는 곡류하천이기 때문입니다.

 

  곡류하천은 강 바깥쪽이 안쪽보다 훨씬 빨리 흐릅니다. 이는 바깥쪽 물이 같은 시간에 안쪽 물보다 더 먼 거리를 흐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빠르게 흐르는 바깥 쪽 물은 암석을 깎아서 하식애(河蝕崖)의 절벽을 만들고, 강물이 천천히 흐르는 강 안쪽에는 모래나 자갈이 쌓여 포인트 바(point  bar)가 만들어집니다.

 

  여울이 아름다운 가탄(佳灘?) 마을을 지나며 여울을 몇 곳에서 보았습니다. 조용히 흐르는 동강이 여울을 지날 때 내는 소리가 역동적으로 들리는 것은 아직은 제 삶이 역동적이어서 그러한 것 같습니다. 강 바깥쪽 절벽에는 바위 틈바구니를 찾아 뿌리를 내린 돌단풍이 흰 꽃을 피워 제철을 만났다 싶었고, 강 건너에는 작은 파란 배 한 척이 모래밭과 강물에 반반씩 걸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철이 되면 찾아올 손님을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하미마을을 지나며 연분홍 꽃송이가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 피어있는 꽃나무를 보았는데, 이 꽃이 콩과식물인 박태기꽃이라는 것은 이상훈 동문이 가르쳐주어 알았습니다.

 

  1447분 수동쉼터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정선 얼음골에서 멀지 않은 하미정류장에 다다라 동강 건너편의 산자락에 자리한 안온해 보이는 마을 전경을 사진 찍었습니다. 시계반대방향으로 급하게 휘어 흐르는 동강을 따라 걸어 정자가 들어선 수동쉼터에 이르렀습니다. 수동쉼터는 정선 발 버스와 신동 발 버스가 모두 이곳에서 회차하는 종점으로 양쪽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이 쉼터에서 갈아탈 수 있습니다. 수동교를 지나 길옆에 설치된 사면변위계측기를 이번에 처음 보았습니다. 이 계측기가 암반 사면의 변위를 측정, 분석해 산사태 발생을 예측하는 데 쓰인다는 것은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 알았습니다. 왼쪽으로 동강교회로 가는 길이 갈리는 번들을 지나 잠제교에 이르자 20년 전 이 다리를 건너 비를 맞고 백운산을 올랐던 산행이 생각났습니다. 상구가든민박을 얼마 앞둔 지점에서 30도 정도 기울어 있는 층리(?)를 보았는데 중간의 한 층리는 상하의 다른 층리와는 색상이 전혀 달랐습니다. 이 층은 성질이 다른 암석이 관입되어 형성되었다는 것을 동행한 원영환 친구가  알려주었습니다.

 

  1630분 나리소전망대에 올라섰습니다. 상구가든민박을 지나 왼쪽으로 운천분교로 가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서 납운교를 건넜습니다. 길 아래 과수원에 잎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보이는 하얀 배꽃(?)을 보노라니 고등학교에서 배운 고려의 문신 이조년(李兆年, 1268~1342)의 시조가 생각났습니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이뤄 하노라

 

  백운산의 정상봉을 뒤로 하고 동강의 우안에 면해 곧추선 절벽이 강물의 침식만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가 어려운 것은 깎아지른 절벽이 칼로 베어낸 듯 반듯해서입니다. 이는 아마도 풍화작용으로 한 면이 떨어져나가서가 아닌가 합니다. 경사가 완만한 고개를 올라 길옆의 니리소전망소에 다다랐습니다. 잠시 데크 전망대에서 동강이 시계방향으로 휘어 흐르며 빚어낸 승경을 사진 찍고 조금 더 올라가 고갯마루에서 나리소전망대로 올라가는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15분 가까이 걸어 올라선 나리소전망대에서 강 건너 백운산을 바라보자 한반도지형을 하고 있는 나리소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동강의 감입곡류가 백운산의 산자락과 손잡고 빚어낸 최고의 비경인 나리소를 사진 찍으며 이번 탐방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여기서 나리소를 조망하는 것이다 했습니다. 나리소를 가운데에 두고 바깥쪽의 절벽과 안쪽의 모래밭은 감입곡류가 빚어낸 최고의 작품이다 싶었습니다.

 

  1717분 아라리교직원수련원 앞에서 8구간 탐방을 마쳤습니다. 나리소 전망대에서 온 길로 되돌아가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라리교직원수련원 앞에서 반시간 넘게 기다려 신동읍을 출발해 수동쉼터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정선행 버스로 가수리까지  가서  주차시킨 차를 몰고 평창으로 돌아가는 두 친구와는 수동쉼터에서 헤어지고 저는 타고온 버스를 그대로 타고  신동읍으로 이동했습니다.  1915분에 예미역을 출발하는 청량리행 기차에 오르는 것으로써  9번 째 한강탐방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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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건설사업이  환경단체 등 시민들이 반대해 백지화된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위키피디아는 환경단체들이 동강댐 건설을 반대한 주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첫째, 수질입니다. 영월에 동강댐이 건설될 경우 강물의 정체로 부영양화와 녹조 등이 발생하여 팔당호 수질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동강 유역의 지질이 석회암 구조로 되어 있어 수질이 알칼리성(pH 8~9)이고 수질 특성상 비소와 알루미늄의 식수 허용 기준치를 100배나 초과하여 식수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입니다.

  둘째, 저수용량입니다. 동강의 하곡이 좁고 협곡이 많아 댐을 건설해도 집중 호우시 많은 수량을 저장할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동강댐 예정 높이가 98m로 규모는 소양강댐과 비슷하지만 저수용량은 소양강댐의 4분의 1 정도인 6.8억 톤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셋째, 생태계 보전입니다. 시민단체들은 동강댐 건설로 자연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장조사 결과 비오리 20, 원앙 15, 수달 10여 마리 외에 층층둥굴레, 연잎꿩의다리, 비술나무와 같은 희귀식물이 보고되었는데, 댐 건설로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넷째, 지형입니다. 동강댐 건설 예정지인 영월군 영월읍 거운리 주변 지역에는 조선 누층군의 석회암 지층과 영월인편상구조대, 각동 단층 등 수 많은 단층들이 분포해 댐을 짓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암석에 비해 매우 취약한 석회암의 지층은 카르스트 지형을 형성하고 있는데, 댐이 건설될 경우 석회암이 용해되면서 돌리네와 같은 함몰 지형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댐 건설 예정지와 멀지 않은 문곡 지역의 단곡? 단층대가 가까운 과거에 활동을 계속했다면 동강댐 건설 후보지도 지진의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동굴환경학회의 전문가들은 복잡하게 얽힌 동굴을 통해 댐의 물이 다른 곳으로 유출될 수 있으며 지진이 발생해 동굴이 무너지면서 댐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설명하여 댐 건설의 위험성을 주장하였습니다.

 

  앞으로  서너번은 더  동강을 따라 걸어야 끝점인 영월의 하송리에 다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강을 따라 걸으며 동강의 지형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정부의 동강댐 건설 중단 조치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탐방사진>